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기다리다 -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 두 번째 이야기
황경택 글.그림 / 도서출판 가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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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사는  꽃과 나무는 사시사철 인간에게 푸르름과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아름다움에 그치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에게 이로운 영향을 많이 끼치고 있으며 인류가 시작된 이후로 줄곧 지구상에 살아가며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항상 그 자리에서 묵묵히 인간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선물을 주려하지만 인간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넘어가기 일쑤이다. 어릴 적 시골에서 보냈던 유년 시절의 기억이 풍부하고 더 행복했던건 이러한 자연환경과 연관이 된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드넓은 벌판에 초록이 한껏 생생함을 뽐내고 코끝에 감겨오는 온갖 향기로운 꽃내음은 벌과 나비가 아닌 인간을 그들 곁으로 불러드리곤 했다.

눈만 뜨면 볼 수 있었던 자연의 아름다움이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삶속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져 갔다. 사는데만 열중하다보면 작은것이 주는 소중함을 잊어버릴때가 많기도 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리기에 주위를 둘러볼 겨를이 없어진다. 모든것을 궁금해하고 호기심이 가득했던 초등학교 시절의 나는 유독 식물, 동물들을 좋아했고 늘 새로운것을 발견하면 어른들께 물어보곤 했다.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길가에 핀 이름모를 꽃도 얼마나 이쁜지 한참을 들여다보고 그 아름다움을 눈에 가슴에 새겨넣기 바빴다.


소박한 풀꽃도 사랑스럽게 표현한 나태주의 풀꽃이라는 시를 정말 좋아하는데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것이 사람일 수도 있고 꽃일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 버릴 수 있는 것들에 애정과 관심을 보이고 사랑을 담아 주는 일은 정말 멋진 일이다. 황경택씨 또한 나태주 시인 못지 않게 그러한 분이 아닌가 싶다.1972년생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 졸업 후 만화가이자 숲 연구가, 생태놀이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자연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끼시는 분이다. 자연관찰 드로잉을 주로 즐기시면서 매일 일기쓰듯 그림으로 담아 놓은 것들을 책으로 묶어 드로잉과 관찰에 대한 깊이있는 정보를 알려주신다.

<꽃을 기다리다>에서는 겨울에서 시작해 가을에 이르기까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잡초,덩굴,꽃 등을 그대로 책에 옮겨 놓은 관찰 일기이다. 전문적인 지식 정보 뿐만 아니라 소소한 에피소드와 유머러스한 코멘트까지 곁들여져 있어 마치 만화책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다. 그림 또한 실사와 거의 비슷하게 아주 정밀하게 그려져 있어 길가에서 한번쯤 본 기억이 있던 풀들도 새록새록이 기억이 나곤 했다.

자연관찰 드로잉은 똑같이 그리는데만 그치는 정밀화와는 다르다는 작가의 말을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그저 보고 그리는것이 주 목적이 아니라 자세히 관찰하고 이해하는것이 먼저이고 그다음이 이를 바탕으로 그려나가며 한번 더 머릿속에 기억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무엇보다 즐거웠던 것은 어린 시절 많이 보았던 이름 모를 꽃들과 잡초, 꽃들의 이름을 알아가는 것이였다. 모습은 익숙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저 잡초라 생각했었는데 그들에게도 다 이름이 있었다.

내가 이름을 불러주니 옛 기억속에서 환생하여 아름다운 꽃이 되어 준 것이다. 얼마나 멋진 일이였는지 모른다. 추억이 되살아나 유년 시절의 기억과 함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듯한 느낌을 받았다.

도시에서 산 사람들을 이러한 기분을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안타깝지만 아무것도 아닌것 같은 소소한 기억과 추억들은 살아가는데 큰 힘을 주는건 확실하다. 지금부터라도 책을 들고 밖으로 나가 길가에 잡초와 꽃들에게 말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면서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을 얼마나 느꼈는지 모른다. 이 꽃은 꽃잎이 몇개고 이 나무는 꽃눈이 벌써 나왔구나 하면서 관찰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정말 좋은 교육용 도서일 것 같다. 부모가 먼저 책을 읽고 아이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 나무와 꽃을 관찰하고 공부한다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이 될까.

드로잉북으로도 아주 좋은 안내서이다.

책 뒷부분에 드로잉 수업이라는 챕터가 따로 있어 간단히 코멘트해준 부분이 있어 참고하면 좋을 듯 싶다.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존재는 없다. 단지 관심을 내가 얼마나 갖고 보이느냐에 따라 그것에 가치가 달라질 뿐이다. 꽃도 그렇고 풀도 그렇고 사람 역시 그러하다. 이 책을 통해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하고 고마워하며 좀더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마음의 여유와 눈을 키워나갈 수 있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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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1
손정미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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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상 최고의 정복 군주이자 가장 위대한 고구려의 왕, 바로  광개토대왕을 부르는 수식어이다.

고구려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광개토대왕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을 만큼 그의 업적은 대단한 것이였으며 훌륭한 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교과서에 실린 고구려의 왕 이외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게 사실이다. 시험을 목적으로 학습했던 암기 위주의 지식이 아닌 스토리에 집중해서 그 시대적 분위기와 정서를 느끼며 역사적 중요성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역사에 대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만 역사소설로 만나보는 우리 한반도 역사는 조금은 쉽고 재미있게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며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사실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보다 집중도 있게 빠져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 기자 출신 소설가 손정미가 고구려의 위대한 영웅 광개토대왕을 주제로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글을 쓰기에 앞서 사료 조사에서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알려졌으며 여러 차례 답사와 고증을 거쳐 역사적 사실을 훼손하지 않은체 작가의 상상력을 보태 광개토대왕의 훌륭함을 소설로 풀어냈다.

그녀의 첫 엿사소설 <왕경 王京>은 읽어 보지 않았지만 이 작품을 읽은 후 새롭게 관심이 가게 되었다. 소설 속에서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묘사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데 마치 그림을 그리듯 유연하면서도 아름다움이 깃들여 있고 다채로운 색깔로 화려함이 여실히 들어나는 표현력이 우수하다.

영웅의 진면목을 이처럼 사실적이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창의성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인지 놀라운 지경이다. 영웅에 대한 찬사와 賞詞에 끊임없이 탄식하게 만든다.

 

고구려에 관한 가장 잘 알려진 소설로 김진명의 <고구려> 소설을 들 수 있는데 이것과 비교를 해보자면 남성과 여성 작가라는 점에서 묘사에 큰 차이가 있다.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중심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고구려>와는 다르게 <광개토태왕>은 정교하고 섬세한 묘사에 힘을 쏟았다. 짧지만 강렬한 문장력이 우수하며 많은 자료 조사에 의한 사실적 내용에 그동안 알지 못했던 보물들을 발견해 낸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

 

<광개토태왕>은 2권으로 나뉘어져 있다.

1권에서는 고국양왕의 아들 담덕 (談德)은 초석부터 남다른 기질을 가진 인물로 하늘이 인정한 사람이자 왕으로서 태왕이 되어 그의 빛나는 업적 중 하나인 백제와의 치열한 영토 전쟁을 벌여 10개의 성을 빼았고 한반도의 영토를 늘려가는 내용이며 그의 용모와 용맹한 기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그에 관한 신화적 요소가 풍부한 이야기들이 진짜로 있을 법한 사실감을 보이기도 하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화려한 표현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주로 주변 인물에 대한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지는데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정령의 공주와 모린과의 이야기다. 남성다운 힘의 극치를 보여주는 전장의 모습에서의 광개토대왕과 여심을 사로잡는 매력이 철철 흘러 넘치는 광개토대왕의 모습은 견주어 볼만 하다.

신묘하고 환상적인 요소가 가득하여 상상력의 나래를 펼쳐가며 소설을 그려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방대한 내용을 담으려다 보니 다소 이야기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점이 없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2권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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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신기한 일이야 - 섬진강의 사계절
김용택 지음, 구서보 그림, 정원 만듦 / 자주보라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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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 이야기처럼 지금은 보기 힘든 섬진강의 사계절과 자연 생태, 그 시대 사람들이 살아가는 풍경들을 투박한 그림과 함께 글로 엮어졌다. 섬진강의 시인이라 불리는 김용택님은 얼마전 전주 생활을 정리하시고 전북 임실군으로 옮겨와 생활을 하고 계신다. 그의 글 속에는 자연과 사람이 늘 함께 어우러져 원래 세상이 그렇게 아름다운것 처럼 따뜻한 기운이 넘친다. 일상에 찌들려 수 없이 엉켜버려 이제는 풀기 어려워 보이는 실타래들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일 때 그의 글은 마음에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책이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늘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일이 흔치 않는 일임에 분명하지만 그는 자연을 사랑하고 아이들과 주위 사람들을에게 베푸는 미소가 글 속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 듯 하다.

 

섬진강이라는 주제가 참 평범해 보이지만 작가에게 만큼은 특별하고 소중한 장소이다.

고향이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그런 풍경이 바로 섬진강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아직도 흙길로 구비구비 돌아 들어가는 시골길과 졸졸 흐르는 개울가, 도심지와 동떨어진 한적한 시골의 정경들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내고장과 가까이 위치해 있어 더욱 왕래가 잦고 의미가 남다른 섬진강 지역은 한곳에만 머무는것이 아니라 강줄기를 따라 산과 마을을 이어주고 있다. 이 책이 뜻깊에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 책이 출간되기 전 친구와 함께 섬진강 물줄기 따라 임실군 시골 한적한 곳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고 왔기 때문이다. 그때 마침 김용택 시인이 근처로 이사를 왔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번에 한번 찾아가 보는것도 좋겠다며 운을 띄웠다. 내가 갔던 그곳에도 얕은 강물이 넓게 흐르고 있었고 징검다리가 강과 강 사이를 연결해 주었으며 다슬기를 잡는 분주한 소길이 느껴졌던 곳이다. 정말 한적하고 풍경도 좋아 멋진곳이라 생각했는데 김용택 시인도 아마 이런 기분에 취해 이사를 하기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의 분위기를 느끼고 온지 일주일 쯤 여전히 그 느낌 그대로 살아있을 때 섬진강 이야기를 담은 김용택 시인의 책이 출간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기억들이 자꾸 떠올라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지는 듯 싶었다. 작은 돌들이 물속에서 반짝거리며 보석처럼 빛나고 있고 물때가 가득하여 다슬기가 아주 많이 서식하고 있었다. 꽤 깊은 산속에 위치해 있던 그 곳에는 푸르름이 가득한 산 기운에 웅장함이 느껴졌고 아직은 선선한 바람이 나뭇잎 사이로 간지럼피듯 바스락대고 있었다. 자연의 풍경은 책에 소개되어 있는 모습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옛날처럼 사계가 분명하지 않아 겨울과 봄의 경계가 희미하고 봄과 여름의 경계 또한 확실치 않아 선명한 계절의 구분이 힘든건 사실이다.

 

그림책이다 보니 아이들이 주로 읽어야 할 것 같지만 그 옛날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있어 어른들이 보기에도 충분할 것 같다.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물고기라는 점이 어린이들의 시선에서 더욱 흥미를 일으킬 것 같다. 섬진강에 사는 물고기들의 이름과 특징을 잘 살린 부록이 있어 벽에 걸어 놓고 친근하게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오래전의 이야기를 꺼내 놓으며 섬진강의 모습을 그려낸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작가의 기억속에 간직된 섬진강의 모습이 지금은 많이 바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는게 사실일테고 그보다 더 나이가 많고 오랫동안 살아오신 어른들의 기억속에 남아 있는 섬진강의 풍경이 그가 담고 있는 모습과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세월의 흐름에 자연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기에 강산이 변함에 있어 너무 아쉬워 할 필요가 없을것 같다. 우리 모두 그렇게 변해가는게 세상 이치이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섬진강 물줄기는 흐르고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듯 강가에 물고기들이 살아가고 있듯 그렇게 삶의 큰 의미가 있어서 이기 보다는 그게 순리이고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처럼 순진하고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섬진강의 사계와 생태, 그리고 추억을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귀엽기도 하면서 작은것들로 부터 참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들을 끌어낼 수 있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기도 했고 소소한 것들이 주는 행복이 그의 삶에서는 큰 의미를 갖고 또한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작가 또한 아직도 아이같은 동심이 살아있는 분이라고 느껴졌다. 조만간 그곳에 다시 한번 들려 갈겨니, 밀어, 납자루, 꺽지를 찾아 나서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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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문학마을 Best World's Classic 2
헤르만 헤세 지음, 김윤선 외 그림, 박준석 옮김 / 문학마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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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의 고전 중에서도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고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작품 <데미안>.]

청소년 필독서에서부터 스테디셀러로 그 이름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은 날이 없다. 무엇이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이 작품에 매료되게 만드는 것인지 헤르만 헤세라는 사람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관찰과 연구는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 번도 안 읽어 본 사람도 있어도 한 번만 읽어 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여러 번 책을 들여다보게 하는 마성이 깃들어 있다. 헤세의 작품 중 자전적 소설의 대명사인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작품 또한 청소년기의 불안과 사회의 압력에 짓눌리지 않는 확고한 신념과 자기 성찰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성장 소설의 하나이다. <데미안> 또한 성장 소설의 하나로 한 인간의 자기 탐구를 오랜 시간에 거쳐 내면의 심리 변화와 내적 갈등과 혼돈, 다양한 사건들을 접하면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치열한 철학적 성찰의 성장 기록이다.

 

고전을 읽는 다는 자체가 독자들에게는 무언의 압박감이 들 수 있다. 특히 옮긴이에 따라 해석이 많이 달라지면서 읽는 사람마다 같은 작품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책 선택을 신중하게 해야 된다. 작품 자체만으로도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는 것 또한 고전을 쉽게 읽는 방법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번에 문학 마을에서 새로 출간한 <데미안>은 미니북 크기 정도의 아담함과 투박하면서 거친 듯 한 일러스트와 파스텔톤의 색감이 잘 어우러져 지루함을 잊게 해준다. 텍스트는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해석이 잘 되어있고 몽환적이고 다의적인 작품의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산뜻한 느낌의 민트 계열 표지가 눈을 사로잡고 앙증맞은 크기의 책이 손 안에 쏙 들어와 언제 어디서든 꺼내 읽기 편하도록 되어 있다. 고전은 딱딱하고 어렵다고 생각해서 읽기를 망설이는 사람도 한 번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충분하다.

  

 

<데미안>은 제 1차 세계대전 중인 1916년에 씌어 졌기 때문에 전쟁을 겪으며 작가 자신의 내면세계와 신념, 성찰, 이상향과 현실 비판에 관한 이야기들이 다분하다. 그렇기에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 지식은 알고 접근해야하며 작가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이다.

타 작품에서도 인간의 삶과 운명, 굴레, 성장, 자아 성찰에 대한 주제로 글을 써 온 것을 보면 공통된 생각과 작가의 이념이 전체적으로 파악이 되어 진다. 그렇기 때문에 헤세의 작품을 한 번 읽어보면 다른 작품 또한 자연스럽게 읽어 보게 되는 것 같다.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끊임없는 고찰과 방황,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이겨내고 버티고 맞서 싸워야지만 정복할 수 있고 이루어 낼 수 있는 자신의 길. 작품 속 주인공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나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미래지향적인 성장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싱클레어가 크로머로부터 고통 받고 힘들어하는 순간 데미안을 만나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되고 피스토리우스를 만나 예술적 영감과 종교적 신성함에 대한 고찰에 자신의 길을 더욱 확고히 하였고 에바 부인을 만나 현실과 내면의 자아 합일화를 이루게 된다. 전쟁이라는 피할 수 없는 물리적 상황 속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행동은 사유하고 자신의 철학적 신념과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관철시킬 수 있는 의지를 갖는 것이다. 새가 알에서 깨어 나오듯 유럽은 전쟁을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고 그것이 사회적인 문제 뿐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사람들의 내면으로부터의 변화를 가져오며 진정한 가치를 찾아야 된다는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신비하고 환상적인 묘사와 낭만적인 분위기가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게 그려질 수 있었던 것은 헤세만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풍자와 비판으로 어둡게 깔린 의미들로 난무한 작품 이였다면 아마 지금처럼 많은 사랑을 받기 힘들었을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와 스트레스로 지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신을 돌아 볼 시간도 여유도 없다. 자기 자신이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고 바라는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는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지고 우리에겐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일들을 처리하기 바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이 들어 죽을 때 까지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살아 왔는지 무엇을 위해 힘들게 여기까지 버텨왔는지 무의미한 삶을 살았다 후회하며 원망해도 소용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내가 나에 이르는 길을 찾아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세계가 아닌 내가 만들어 가는 자립적, 독립적,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미 어른이 된 어른아이들에게도 필요한 성장 바이블이며 한참 육체적, 정신적 성장기를 맞이한 아이들에게 더 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많은 취준생들이 낙타가 바늘 구멍으로 들어가는 것 보다 더 힘들게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고 많은 다포생들이 인생을 포기해 버린 체 세상에 나온 그대로의 모습으로 알속에 갇혀 더 넓고 광활한 또 다른 아름다운 세계로의 여행을 꿈꾸지도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데미안>이라는 고전이 새로운 의지와 힘을 불어넣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사람과 정부가 창궐한 이 시기에 새가 낡은 세계의 알에서 나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 어떠한 어려움과 시련 속에서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혹은 그 어떤 고난으로부터 투쟁하지 않았다면 새로움이란 없을 것이다. 많은 이들의 내면의 소리를 한데 모아 큰 힘을 만들어낸 역사적인 변혁기를 맞이하고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되 찾아가는 과정의 하나로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정하고 따라갔으면 좋겠다.

내 생각이, 믿음이, 곧 나이며 나의 인생이기에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단지 나의 내면이 외치는 대로 살기를 바랐을 뿐이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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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보인다 - 다큐 3일이 발견한 100곳의 인생 여행
KBS 다큐멘터리 3일 제작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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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다사다난했던 한 주의 마무리를 책임지고 있는 다큐 3.

매 주 72시간 동안의 기록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한 주의 끝과 시작을 동시에 공존하게 만든다. 올해 5500회를 맞이하며 프로그램에서 10년 동안 소개 되었던 장소 중 100곳을 선정하여 책으로 엮어져 나오게 되었다. 36천 시간이라는 숫자 뒤에 얼마나 많은 웃음과 감동, 노고와 고단함이 숨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생각을 하며 내일을 살아갈 용기와 힘을 얻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일요일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네모난 TV로 다큐 3일을 보며 우리들은 같은 꿈을 꾸는 순간을 맞이한다. 너무 평범해서 신기한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펼쳐 놓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가슴이 뭉클하며 감동적이다. 특별함보다 일상적인 삶의 모습들을 화려하게 포장된 모습을 벗어던지고 순수한 그대로의 열정적인 그들의 하루, 11초를 들여다보며 우리네 인생이 마치 꼭 닮아 있는 것 같은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들의 상황에 비교해 보면 투정을 부리는 듯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나 또한 불만보다는 노력을 더 많이 하면서 부지런을 떨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멋지고 예쁜 연예인들이 많이 나오는 TV 프로그램도 많지만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10년 동안 꾸준히 사랑을 받기란 어려운 일이다. 오랜 시간동안 이렇게 시청자들로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이돌, 배우, 가수 등 연예인이 나오지 않아도 재미있고 즐겁고 기분좋게 만드는 무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나와 너 그 누구라도 프로그램의 주인이 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특별해서가 아니라 평범해서 더 인간적이고 따뜻하기 때문에 그 어느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위로가 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건 내 옆의 사랑하는 애인만이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고 부끄럽고 많은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 TV를 통해서 보던 이야기들도 좋았지만 책으로 엮어진 못 다한 이야기들 또한 새롭게 다가 왔다. 매 주 거의 빼놓지 않고 챙겨 봤었기 때문에 상당 부분 아는 장소들이 많았다. 알고 있어서 식상한 게 아니라 오히려 반갑게 느껴졌고 아쉽게 놓쳤던 장소들은 책으로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그 또한 좋았다.

 

 

장소마다 다양한 사람들과 삶의 모습, 이야기들이 함께 어우러져 훈훈한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책에서도 각 챕터마다 주제별로 소 분류되어 짤막하게 구성되어 있어 긴 호흡 없이도 가볍게 읽어내려 갈 수 있다. 분위기만 보아도 어느 곳을 소개하는지 금방 알 수 있는 사진들은 글과 잘 어우러져 눈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내 고장, 나의 국내 여행지 등 익숙한 장소들이 나올 때 면 더 집중해서 보게 되고 아직 가보지 못했던 낯선 장소를 들여다 볼 때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빛났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고 어느 하나 똑같은 것이 없다는 게 신기하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행복한 모습이 전부가 아니란 것은 알고 있다. 喜怒哀樂이 함께 존재하기에 더욱 가슴에 울림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너무 희망적이지도 너무 절망적이지도 않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들도 나처럼 그곳에서 그렇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비루한 나의 모습이 조금은 슬퍼 보이지 않도록 조금은 행복해 보이도록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수많은 스탭들의 땀과 열정으로 만들어 낸 감동적인 인생 드라마.

그 노고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그들 덕분에 보통의 사람들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잠이 들기도 하고 희망찬 월요일을 맞이하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켜본 사람들의 모습은 어느 하나 욕심 없이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베풀며 함께 공존하는 삶을 살아간다. 지금은 힘들지라도, 예전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어도 주어진 오늘에 충실히 살아가는 성실함과 고생스러운 과거의 시간들이 삶의 지혜와 경험으로 지금의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준 것이라 믿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나의 친구, 부모,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너와 나의 경계를 넘어 우리라는 공동체 사회를 TV를 통해 간접 경험하며 오늘도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앞으로도 두근두근 가슴 뛰는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 맛있고 멋있고 따뜻한 모습들을 오래도록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TV 시청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책으로 만나보는 다큐 3이라는 과거의 시간을 통해 3, 30년의 시간을 꿈꾸고 그려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본방사수 없이 언제 어느 때건 놓치는 부분 없이 나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책의 큰 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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