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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위로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곽아람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평점 :
작가는 자신의 대학 4년 간의 교양 수업을 풀어내며 무용하다고 여겨지던
교양 수업의 필요성을 설파한다. 그리고 그 시절 습득했던 지식이 어떤 식으로 지금의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며 의미 없는 공부는 없음을 보여준다.
작가의 대학생활을 쫓아 읽으며 나도 내 대학생활을 떠올려 보았다. 실용과
무용 중 어느 쪽이냐를 따져본다면 역시 무용 쪽이 아니었을까 싶다. 선배 동기들 모두 취직에 도움되는
경영, 회계를 할 동안 재미있어 보인다며 혼자 다른 언어를 복수전공하고 교양에서는 역사, 법, 문화, 언어 등
인문학에 심취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업을 들으며 늘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복수전공을 신청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고 좀 더 취업에 도움이 되는 쪽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고
스스로의 선택에 제동을 걸곤 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 탓이었을까, 나는 여전히 이 시기의 나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위로이자 격려가 되어주었다. 그 시절, 전공 교수님마저도 말리던 길을 고집했던 나는 늘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갖지 못했다. 혹여 자신이 가는 길이 틀린 길일까 자꾸만 겁을 먹었다. 하지만
지금의 독서 취향과 지식과 사고력은 그때 들었던 수업에서 기인한 것임을 이제는 안다. 그리고 그것들이
다시 나를 공부하게 만들고,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한다는 것 또한.
제목은 공부의 위로지만 이 책은 공부를 해본 모든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지금의
대학은 취업을 위해 거쳐가는 곳 정도로 그 의미가 퇴색되었지만 대학 내에서 공부를 하는 것 또한 그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임을 일깨워준다. 학점을 잘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많은 것을 빨아들일 수 있는 시기인 만큼, 온 힘을 다해 학문에 발을 들여보는 것은 어떨까? 공부를 하고, 공부를 해온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의 위로가 닿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원어로 읽으면 다르다. 날것 그대로의 뜻을 곱씹게 되므로 구체적으로 내 것이 되어 손에 잡힌다. 몽환적이고 나른한 구석이 있으면서도 격렬하게 살이 부딪치고 실핏줄이 터져 뜨거운 피가 튀는 것 같은 생동감이 깃든 글이라고, 나는 <결혼>을 기억한다. - P50
무용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쓸모 없는 것을 배우리라 도전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 그것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젊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자 가장 소중한 가치였다는 걸. 그 시절 무용해 보였던 수많은 수업들이 지금의 나를 어느 정도 ‘교양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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