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년 새해 첫달만 되면 그 동안 사 놓고 쳐 박아 둔 장편 소설을 끄집어 내 읽는데, 2017년 새벽이 밝자마자 읽은 책이 반지의 제왕이었다. 진짜 매년, 매달 읽어야지, 읽어야지! 벼르고 벼르던 책이라.. 맘 굳게 먹고 읽기 시작했다. 5권 읽는데 한 한달 정도 걸렸고 나름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 요소나 문화적 배경과 지식이 달라서, 막 눈 못 뗄 정도의 재미는 아니였다.
라로님하고 반지의 제왕 댓글로 이야기 나누다가, 아직까지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는데, 영화에서 유명한 마지막 전투씬 이야기 하면서 나는 이 장면을 소설에서 너무나 힘겹게 읽었던 게 기억이 났다. 이 전투씬 패스할까 하다가 그래도 명색이 소설을 읽었다면서 전설로 회자되는 그 유명한 전투씬을 읽지 않는 게 말이 되나, 싶어 꾸역꾸역 읽었는데...
라로님하고 댓글로 이야기하면서 문득, 감독 피터 잭슨은 그 유명한 전투씬을 전설로 만들 정도면 소설에서 그 장면을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짜릿하게 읽었을까! 자신의 어린 시절에 그 책을 접하면서 마지막 전투씬을 얼마나 읽고 또 읽고 닳고 닳게 읽으면서 맘 속 깊숙히 머리 속 영상으로 저장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영화사에 남을 전투씬 명장면이 탄생했겠지만서도!!
어린 시절 혹은 십대 시절에 가슴 두근거리는 이야기를 만났다는 건 천상의 인연일 수 있다. 십대 시절에 내가 홈즈에 빠져든 것처럼 말이다. 인생의 어느 순간을 점령하는 이야기(소설)를 가지고 있다는 건 삶의 윤활유 아닐까.
롤링의 저 짤을 보는 순간, 피터 잭슨도 반지의 제왕을 읽었을 때 저 맘이었지!!! 싶었고, 비록 늦은 시기였지만, 내 삼십대가 해리 포터를 밤 새워 읽고 신간을 손꼽아 기다리던 시절이 있음을, 흠모하는 대상의 소설이 다를 뿐 한마음 한뜻 아니었을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