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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폴리스 1 -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김대중 옮김 / 새만화책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란에서 자라 유럽으로 건너갔다가 다시 이란으로, 그리고는 또 다시 유럽으로 건너간 소녀의 이야기.
그녀는 유럽생활을 하면서 "아냐, 아냐, 이란은 그런 곳이 아니라구!"라는 생각으로 이 만화를 그렸다.
생각해보라. 이란, 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이란의 1950년대와 1980년대, 2000년대의 이미지가 다른가?
해외에 나가 중국인이나 일본인이냐는 질문을 받거나 1950년의 한국과 2011년의 한국을 동일시하면 살짝 울컥하면서도,
우리 또한 같은 짓을 하고 있다. 나 또한 이 만화에서 스키타러 가는 이란인들을 보고 깜짝 놀랐었으니까.
이란인과 이라크인들, 그리고 이란인 한 명 한 명을, '중동'이라는 해괴한 명칭으로 뭉뚱그려오지 않았던가.
이 책의 힘은, 이란인 여성의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로 '이란의 내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저항'에 대한 작가의 '미시적' 관점을 보라.
1990년, 위대한 혁명의 이상과 민주화 운동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1980년부터 1983년 사이, 정부는 너무나 많은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감옥에 넣거나 처형했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감히 정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의 투쟁은 조용했다. 투쟁은 사소한 부분에서 이루어졌다. 우리의 지배자들에게는 별 것 아닌 것도 국가 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었다. ...... 정권은 잘 알고 있었다. 집을 나서면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내 바지가 충분히 긴 건가?', '베일이 잘 씌워졌나?', '화장한 게 너무 진한가?', '나를 채찍으로 때리면 어쩌지?'... 더 이상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나의 사상의 자유는 어디 있지?', '나의 언론의 자유는?', '내 삶은 살만한 걸까?', '정치범들은 어떻게 된 걸까'...
당연한 거다. 사람이 두려움을 가지면 분석과 사고의 개념을 잃게 되니까. 두려움은 우리를 마비시킨다. 그리고 언제나 두려움은 독재체제에서 억압의 원동력이다. 그래서 머리를 보이게 하거나 화장을 하는 것은 당연히 저항의 행동이 된다.
독일이나 러시아나 일본이나 대한민국이나 똘아이 극우나 극좌가 존재하듯이 저 곳에도 근본주의자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저항하는 이들이 어디에나 존재하듯이, 저 곳에서도 저항이 존재한다.
역사적, 정치적, 여성사적 맥락 그 모든 부분에서 가치가 있는 만화.
작가가 영향을 받았다는 아트 슈피겔만의 '쥐'에 비견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