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예술이나 체육을 전공하면 그 길이 매우 좁다고 생각한다.
우리 부모님도 그 중 하나로, 음악을 하면 먹고 살기 어렵다는 부모님의 생각 때문에 음악을 계속 배우는 것을 포기해야 했던 때가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엔 음악교육과에 진학하게 되었고,
순수 연주자의 삶과는 거리가 멀지만 늘 음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그러고보면,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결국엔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학교에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만나게 되는데, 특히 음악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상담을 요구할 때가 있다.
그런 학생들에게 내가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은, 음악을 진짜 사랑하는가. 음악을 좋아하는가, 하는 것이다.
예술 전공자에 대한 편견이 있는 사회에서 음악을 전공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첫번째 이유는, 음악에 대한 애정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다는 아니다.
세상의 어떤 존재도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 것,
음악 전공생이 되려면 적어도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실력을 쌓아야 할 터인데,
그런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바로 이 '서울예고 입학 그 후'이다.
사실, 책의 내용은 잘 모른 채, 제목만 보고도 책을 선택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음악대학을 진학하기 원하는 학생들을 만나고 있는 내가, 예술고등학교,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최고로 꼽히는 서울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18학년도 서울예고 1학년 8반 13명의 학생들과 엄마, 아빠, 선생님이 집필했다.
앞쪽에 있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먼저 읽으며, 와. 이러니까 서울예고에 진학했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아직 스무살도 되지 않은, 주민등록증도 없는 이 학생들이,
삶에 대한, 꿈에 대한, 음악에 대한 열정이 이렇게 크다니.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만으로도 칭찬받기 마땅한 아이들.
이것은 비단 음악을 전공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아니라 할지라도 배워야 할 자세일 것이다.
서두에 잠시 언급했지만, 음악을 전공하면 길이 좁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음악이 아닌 다른 전공을 선택한 사람 중에서도, 전공과 전혀 상관 없는 직업을 선택해 상상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든지 많고, 음악 또한 마찬가지이다.
또한, 반대로, 음악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음악 연주자나 작곡가의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는 음악이 사용되는 곳이 참 많고, 음악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그만큼 음악은 우리의 생활과 뗄 수 없는 것이고, 자신이 주관을 가지고 묵묵히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무엇이든 결과는 나게 마련이고,
음악이어서 길이 좁다는 것은 어쩌면 핑계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기에 부모님과 선생님의 영향 또한 큰데, 이들을 지지하고 격려하며 때로는 훈계하는 그들의 이야기도 참 인상적이었다.
음악이라는 한정된 분야를 떠나, 누구든지 꿈을 향해 나아가고 그 꿈을 이루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책을 읽으며 절로 들었다.
나는 이 책을 주로 우리 아기 수유할 때 읽었는데,
책을 보며 우리 아기의 얼굴을 쳐다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기는 과연 어떤 꿈을 꿀까?
그리고 나는 그 꿈을 지지하고 격려해주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학교에 가서 나는 나의 학생들의 꿈을 격려하는 교사가 될 수 있을까?
진솔하고 잔잔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내 마음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