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읽은 책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책은 1. 앤 버지스의 살인자와 프로 파일러 2. 그레첸 바크의 그리드 였다.
1. 영화나 드라마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넷플릭스의 마인드 헌터를 시즌 1 밖에 보지 않었다.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쓴 책들을 읽었던 이유도 있었고, 이상하게 나이가 들면서 나 같은 경우는 영상보다는 글이 편해 영화나 드라마 보느니, 책 읽는 게 낫지 싶어서이다.
기억하기로는 마인드헌터 시즌 1에서 앤 버지스는 끝무렵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데, 이 때 앤 버지스의 등장이 구색 맞추기인 줄 알았다. 남자 주인공들의 비중이 커서 여성출연자 한명 보조 정도로 출연 시킨 줄 알았는데(제 기억에는 살인자들의인터뷰나 마인드헌터 책에는 앤 버지스의 활약이 없습니다), 앤 버지스의 프로파일러 초기 시대의 회고록을 읽으니 앤 버지스가 어떤 역활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존 더글러스나 로보트 레슬러는 사건 해결 과정에서 프로파일링 기법이나 사건 진행과정 그리고 범인의 배경, 살해 동기나 범인에 대한 후속 이야기들이 중점이다보니 FBI 내부에서의 갈등이나 자리 잡는 과정등은 서술하지 않었는데,
앤 버지스 같은 경우는 FBI 외부 사람이고 교수이다보니, 프로파일링 기법이 초기 FBI에서 어떤 대접을 받었는지(혹은 어떻게 하찮은 취급을 당했는지), 연쇄살인범의 프로파일링 기법이 사건 해결에 어떤 경우는 결정적인 역활을 하면서 FBI 수뇌부가 프로파일링을 정식으로 부서로 도입하는 과정을 잘 담아냈다. 솔직히 나는 로버트 레슬러나 존 더글라스의 작품보다 앤 버지스의 작품이 휠씬 그 때의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어서 두 작품 읽기 전에 앤 버지스의 작품을 먼저 읽는 것을 추천한다.
앤 버지스가 FBI 외부 요원으로 들어간 계기는 한 편의 논문이었다. 그것도 그 시대의 학문적 경향과는 전혀 다른 강간가해자에 관한 논문이 FBI의 요원의 눈에 띄어 프로파일링팀과 합류하게 되었다.
70,80년대만해도 강간피해자들은 사회 통념상 강간 당했다는 것을 드러내지 않었고 피해를 당했다고 주변에 알려진 강간피해자들이 주변의 시선에 못 이겨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조차 그들은 의사나 간호사들에게 위로나 이해 받지 못했다. 그런 기조에 반발해 앤 버지스가 간호 실습을 위해 주립병원에서 일하는 동안에 한 강간피해자를 위로하기 위해 그녀를 따라다니는 과정에서 자기를 그만 따라 다니라는 말을 듣고 순간 자신이 그녀에게는 폭력범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 후 그녀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간가해자들을 연구한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강간피해자의 심리나 트라우마 혹은 치료 목적이 아닌 강간가해자의 입장에서 논문를 쓴 다는 것자체가 공장히 획기적인 관점이어서, 주변 반응은 쓸데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논문 시도조차 이해하지 못했고 커리어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조언을 무시하고 그녀는 인간의 이상 행동에 가해자의 관점에서 분석한 논문(?)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논문이 FBI 요원의 눈에 띄어 그녀는 연쇄살인범의 프로파일링 팀에 합류하게 된 것이었다. 사실 70,80년대가 지금에 비하면 그렇게 똑똑한 시대는 아니였고 막 학문의 다양성이 꿈틀대던 시기가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꿈틀대던 시작을 앤 버지스같은 사람들이 다른 관점에서 뭔가를 보기 시작하고 연구하고 이론을 현실에 도입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연 것은 아닐까 싶다.
2. 읽다보면 어떤 문제에 대해 진짜 여러 관점을 가진, 설득력 있는 대단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게, 개인적으로 강력하게 법 처벌을 해야한다고 생각한 촉법 소년법에 대해서는 앤 버지스의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생각해 봤을 정도였다. 촉법소년을 강하게 처벌하는 것보다 기본적으로 사법시스템을 바꾸고 소년범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닐까로생각이 바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