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 하우스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스토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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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트리 하우스

갑자기 사라져 버린 남편 오노데라를 찾아 남쪽 섬에 오게 된 마리아. 목적 없이 섬을 떠돌다 츠루카메 조산원의 원장님을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게 된다. 아이를 낳을지 지울지 고민 끝에 그녀는 섬의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P98. 해변에 도착하면 신발도 양말도 벗고 무릎까지 모래를 덮는다. 그러고 있으면 울렁거림이라든가 괴로움, 안타까움 같은 감정이 모래 속으로 스르륵 사라진다. 꾸벅꾸벅 졸면서 게슴츠레 눈을 뜨면 구름 일부가 사탕 색으로 부옇게 빛나기도 하고, 두 마리의 나비가 서로 사랑을 나누듯이 춤을 추기도 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해변에 작은 게가 바쁘게 옆으로 걷고 있기도 했다.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주제에 신앙심은 깊지 않은 나조차 순간 신의 존재를 믿고 싶어진다.

P206. “오랜 세월 이 일을 하다 보면 문득 느끼는 게 있어. 하느님의 눈으로 보면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도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 태어나는 현장과 죽는 현장은 신기하게도 공기의 톤이 같아. 엄숙하다고 할까. 신성하다고 할까. 어쨌든 사람의 힘으로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란 느낌이 들어. 아무리 애써도 죽을 때는 죽고, 태어날 때는 태어나. 그런데 역시 나는 신처럼은 될 수 없으니 사람의 죽음도 동물의 죽음도 일일이 슬퍼하고 연연하고 있지만”

참 따듯한 소설이다. 마음 속에서 몽글몽글한 감정이 울컥 솟아오르는 책은 참 오랜만이라 왜 이제야 읽었나 후회가 몰려올 정도였다. 다만 읽으면서 내심 걱정되었던 건, 임신 출산 과정을 아름답고 고귀한 걸로만 포장하는 것이었다. 최근 들어 임신과 출산이 마냥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라는 걸 알아서인지 추상적으로만 묘사되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다. 다행히 이 소설은 그 부분에서는 걱정을 덜었다. 타인의 출산 과정, 입덧으로 인한 고생, 호르몬으로 인한 체형의 변화 등 출산과 임신 전반의 과정을 꾸밈없이 묘사하고 있어서 ‘역시 쉬운 일은 아니구나’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마리아 외에도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산모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임신 중 아이를 잃어 상상임신을 반복하던 사람, 미성년의 나이로 덜컥 임신을 하게 된 사람, 낙태를 한 사람 등 이처럼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고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사회에서는 손가락질 당할 이들마저도 따듯하게 품어내는 츠루카메 조산원이 무척이나 좋아서, 소설이라는 걸 알지만서도 이런 곳이 실재했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되었다.

탄생과 죽음은 정말 공평한 것일까. 조산원 원장님의 말 중 오래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탄생과 죽음의 현장에 직접 머물러 본 적은 없지만 누군가가 태어나는 걸 기뻐한 적도 있고 누군가가 떠날 때 오랫동안 슬퍼한 적도 있어서 이 부분이 유독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아직 나로서는 죽음이 더 묵직하게 느껴져서 원장님의 말에 온전히 공감을 표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를 새로 만나는 기쁨보다, 누군가를 떠나 보냈을 때의 고통이 너무 큰 것 같아서. 다만 그 뒤에 이어지는 인간이기 때문에 모든 것에 연연하고 슬퍼할 수 밖에 없다는 말에 위로를 얻었다. 우리가 인간인 이상, 세상만사에 연연할 수 밖에 없구나 하고. 슬프고 힘든 건 당연하구나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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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중국사 - 한 상 가득 펼쳐진 오천 년 미식의 역사
장징 지음, 장은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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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흥미로운데 독자가 읽기에는 불친절하다. 생소한 단어가 끊임없이 나오는데 각주하나 찾아보기 힘듬. 그냥 적당히 무시하고 읽는 수 밖엔 없음. 여러모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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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일기 - 세상 끝 서점을 비추는 365가지 그림자
숀 비텔 지음, 김마림 옮김 / 여름언덕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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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방이란 곳은 무엇보다 디지털적인 삶을강요하는 혹독하고 고된 현대의 일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평화롭고 조용한 휴양림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초대도 하지 않았는데 친구와 가족들이 예고도 없이, 이곳이내 직장이란 사실도 개의치 않고 내 일을 방해하면서까지 쉬러 오는 게아닐까.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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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일기 - 세상 끝 서점을 비추는 365가지 그림자
숀 비텔 지음, 김마림 옮김 / 여름언덕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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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랫동안 한자리에 있었던 책들을 치우면 늘 그렇듯, 수거 작업을 다 마치고 난 우리는 먼지와 고양이 털로 온통 뒤덮여있었다. 이런 것이 바로 사람들이 좀처럼 상상하지 못하는, 고상한 예술가처럼 보이는 책방 주인의 숨겨진 이면이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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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서점의 추억
조지 오웰 / 책쥬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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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점에서는 사람들의 취향인 척하는 취향 말고 진짜 취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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