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과학논쟁 - 과학과 사회, 두 문화의 즐거운 만남을 상상하다
강윤재 지음 / 궁리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파편화된 나의 과학지식을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여성적 관점에서 체계화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과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과 시각을 얻었다. 작가는 주요 과학사에 나타났던 여러 논쟁을 역사적으로 조명하고 그 과학적 발견이 가져온 사회적 파장과 문화적 영향력, 그리고 과학 기술의 파급 효과가 우리의 현재 인류에 어떤 영향이 미칠 것인지 진지하게 말하고 있다.

 

특히나 나는 갈릴레오의 종교재판이란 논쟁을 통해 종교를 문화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고 부버의 글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작가의 언급에 놀랬다. 지금까지 나는 종교를 문.화.적.이란 카테고리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종교에 관심이 없어서 종교란 권력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알고 있었기에, 종교를 문화적으로 해석하고 새로운 시각을 던져준 논쟁의 서술 덕에 더 넓은 시야를 얻는 것 같았다.

 

사실 이 책은 초반의 과학사적인 논쟁보다 말미에 작가가 문제 제기한 11장, 우주개발과 로켓 : 꿈의 실현인가, 강대국의 패권 다툼인가?--거대과학과 과학의 규범체계, 12 자과학자의 길 : 조국애인가, 인류애인가?--과학과 전쟁, 그리고 평화, 13장 여성과 과학의 거리두기 : 누구의 책임인가?--과학과 젠더 그리고 14장 우리에게 과학기술이란 무엇인가?--과학기술의 민주화와 시민참여에 대한 논쟁은 깊이 공감하고 새겨둘만하다. 아마 나는 이 말미의 장을 계속해서 읽으면서 따로 나만의 생각 그것이 작가의 공감이든 비공감이든 페이퍼로도 올릴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은 저자가 대학에서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주제로 한 수업에서 미리 정한 토론주제를 두고 찬성과 반대의 논리를 정리하여 발표를 한 것을 모아 펴낸 것인데, 이런 논쟁을 교수와 학생이 벌일 수 있는 강의와 환경이 나이 들어 과학책에 도전하는 나는, 부러울 따름이다. 논쟁의 분위기가 치열했든 아니면 따분했든지 간에 이런 과학적 논쟁 강의가 우리 과학교육에 거름을 주고 영양분을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느 분야든 지식의 축적이나 이해가 없으면 흥미를 못 느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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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2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2-06-13 16:47   좋아요 0 | URL
넹~

파란놀 2012-06-12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 때에는 '논쟁'이라기보다 '생각을 끝없이 가꾸며 북돋우는 이야기잔치'가 되리라 느껴요. 아마, '논쟁'이 되는 말다툼은 뒷걸음으로 치닫도록 하고, '잔치'가 되는 이야기마당은 진보와 발전으로 이끌도록 하리라 느껴요..

기억의집 2012-06-13 16:50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과학 논쟁은 사실과 실험에 근거하기 때문에 결국 어느 한쪽은 패하게 되어있더라구요.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서 이론적으로 논쟁이 되었을 뿐, 절대적인 참이 발전하게 되어 있더라구요.

icaru 2012-06-12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보니까, 서재의 제목은 눈웃음(^^)이시고, 대문에 걸린 문구는 마침표(.) 세요.
염화시중하는 부처님 생각날라 하네~ ㅎㅎㅎ

기억님은 종교란 권력의 지배이데올로기,, 아,, 마 모님은 인민의 아편이라고 했었다죠...

일단 전요,, 과학과 젠더를 말하는 장이 가장 궁금해요 ^^

기억의집 2012-06-13 17:27   좋아요 0 | URL
저는 종교에 대해 잘 몰라서 염화시중 찾아볼께요. 집자체가 종교하고 거리가 멀어요. 부모님들도 무교여서..예전에 학교에서 뭐 나눠주면서 종교를 무엇을 믿는지 쓰는 난 있잖아요. 엄마한테 뭐라고 써?라고 물으면 무교라고 쓰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이 책 읽을 때 동시에 헤르메스님의 제목은 기억 안 나는데 리뷰가 화제의 글에 올라온 적 있거든요. 그 때 그 리뷰에서도 종교를 문화적으로 봐서 서구 지식인들에게 종교는 이제 사회적 문화적 관점으로 보는구나 싶었어요. 저는 아시다시피 무교여서 종교를 권력의 이데올로기로 보거든요. 종교의 탈을 쓰고 권력이 중세를 지배했다고 생각해서리~

과학과 젠더는 여성과학자에 대한 이야기에요. 저도 학교 다닐 때 수학 과학 이과 과목에 취약했는데, 아니 아예 포기 했거든요. 주류 과학계를 거의 남성이 지배한다네요. 울 딸도 수학이라면 질색인데... ^^

노이에자이트 2012-06-12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자는 사회문제는 몰라도 된다고 속단하는 사람들이 이런 책을 읽어야겠네요.

기억의집 2012-06-13 16:5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예전에 과학은 신세계로 가는 지름길인가?라는 책을 읽어보니, 순수과학자는 없다고 합니다. 먹고 살 기반이 없어서. 오늘 날 과학자들은 기업의 이익에 다 묶여 있다고 하네요. GMO식품이 괜히 나온게 아니라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자가 이런 말을 해요. 유전자 조작 식품을 만들어 기업이 이익을 내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비판하는 세력이 있어야한다고요~

2012-06-12 2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13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13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14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14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14 1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2-06-1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올리신 리뷰 길이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일단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저 지금 집에 들어왔고요, 들어오자마자 육포에다가 맥주 마시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잠자면 안 됩니다, 살찌잖아요, 흑
이 나이에도 몸매에서 벗어날 수 없다니, ㅠㅠㅠㅠㅠㅠ
저 좀 위로해줘요, 근데 맥주 한잔하니 아리리 하지만 기분은 좋아요, 아침에 이 댓글 다시 읽으면 얼굴이 화끈해지겠지만, ㅎㅎㅎ


아침에 다시 댓글 보니 화끈하긴 하네요,^^;
술 먹고 단 댓글이라 오타 발견하고 다시 수정, 으ㅡ~~~진짜 민망, ㅠㅠ

기억의집 2012-06-13 17:15   좋아요 0 | URL
뤼야님~ 큭큭 제가 보기엔 마르셨어요. 더 찌셔야됩니당~
육포는 코스코에서 파는 궁이 최고던데, 이러시니깐 저도 맥주 마시고 싶어요. 시원한 하이트 한잔~ 좀 전에 뤼야님 서재에 갔다왔는데, 피곤하시죠?~
그래도 잭슨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저는 이제 길게 안 쓰려고요. 혹 길어질지도 모르겠지만, 긴 글 읽을 때 저도 힘들더라구요.
뤼야님, 저도 오타 많고, 노트북키가 잘 안 눌러져서 나중에 보면 오타 수두룩하더라구요^^ 그러니 화끈 안 하셔도 됩니당~

scott 2012-06-15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목차만 훝어봐도 놀랍고 강의실 토론 주제였다는 사실이 정말 부럽네요.
한권의 책으로 전보다 더깊고 넓어진 시야를 갖게 하는것 만큼 보람되고 유익한것이 없는것 같아요.
기억의 집님, 이런글,리뷰 너무 소중하네요.^.^

기억의집 2012-06-15 18:55   좋아요 0 | URL
스캇님, 별 말씀을~
좋겠더라구요. 이런 강의를 준비하고 듣는 학생들은. 과학책들도 이천년대가 넘어와서 이렇게 활발하게 출간되고 그런 것 같던데. 가만보면 80,90년대 생들은 축복받은 세대들이에요. 좋겠더라구요. 흐흐.
 
과학의 천재들 - 과학사를 송두리째 바꾼 혁명적 발견 22가지
앨런 라이트먼 지음, 임경순 외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렇게 멋진 책을 내준 원저자, 역자, 출판사 그리고 이 책과 관련된 모든 분들에게 넙죽 감사의 큰 절 올린다. 20세기를 바꾼 과학자들의 주요 원전 논문이 실려 있어, 보물들이 들어 있는 과학도서의 필독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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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2-05-31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저도 과학사 관련저서가 몇 권 있어요.문과 출신들에게 권하고 싶은 분야죠.

기억의집 2012-06-01 18:21   좋아요 0 | URL
과학사가 관련 책들 중에서 단연 최고에요. 최고~ 물론 어느 정도 과학 지식이 있어야 이 책 읽을 때 감칠맛이 나긴 하겠지만, 문과든 이과든 강력 추천해주세요. 이런 책은 많이 팔려야해요.

군자란 2012-06-0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 땅기긴 하는데! 요즘에 지출이 좀 과해 망설여지는데요! 고민입니다.결국은 시간이 문제지 주문을 해야지요^^^

기억의집 2012-06-01 18:25   좋아요 0 | URL
저는 가랑이 찢어지고 있습니다. ㅋㅋ 군자란님, 이 책 꼭 사셔야해요. 꼭요. 이 책 뒤적이다가 원논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심마니들이 심봤다~ 외치는 것같은 벅찬 감정을 느낄 정도였어요. 우리나라는 유명 과학논문이 거의 번역되지 않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상대서이론도 원논문이 없다고 알고 있거든요. 군자란님 저한테 낚이셔야합니다. ^^

icaru 2012-06-01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마구 동~~~하네요! 장님 코끼리 만지는 제 수준을 쬐금이라도 끌어올려 줄 수 있을 법한 기대감이 들고.

기억의집 2012-06-01 23:32   좋아요 0 | URL
이카루님, 이 책은 정말 세상의 금은보화 그 이상의 책이여요. 저는 이 작가의 아인슈타인의 꿈을 읽고 뜨악==;; 해서 이 책도 그저 그려려니 했다가 심봤다를 외쳤어요. 나중에 20% 할인 되면 그 때라도 꼭 구입~ 하셔요^^

책읽는나무 2012-06-10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완전 기억님 흥분하신 기운이 여기까지 느껴집니다.
꼭 읽어봐야겠어요.
이런 책들은 정말 긴장 많이 되던데..
암튼..주먹 불끈.
손가락에 힘주어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기억의집 2012-06-10 17:37   좋아요 0 | URL
나중에 민군이나 둥이들이 클 때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주세요. 정말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게 기적입니다. 왜냐하면 어디선가 읽었더니 처음엔 논문을 빼고 출판하려고 했다고 하더라구요. 흐흐. 그러니 그들의 노고를 위해서라도~

기억의집 2012-06-10 17:38   좋아요 0 | URL
근데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주말에 일찍 일어나세요. 저는 보통 10시경쯤 일어나는데...큭큭

책읽는나무 2012-06-11 06:48   좋아요 0 | URL
저 요새 호호할머니 라이프 스타일이에요.ㅋ
신랑이 새벽에 출근하는지라 보내면 6시 40분쯤??
일요일도 출근할때가 있어 출근시키고 혼자 다시 잠들기도 뭣하고 해서..ㅋ
대신 일찍 일어나는만큼 밤 10시를 못넘기네요.ㅠ

scott 2012-06-10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의 집님이 칭송하는 과학책은 100%신뢰!
이책 알려쥐지 않았다면 치나쳐버렸네요.
(번역자가 여러명이네요)
이런 리뷰 자주 올려주세요. ^.^

기억의집 2012-06-10 21:28   좋아요 0 | URL
아마 이 책 리뷰는 몇 년 걸릴 것 같아요. 책이 두껍고 과학사의 업적이 된 과학자와 원문논문을 실어서..이해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요.^^ 논문마다 번역자가 달라서 번역자가 많더라구요. 여러 사람이 나눠서 번역을 하긴 했어도 믿어야지요^^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
미우라 시온 지음, 오세웅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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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야자키 하야오가 너무 재밌어 두번이나 읽었다,라는 띠지가 붙을 정도로 애니로 만들기에 좋은 소재라는 생각이 든다. 독자인 내가 이야기를 읽으면서, 푸른 숲속을 배경으로 주인공과 다른 인물들이 어떻게 나무를 베고 심는지, 축제의 들썩임까지 그림이 그려질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내겐 어울리지 않는 소설이다.

 

10대 후반 청소년들이나 20대가 읽으면 나와는 다른 시각으로 재밌게 읽을 소설일지 몰라도. 주인공 청년의 낙천적인 성격이나 판타지적인 내용을 받아들이기엔, 내가 나이를 너무 먹었고 세상살이의 때가 너무 많이 쌓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작가의 캐릭터를 그려내는 역량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의 화자가 마치 19살 청년처럼 느껴지지 말이다. 이 작가의 다른 소설들과 구분하여 캐릭터를 따로 떼어 놓어 놓고 보면, 19살짜리 캐릭터 빙의가 완벽하다.

 

이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캐릭터에 대한 분석이 뛰어나서 이야기에 몰입하는데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이 작품이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  이 작가가 만들어내는 작품의 주제나 소재가 매번 색달라서 꾸준히 관심이 가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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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2012-05-25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살의 나이로 완벽 빙의가 가능할만큼 캐릭터를 잘 잡아낼 수 있는 것도 작가의 역량이죠. 왜 기억의 집 님도 낙천적이잖아요. 그런데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니 내용이 궁금한걸요^^

기억의집 2012-05-25 20:26   좋아요 0 | URL
문체가 딱 20대 연령이에요 이 작가의 다른 작품 안 읽으면 청소년 작가라 생각할 것 같아요. 지난 번에 비밀의 화원도 읽었는데 그 땐 여학생 캐릭터를 잘 묘사하더라구요. 놀라운 작가여요. 부러워요. 그런 재능. 울 언니가 빌려 갔거든요. 갖고 오면 줄께요.
받아 들기 힘들다는 것은.... 중년아줌마가 20대연령의 문체를 읽는 게 좀 버거웠어요. 캬~ 나도 이제 중년이네.

scott 2012-05-26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리뷰 동감!
이런 작가, 한국 문단에서는 나오기 힘들겠죠.^.^

기억의집 2012-05-29 20:56   좋아요 0 | URL
그렇죠. 작품의 질적 수준 차이는 많이 나지만 좋게 생각하면 다작이라 그런지
별의 별 작품 성향을 접할 수 있어 좋네요.

이제 한국작가 안 읽을 거에요. ㅋ~
 
내가 이야기하기 시작한 그는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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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소설가라면, 이런 소설을 써 보고 싶다, 고 말할 정도로 화자의 전환이 독특한 연작소설이다. 에피소드마다 화자는 내가 말하기 시작한 그인 역사학 교수 무라카와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거나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다.

 

작가는 소설의 소재나 아이디어를 정하고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 때 이야기를 풀어내는 화자의 역활을 그 무엇보다 신경쓸 것이고 중요시 할 것이다. 아가사 크리스티는 화자가 범인이다라는 신선한 접근법으로 독자를 경악케 했으며,  추리소설에서 범인의 유형을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독자에게 범인의 접근 반경을 넓힌 미스터리 작가이지 않던가.

 

이 책은 바람둥이 교수 무라카와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무라카와는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화자가 다 다르다보니, 그에 대해 어떠한 정보나 심층적인 내부 이야기는 피하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고통만이 전달되어진다.

 

나는 혼전순결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결혼후 순결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족을 구성하고 이끌어나가는데 있어 불륜은 부부 서로간의 믿음의 근간을 다 부숴 더 이상 안정된 토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배우자의 바람은 부인이나 남편의 심적 고통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자식까지 고통스럽게 해 가족의 붕괴를 가져 올 수 있다.

 

이 소설을 이끌고 가는 무라카와는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중국학을 연구하는 대학교수고 처자식이 있는 사람이지만,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이나 심지어 문화강좌에 수강하는 유부녀들하고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문화강좌에서 만난 오타 하루미란 여성과 같이 살기 위해 그는 이혼을 하게 된다.

 

첫번째 에피소드 <결정>은 무라카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그의 조교인 미사키가 화자가 되어 이끌어 나간다. 그는 무라카와의 부도덕한 처신의 내용이 담긴 학교당국에 보낸 투서를 가지고 그 투서를 혹시 그녀가 썼는지 알아내기 위하여무라카와의 아내를 찾아가 면담을 하면서 서서히 그가 어떤 인물인지 드러난다. 결국 그의 아내는 그의 바람기에 질려 이혼하기로 결정했다는 말을 듣는다.

 

두번째 에피소드 <잔해>는 무라카와가 강의하는 문화강좌에서 만난 유부녀의 남편이 화자이다. 데릴 사위로 들어가 장인의 사업체를 물려 받아 장인이 은퇴한 후에도 사업체를 더 탄탄하게 운영하고 있던 어느 날 그는 그의 아내가 문화강좌에서 만난 무라카와와 바람을 핀다는 것을 알아낸다. 바람핀 아내를 둔 배우자의 심리적 격분을 잘 그려내고 있다. 그는 아내와 이혼을 하지 않기로 한다. 독자는 그가 처한 상황이나 지위때문에 봉합되는 것임을 명백하게 이해하게 된다.

 

세번째 에피소드 <예언>은 무라카와의 아들이 화자이다. 부부중 어느 한사람만의 지속적인 외도는 이혼으로 끝을 맺을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상처 받는 사람은 자식들이다. 왜냐하면 이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시선이나 이해는 조감도적이 아니라 자신의 눈높이쯤이라 그들의 부모가 왜 이혼을 하는지, 싑게 납득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한차례 감정적 푹풍이 휘몰아치고 잠잠해지자, 그는 성인이 되어 부모가 이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를 다시 보지는 않겠다고 다짐한다.

 

네번째 에피소드 <수장>은 흥신소에서 일하는 남자가 화자이다. 그는 무라카와가 재혼한 유부녀 오타 하루미가 자신의 딸을 감시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감시한다. 다른 지역의 대학을 다니기 위하여 부모와 떨어져 사는 딸은 자신의 엄마에게조차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딸은 엄마가 계부인무라카와와 어떤 관계라도 가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자살을 선택한다.

 

다섯번째 에피소드 <냉혈>은 무라카와의 친딸 호타루의 남자친구가 화자이다. 그는 호타루와 결혼을 며칠 남겨두고 후타루에게서 자신의 의붓여동생이 왜 자살을 하게 되었는지, 항간에 떠도는 타살 의혹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부탁 받는다. 그는 젊은 시절 흥신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던 터라, 자신이 전에 일했던 신소 사장 에바다를 통해 의붓딸의 죽음이 자살로 결론 내린다.

 

여섯번째 에피소드 <귀가>는 다시 첫 에피소드의 화자인 미사키이다. 세월이 흘러 무라카와의 사망소식을 듣는다. 그 소식을 듣고 그의 장례식에 참석하는데, 무라카와의 장례식과 49제를 치르는 과정에서 그는 아내와 자신의 집을 들락거리는 고등학생 오카무라 사이를 의심해 어떤 결론을 내지 못하다가 정면으로 부딪혀 보기로 한다.

 

6개의 에피소드의 화자가 달라(물론 1,6번째 에피소드의 화자는 같지만), 무라카와가 왜 이혼을 결정하고 재혼을 하게되었는지, 재혼을 해 다시 꾸린 가정에서 그는 행복했는지, 과연 재혼가정의 의붓자식이 친자식보다 더 애틋했는지같은 아주 소소한 감정의 묘사나 심리적 묘사는 없다. 그래서  5명의 화자가 그에 대해 말하더라도 결코 그를 알 수가 없어서, 독자는 상상력과 추측(추리)을 보태야 할 정도로 이야기에 빈 틈이 많고 열려 있다.

 

독자인 내가 말할 수 있는 그는, 학문적으로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룬 학자라고 하더라도 덫에 걸려 든 야수와 다름없는 것처럼 보인다. 한 가정을 이루었음에도 책임질 줄 모르며, 다른 가정을 이루었다고 해도 행복이란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것이다. 사람에게 가정내 행복의 기준은 뭘까? 가정 내 행복이란 정의는 사람들마다 다 다를 것이다. 무라카와의 경우를 보더라도 다시 재혼을 해 가정을 꾸려 나가더라도 재혼한 부인의 감시하에 죽을 때까지 이어진다. 신경전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재혼 가정에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을 것이고 피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불행과 행복의 라인안에서 어디에 발을 두어야할지 몰라 발을 동동거리다가 행복인줄 알았더니 불행의 연속이고 그런 삶(불륜)은 누군가에게 짜릿한 행복이고 다른 누군가에겐 끔찍한 고통일 수 밖에 없다.

 

평범하고 진부한 이야기(한 바람꾼 이야기)를  도식적이고 정해진 루트를 따라 움직이는 이야기의 동선이 아닌, 여러 갈래의 이야기 길을 미완성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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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2012-05-19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후 바람피우는 일은 배우자에 대한 배신이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일이죠.
재혼이란 단어가 나오니 참 웃긴게 생각나요. 지난주 애들 데리고 병원 다녀왔는데 굉장히 웃긴 일이 있었거든요. 나중에 만나면 얘기해 줄게요^^
연작 소설들은 화자가 다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전 그래서 가끔은 헛갈릴 때도 있어요. 확실히 책을 읽을 때 점점 집중력이 떨어져요.ㅠㅠ

기억의집 2012-05-20 11:58   좋아요 0 | URL
뭘까? 완전 궁금~ 아영엄마님께 다음주에 전화해서 날짜 잡을께요. 이번엔 우리 지하에서 만나지 말아요. 소리가 너무 웅웅거려서 힘들더라.

icaru 2012-05-21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구성이 참 좋더라고요. 핑거 포스트처럼,,, 에피소드마다 화자의 시점이 달라져서 하나의 사건을 두고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거 있잖아요. 이것도 비슷할 거 같은뎅~ 근데,,,
바람피우는 일.. 이런 걸 미래에 그럴 소지가 있다없다 속단하는 것도 되게 웃기기는 한데, 그럼에도 저는 안 그럴 것 같구요. 제 배우자도 안 그럴 것 같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우린 이혼이다.
서로 그랬어요. ㅎㅎㅎ 농담 아니고 진지하게 그랬는데,,,
마무리가 안 되네요. 헉.. 암튼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 라는 것은 내 일이 됐든, 남의 일이 됐든 경천동지할 일여요!

기억의집 2012-05-22 20:22   좋아요 0 | URL
핑거 포스트ㄷ 사다 놓고 쟁겨 놓고 있는 책입니다요^^
이 책 은근 재밌어요. 미우라 시온의 캐릭터 빙의가 아주 멋진 작품 같아요.

바람~ 이런 말 해도 되나 싶네요. 저는 친정부가 한바람 하셨어요. 바람이라면 아주 넌덜머리 납니다. ㅋ 그래서 저도 남편한테 바람피면 우린 이혼이다,라고 말해요. 아직까진 서로 잘 살고 있는데,,, 결혼 14년차인데, 이 후에 설마 나이 들어 바람 피겠어 하는 생각도 들긴해요.저흰 그래도 서로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야 뭐...집 아니면 친정이라서..책 이외에는 눈 돌릴 시간도 없는 것 같아요.

scott 2012-05-26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너무 칙칙해서 그저그런 내용일줄 알았어요.
아~미우라는 한장르와 문체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자재로 쓰다니...
일본 소설의 단골 소재가 불륜,이혼 치정살인이지만 이런시점과 화법으로도 설득력있게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게 대단한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2-05-29 21:05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전혀 기대하지 않아서 그런가, 읽은데 대박이었어요. 보통의 작가는 불륜을 이야기할 때 막장스럽게 글을 쓰는데, 시온은 불륜의 당사자나 배우자 그리고 상간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 발상이 독특하고 재밌었어요. 리뷰에는 안 썼지만 그는 결국 상간녀와 결혼 하는데, 상간녀의 딸이 자살을 하는데,,,여러 생각이 들어서 씁쓸해요. 스캇님, 한번 읽어보세요. 독자에게 여러 감정을 느끼게 만들어줘요.
 
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30대의 소설가가 이렇게 성을 世代별로 대담하면서 솔직하게 다루다니, 최근 들어 가장 재밌게 읽은 소설. 마지막 에피소드가 심하게 작위적이어서 별 하나 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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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12-05-26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구레 라고 해서 미미여사의 책인줄 알았어요.
대담하다고 하니 귀가 솔깃^^해집니다.

기억의집 2012-05-29 21:09   좋아요 0 | URL
읽을 만 해요. 좀 웃겨요. 할아버지의 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골 때려요. 큭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