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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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몽을 꾸고 싶지 않으세요?"

"내용을 미리 아는 건 재미없거든요. 영화도 그렇고 사는 것도요. 스포일러는 딱 질색이에요."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하진 않나요?"

"전혀요. 오히려 미리 안다면 정말 불행할 거예요. 좋은 미래를 본들 그게 진짜라는 보장도 없는데 괜히 나태해질 수도 있고요. 그대로 되지 않으면 좌절감만 커지겠죠."

"다들 자신의 최종 목적지를 궁금해하시던데 손님은 그렇지 않다는 말씀인가요?"

이번에는 웨더 아주머니가 질문했다. 페니가 보기에 웨더 아주머니와 달러구트는 지금 굉장히 들떠 있는 상태였다.

"목적지요? 사람은 최종 목적지만 보고 달리는 자율 주행 자동차 따위가 아니잖아요. 직접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고 가끔 브레이크를 걸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제 맛이죠. 유명 작가가 되는 게 전부가 아닌걸요. 전 시나리오를 쓰면서 사는 게 좋아요. 그러다가 해안가에 도착하든 사막에 도착하든 그건 그때 가서 납득하겠죠." - P116

"모두들 잘 먹고, 잘 자고, 좋은 꿈 꾸십시다!" - P193

"여러분은 언제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십니까?"

그가 숨죽이고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대화하듯 말을 건넸다.

"여러분을 가둬두는 것이 공간이든, 시간이든, 저와 같은 신체적 결함이든…. 부디 그것에 집중하지 마십시오. 다만 사는 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그 과정에서 절벽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위태로운 기분이 드는 날도 있을 겁니다. 올해의 제가 바로 그랬죠. 저는 이번 꿈을 완성하기 위해 천 번, 만 번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꿔야 했습니다. 하지만 절벽 아래를 보지 않고, 절벽을 딛고 날아오르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 독수리가 되어 훨훨 날아오르는 꿈을 완성할 수 있었죠. 저는 여러분의 인생에도 이런 순간이 찾아오길 기원합니다. - P224

"영감이라는 말은 참 편리하지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대단한 게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결국 고민의 시간이 차이를 만드는 거랍니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지, 하지 않는지. 결국 그 차이죠. 손님은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했을 뿐이에요." - P241

"깨달음에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지."

달러구트는 프런트에 쌓여 있는 카달로그를 정리하고 있었다.

"‘타인의 삶’을 꾸고 나면 어떤 꿈값이 도착할까요? 전 다른 사람의 삶을 보면 부러워서 열등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우월감이나 안도감을 느끼기도 해요."

페니는 여러 상황을 떠올렸다. 좋은 가게에 먼저 취직했거나 집이 잘사는 동창생을 떠올리기도 하고, 변두리 하역장에서 일하는 아이를 보며 ‘그래도 내가 쟤보단 낫지.’라고 생각했다가 부끄러웠던 기억도 떠올랐다.

"페니, 나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고 믿는단다. 첫째, 아무래도 삶에 만족할 수 없을 때는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페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쉬워 보이지만 첫 번째 방법보다 어려운 거란다. 게다가 첫 번째 방법으로 삶을 바꾼 사람도 결국엔 두 번째 방법까지 터득해야 비로소 평온해질 수 있지."

"어떤 방법이죠?"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것. 두 번째 방법은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지. 하지만 정말 할 수 있게 된다면, 글쎄다. 행복이 허무하리만치 가까이에 있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지."

달러구트가 알아듣기 쉽게 차근차근 말했다.

"난 손님들이 2가지 중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터득할 거라고 믿는단다. 그러고 나면 아주 귀중한 감정이 꿈값으로 도착할 테지."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느긋하게 기다려 보지 않겠니? 그리고 그때 ‘타인의 삶’을 정식으로 출시하도록 하자꾸나."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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