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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만나러 갑니다 - 행복한 고양이를 찾아가는 일본여행
고경원 지음 / 아트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월급쟁이의 월급이란게 딱 한달만 살게끔 나오는 것이라서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한다. 치솟는 전세금 마련하는 것도 힘에 부치는 요즘엔 더욱 더 그렇다. 전세금 그게 어디 일이천 올랐어야 말이지. 몇 천만원씩이나 오르니 감당이 안된다. 아, 또 오래된 아파트를 가야하나, 라는 생각에 절로 기운이 빠지는 요즘이다. 근데 참, 요상도 하지. 나이가 들수록 여행이 가고 싶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예전엔 돈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여행갈 만한 돈이 있다면 미련없이 예약하리라. 낮 시간대에 J-Channel에서 해 주는 일본여행을 많이 봐서 그런가.
난 많은 종류의 책을 사지만 지금까지 사 본 적이 없는 책들이 있다. 웃기게도 요리책과 여행서. 요리는 뭐 그런대로 부엌 살림 하다보니 절로 터득하는 것도 없지 않아 인터넷 레시피에 기존의 내 요리 감각을 더하면 먹을 만 해서고 여행서는 글이 좋지 않아서 사지 않았다. 내가 책을 사는 기준은 글을 잘 써야한다, 는 기준이 있다. 오프 서점가서 본 여행서들 대부분이 내 기준에 맞는, 적절히 배치된 사진과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쓴 여행서라기보다는 사진이 중심이 된, 허섭한 글이 난립하는 여행서가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허영심은 어떻고.
그러다가 여행은 가고 싶은데, 무작정 떠날 수 있을만큼의 돈은 없다보니 여행의 욕구를 채워 줄 수 있는 대리만족이 여행책이다 싶어, 요 근래 제법 여행서를 사 들여 읽고 있는데, 최근에 읽은 <일본의 작은 마을>이란 책은 실망스러웠다. 글솜씨는 꽝이고 볼만한 사진은 코딱지만큼이나 작고 글자는 누굴 위해서 그리 작게 뽑았는지, 작은 글자를 읽다보면 눈이 피로하고 빡빡해 읽기 힘들어 중간 정도 읽다가 내려 놓았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본 책이 이 책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였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고양이마우스 패드 준다고 하길래, (마우스 패드가 필요하기도 하고) 일본의 길고양이에 대한 글이 호기스러워 냉큼 주문을 하고 받은 다음 날 반나절만에 다 읽었다. 이 책의 장점은 사진을 크게 뽑은 것 그리고 활자가 큼직해서 부담스럽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게다가 고경원이란 작가 제법이다 할 정도로 글을 잘 쓴다. 아는 것도 많고. 추천서에 스노우캣의 작가 권윤주씨가 이런 말을 한다.
새로운 꿈이 생겼다. 이 책을 들고 고양이 여행을 떠나는 꿈. 야나카도에서 나의 고양이 인형을 주문하고 고양이 인력거를 타고 고양이 역장도 만날 것이다. 고양이 택배회사의 자취도 찾아야지. 물론 지은이가 그랬듯 길고양이를 만날 때마다 마음 한 조각 나누어 주는 것도 잊지 않을 것이다. 할 일이 이렇게나 많아졌다. 내가 이 책에 얼마나 고마워하고 있는지 지은이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오홋, 어쩜~ 내가 이 책을 읽고 딱 하고 싶은 말이었다. 어떤 사명감이나 당위성을 가지고 일본길고양이를 찍었다기 보다 좀 다 가벼운 문화적 여행서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저자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야나카의 고양이 명소중에서 카페겸 공방인 넨네코야. 저자에 의하면, 저 신이치라는 저 고양이는 새끼고양이때 심하게 눈을 다쳐 버려진 것을 넨네고야 주인에게 구조되어 목숨을 건진 고양이라고. 지금은 넨네코야 카페의 유명한 윙크 고양이라고 한다. 원래 저자는 여행서의 목적을 위해 이 글을 쓴 것은 아니었지만 집필하는 과정에 여행서의 성격을 갖는 것도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친절하게도 여행자들을 위한 약도를 그렸다.
고양이 예술가를 위한 갤러리, 야나카의 캘러리 네코마치의 고양이 조각상
저자가 고양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쫓아가 방문했는데, 그 중에 한곳이 바로 와치필드. 와치필드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일 것이다. 이케다 아키고의 유명한 고양이 다얀이 살고 있는 곳.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인기 없는그림책이고 캐릭터지만 군데군데 다른 지면을 읽어보며 일본내에선 한 때 인기가 엄청 났던 곳이라고. 사실 나도 여기 저자가 운영하는 와치필드 마을 한번 가보고 싶었다.
여기가 그 유명한 다치바나의 고양이 건물도 갔다오고, 내부는 뭐 공개 안 한다니깐........
지브리 미술관의 고양이버스도 직찍
사실 이 책의 매력은 길고양이들의 나릇한 일상을 담아놓은 것이 아닐까.
일본 출판사들은 애완고양이에 대한 책도 출간한다나,뭐라나.
모리 아자미노의 일본원서는 아주 작은 판형의 세권짜리 분권으로 되어있는 일러스트 그림책이었다. 내가 이 작품을 2년전에 교보에서 보고 운에 맡기겠다, 는 맘으로 덥석 비싼 원서를 사고 말았다. 그런데 작년에 번역서로 나오다니. 흑흑.
저자가 문화적으로 많이 알아서 그런지 그를 따라 간 이번 지면 여행은 헛개가 아니었다. 꽤나 유익했다고 해도 빈말이 아니다. 시원하게 잘 빠진 고양이들을 담은 사진만으로도(일본의 한적함과 어우러져) 이 책은 한번 잡으면 절대 놓지 못할 매력덩어리의 책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고양이같은 매력을 담고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