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관찰 스케치 관찰 스케치 시리즈
아가트 아베르만스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아트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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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구조 관찰은 식물학과 식물분류학의 기본이 되고 드로잉에서도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는 연필을 잡는 시간 보다 그릴 대상을 지켜보고 관찰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한다. 이 책은 식물 드로잉에 대한 전반적인 기초 지식과 함께 전문가의 상세한 조언이 더해져 드로잉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처음 그림을 접하는 초보자에게도 친절한 안내서이자 전문가들도 참고하면 좋을 팁들이 아주 많다. 연필, 지우개, 붓, 물감 등 재료 선정과 특징부터 스케치의 기본인 선긋기 연습, 여러 가지 질감 표현, 그라데이션 표현에 있어 알고 있어야 도움이 되는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도입부에 소개된 기초 지식들을 완전히 마스터 한 후에 그림을 그려야 한다. 마음만 앞서서 그리기에 바로 돌입하게 되면 실패 할 확률이 높다.

밑그림 작업을 끝내고 색을 칠하는 작업에 들어서게 되면 과정이 더욱 복잡하기 때문에 붓 선정과 특징들, 물감의 농도와 효과를 수차례 연습을 통해 익혀나가야 한다. 책 분량이 적은데 비해 적재적소에 전문가의 조언이 상세하게 나와 있어 내용이 알차게 꾸며져 있다.

“ 이 책은 보고 관찰하는 법을 익힐 수 있도록 썼다. 대상을 이해하고 있을 때만 그것을 종이에 제대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날마다 자기 나름의 관찰 방식을 훈련해야 한다.”

p12

그림 그리는 순서, 색칠을 할 때 순서와 조심해야 할 점들, 특히 실수를 범하기 쉬운 부분을 콕 집어 알려주니 도움이 많이 된다. 사람을 그리기 위해서는 인체 해부도를 파악하고 근육과 모양의 형태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듯 식물 또한 식물의 구조와 형태를 먼저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가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 잘 표현하려면 대상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양귀비, 한련, 빈카, 아가판서스, 후쿠시아, 천남성, 가지, 강낭콩, 호박, 당근, 풀, 겨우살이, 호랑가시나무, 고사리, 버섯, 마른 꽃줄기, 딸기나무, 키위, 속새, 연꽃, 멜론선인장, 가스테리아, 난초, 파피루스 등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에서부터 생소한 식물까지 그리는 법에 대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주로 수채화 기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물감에 대한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색연필로 색감을 표현할 수 있지만 더욱 자연스럽고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수채화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책을 보며 따라 그리기를 시도해 봤지만 밑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평소에 그림 그리는 연습을 안 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겠지만 일단 기초적인 연습이 부족해서 선 하나를 긋는 것도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수채화 물감과 붓이 없던 관계로 색연필과 모나미 프러스펜을 이용해 색칠을 해봤지만 색이 너무 진하고 그라데이션 표현이 어려워 자연스러운 색감을 나타내기엔 무리였다. 아직은 많이 보고 관찰하고 식물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식물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지만 예쁘게 그림으로 남겨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무엇을 하든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더욱 값진 결과를 얻듯이 그림을 그릴 때도 매일 꾸준히 연습하고 그리는 성실함이 필요하다.

혼자 무턱대고 그리는 것 보다 책을 통해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한 후 쉽고 간단하게 식물을 그려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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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 도시소설가, 농부과학자를 만나다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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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탁환은 『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 『눈먼시계공』등 많은 역사소설과 장,단편 소설로 알려져 있는 작가다.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주제와 이야깃거리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커피로 구한말의 역사에 관여한 당찬 여인의 삶을 그린『노서아 가비』도 재미있게 읽었다. 그의 작품에서는 인물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 된다. 마치 주인공이 실제로 눈앞에 살아있는 듯 한 사실적인 묘사와 표현들은 그가 소설의 등장인물에 대해 상당히 많은 연구와 노력을 들여 탄생시켰음을 알게 해준다. 소설가로서 23년 동안 글쓰기에 매진하며 살아 온 인생 또한 녹록치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 출간한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에서 이를 반영하듯 저자 또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창조자로서의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정체되어 있는 무형의 것들로부터 벗어나 유동적, 생동감 있는 유의 삶을 느껴보고 싶어 한다. 여행에 있어서도 종(縱)으로만 다녔던 습관을 횡(橫)으로 다니며 전라도, 충청도, 곡창지대로 걸으며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을 만나게 된다.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곳이 곡성 마을이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과 삶에 있어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움들을 깨닫는 시간을 갖게 된다. 소설에서 느껴볼 수 없던 작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라 더 뜻 깊다.

“지나온 풍경은 아름답고 쓰라렸다.

빛나는 순간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부끄러운 찰나는 삭제가 불가능했다.”

p25

도시소설가 김탁환이 농부과학자이자 미실란의 이동현 대표를 만나 소설 밖의 새로운 삶의 현장을 발견하고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담백하게 풀어 놓았다. 마지막 책장을 넘겼을 때는 곡성에 살고 있는 이동현이란 사람과 이미 오래 사귄 친구가 된 느낌일 것이고 미실란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게 될 것이다.

소설가가 그려낸 농부과학자의 이야기는 에세이가 아니라 아주 친근한 한편의 소설이다.

책의 구성은 총 5장으로 나눠져 있고 사진과 함께 글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소설가와 농부과학자의 만남은 다른 조건에서 다른 삶을 꾸려왔지만 서로는 통하는 구석이 많았고 열심히 달려온 지난날의 발자취에 허무함과 지친 일상에 여유와 휴식이 필요한 시간에 그들의 만남도 우연히 적당했다. 우연이 아닌 필연이였던 것 같다.

“첫날 좋더라도 다음 날 싫어지고, 다음 날 싫더라도 그다음 날 좋아지는 것이 이야기요, 우리네 삶이다.”

p28

‘미실란’의 이름에 대한 의미와 해석을 작품 해설과 함께 엮어 이름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곡성의 역사에 대해서는 역사소설가의 능력치를 발휘해 보다 자세하고 세세히 알려준다.

‘飯하다’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이동현 대표는 자신의 소신과 신념에 맞지 않는 일에는 누구나 꿈꾸는 자리와 명예를 마다할 줄 아는 사람이고 고학력과 스펙을 뒤로하고 시골에 내려와 농사를 지으며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이런 사람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고 소설 속 어떤 주인공보다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지 모른다. 과학자로서 인정받고 성공을 보장 받을 수 있었지만 그에게는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누구나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결과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실패하기 위한 길을 택하진 않는다.”

p116

저자는 2009년,2010년 『밀림무정』을 쓰면서 야생동물, 멸종위기, 동물복지, 공장식 축산의 폐해에 대한 관심과 공부를 하면서 채식에 눈을 뜨게 된다. 이 책을 읽기 전 『동물해방』이란 책을 읽고 있어서 더 공감이 갔고 이해도 잘 됐다. 책을 읽으면서도 채식의 중요성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몸소 깨달았는데 저자는 결단력이 대단히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함께 채식을 하는 지인들 또한 대단하다. 생명을 살리는 친환경적인 연구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인간의 이기심 속에 고통 받고 있는 힘없는 것들의 외침을 무시하지 않는 다정함과 세심함이 돋보인다. 자연사랑 나라사랑이라는 옛 표어를 다시 불러 일으켜 모두의 관심사로 등극하게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동현 대표와 그 주변 인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현대사회에서 소외되고 소멸되어 가는 것들이다. 누구도 관심이 없는 일에 누구나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대단하고 멋진 일인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이 할 일을 하고 최선을 다하는 이 대표는 존재만으로도 주위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 같다. 그렇기에 소설가 김탁환도 그의 매력에 푹 빠져 자신의 에세이에 담아내지 않았을까.

“무엇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하지 않느냐도 중요하다. 수 백년 이어온 관습을 바꾸려면 철저한 단절이 필요할 때도 있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면, 관행이란 미명 아래 불합리한 일들이 용인되고 만다.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스물두 번이나 쉼 없이 달려온 미실란 작은 들판 음악회가 증명하고 있다.”

p239

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 하지만 인간들의 손이 닿으면서 훼손되고 소멸되어 가고 인공적인 미를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삼아버렸다. 더 이상 자연은 아름답지 않다. 이제는 인간의 노력으로 아름다운 것들을 지키고 아름답게 가꿔 나가야 한다. 이동현 대표는 한국인의 주식인 쌀을 중심으로 발아현미에 대한 연구를 전문적으로 해가며 매일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더불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운동에도 참여하며 목소리를 더하고 있다.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환경과 자연에 대한 태도다. 보다 아름다운 세상에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되는지 물음을 던져주기도 한다. 참 따뜻하면서도 아름답고 슬프지만 희망적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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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하체 근육 운동부터 시작합시다 - 하루 딱 2가지 자세만 하는 하체 근육 홈트
나카노 제임스 슈이치 지음, 문정원 옮김 / 리틀프레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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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새해 다짐으로 운동하기를 꼽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소망 중 하나가 바로 건강을 챙기는 것이고 운동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 진다. 신체적 건강을 위해 또는 외형의 아름다움을 위해서든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나 그 다짐이 작심삼일이 되고 마는 과정은 하나같이 똑같다.

왜 그런 걸까?

피지컬 트레이너의 1인자라고 불리는 일본의 니카노 제임스 슈이치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운동을 싫어한다.’

물론 운동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다수의 사람들의 의견을 잘 나타내 준다.

오랜 시간 피트니스 업계에 종사하면서 많은 사례와 사람들을 만나 온 경험에서 그 말은 신빙성을 갖는다. 내 주위에만 해도 운동은 하지도 않으면서 늘 ‘운동해야 하는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인터넷의 발달로 수많은 건강이나 다이어트 관련 정보가 넘쳐나고 운동 시설 또한 쉽게 찾을 수 있다. 운동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수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더라도 단기간의 경험으로 그치고 더욱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새로운 운동 트랜드를 쫒게 된다.

힘들고 어려운 운동은 싫고 매번 시간을 따로 내어 피트니스 센터를 찾는 것도 번거롭고 쉽게 지루해지는 반복적인 동작도 재미없다. 갖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운동을 하기 싫어한다. TV 속 멋진 연예인들의 모습을 부러워하기만 하고 계속해서 리모컨을 잡고 놓지 못한다.

운동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육체적인 부분에만 치중 된 운동은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한다. 육체와 멘탈 관리를 함께 동반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오래 운동을 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보여주기 식 운동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운동을 싫어하고 운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트레이닝’을 다루고 있다. 근육의 중요성, 특히 하체 근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어떻게 운동을 해야 되는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운동 습관이 없던 사람의 마음을 어찌 그리 잘 아는지 30~40대의 신체 변화와 관련해 갖은 노력에도 살이 찌고 남들보다 덜 먹고 운동하는데도 살이 찌는 이유를 자세히 풀어놓으니 이해가 쏙쏙 된다. 운동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기에 집중하기 보다는 운동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다가가고 생활화해야 되는지 운동 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는 것 같다.

이 책을 사용하는 방법부터 6개월 간의 근육 운동 프로그램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자세히 소개해 준다. 다소 지루할 법한 설명들도 짤막한 만화로 상황을 묘사하고 있어 재미를 더한다. 운동법은 아주 간단하고 심플하게 묘사해 놓았다.

설명이 길지 않아 책을 보면서 쉽고 간단하게 따라할 수 있다. 자신의 성격에 맞춘 운동법을 에고그램 테스트를 통해 타입별 트레이닝을 하는 방법도 소개해 준다.

하루 딱 2가지 자세만 운동해도 충분히 건강해 질 수 있는 운동법을 알려줌과 동시에 운동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 같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하기 전 ‘이정도야 뭐 나도 할 수 있지’라고 쉽게 보고 뛰어 들 수 있게 만든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더욱 운동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충분히 홈트로 즐길 수 있는 비교적 쉬운 운동법들을 알게 돼서 더욱 유익하다.

의지박약과 귀차니즘의 늪에 빠져 운동은 아예 포기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주 유용한 책일 것 같다. 분량도 많지 않고 만화책처럼 즐길 수 있는 구성이라 더욱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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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클래식 - 하루의 끝에 차분히 듣는 아름다운 고전음악 한 곡 Collect 2
김태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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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인생을 위해 충분하지만 인생은 음악을 위해 충분하지 않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책도 고전문학이 현대 문학에 비해 인기가 많고 오래도록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있듯이 음악 또한 고전음악이 오랜 시간의 주름을 견디어 내고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클래식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지적 허영심이 가득해서인지 아니면 클래식은 부유한 상위 계급의 주요 취미생활로 여겨져 그들의 문화를 쫒고 싶어서였는지 클래식을 알고 싶고 아는 척 해보고 싶은 욕망은 늘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우연히 흘러나온 음악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해박한 이해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분명 교양 있고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물론 진정으로 음악을 공부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처럼 전문지식이 전무하고 음악에 대한 호기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될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고민거리를 말끔히 해결해 줄 책이 있다. 바로 서양음악사 저술가 겸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인 김태용 작가가 9개월에 걸쳐 공들여 집필한 책 <90일 밤의_클래식>이다.

이 책의 중점은 클래식 입문자들을 위한 쉽고 간단한 해설과 더불어 작품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기존의 접근 방식 보다는 곡의 배경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가급적 난해한 음악 이론을 적용하는 것을 피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책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중세부터 현대까지 폭넓은 90곡의 클래식을 담고 있고 천재 음악가들의 사랑과 이별, 다채로운 음악 세계를 엿 볼 수 있는 풍부한 이야깃거리들로 가득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책의 구성이다. 매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적당한 길이와 어렵지 않은 난이도의 곡과 해설, 사진과 그림의 적절한 활용 및 감상 팁을 따로 적용하고 QR코드를 통해 글과 함께 음악도 그 자리에서 찾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음악은 곡마다 시간이 다르지만 글의 구성은 2장을 넘지 않아 짧고 간결해 바쁜 와중에도 챙겨보기 쉽고 눈의 피로도를 덜어줄 만한 아기자기한 구성이 좋다.

작가는 어떻게 하면 대중들에게 혹은 독자에게 보다 쉽고 이해하기 좋게 설명할지 많은 고심을 한 것 같다. 전문적인 설명도 중요하지만 위트 있고 공감 가는 내용으로 이해를 더해 지루할 틈이 없다. Day 20. 모차르트<피아노 협주곡 21번>을 예로 들며 <칵테일 사랑>에 언급된 “모차르트 협주곡 21번”은 2악장을 염두에 두고 쓴 가사가 아닐까 하며 설명을 덧 붙였다. 1990년대 추억의 가요 음악을 떠올리며 모차르트를 이해시키다니 정말 절묘하지 않은가.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위업을 달성한 <기생충> 영화의 삽입곡으로 음악의 어머니 헨델의 3막 오페라 <로델린다>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영화 음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는데 작가의 설명을 들으니 정재일 음악감독의 예술적인 감각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아주 정열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을 받은 곡이 있었는데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듯 보이는 파가니니의 연주 실력은 그가 루시퍼의 자식, 악마의 바이올리스트라는 오명을 입을 만 하다. 니콜로 파가니니의 <마녀들의 춤, Op.8>은 여러 번 듣고 영상을 봤지만 볼 때마다 입이 떡 벌어진다. 천재적인 음악가들의 사랑 이야기 또한 즐거움을 더해줬는데 그 중에서도 교향곡의 혁명가로 불리는 프랑스의 작곡가 베릴리오즈와 여배우 해리엇 스미스슨의 사랑이야기는 온갖 자극적인 요소가 가미 된 아침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게 다가왔다. 하루 안에 연주가 불가능한 곡들이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무려 639년이 소요되는 연주가 있다고 한다. 지금도 진행 중인 실험인데 존 케이지의 오르간 작품 <오르간²/ASLSP>이다. 순간 우연히 들리는 소리로 음악을 표현하는 ‘우연성의 음악’이 존재하고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음악이 될 수 있다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장을 열어준 새로운 시각의 시작이 그를 통해 이루어 진 것이 아닐까. 마치 미술계의 초현실주의를 연상시키는 것 같다.

                                        

                                                                         

클래식 입문자에게 이보다 더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책이 있을 까 싶을 정도로 클래식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나에게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다가왔다. 책에서는 90곡을 소개하고 있지만 이와 더불어 설명에 언급된 곡들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QR 코드로 접속된 동양북스 자료실에는 여러 곡을 들어 볼 수 있어 감상의 폭을 넓혀주고 쉽고 빠르게 곡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워낙 유명한 곡이라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익숙한 곡들도 있고 난생 처음 듣지만 아주 멋있고 감동적인 곡들이 잘 조합이 되어 지루할 틈이 없이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클래식이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재미와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직접 공연을 관람하며 생동감 넘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요즘 같은 언택트(untact)시대에 공연장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음악을 즐기지 못 하는 건 아니기에 혼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좋은 곡들을 설명해 주는 이 책이야 말로 현실적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음악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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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앤 - 빨강 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 TV애니메이션 원화로 읽는 더모던 감성 클래식 6
버지 윌슨 지음, 애니메이션 <안녕, 앤> 원화 그림, 나선숙 옮김 / 더모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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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TV에서 하는 만화는 하교 후 녹화까지 해서 다시보기 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애니메이션 사랑은 식을 줄 몰라 밤낮 가리지 않고 즐겨봤다. 그중에서도 가장 영혼을 울리는 감동 애니메이션을 꼽자면 빨강 머리 앤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릴 땐 뭣 모르고 재미있게 봤었지만 언젠가 성인이 된 후 다시보기 하는데 나도 모르게 폭풍 오열을 하며 보기도 했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고 많이 지치고 힘들었을 어느 때였던 것 같다. 삶이란 것이 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지만 유독 힘든 때가 찾아오기 마련이지 않은가. 그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던 존재가 곁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영원한 나의 비타민, 앤 셜리! 앤을 쓸 때는 꼭 ‘e'를 붙여야 하는 앤.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럽고 밝은 에너지가 좋은 기운을 불러들이는 것만 같다. 100여 년간의 세월이 흘러도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하고 잊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빨강 머리 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려봤을 과거와 미래의 앤의 모습.

엉뚱하면서 영민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빨강 머리 앤의 사랑스럽고 당찬 모습의 뿌리는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고 버지 윌슨 또한 그러한 궁금증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했을지 모른다. 빨강 머리 앤 탄생 100주년을 맞아 동명의 TV 애니메이션 원화를 ‘만화책’처럼 구성해 넣은 「더모던감성클래식 시리즈 」 여섯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의 빨강 머리 앤을 캐나다 작가 버지 윌슨의 상상력으로 11살 이전의 과거의 앤의 모습을 그려냈다.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거부감 없이 원래 앤의 어릴 때 모습인 듯 자연스럽게 그려냈기 때문에 루시 모드 몽고메리 협회측에서도 마음에 들어 한 것 같다. 이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많은 전문가들과 앤의 열성팬들의 도움을 받았고 수많은 독자들의 기대에 실망시키지 않으면서 원작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엿보인다.

이야기는 빨강머리 앤이 커스버트 남매(매슈와 마릴라)를 만나기 전의 삶을 그리고 있으며 앤의 부모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다. 월터(앤의 아빠)와 버사(앤의 엄마)의 순조로운 결혼 생활과 그들의 성격과 성향이 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할 수 있는 모습들을 포착할 수 있다. 앤의 빨강 머리, 우아한 코, 완벽한 작은 턱,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눈과 시적인 표현력은 모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한 것들이라는 것. 두 분 다 교사로 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어릴 때부터 명석함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부모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 이란 걸 알 수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노력보다는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머리가 좋은)의 힘이란 정말 대단한 것이구나 다시금 느낀다.

전염병으로 양부모 모두 생을 마감하고 생후 3개월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앤은 버사의 집안일을 돕던 도우미 토머스 부인 집에 입양되지만 사람은 착하나 술만 마시면 다른 사람이 되는 버트와 많은 자식들과 고된 집안일, 남편의 불안한 직장과 경제력 등 삶의 피로도가 높아 어린 앤을 돌볼 겨를 없이 오히려 아이에게 못되게 구는 조애너. 다른 아이들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빨라 제 나이에 비해 더 커 보이고 오히려 일을 더 많이 하게 되는 앤. 조애너의 딸 일라이저의 사랑으로 앤이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하루 빨리 불안정하고 지긋지긋한 속박의 굴레에서 빠져나가고 싶어 하는 일라이저는 로저 에머슨과 결혼하여 그녀의 곁을 떠나고 만다. 이 세상에서 단 한사람 일라이저만이 앤을 돌봐준 부모이자 친구였는데 그렇게 앤은 가슴 아픈 첫 이별을 맛보게 된다. 앤은 배움에 대한 열망이 누구보다 강했고 학교에 가면서부터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다 이겨 낼 수 있을 만큼 기쁘고 행복함을 느낀다. 헨더슨 선생님과의 인연은 짧지만 강렬했고 너무 아름다웠다. 과거에 사랑하는 연인으로부터 배신당해 마음에 상처를 입고 산속 생활을 하는 달걀 장수 존슨 씨, 항상 앤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따뜻한 차와 쿠키를 내어주는 따뜻한 마음씨의 아치볼드 부인, 입양 가정의 생활은 힘들었지만 주변에 마음 따뜻하고 선한 사람들이 있어 앤은 희망을 잃지 않았는지 모른다.

‘나는 희망하는 버릇이 있어요.

‘행복’이 있다면 언젠가 내게도 찾아올 거예요.“

이후 찬장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새로운 친구를 만들게 되는데 이름은 ‘케이티 모리스’다. 앤에게 있어 케이티 모리스와 비올레타(메아리)같은 無形의 친구가 없었더라면 그녀의 삶은 암흑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어떠한 순간에도 절망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며 약한 모습 보이지 않은 어린 앤의 모습을 실로 감동적이다. 조그마한 일에도 쉽게 낙담하고 모든 것이 다 끝난 것처럼 구는 어른들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버트의 죽음으로 앤은 다른 집으로 입양되어 간다. 앤이 자신의 아이처럼 많은 애정과 사랑을 줬던 조애너의 아들 노아와 토머스 아저씨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였던 곰인형 보리스, 오렌지색 고양이 라킨바와의 이별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두 번째 입양가정은 해먼드 부부의 집이다. 큰 집에 방이 많아 자신의 방도 생길 것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고아원에 가지 않는 것 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겼던 앤. 임신 상태였던 해먼드 부인의 집에는 6명의 아이들이 이미 있었고 나중에 출산 후에는 8명의 아이들과 함께 살게 된다. 너무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라 손이 많이 가고 집안에 할 일도 많았다. 토머스 부인처럼 악담을 퍼붓는 정도는 아니지만 삶의 의지라고는 찾아 볼 수 없고 영혼이 나간 듯 숨만 쉬고 살아가는 해먼드 부인. 늘 바쁜 일로 집에서는 밥 먹고 쉬는 일만 하는 해먼드 씨. 상황은 전보다 나아진 게 하나도 없어 보였고 오히려 더 열악한 상황에서 지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앤은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완벽하게 해내고 새로운 곳에 적응해 나간다. 맥도걸 선생님의 고향인 프린스에드워드 섬에 대한 열애 시작과 산파이지만 자신은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여기는 해거티 양과 앤의 만남은 또 하나의 따뜻함 이였다. 수 없이 많은 아이들의 탄생을 맞이했던 그녀였지만 많은 가정생활과 육아를 지켜보며 아이의 탄생이 축복만은 아닐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앤이 입양가정에서 지냈던 그 시간들만 봐도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짊어져야 하는 짐처럼 무겁게 느껴진게 사실이다. 부모가 모두 계셔도 삶이 힘든 게 많을 텐데 고아라면 얼마나 서럽고 힘들겠는가. 그러나 앤은 자신이 고아지만 자신을 거둬준 어른들에 대해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이겨낸다. 언제나 초긍정 에너지를 뿜어내며 주변에 마법과 같은 행복한 기운을 전파한다. 자신은 그 누구보다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시련을 맞이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괜찮아질 거야.

오늘은 아니야.

어쩌면 내일도, 다음 주나 다음 달도 아닐지 몰라.

하지만 결국은 이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게 될 거야.

다 괜찮아질 거야.“

갑작스러운 해먼드 씨의 죽음으로 또 한 번의 슬픔과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8명의 아이들은 친척들의 손에 하나 둘씩 맡겨졌지만 빨강머리 앤은 어느 누구도 데려가겠다는 사람이 없어 결국 고아원으로 보내지게 된다. 덤벙거리고 둔하지만 착한 서른다섯 살의 맥도걸 선생님의 마지막 이별 선물과 뒤늦게 주머니에서 발견한 앤이 가져갔던 사진을 보고 엉엉 울어 버린 장면은 또 한 번 눈가를 촉촉하게 적셨다.

                                    

유일한 낙이였던 공상의 시간을 가질 시간도 없이 앤은 고아원 생활에 적응해 가는데 고아원의 모든 총괄 업무를 지휘하며 완벽주의와 결벽증이 있는 칼라일 양의 마음에 들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해낸다. 그러다 스펜서 부인이 두 명의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찾아온다. 칼라일 양의 추천으로 일 잘하는 아이는 앤이 뽑혀 입양가게 된다. 그것도 자신이 그토록 가보고 싶던 프린스에드워드 섬으로 가게 되는데 배를 타고 그곳으로 가는 시간이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흥분되고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던 때가 아닐까 싶다. 농장에서 일을 도와 줄 남자 아이만을 입양하려 했던 커스버트 남매의 계획을 전혀 모른 체 앤은 초록색 지붕이 있는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새로운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지만 앤은 어디에 가서든 어떤 순간에도 잘 이겨내고 최선을 다해 행복한 것들을 찾아 낼 것이라고 확신이 든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TV에서 보던 원화 그대로 만화를 글과 함께 볼 수 있어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책 자체만으로도 너무 예뻐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는 것 같다. 더 이상의 완벽한 앤의 어릴 적 모습은 없을 것 같다. 스토리와 구성 모두 만족스럽고 앤을 사랑하는 독자의 한 명으로서 힘든 순간이 많아 힘들어 하던 어린 앤의 모습을 보며 너무 안쓰럽고 가슴 아팠지만 앤의 천부적인 밝은 기운 덕분에 잘 헤쳐 나가고 이겨내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도 했다. 어린 앤을 만나서 반가웠고 다시 11살 이후의 앤을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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