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몸무게에 충격을 받아서(솔직히 한달 전에 56kg 가리키는 거 보고 무서워서 몸무게 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금 상태는 아마도 야노쉬의 책 제목처럼 "난 커다란 털북숭이 곰이다"이다. 겨울 외투 입으면 이건 완전히 한마리의 곰이다.) 집 주변에서 한 시간정도 걷기운동하는데, 걸을 때 mp3가 있어서인지 걷는 게 즐겁다. 걸을 땐 댄스음악인 테크노 음악을 들으면 흥겨워 걷는 게 들썩거려 가볍겠지만, 개인적으로 락이나 팝을 좋아해서 대체로 mp3에 수록곡들도 거의 다 락이나 팝. 작년에 남동생이 한번 들어보라고 다운 받아 수록된 곡 위주로 듣는데, 완전 필 꽂혔다.
1.
Nobody knows you when you're down and out.
개인적으로 정통블루스 음악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 블루스락은 좋아한다. 에릭 클랩튼이 MTV unplugged 에서 부른 Nobody knows you when you're down and out . 보컬리스트로서 에릭 클랩톤의 음색은 그렇게 넓은 편이 아니지만(어떻게보면 참 편안해서 단조로운), 블루스 곡임에도 불구하고 음을 드래그하지 않고 자신의 락 스타일로 불러 역시 에릭 클랩튼스러운 곡이다라고 생각했다. 이 곡의 백미는 중간의 클랩튼의 기타세션과 피아노 반주로 거의 죽인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라서 세션맨들도 거물 정상급이구나 싶은. 피이노가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라서..참...이런 최고의 기타리스트가 요즘 아이들에겐 단지 tears in heaven을 부른 가수로만 알려져 있는 게 안타까울뿐.
2.
Head over feet
Alanis Morissette이 지금도 활동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90년대 그녀의 첫 데뷔작인《Jagged Little Pill》 인기는 미친 듯 했다. 암, 미쳤지. 이쁜 외모는 아니지만(지금 검색해보니 얼굴 뜯었네), 그녀의 깔끔한 목소리에는 힘을 잔뜩 모아 악물듯이 분노에 찬 것처럼 노래하는, 파워풀한 보컬이 매력적. 이 노래 들으면서, 20대 시절에 여기저기 오퍼상 돌아다니다가 마지막 오퍼상 그만두면서 버스에서 이 노래 들으면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사실 그렇지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다가 다시 이 노래 들으니 그 때의 세상에 대한 절망감을, 나이 들어 환기해 냈을 때의 그 기분 묘했다.
3. the battle of Evermore
워낙 시대를 불문하고 중요하고 유명한 앨범이라... 10대 시절 LP로 들었을 때는 에버모어전투라는 이곡이 그렇게 안 들어오더니 깨끗한 시디로 지미와 페이지가 mtv unplugged 에서 불러 다시 들으니 만돌린과 플랜트의 고음 조화가 너무 멋지다. 간혹 남들은 소음이라고 생각하는 락음악을, 나는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졌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 우리 아이들도 자라면서 이런 앨범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봐야하는데.. 난 내가 락이나 팝을 좋아해서인지 아이들도 테크노사운드보다는 락을 먼저 들을 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런 음악 듣는다고 말릴 생각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도 아들냄이 빅뱅포스터 사 오더라.
4. Hallelujah
미드 콜드 케이스의 엔딩곡으로 나와서 알게 된 곡인데, 수사팀들이 사건해결을 하고 바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 흘러나왔던 곡으로 그 장면하고 음악이 맞아 떨어지면서 한 순간 완전 필 꽂혔던 곡이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원래는 레너드 고헨이 부른 곡을 제프 버클리가 리메이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 곡 들으면 분위기가 숙연해지면서 콧끝이 시큰해진다. 내가 알고 있는 할렐루야 곡중에서 최고의 곡. 이 젊은이가 요절했다고 하니....
5. hurt
원곡은 나인인치테일즈의 곡을 자니 캐쉬가 리메이크한 곡. 음악 장르중에서 가장 싫어하는 컨트리 뮤직이지만, 자니 캐쉬만은 예외. 그의 진가를 알 게 된 것도 이 노래 hurt를 통해서인데, 컨츄리가수로서 그가 미국사회에 끼친 영향력은 대단하다고 한다. 이 노래는 뭐랄까,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이, 자신이 살아온 지난 날을 후회하며 회환과 슬픔으로 읊조리다가 감정의 클라이맥스가 치달았을 때의 자기 고통이 느껴진다고 할까. 이 곡도 기타가 일품.
mp3, 걍 집에서 듣지 그거 돈 아깝게 뭐하러 사냐고 할 때도 있었다. 나이가 들어도 대세를 거스를 수가 없는 법. 지금은 음악 듣는 취향이 비슷한 동생(일단 지금은 동생이 음악을 더 많이 아니깐)이 다운 받아 주거나 내가 맥스짱이라는 사이트에 가서 운동 할 때 들을 음악 다운 받는다. 재작년만해도 음반만 팔던 아마존도 작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음원사업에 뛰어들더라. 아마도 알라딘도 언젠가 이 음반들과 함께 음원만 따로 팔겠지. lp판 없어졌을 때도 충격이지만 시디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빠른 테크놀로지의 발달 덕택이겠지만, 뭔가 아쉬움은 남는다. 음반 기획자들은 히트될 만한 곡만 팔 것이고 뮤지션은 자신들의 음악적 성장을 남길 기록도, 그들만의 음악정신도 없어 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명 일러스트 작가도 거드는 artwork이라고 불리는 음반표지도 사라지겠지. 편리함때문에 사라지는 것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