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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시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4년 12월
평점 :
조정래의 視線을 따라 한반도를 넘어 세계를 들여다 본다.
작년말부터 올해 초까지 정글만리를 완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것이 행운이였다.
소설을 읽고나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진지하게 깊이있는 성찰할 수 있었고, 작가의 의도를 더욱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정글만리 》는 그저 중국에 대한 들여다 보기식 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소설에서는 다 들어내놓고 보여주지 못했던 작가의 생각들이 너무나도 심도 있고 자세하게 글로 옮겨져 있어 작가의 많은 소설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우리가 살아가면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놓쳐버리고 살아감을 다시금 일깨워줬다.
감히 내가 그의 글을 읽고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 부끄럽고 그저 조심스럽게만 느껴진다.
이 한 권의 책이 그동안의 조정래의 삶의 행적, 그리고 그의 인생이 담겨져 있음을 생각하며 더 없이 진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그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이다. 아직 정글만리를 읽어보지 않았다면 꼭 먼저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당신이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가 열릴 것이다.
한반도의 척추 '태백산맥'을 따라 우리의 분단 비극을 그려내고, '아리랑'에 서린 우리의 한을 통해 식민지 통한을 엮어 내고, '한강'의 기적이 이루어진 피땀의 세월을 올올이 소설로 직조해 낸 조정래 작가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인 《태백산맥 》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10권이라는 장편소설을 읽을 만한 호흡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과연 내가 소설을 읽고 이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 쉽게 읽을 수 없었다. 아직도 그 생각은 유효하다. 그러나 워낙 이름난 우리나라 소설가로 한번쯤 그의 글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중 정글만리라는 책이 나왔다. 사람들의 입소문을 듣긴 했지만 베스트셀러는 나와 상관이 없어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어느날 친구가 내가 읽으면 재미있을 거라며 추천해 주었다. 그리하여 보게된 정글만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었다.
중국의 상사맨 전대광과 김현곤, 베이징대학생 송재형과 연인인 리옌링, 일본 상사원인 이토 히데오와 도요토미 아라키, 동양계 미국인 사업가 왕링링과 한국인 건축가 앤디 박, 중국의 신흥부자인 리옌링의 아버리 리완싱등의 인물들이 한 ·중 · 일 3국의 관계를 사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묘사해 놓은 소설로 내가 알고 있던 중국의 이면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어서 더 없이 흥미로웠다.
중국에서 생활을 어느 정도는 해봐서 나름 중국을 안다고 생각해서인지 1권을 읽을 땐 신나서 읽어 내려가다 2권 부터 슬슬 반복되는 경제적인 상황에 지루해 지기도 했다. 소설의 재미와 흥미보다는 경제서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설을 가상이라 생각할 수 없는 현실이 그대로 들어나 재미로는 읽어 내려갈 수 없는 무게감을 느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것이 소설을 쓰기 위해 사전 준비를 엄청나게 공을 들여 하였기 때문에 중국에서 몇 십년 살았던 사람보다도 더 자세하게 중국에 대해 알고 있었다. 오죽 취재의 달인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20여 년전 두 번째 대하소설 《아리랑 》을 쓰기 위해 중국 취재를 갔고, 그 과정에서 부터 서서히 알아가게 된 중국의 모습에 향후 20, 30년 후의 모습을 그리며 이 소설을 준비했다고 한다. 20년 동안 취재수첩 21권, 기사 스크랩 90권, 중국 경제를 다룬 저서 80여권, 재탐독한 책 20여권, 각종 분류 작업을 마친 노트 2권등 그 준비 작업만 보아도 소설의 깊이를 알 수 있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스케일을 예상할 수 있다. 소설을 길게 쓴다고 다가 아니다. 어떠한 생각으로 무엇을 쓰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조정래라는 작가는 대단한 위인임에 틀림이 없다.
평소 생활방식과 사고 방식 또한 그를 나타내주는 지표로 존경할 만 하다.
그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것이 아니며 그저 끊임없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고, 글을 쓸때 만큼은 누구보다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이다. 채식, 소식, 꼭꼭 씹어먹기(식사는 1시간),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기, 국민건강체조와 산책을 하루도 어기지 않고 실천하고 있으며, 이러한 자기 관리를 통해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명분을 지키고자 노력을 하고 최선을 다한다.
대단한 집중력과 엄격한 자기관리가 있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부지런한 사람도 몇 십년을 그렇게 꾸준히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71세의 나이로 많은 대하소설을 쓸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성실함과 노력의 결과이다. 그의 열정을 말해주는 일화가 그의 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태백산맥을 집필하는데 열중했다. 작가 조정래는 다른 작가와는 다르게 진실성이 느껴지고 어떠한 정치적인 때가 묻지 않는 순수한 글쟁이의 모습에 전문가라는 말이 어울릴법 하다.
술과 담배, 여자로 찌든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야만 창작의 기쁨을 맛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진정 건강한 신체에서 건강하고 바른 생각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기 자신의 재능을 믿지 말고 노력을 믿어라는 말에서 작가의 모든것을 대신해 주고 있다.
그가 남기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 하며, 자신의 마음을 이 책으로 표현해 냈다.
저자는 45년간 인터뷰와강연, 산문 칼럼 등에 공개한 의견을 엄선하고, 미처 전달되지 않은 내용을 보충하여 정리한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
조정래의 문학론, 인생관, 민족의식, 민족사에 대한 견해 등 그의 속내를 거침없이 들어내 보여주는 책이다.
인터뷰 형식으로 글의 흐름은 이어지며, 글의 구성은 이렇다.
한국인과 중국인의 마주 보기
글길 만 리를 돌아가니' 진짜' 중국이 보이더라
작가의 소임, 작가의 노력
오늘, 우리가 발견해야 할 것
조정래에게 길을 묻다
작가는 시대의 나침반이다
민족주의자의 초상
문학은 한 생을 바쳐도 좋은, 아름다운 이상
등거리 외교 시대, 영세중립화의 꿈
인문학, 인간의 발견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본주의적 속성을 가진 존재이고, 자본주의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모 ·적응해 가며 인류사와 함께 그 생명이 영원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쓰라리고 슬픈 우리 민족의 역사, 분단에 뿌리를 둔 수많은 사회 모순과 갈등, 그런 것들을 써내기 위해서는 몇권이 되었든 글을 써 내려가야 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글은 우리 민족의 아픔이 서려있어 그리 긴 소설을 쓰는 것일까.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인종주의, 국가주의, 민족주의는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주시해야 한다. 시대의 모순을 드러내는 장편소설을 쓰는 작가의 심중은 우리 역사의 처절한 아픔과 슬픔에 대해서 써야 한다는 자각이 있었고 문학에서 만큼은 자기 주체성, 자기 존재감을 확실히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소설 태백산맥은 단순히 한국 전쟁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민족을 이해할 수 있는 총체적 백과사전으로 더 나아가서는 세계 강대국들이 약소국들을 어떻게 악압하고 착취하고 괴롭혔는가까지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많이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작가에 대한 정의가 많다. 그가 바라는 진정한 작가의 모습은 그의 사상이 엿보인다.
역사학자다운 냉철한 눈, 철학적 통찰과 초월적 이성, 성직자다운 헌신과 너그러운 마음, 교육자와 같은 계몽성,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같은 냉철한 투시력과 소재에 대한 접근력, 끝없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야기꾼의 재치 있고 슬기로운 입담, 이런 것들이 화학적으로 융합되어 생겨나는 생명체가 소설이라 말한다. 이 얼마나 완벽주의에 가까운 이야기인가.
"작가는 그 시대의 산소다. 그 시대의 스승이다. 그 시대의 나침판이다." 라는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p.231
작가란 한 사회의 모순과 비인간적인 것을 주도면밀하게 투시하고 냉정하게 판단해서 옳은 쪽으로 반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사회의 불안 요소나 동요가 있을 때 그것을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바르게 일깨워주는 사람이다. 언제나 정직하고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해야하고, 긴 안목에서 역사를 바라보며 가치 설정을 해야 하고, 비록 자기가 보수라고 하더라도 보수 세력의 그릇된 책동에 대해서, 잘못은 분명히 잘못이라고 지적해야 합니다. 그것이 그 어느 시대 어떤 상황에서든 '불화'할 수밖에 없는 작가의 운명이고, 숙명입니다.
문학에 대한 저자의 생각 또한 명확하고 작가들 뿐만 아니라 글을 읽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알아야 할 것이다.
문학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발전 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사람이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끼는 세상이 오게 되리라 믿는 작가의 생각이 틀리지 않길 바란다. 단순히 흥미와 재미만을 위한 문학이 아니라 인간의 인간다운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매개체이며 삶을 통한 역사 드러내기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p.292
문학은 그런 척박함에 뿌리내리며 피어나는 꽃입니다. 그래서 그 꽃은 영원을 향하여 시들지 않습니다.
문학을 하며 호화롭게 살기를 바라지 말고, 굶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문학의 생명은 영원합니다. 그 확신 위에서 좋은 작품은 탄생하며, 굶주리며 쓴 좋은 작품은 영생을 얻습니다.
" 기업인들의 사회 환원 또는 사회적 책임 인식이 보편화할 때 자본주의는 그 천민성을 극복하고 건강하고 건정해질 수 있습니다.
그건 곧 자본주의의 건재일 뿐만 아니라 인간사회의 평온과 안정을 보장하는 길이 됩니다."
작가는 정글만리를 통해 중국을 바라보는 안목과 통찰을 기르길 바라고 총체적인 이해를 하길 바라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중국의 모습들은 잊어야한다.
한달만 지나도 농지가 깨끗하게 잘 다져진 도로가 생기고 신식 건물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게 현실이다. 잠시 한국에 들어와 있다 중국에 가보면 언제 이런게 생겼을까 싶을 정도로 몰라보게 달라진 도시의 모습을 발견하기 일쑤였다. 그게 불과 몇년전의 일인데 지금의 중국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어제와 다른 오늘의 중국의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는 모습은 또 다른 내일의 중국의 모습을 연상 시키게 한다. 자대하는 한국사람들을 꾸짖으며 잘못된 중국에 대한 관념들을 깨고 넓고 깊은 통찰력으로 새로운 강대국 중국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기대치보다 훨씬 앞서 G2의 자리에 오른 중국, 더이상 무조건적인 서양 바라기가 될것이 아니라 무섭게 세계의 정상을 향해 달리는 중국을 무시해서는 안되며,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할 때이다. 그 첫걸음이 한국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소설이 단순히 중국의 경제발전에 관해서 말하고자 했다고 잘못 알고 있었던 나의 생각을 다시금 반성하게 된다.
중국을 객관적이고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여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여 경제 미래를 건실하게 이끌어나가기 위해 글을 쓴 목적이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 수 있었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모습을 과거를 통해 오늘의 모습을 집어보고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려 나갈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려준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큰 그림만 그려나가면 되는 것이다.
"제가보기에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앞으로 20~30년 동안은 중국이 우리의 가나안입니다. 고생은 좀 되겠지만, 중국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입니다."
"아무 걱정 말고 쓰고 싶은 대로 써라. 작가가 쓰고 싶은 것을 쓰지 않는다면 어떻게 작가라 할 수 있겠는가."
김초혜 시인과의 만남과 결혼, 그리고 엄혹한 시절에도 굴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었던 아내의 이 대범한 한마디가 지금의 그를 있게 한것이 아닐까. 혼자 였다면 힘들었을, 중간에 포기했을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그의 아내 또한 그 못지 않게 똑부러지고 평범한 인물이 아니였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의 손자 사랑에서도 중국에 대한 그의 시선이 느껴진다. 제2외국어 선택시 중국어를 공부하라는 당부를 강조해서 말했다고한다. 수십년의 중국에 대한 그의 정보들만 취합해도 책이 수십권을 나올법 한데 취재 자료를 온전히 써 먹을 수 있는건 최대 60퍼센트 정도라고 한다. '상징과 생략' 그리고 '취사선택'은 소설 작법의 2대 원칙으로 이를 통해 작가의 머리속에서 재정렬되어 소설로 압축된 액기스로 표현이 되어진다고 한다. 우리는 그 알짜배기를 누리기만 하면 된다.
이마저도 안 하는 젊은 세대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어디 젊은 사람들 뿐이겠는가!
영어 공부를 시키기 위해 역사 시간을 줄인 것이 우리나라 밖에 없다는 사실이 그저 부끄럽다.
나또한 역사에 대한 시각을 서른이 되어서야 바로잡을 수 있었던것 같다. 왜 역사를 배워야하고 제대로 알아야 되는지 학교에서는 미쳐 알지 못했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스스로 느끼게 될 때가 온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어버린다. 그렇기에 역사에 대한 우리의 고찰이 앞으로 더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우리의 5천년 역사속에서 일제에게 당한 핍박과 유린의 36년의 역사는 앞으로 최소 360년 동안 우리의 정체성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차피 고달프지 않은 인생은 없고, 힘겹지 않은 삶은 없어요. 그런 인생살이 속에서 희망을 만드는 건 우리들 자신이에요.
그리고 절망을 이기는 건 희망입니다. 희망은 우리의 삶을 추동하는 힘입니다."
조정래 작가는 젊은 날 문학을 시작할 때부터 빅토르 위고와 같은 작가가 되고 싶어 했다.
그 이유는 사회 ·역사 의식을 문학성과 가장 잘 조화롭게 형상화한 모범적인 작가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하면서,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옹호한 작가 빅토르 위고.
그의 시선이 머무는 순간 나의 관심도 또한 높아져만 갔다. 영화 레 미제라블을 먼저 알았던 나에겐 그의 이름은 스쳐지나가는 사람중의한 사람이였다. 또한 작품성 또한 그의 인생과 사상이 어떠했는지 왜 그 작품이 우수성을 띄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에야 비로서 그를 조금 더 알아가는 시간이 주어졌다.
간단히 빅토르 위고에 대해 알고 넘어가면 조정래 작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장 유명하고 가장 대중적인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는 기상천외한 인물이었다. 장수하며 방대한 문학 작품을 써낸 작가이자 재능 넘치는 데생 화가이며, 정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정치인이자 만족할 줄 모르는 만인의 연인으로 ‘세기의 전설’이었다. 그의 삶은 그가 살았던 시대의 역사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그는 역사의 현장 속으로 직접 뛰어들었으며 (…) 급작스럽게 정치적 성향을 바꾸면서도, 인도주의적인 자신의 신념만큼은 충실하게 지켰다. 정치적이기보다는 이상주의적이었던 그는 ‘권력가’라기보다는 자유와 정의를 섬기는 ‘사상가’였다.”
p.139
역사는 끝나버린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미래를 밝혀주는 등불입니다.
"작가는 인생을 총체적으로 탐구해야 한다. 역사를 통해 과거를 알고, 사회를 통해 현재를 인식하여 미래를 조망하는 것이다."
p215
인생이란 무엇인가요?
자기 스스로를 말로 삼아 끝없이 채찍질을 가하며 달려가는 노정이다. 그리고, 두 개의 돌덩어를 바꿔 놓아가며 건너는 징검다리다. 매 순간 긴장하고, 가장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면 목표는 이루어진다. 설령 목표를 이루지 못해도 후회 없는 인생이 된다. 〈생활의 달인 〉이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데, 필부도 노력하면 신을 능가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식민지 시대의 삶이 노예의 삶이었다면 민족 분단의 삶은 불구의 삶인 것입니다. 민족 분단 상태란 동족이 갈라져 서로를 원수로 대하는 참극인 동시에, 민족의 힘을 분산시켜 주변국들로부터 무시당하고 간섭 받는이중의 불행에 처하게 됩니다."
민주화 세력의 무능이 죽은 박정희를 되살렸다라는 명제가 눈에 띈다.
흔히 어른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이 힘이 없어서 정권에 휘둘리다 하이에나들의 먹잇감이되고 말았다고. 그들은 국민의 삶을 보다 생각하고 평화통일에 앞장 서서 누구보다 열심히 나아갔던 사람들임에 분명하다. 대통령 선거에서 조차 기적처럼 온갖 방해공작과 어려움을 딪고 당선이 되었고 그만큼 새로운 정치로 나라를 일으켜 세워줄거라 국민들의 기대 또한 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IMF를 맞고 시기적인 어려움을 겪으면 경제발전 보다는 민주화에 힘썼다는 이유로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눈에 보이는 성장만을 우선시 하고 민생의 안정보다는 변화의 속도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이 아직까지도 느껴지는 듯 하다. 또 다른 시각으로 보는 우리나라의 민주정치에 대한 생각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정치와 경제에 무관심했던 지난 나날들이 한심해 지기도 하고, 역사만 공부하면 민족성이 더 커질거란 생각 또한 잘못된 생각임을 깨닫게 되었다.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나를 더욱 깨어있게 만들어 줬다.
"작가란 인간의 인간다운 세상을 꿈꾸며,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는 저항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분단 상황은 작가들은 끝없이 긴장시키며, 인간적 진실을 투시하고, 옹호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은 근현대사 3부작이라고들 한다.
세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 첫번째는 민중이 역사의 핵이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원동력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친일파들이 우리의 민족사에서 얼마나 악덕이며 우리의 사회질서와 사회양심을 파괴하는 데 얼마나 치명적이었는지를 밝히려 한 것이고, 세 번째는 우리의 분단상황 속에서 남과 북의 정권 지배집단들이 역사를 얼마나 왜곡시키고 변질시켰는지를 드러내고자 했다는 것이다. 3작품 모두 읽어보지 않아서 내용이 더 궁금해 진다. 하지만 섶불리 대하소설을 읽을 자신이 없다. 조금더 역사와 정치, 문학, 철학에 대해 공부를 한 다음에 하나씩 견주어 가보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뜻에 부합하는지 알아보고 싶다.
작가의 인생관을 함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시가 나오는데 하나는 우리집 벽에 걸려있는 고려 말의 선승 나옹 선사의 시고, 하나는 익히 알고 있는 서산대사의 시다.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 눈을 밟으며 들길을 갈 때에는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 모름지기 함부로 걷지 마라.
今日我行蹟 (금일아행적) :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는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 후세들에게 이정표가 될 것이니.
"우리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에 대한 건강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말하면 자기 인생을 건전한 정신으로 당당하고 꿋꿋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인문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자세히 쉽고 간단히 설명해주고 있다.
P.343
사람의 탈을 썼을 뿐인 돈에 미쳐버린 짐승, 그것이 우리들의 모습인것입니다. 돈을 쫓으며, 돈에 휘둘리며 인간이기를 포기해 버린 우리 자신들의 모습,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기를 포기해 버린 우리 자신들의 모습, 그 추하고 천한 모습이 불쌍하고 가엾다고 의삭하고 발견하게 된것, 그것이 곧 인문학의 필요성을 재인식하게 된 게기인 것입니다.
돈이 최고라 생각되는 물질 만능주의가 더욱 심각해 지는 요즘 세상에 자기 계발서가 힐링도서로 힐링 도서가 심리학 도서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이유 또한 그 맥락이 함께인 것이다.
무한경쟁이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것이지만 너무 경쟁에만 몰두하여 이기주의에 빠지기 쉽상이다.
돈이 많아야 꼭 행복한것이 아님은 이미 누구나 머릿속으로는 알고는 있지만 사람의 욕심이라는 것이 끝이 없어 알고도 한번 늪에 빠져버리면 헤어나올 수 없는 것 처럼 허우적대기 마련이다. 혼돈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문학은 꼭 필요한다.
인문학을 습득하는 것이 " 인간 발견'의 길이라면 우리가 인문학 바람을 일으킨 것은 우리의 '인간 선언'이며, 우리의 '존재 증명'이며, 우리의 '가치 입증'이 될 것이다.
산소같은 책 《조정래의 시선 》
잠깐동안은 숨을 참을 수는 있어도 영원히 참을 수는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산소처럼 현실을 직시하고 나아가는데 꼭 필요한 책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살아온 지난 나날들의 아픈 과거사와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실을 직시하는 통찰력, 세계를 아울러 앞을 내다보는 미래!
전 시대적인 이야기와 사실들이 한대 모여 넓은 바다위에 표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그동안 관심갖고 있지 않던 정치와 경제에 대한 이해와 한반도를 넘어 세계적인 관점에서 본 우리나라의 모습과 역사,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너무나 방대한 내용의 정보들이 한꺼번에 밀려와 반복되는 이야기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몰입해서 읽었다. 한 번의 완독으로는 그의 시선을 따라 갈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영어 단어를 외우듯 늘 곁에 두고 여러번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현실을 마주하고 조금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해 고찰하고 살아갈 길을 모색해야 겠다.
늘 깨어있는 의식으로 우리의 주변을 넓게 살피고 독서를 통해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야겠다.
그 어느 역사책보다 부드럽고, 그 어느 소설책보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이제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다.
정글만리를 완독했다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