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리정애의 서울 체류기 평화 발자국 7
임소희 글.그림 / 보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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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던가. 대학원에서 윤건차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는 재일조선인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당시 강의하던 대학에서도 강의 하나 정도는 재일조선인에 대한 내용으로 할애했고, 관련 다큐나 영화도 찾아봤다.

이 책도 재일동포 리정애라는 분의 서울 체류기. (실은 이분을 직접 뵌 적이 있긴하다. ㅋ)

어떨 때는 '민족'이나 '공화국'에 대한 환상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재일동포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다.)

 

친구와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간다면?

 

"난 조선인이야."

"뭐?"

"...괜찮아. 같은 사람인데 뭘 또 그런 걸 굳이 얘기하고 그래."

 

소수자, 라고는 하지만 대체 몇 명이어야 소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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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묘지 문화기행 - 죽은자의 도시에서 삶을 돌아보다, 서해컬처북스 11
박태호 지음 / 서해문집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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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읽다보니 알게 됐는데, 지난번에 읽었던 '장례의 역사'도 이 책의 저자가 쓴 것이었다.

그리고 최근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에 기부금까지 내가며 얻은 '서울 장묘시설 100년사'도 이 저자의 책.

그만큼 저자는 공무원이라는 신분으로 열정을 가지고 이 분야에선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은 세계의 묘지를 탐방하며 그곳의 상황과 특징 등을 가볍게 에세이 식으로 적어나간 책이다.

물론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답게 관심이 나와는 좀 방향이 다르긴한데, 내가 직접 접하기 어려운 것들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실질적으로 화장이 해금된 것은 1976년이고, 2000년대 들어서야 화장률이 30%에 들어섰다는 것.

프랑스에서도 화장은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장법이라는 것. 공식적으로 사법권을 가진 묘지 경찰제가 있다는 것.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부근의 '콜마'라는 도시 등등. (이 도시의 면적 중 묘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73% 정도)

 

에세이식으로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저자의 감상이 가감 없이 적혀있어 2차 텍스트로서 오히려 재미가 있었다.

예를 들어 "도무지 외관상으로는 장례식장으로 보이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

(그렇다면 '장례식장으로 보이는' 이미지란 어떤 것이길래?)

또 다음과 같은 장면도 꽤 인상적이다.

 

  그런데도 일본이나 우리나라와 같은 동양에서는 이런 시스템은 아직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사람의 시신을 태운 열로 난방까지"라는 정서적인 거부감 때문이다. 그런 거부감을 독일 사람들은 에너지의 합리적인 이용이라는 검약정신을 내세워 극복하고 있다고 보아도 조금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문제를 가지고 서울 시립화장장에서도 몇 번 검토한 적이 있었고, 일본에 갔을 때에도 화장장관계자들과도 진지하게 토론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사람들의 정서상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에 도달할 따름이었다.

 

이런 차이를 단순히 동서양의 차이로 나눌 수 있는지는 조심스러움이 요구되지만, 어쨌거나 특이한 부분이긴 하다.

 

'공무원'이라는 그 특유의 선입견을 넘어서 저자의 성실함과 관심이 느껴지는 책.

얼른 서울장묘시설100년사를 훑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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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행군 - 대성당의 비밀/정복자의 군대/아른의 복수
장 클로드 갈, 장 피에르 디오네 외 글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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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동안 그렸다는 이 작품은, 그 자세한 표현력이 마치 석판화를 보고 있는듯한 인상을 준다.

맨 뒤에 김정란 교수가 쓴 것처럼 심오한 내용을 쉽게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인 구스타프 도레의 작품을 보는 느낌.

바다 위에 떠있는 대성당 건축과정이나 완성된 대성당의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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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와 광대 - 중세 교회문화와 민중문화 현대의 지성 133
유희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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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교회문화와 민중문화'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지배 이데올로기가 당시의 '현실'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또한 중세에서 '민중문화'라는 말은 '하층계급의 문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세속문화'를 의미하는 것임을 강조함과 함께.

비록 1부는 기존 논문들을 모은 것이라 통일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몇 가지 흥미있는 화두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도덕체계는 '이웃과의 친밀성'과 '긴밀한 상호성'에 기초한 유서 깊은 농촌 공동체의 자율기제, 말하자면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작은 공동체에서 상호주체적인 '이웃의 시선에 대한 내면화한 의식'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에 의해 작동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마을 사람들의 에토스와 아비투스에 동시에 작동한 도덕체계는 교회가 내면화시키고자 했던 전지전능한 하나님에 대한 '죄의식'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기독교 이전부터 면면히 이어온 유서 깊은 농민 공동체적 '수오지심'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예화는 교화적 담론에서 사용될 때 화자와 수용자(청중) 사이의 수사적 상황을 포함한다. 설득을 전제로 한 수사학적 맥락에 자리한 예화는 화자가 그것을 통하여 수용자에게 도덕적 규범을 내면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한편, 화자는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용자의 기대지평과 역(逆)통제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예화는 기술=성직자(문자해독자) 문화, 구술=민속(문맹자) 문화라는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 이 양자가 상호작용하고 삼투하는 '언어 수행'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특히 후자의 경우, 꼭 중세만이 아니더라도 각 집단의 전략을 읽어낼 때 중요한 관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또 어쩔 수 없이 나의 관심사가 그러한지라, 1부보다는 2부에 더 관심이 갔던 것이 사실.

2부의 제목은 '타나토스에 대한 교회권력과 영생전략'으로, 역시 죽음과 관련된 저자의 박사논문이다.

'유언방식은 당시의 사회와 죽음의 이미지를 증언'한다는 저자의 지적은 앞으로의 연구'꺼리'를 생각하게끔 한다.

 

중세에 유언과 같은 임종의식이 사사로운 것에서 공적인 것으로 전환했다고 보는 관점.

아동을 죽음으로부터 격리시키고 임종장소가 가정에서 병원으로 이동되며,

"현대사회에서는 노령과 죽음 같은 타나토스가 억압되는 대신, 젊음, 건강,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적인 에로스가 죽음을 감추는"

'금지된 죽음'의 양식이 만들어졌다는 건, 아리에스의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엘리아스의 지적대로 이런 '낭만적' 혹은 '상고주의적' 관점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유언은 후대로 갈수록 고독과 소외되고 있다거나 죽음의 일상성과 편재성 때문에 과거의 죽음은 '감수하는 죽음'이었다는 관점은

과거를 지나치게 '미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렵다.

일상성과 편재성 때문에 죽음의 공포가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건 비약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논문주제와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몇 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도 있겠다.

"죽음"의 관리는 권력의 최종 통제 영역이며, 가장 사적인 영역이지만 공적영역으로 치환이 가능할 때 상당히 유용한 영역이라는 점.

때문에 중세 교회가 민간의 풍습이 기독교식 장례식과 상충하기에 임종과 매장 사이의 기간을 가급적 단축하려 했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또 권력에 의해 통제되어 창출된 '묘지'라는 공간이 가지는 '공간적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도 있겠고

망자의 개입가능성이 높았던 중세와 식민지 조선을 비교해서 생각해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대도시의 외래인은 조성을 덜 찾는 '뿌리 뽑힌 사람들'"이라는 분석도, 재조 일본인들을 보는 관점으로 적용이 가능할 듯.

그밖에 연옥의 생성이나 천국이나 지옥의 이미지 전략 등도 흥미롭지만, 당장 이것을 논문과 연결짓기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심성사'와 같은 부분에도 관심이 가는 편이지만, 이것을 논문의 중심방향으로 잡는 건 어려운 일 같다.

차후에 단편적인 논문을 쓸 때 참고는 할 수 있겠지만(특히 죽음의 '공공화'가 되려 개인의 고독을 낳는다는 건 재미있는 주제다).

 

많은 국내 서양사 관련 책들이 그러하지만, 저자만의 독특한 주장은 적어서 그 점이 아쉽다.

하지만 이런 단행본 자체가 거의 나오지 않은 현실을 생각하면, 의미가 있는 책이다.

 

보벨의 책은 번역이 안되나? 꼭 보고 싶은 책이긴 한데, 불어... ㅠ.ㅜ 영어로라도 번역본이 있으면 꼭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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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mplete Peanuts 1961-1962: Vol. 6 Hardcover Edition (Hardcover) Complete Peanuts
Schulz, Charles M. / Fantagraphics Books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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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쁜 피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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