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골드
앤 마리 오코너 지음, 조한나.이수진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나를 알고 싶다면 내 그림을 봐라."


구스타프 클림트는 자신을 들어내기를 극도로 꺼려하여 그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초상화도 없을뿐더러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 또한 일체 하지 않았을만큼 말을 아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에 대한 많은 궁금증들을 가지고 있고 지금까지 알고 있던 사실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라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그림의 3번째 자리에 올라있고 1700억원이라는 물리적 가치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그림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Ⅰ〉 이 바로 이 소설의 基源이다.  


 영화 〈우먼 인 골드 〉의 원작인 이 책은 영화에서는 다 표현자히 못햇던 이야기들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화려하게 장식된 금빛물결이 다른곳으로 시선을 돌릴수 없게 그림에 몰입하게 만드는 강한 매력을 가진 표지에서부터 내 마음과 눈은 사로잡혀버렸다. 클림트는 주로 금, 여자, 죽음, 성과 사랑에 대해 그림을 그렸고 관능적인 여성 이미지가 강하며 찬란한 황금빛 색채가 특징이다. 화려함에 이끌려 그의 그림을 막연하게 좋았했었는데 이 책을 읽어가면서 알게된 사실들은 그의 작품들에 더욱더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 책의 분류는 "소설"로 되어 있지만 내용은 잘짜여진 역사서에 가깝다. 클림트에 대한 내용만 다루어져 있을것 같았던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클림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부터 자세하게 묘사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1898년, 비엔나의 호화롭고 화려했던 전성기를 배경으로 여신처럼 아름다운 아델레 바우어의 등장과 함께 클림트의 생애에 대해 소개되어 진다. 성장배경, 주변 인물, 주요 작품들, 미학사의 흐름까지 알 수 있어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림에 얽힌 이야기 뿐만 아니라 19세~20세기의 미술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더욱 즐겁고 유익할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미리 클림트에 관한 책을 읽고 시작해서 인지 이해도 빠르고 글로만 묘사된 그림이더라도 바로 기억에 떠올릴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거의 클림트의 전기를 온전히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보다 자세한 내용들도 많이 담고 있어서 그 어떤 미술책과 해설서보다 재미있으면서 쉽고 빠르게 이해가 갔다.


호루스의 눈(the Egyptian eyes of Horus)은 여성 성기를 나타내는 상징과 함께 주단 위를 수놓았다. 루트비히 헤페시는 이 그림이 관람객에게 '보석들 틈을 샅샅이 뒤져 관능적인 환희, 보석에 대한 욕망의 꿈', 그리고 '웅대한 색채의 황홀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고 생각했다. 극서은 '영험하고 순수한 축제였다. 이전의 장엄했던 실제적 예술 세계의 영혼들을 되살려 내는' 듯했다. (p.106)


 영화는 아직 보지 않았지만 책에서 만큼 자세하게 다루지는 못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로 클림트와 아델레의 관계를 들 수 있는데, 육체적인 사랑보다 정신적인 사랑을 추구했던 클림트의 사랑방식이 이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많은 추측과 염문들이 나돌고 있지만 둘은 평생의 정신적 동반자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릴것이라 생각한다. 이 소설이 주는 가장 큰 재미는 실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사랑, 죽음 그리고 나치 정권과 유대인 박해와 대학살, 그림을 둘러싼 정부와의 갈등과 투쟁등 하나의 주제만으로 수 많은 이야기들로 확장되어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또 자연스럽게 전개된다는 점이다. 이보다 더 다양하게 잘 짜여진 이야기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 어느 한쪽에만 중점을 두면 흐름의 균형이 깨지기 쉬운데 어떠한 부분에서도 그 밸러스를 잘 맞추어 자연스러운 흐름이 이어진다.


히틀러가 자신이 이루지 못한 화가로써의 꿈을 힘으로 체우려는 욕망은 대단한 것이였다. 세계적인 미술품들을 강탈하여 작품으로써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없이 어둡고 캄캄한 지하에서 썩어가도록 만들었다. 오스카 코코슈카의 작품은 400점이나 강탈 당했었고 알트아우제에 있는 소금 광산에 숨겨져 있던 약탈된 유럽 예술품들이 약 6577점이 였다고 한다. 클림트의 작품은 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보이지만 그 당시에 얼마나 많은 역사적으로 의미있고 가치있는 예술품들이 한 사람의 욕망에 의해 상처나고 잿더미로 변했어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제국의 붕괴와 함께 시작된 화염의식에 레더러가 수집했던 클림트의 환상적인 작품 11점은 임멘도르프만 성과 함께 불타 없어졌다. 다시는 볼 수 없는 한줌의 재로 의미없이 사라지고 만것이다.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조차 남아있을 시간도 없이 영원히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11점의 그림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가장 역동적이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은 바로 나치가 게슈타포를 앞세워 유대인을 탄압하고 유대인들이 이를 피해 오스트리아를 탈출하여 망명하는 순간들이 였다. 우리나라의 6.25전쟁의 피난길의 모습이 이러했을까?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때의 모습이 이러했을까? 전쟁이라는 잔인함속에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야했고 상처받아왔다. 인간이 얼마나 잔혹하고 끔찍하게 변할 수 있는지 상상만으로는 도저히 간음할 수 없는 그저 추측에 맡길뿐이다. 전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고 여전히 전쟁중에 있는 나라들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 대한 시각을 넓혀가고 관심을 갖여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인간들의 탐욕에 의한 전쟁은 우리가 살아있는한 계속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는 역사속에서만 풍문으로만 들리는 이야기의 한 부분이 아닌 현존하고 보존되어지는 예술품들과 더불어 선인들의 意이 그대로 이어질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학살당한 오스트리아계 유대인은 6만5천명이고 생존자는 겨우 수백만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많은 부와재산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이 가진 전부를 순순히 내줘야 했으며, 아무이유없이 죽임을 당해야 했고, 짐승보다도 못한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끔직한 일들을 경험해야 했다. 유대인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동안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세계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우리나라의 올바른 역사이해와 더불어 세계사에대한 바른 인식도 필요함을 느꼈다.

 

마리아와 프리츠의 사랑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다. 사랑이란 어떠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다.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란 이런것 아닐까라는 생각에 젖어보기도 한다. 달콤한 신혼생활을 꿈꿨을 그들은 신혼여행으 다녀오자마자 프리츠는 다하우 수용소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게 된다. 이때 주고 받았던 편지들은 애절하고 눈물겹기만 하다. 서로 볼수도 없고 마음대로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없는 상황속에서도 희망을 잃지않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걱정해주고 사랑을 확인하는 모든 순간이 한 장의 편지위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펠릭스 란다우의 감시 속에서 하고 싶은 말들을 다 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마치 영화 《타인의 삶 》의 비즐러가 되어 마리아와 프리츠의 삶을 엿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다하우 용소에서의 생활은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 》에서 소련 스탈린 시대를 배경으로 강제 노동수용소에 수감된 솔제니친의 투옥생활을 연상시키게 했다. 사람을 실험용 쥐처럼 생체실험을 감행하고 고문과 폭력의 잔혹성을 드러내는 일은 비단 나치뿐만이 아니라 한국 가까운 나라에서도 버젓이 자행되었던 일이기에 더 가슴이 아프고 슬픈 이야기였다.

또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이야기는 루이제가 살기위해 게슈타포들에게 강간을 당하던 장면이다.


매혹적인 금빛 아델레가 비엔나의 대중에게 칭송 받는 동안, 무자비한 군인들은 이 매력넘치는 비엔나의 딸의 조카를 욕보이고 있었다. 전쟁텨였고, 여자들은 전리품일 뿐이었다. (p.284)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이 자행했던 강제인력수탈 중의 하나가 바로 "정신대挺身隊"라고 불렀던 일본군 성노예를 지칭하는 말로 우리의 역사속에서도 그동안 드러내지도 못하고 누구 하나 관심갖지도 이야기들 들어주지도 않았던 그 이야기와 같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연을 알게되었고 자진해서 나서는 일반인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일본의 입장은 그 어떠한 사실도 인정하지 않은체  그저 안된 일이라고 남의 일인냥 치부해버리고 있다. 얼마전 뉴욕에서 위안부뮤지컬을 펼쳐 관객들의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위안부 소녀들의 처절한 울부짖음과 아픔,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뮤지컬 관계자들이야 말로 애국자이며 진정한 예술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의 기쁨만을 충족시키는 예술은 그저 인스턴트식 만족에 불과할 뿐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치당원들은 자신의 이전 기록을 불태우고, 생년월일을 바꾸고, 성마저도 바꿔버렸다. 한때 아름다움과 즐거움이 넘쳤던 다뉴브 강 위의 도시 비엔나에는 음모의 구름이 뒤덮고 있었다. (p.326)


그들은 그렇게 가면을 쓴체로 새로운 삶을 살아갔다. 피로 물들어버린 그들의 몸둥이에서는 악취가 풍겨오는듯 하다. 그렇게 생명을 부지하고 고위관직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어떠한 죄책감과 처벌 없이 그렇게 잘 살아갔다.

마리아를 감시했던 게슈타포 요원 펠릭스 란다우는 거의 처벌도 받지 않았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수년 동안 살았으며 독일에서 종신형을 받았지만 10년후 자유의 몸이 되어 죽을때까지 잘 살았다고 한다.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죽어 흙으로 돌아갔거나 정상적인 삶을 행할 수 없는 불구자들 뿐이였다. 망자들의 억울함은 누가 달래줄것인가. 뜨겁게 흐르는 눈물만이 그들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였다. 

전쟁이라는 이름하에 자행되었던 잔혹한 일들이 어쩔수 없었다는 이유로 당연시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있어야 어떠한 움직임도 가능하기에 앞으로 더욱 세심하고 따뜻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영화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이야기는 랜돌과 마이아가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Ⅰ〉 를 되찾기 위한 투쟁이지만 소설속의 이야기는 피로 물든 미술품들에 숨겨진 역사와 사람이야기이다.

그림들의 역사적 의미, 유산, 후대에 미칠 영향까지 꼼꼼하게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흐름'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고 전문용어나 감정없는 설명과 나열들이 없는 역사서로써의 역할도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클림트의 그림만큼이나 화려하고 몰입도가 강해 한번 읽기 시작하며 책을 손에서 놓은 수가 없다.

마리아를 보면서 나는 간송 전형필을 떠올렸다. 그의 그런 예술품에 대한 사랑과 애정만큼은 아니더라도 꾸준한 관심을 갖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야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문화유산들이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먼 이국땅에서 쓸쓸히 빛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안타까운 일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우리의 것을 되찾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했던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Ⅰ〉 소송건도 결국은 승소를 한 것처럼 희망을 잃지 않고다면 우리의 보물들도 다시 이 땅에 남아 후손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 줄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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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미의 반딧불이 - 우리가 함께한 여름날의 추억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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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따스한 사람의 온기를 품고 다가와 풍경을 매만지며 노래하게하는 바람이 분다.

강가에는 비릿한 물냄새와 야릿한 풀냄새가 섞여 공기중에 떠돌고 이름모를 풀벌레 소리만 귓가에 맴돌고 있다.

크림색 달은 하늘 높이 떠 어둠속에서도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도록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감싸 안아준다.

모리사와 아키오님의 소설속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 情이 깃들여 있다. 각박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아도 되는 세상, 따뜻함이 묻어나는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는 세상이 바로 책을 펼쳐드는 순간 열리게 된다. 작년 이맘때쯤 《푸른 하늘 맥주 》로  시원한 여름을 맞을 수 있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시기적으로 잘 어울릴만한 이야기로 무더운 여름을 즐겁게 보낼수 있게 만들어 준것 같다.


《나쓰미의 반딧불이 》라는 제목만으로도 몽환적인 느낌과 행복감으로 가득하다.'반딧불이'라는 곤충은 공기가 아주 맑은 곳에서만 가끔 볼 수 있었는데 흔히 볼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 이름과 존재만으로도 신기하게 느껴진다. 사실 소설속에서는 기대했던것 보다 반딧불이의 역할이 크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이야기는 나쓰미와 싱고의 입장에서 그려지고 있다.

우연히 '다케야'라는 곳을 알게 되어 야스할머니와 지장할아버지와의 인연을 맺고 불사 운게쓰와 어린 다쿠야와 히토미와도 가족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주인공들은 각자 가정의 완전한 모습을 갖추지 못한체 상처 하나씩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게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서로를 더욱 이해해주고 감싸줬는지도 모른다. 인연이 되어지는 과정은 참으로 따뜻하면서도 아름답다.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의 인생에서 완전체를 이룰 수 없던 '가족'이라는 것을 이루어 낸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만 찾을 수 있는 작은것들의 아름다움과 행복들이 이야기 속 곳곳에 깃들여 있다. 어린아이들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깨끗함과 밝은 미소는 다쿠야와 히토미에게서,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겪는 싱고와 나쓰미, 파란만장했던 젊은시절을 뒤로하고 자신의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나이가 된 중년의 운게쓰, 무료한 일상의 전혀 새로울 것도 없고 특별할 것도 없을거라 생각이 드는 산골에서 지내는 나이든 母子의 단출한 삶에서 인생의 한 순간 순간들을 하나의 이야기들로 엮어 놓은듯한 느낌을 받는다. 시간의 흐름이 주인공들을 통해 그대로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人生의 긴 과정이 파노라마형식으로 빠르게 흘러가듯 말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을 회상하며 나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앞으로 펼쳐질 나의 미래의 행복들을 떠올려본다.


"남은 달력이 이제 너무 얇아. 아아, 올해 여름은 안 끝나면 좋겠는데 ……."(p95)


힘든 시간은 참으로 더디게만 지나가는 듯 싶지만 행복한 시간은 왜 그리도 빨리 지나가는지 모른다. 마치 방학이 끝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어린아이들 처럼 싱고와 나쓰미는 그렇게 아쉬움에 한숨 짖는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그러한 아쉬움 조차 느끼지 못한체 시간의 강물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다. 어떠한 열정도 의욕도 없이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것 같아 이 여름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행복한 일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묻득 든다.


"인간은 무엇과 무엇을 비교할 때 늘 착각을 일으킨대. 그러니 자신을 타인과 비교해선 안 된다고."

"타인과 비교하면 내게 부족한 것만 보여 만족을 모른대.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p.127)


지장할아버지가 싱고에게 해줬던 말이지만 곧 나에게 하는 말인것 같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할거라 생각이 들지만 늘 나보다 잘난 사람들의 그림자에 가려 나의 존재를 아주 작게 만들어 버리는 생각들이 점점 불행의 길로 빠져들게 만드는 지름길인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타인의 행복을 내 것인냥 흉내내며 좇지 말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한다면 더 나은 내일의 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행복이, 뭘까 ……?"(p.134)


잠자리는 하늘을 나는 것만으로 행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여름이 다 끝나갈 무렵 많은 일들을 겪고나서 나쓰미는 생각한다. 누군가와 함께 날고 있어서 행복한 것이라고.

사람곁에 사람이 있어 행복한 것이고 내가 그 사람 곁에 있어 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다.

내곁에 있어줘서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며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어본다.

작은것에 감동할 줄 알고 사랑할 줄 알고 무거운 마음과 욕심들을 비워나가면 행복은 곧 습관처럼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아무리 재주가 뛰어난 인간이라도 뭔가를 이루기 전에 포기하면 그 인간에겐 재능이 없었던 게 되지. 굳게 마음먹고 목숨이라도 걸 각오로 꿈을 이룰 때까지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녀석만 나중에 천재 소리 듣게 돼."(p244)


운게쓰가 싱고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을 해준다.

꿈이라고 한번 제대로 꿔보지 않고 쉬운길로 포기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꿈이 있어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나이들어서도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눈빛부터가 다르다고 한다. 열정과 끈기만 갖고 있어도 내 꿈은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 있을것이다. 도중에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늙어서도 꿈을 갖고 사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비록 천재 소리를 못 듣는다고 해도 말이다.


고마워...

존재만으로도 고마웠던 사람에게.

생의 마지막 순간에 진심으로 건낸 한마디가 눈가를 촉촉히 적신다.

그 어떠한 말보다 아름다웠던 한 마디.


이 여름날의 추억속에는 '희노애락'이 모두 느껴진다.

비록 지장할아버지와 야스할머니의 죽음을 맞이했지만 나쓰미와 싱고 사이에 새생명의 기쁨이 존재한다.

강물이 흐르듯 우리들의 인생도 그렇게 물 흐르듯 흘러갈 것이다. 단지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은 내 기억속에 남아 영원히 간직된체 행복한 모습으로만 기억될 것이다. 자연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과 잔잔하면서 감동이 있는 스토리가 있는 《나쓰미의 반딧불이 》는 역시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이라고 할만하다. 《무지개 곶의 찻집 》에서 느꼈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고 우연성, 인연, 바다, 동물, 자연이라는 공통적인 주제가 서로 이어져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다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자극적인 요소들이 없고 푸근한 정이 느껴지고 유년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들이 많아 책을 읽는 내내 행복하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좋아할만한 책인것 같다.

이 무더운 여름과도 너무 잘 어울리기에 올 여름 휴가때 함께하면 좋을 도서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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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사람들처럼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에게서 찾은 행복의 열 가지 원리
말레네 뤼달 지음, 강현주 옮김 / 마일스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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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 you happy?"
단순한 질문이지만 곧바로 "Yes"라는 대답을 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질문을 받는 순간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행복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 행복이란 물질적인 여유로움일 수 있고, 즐거움이나 기쁨일 수 있고, 정해놓았던 목표를 달성하는데서 오는 성취감일수도 있다. 현대인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행복은 물질이 주는 만족감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행복의 정의를 하나로 정할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기준에서의 심리적인 만족감이 우선으로 충족되어야만 한다.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서 태어난것을 축복으로 여기고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라 당당히 말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덴마크에서 태어나고 자란 '말레네 뤼달'이다. 그녀는 덴마크 사람들이 타국에 비해 왜 행복하다고 느끼고 자신들의 삶을 더 없이 만족하고 살아가는지 경험과 공식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그 이유를 설명한다. 덴마크에대한 환상과 부러움을 심어주기 위함이 아닌 인간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을 서로 공유하고 알리는 순수한 목적으로 이 책을 엮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 신뢰 수준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행복 수준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 신뢰를 보여주는 예로써 덴마크에서는 무인판매기 사용이 보편화되어 있으며, 식당 앞 유모차 주차가 일반적이고, 길에 떨어진 지갑을 얼마나 잘 찾아주는지에 대한 실험에서 100% 회수률을 보여 주었다. 몇 년전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실험을 했었는데 대략 50%의 회수률을 보여준 것 만으로도 아직은 한국 사람의 양심이 살아있다고 흡족해 했던것이 생각난다.
신뢰는 사업을 하는데에 있어서도 비용절감을 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부패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가 덴마크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의식과 더불어 사회 전반적인 체제와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한국은 45위를 차지하고 있다. 직무 수행 중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뉴스가 해마다 끊이질 않는 우리나라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얼마나 떨어지는 알 수 있다. 불신이 만연한 요즘 같은 시대에 사람뿐만아니라 정치, 행정, 경제, 환경을 믿는 신뢰감이야 말로 삶을 변화시키고 평화를 가져오게 된다. 

"덴마크에서 좋은 점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향해 걸어가면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만약 우리가 실수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국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덴마크 교육제도의 목적은 기초 지식 습득에 있다. 학생들 개인의 자율성 형성을 중요시하며 주도적 학습을 권장하며 가치있는 인간으로서의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뿐이다. 절대소수의 엘리트를 중점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이 아닌 다수의 평준화된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이로써 개인의 개성화와 능력 발달을 우선시 할 수 있게 되고 개인의 행복을 추구 할 수 있게 된것이다. 그러나 재능있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살릴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95%에 차지하는 일반 학생들에게 더 중점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서의 상위 몇 %의 영재들을 양성하려는 부모들의 노력과 집념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으뜸일 것이다. 오직 결과만을 중요시 여기는 사회가 얼마나 비젼이 없고 비효율적인지 알면서도 주위의 시선에 신경쓰느라 오늘도 소위 내노라하는 쪽집개 선생들을 찾아다니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다. 

덴마크는 공부를 마치 연애하듯이 목적보다는 과정에서 느끼는 만족감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고등교육은 무상으로 이루어지며 장학금제도를 통해 매달 760유로를 받아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한국은 아직도 학비가 없어 학업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며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고 대학생들은 등록금때문에 빚쟁이가 되어 사회에 나가서 그 빚을 갚느라 제대로된 생활을 할 수 없는 악순환을 겪는 경우가 많다. 제도적인 차이가 사회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수가 있다.인내, 존중, 책임감, 정직, 독립심등 인간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덴마크의 모습을 본보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곧 우리의 미래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밝은 미래를 꿈꾼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배움의 즐거움, 공동체 의식, 창의성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변화되야 할 것이다. 덴마크에서는 보통 18살에 독립을 한다. 대학 재학 기간에 유급활동을 통해 독립성을 기르고 진로선택시 압력을 주지 않아 주체적인 인생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보통 25~34살에는 98%가 독립해서 산다고 하는데 서른이 넘어서도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나의 잘못이 아닌 사회의 잘못이 큰 것이라고 생각하며 씁슬한 마음을 달래본다.


세계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덴마크 사람들은 불만이 없을까?
OECD국가 평균 세금 부담률은 34%이고 덴마크는 48%로 평균치보다 훨씬 넘게 세금을 내고 있다.
그러나 자신들이 세금을 내는 것이 결코 부당한 일이 아니며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세금과 국가가 주는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10명 중 7명이나 된다. 또한 전 국민 무상의료 서비스를 통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 이러한 결과를 보이는 것은  덴마크인들만이 갖고 있는 탄탄한 공동체 의식이 문화와 정신에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약자에게 관용과 포용력을 베풀고 강자에게 당당히 요구하는 사회야 말로 개개인의 시민정신과 규칙 준수를 높혀주는 역할까지 하게 된다. 한국도 당장은 교육이나 의료의 무상화를 갖출 수는 없는 실정이지만 돈이 없어 공부와 삶을 포기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야하고 사람들의 끊임없는 관심 또한 필요하다.

 '휘게 Hygge(덴마크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용어로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덴마크 사람들은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오후 5시경에 퇴근해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즐거운 저녁 식사도 함께 하는게 일반적이다. 만약 아이가 아프면 5주간 휴가와 별도로 유급 휴가를 쓸수 있고 상급자나 동료로부터의 그 어떤 눈치도 보지 않고 아이를 간병 할 수 있다고 한다.
다양성이 존중되고, 노동의 댓가는 늘 정직하며, 모두가 균등한 삶의 질을 보장 받는다.
가족이 모두 모여 따뜻한 밥 한끼 같이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사치처럼 여겨지는 우리의 현실에서 과연 무엇을 위해 그토록 치열하고 바쁘게 살아가는지 본질적인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 가족중에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마치 죄인인냥 회사의 눈치를 봐야하고 온 가족과 친지들의 도움 없이는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가기 힘든 우리 나라의 가장들의 슬픈 현실과 비교된다. 이렇게 일과 여가시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것이 노동시간의 유연성과 성차별없는 근무조건과 다양한 사회적 시스템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이다. 돈보다 개인의 열정과 재미를 중요시 여기고 자신을 위한 삶을 꾸며나가는 덴마크 사람들의 여유가 부럽게만 느껴진다.

높은 세금과 환경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
소득, 공동생활, 환경, 교육, 행정, 건강, 삶에 대한 만족, 치안, 일과 삶의 균형등의 요소들이 적절히 잘 어우러져 있어서 그렇겠지만 개개인의 작은 실천으로 실현될 수 있는 행복, 가정과 이웃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에서의 행복을 보다 중요시하기 때문인것 같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곳! 그곳이 바로 덴마크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행복에 대한 정해진 공식은 없지만 너무나 소소한 일상적인 가치가 삶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감이 행복함을 주는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리고 덴마크 사람들의 삶이 '그림의 떡'처럼 여겨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
부러운 부분도 많았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가장 살기좋은 나라이자 나의 삶의 기쁨의 터전이라 여기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행복은 공기와 같은것이라 내가 숨쉬고 있는 순간에는 언제나 나와 함께 하고 있다. 그저 익숙함에 잊어버리고 있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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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어디에 두고 온 걸까 - 문득 어른이 되어 돌아보니
이애경 지음 / 시공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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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른일까?"

타인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 어른으로 보여지는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도 난 어른이라고 받아들이기 힘들다.

어른이 되면 모든것을 알게 되고, 하고 싶은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지금의 나는 여전히 아는것보다 모르는게 많고 꿈꾸었던 것들을 하나 둘 포기하고 살아가야하는 사회속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투명인간으로 변해가고 있는 듯 하다.

언제쯤 어른이 되는 것인지 알지 못한체  방황중이다.

마음은 아이로 남은 어른아이, 이애경처럼.


지금까지 고민하고 걱정했던 일들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고, 답이 없는 수많은 질문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계속 될 것이다.

이러한 끝이 없는 방황이 나만의 일이 아니란걸 느낄 수 있어 이애경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더욱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된다.

텅 빈 마음의 한 구석을 그녀의 따스하지만 외로움이 서려있는 손끝 예술로 하여금 조금은 체워지는걸 느낀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더 치열하고 고통스럽게 보냈던 지난날의 모습을 버리고, 오늘의 소중함을 깨닫고 더욱 의미있고 행복한 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내가 될 것을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오늘의 행복한 내가 있어야 내일도 더 좋은 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에서의 낭만과 즐거움을 포기하고 살아야했던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말한다.

'카르페 디엠 Carpe diem!'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에서는 여행을 통해 낯선 곳에서 마주하게 된 진정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멈춰버린 시간속(바쁘게 돌아가던 일상에서의 탈출)에서 느리게 돌아가는 시간속에서 주어지는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내용이였다면, 《나를 어디에 두고 온 걸까 》에서는 저 깊은 나의 내면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져 있는듯 짧지만 강한 여운이 남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사랑과 상처, 그로써 겪게되는 이별을  마주하게 되고 마음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여 본다. '사는게 다 똑같지'라고 간단명료하게 말해주는 어른처럼,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듯 하다.

전 작품들은 이별의 아픔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담았지만, 이번에는 어느 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삶의 그림을 크게 그려내고 있다. 그렇기때문에 더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사랑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지금까지 읽었던 그녀의 작품중에서 BEST라고 생각한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애경 작가는 여성들의 섬세한 심리 변화와 감성적인 부분들을 정말 잘 표현해 낸다.

서른 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고 고민할 법 한 일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듯 부끄럽도록 마음의 민낯을 공개해 버린다.

너무 젊은 세대라면 공감력이 떨어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의 경우는 마치 힘든일 서로 들어주며 의지하며 살아가는 친구처럼 느껴진다.


밖에서 겪었던 서운하고 슬펐던 감정들을 테이크아웃해서 집에 와 그 감정들을 다시금 추스리는 마음.

차갑게 식어 맛없어진 음식처럼 나의 감정 또한 덜 슬프고 덜 아프도록 감정을 다스리는 배워나가는 것 또한 어른이 되어가는 일일 것이고 마냥 시리고 차가운 겨울같았던 시기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봄을 맞이하는 것 처럼 나의 인생 또한 그럴할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봄에게 감사하기도 하며 미쳐 알아봐 주지 못한 봄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미안해하기도 한다.

아이펜슬, 펜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움을 이제는 멀리하고 뭉퉁하고 둥근마음을 갖으려 노력하고 온 종일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에게서  기다림의 미학을 배워나가기도 한다. 우리가 아직 결혼하지 못하는 이유에서는 겪하게 공감을 하기도 하였지만 너무 슬퍼서 두번을 읽어 볼 수 없었다. 남일이 아니라 당장 내 앞에 닥친 현실이기에 그저 웃을수만은 없었다. 담배는 끊는게 아니라 평생 참는거라는 말처럼 문득 문득 떠오르는 네 생각을 처음부터 끊으려고 했던 것이 잘못된 일이였다. 끊을 수 있는게 아니라 그저 참아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과 이별이 조금은 쉽고 간단하게 조금은 진지하게 받아 들일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는 글들이 어느 하나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것이 없는 듯 하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 또한 소중한 것이고 나의 인생에 있어 더 없이 아름다운 것들이다. 미쳐 알지 못했던 나의 마음들을 돌아보며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서툴기만 했던 나의 모습이 그래도 아름다울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순간만큼은 언제나 최선을 다 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 때는 알지 못했던 일들을 지금에서야 깨닫게 되는 아둔함은 어쩌면 나만의 일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하는 것들이 범하는 흔한 잘못이기도 하며, 가장 큰 축복일 수도 있다. 앞으로 나에게 펼쳐질 삶은 그보다 더 아름답고 빛날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은 아파하고 조금은 슬퍼해도 되. 그런게 인생이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거지. 너만 그런게 아니야. 마음속으로 이렇게 나를 다독이며 외롭고 힘든 기억들의 잔재들을 바람에 날려보내고 따스한 햇살을 내 마음으로 들여 놓았다. 지금 필요한건 내 마음에 한 발짝 다가가기!


나는 내 마음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현재의 내 위치가 어디쯤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을때 우리는 성장을 한다.

마치 멀리뛰기 선수가 도약을 위해 몸을 움츠리듯이 우리의 삶도 그러한 것이다. 지금의 불안과 방황이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더 나은 삶의 미리보기인 것이다. 사람에 사랑에 다친 마음에 후시딘 한 번 발라주듯 이애경 작가의 글들은  그 어떤 약보다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서툴지만 누구보다 가슴 따뜻하게 상처위에 반창고 하나 붙여줄것 같은 작가 이애경의 애정이 담긴 글이 위로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나를 사랑해주세요


이별이 없는 유일한 사랑은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


나르시시즘은 어쩌면

가장 소심하고

용기 없는 사람들의

자축 파티 같은 것일지도.

(p.94)

 

이별에도 노하우가 있다면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지 말 것.

모든 것을 이해시키려 하지도 말 것.


이것만 할 수 있다면

이별이 편해진다.


이별이 아프지 않다.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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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치유력 셰익스피어 인문학 - 셰익스피어, 삶의 무대에서 치유의 깃발을 올리다
최용훈 지음 / 페르소나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왜 셰익스피어를 읽는가?

학교에서 권장 도서이기 때문에? 유명하니까?
대부분 처음 이와같은 고전을 접하는 방식은 비슷하지만 스스로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부끄럽지만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책을 꼭 목적성을 두고 읽는 것도 이상하겠지만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방향을 정하고 읽어 나가야 되는지 책을 읽을 수록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지는 부분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들은 그만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고 독자들은 이러한 작품의 우수성을 몸소 느끼길 원하게 된다.
예전에 분명 읽었던 책인데 내가 알지 못했던 부분들의 감상평이라던지 새롭게 해석되어지는 부분들을 접할때 마다 신선하게 다가오고 새로운 호기심이 생기기도 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리뷰를 통해, 책을 통해 작품을 해석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운것이 나와 다른 생각과 이해를 접해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대한 새로운 이해과 아직 읽어 보지 못한 작품들에 대한 호기심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작품속 다양한 인물들의 성격을 통해 실존하는 인간들의 성격 또한 파악해 볼 수 있었다. 소설이 주는 재미가 바로 가상과 현실의 보이지 않는 선을 넘나들며 오감을 자극하는 신선함이 있기 때문인것 같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허구 속에서 진실을, 환상 속에서 현실을, 그리고 죽음 가운데에서 삶을 보게 하는 것 같다. 인문학이라는 관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인간에 대한, 삶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현대적 관점으로 분석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보다 쉽고 이해가 빠르게 기술되어 있다.
원작의 줄거리와 대사들을 주제와 연관하여 다양하게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온갖 일들에 대한 고찰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인문학이라는 접근이 고전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려울 것이라는 부담감을 덜어주고 소설 속 인물들의 삶과 현대인들의 삶의 유사한 부분들을 보면서 위안과 용기를 받는다. 인문학적인 사색과 함께 철학적 고찰과 역사적 교훈들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 또한 흥미롭게 다가 왔다.
인문학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와 난해한 접근법을 고전을 통해 새롭게 배워나갈 수 있고, 삶에 적용하여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셰익스피어는 총 37편의 희곡을 남겼는데 그중에서 비극 6편, 희극 14편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인간 세상에 대한 만화경과 같다고 할 수 있는데 현란한 문체와 우리 삶에 대한 통찰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최근 인문학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많은 도서들이 인문학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시중에 나와 있지만 그중에서도 《셰익스피어 인문학 》은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접근법으로 지루하지 않으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줄거리와 리뷰를 함께 담고 있기 때문에 설사 셰익스피어 작품을 처음 접하였다고 하더라도 큰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다.
내용이 어렵고 지루하다면 그것은 본연의 목적을 잃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점들을 본다면 이 책은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하는데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읽어 나간 부분이며,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더 남다르게 느껴졌다.
연인만의 사랑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본질적인 사랑에 대한 감정은 늘 설레이게 만들고 흥미롭다.
그러나 내가 지금 현실에서 추구하고 있는 사랑의 모습이 순간적이고 감각적이며 타산적인 사랑만 쫒아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사랑이 과연 존재 하는 것일까? 의심이 들기도 하고, 사랑이라는 모습이 어떠한 것인지 끊임없이 풀리지 않는 문제로 나의 삶에 커다란 숙제로 남아 있다.
의심과 질투에 눈이 멀어 진정한 사랑을 잃고 마는 '오델로', 사랑도 우리의 삶도 현명함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신중함과 상대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야 말로 사랑을 지켜 나갈 수 있는 기본이며, 삶 전체에 대해서도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소한 오해로 멀어지고 영원할것만 같았던 사랑이 쉽게 깨져버리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사랑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만들고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불안과 초조함을 감출 수 없다.
사랑하는 아내의 정숙함을 시험한 어리석은 '심벌린'처럼 사랑을 시험에 들게 하는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다.
상대에 대한 진실한 믿음이 부족하기에 생기는 문제로 이별의 아픔을 맛보기도 하지만 진정한 사랑이라면 상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믿음에 대한 책임감이 사랑의 근원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랑을 지켜나갈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일 것이다. '헛소동'에서 헤로와 클라우디오의 사랑이 보여준 사랑에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이고 그 사랑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배울 수 있었다. 우정도 사랑도 받기만 하고 내것을 내어 줄 용기가 없다면 (자기 희생이 따르지 않는 다면)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다.

사랑이 꼭 결혼까지 이어진다고 보장할 수 없지만 우리는 결혼을 완성된 사랑의 상징으로 생각하게 된다.
셰익스피어에게도 결혼은 진정한 사랑, 변치 않는 사랑의 목적지라고 여겨진것 같다. 하지만 꼭 결혼이 행복한 결말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지만  결혼은 진정한 사랑과 희생의 마음이 있어야 완전한 것이 될 수 있는 것이고, 엄격한 법의 집행만이 능사가 아니라 관용과 자비를 통한 죄의 회개와 깨달음이 언제나 처벌보다 앞어야 함을 '자에는 자로'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20대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에 이끌렸다면 30대에는 '끝이 좋으면 다 좋아'에서의 헬레나의 사랑에 더 끌리게 된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고 내 고집만 피우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로 받아 들이지 못하고 내가 인위적으로 꾸며낸 사람으로 만들어 이상적인 존재로 탈바꿈 시키려는 지난날의 나의 모습이 부끄럽게만 느껴진다. 상대를 존중하고 자신을 낮추는 것이 행복의 열쇠이고 서로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지름길인걸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말괄량이 캐더리느 처럼 오만불손한 나의 사랑의 잘못된 인식을 바꿔줄 남자가 있지 않을까 라는 헛된 상상을 한번쯤 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누군가에 의존해서 변화되어지는 것 보다는 나 스스로 진정한 사랑이 왔을때 그 사랑을 믿고 지켜나갈 수 있는 용기와 확신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할것 같다. 지금까지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용기가 부족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데 상대방에 대한 믿음을 어떻게 줄 수 있었겠는가. 겁쟁이라 뒤로 숨기 바빴던 지난 나의 사랑이 앞으로는 헬레나처럼 자신의 사랑을 끝까지 지켜나갈 수 있는 용기를 갖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참 묘한 짓을 하는 법이에요.
세상만사가 덧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하면 모든 사람이 덧없이 어리석어지나봐요.
(Act Ⅱ, Scene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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