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고 생각이 든 건 구글이나 애플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아니라, 우연히 페인트칠 할 가구가 있어 페인트를 고르다 친환경 페인트라는 던에드워드라는 페인트를 구매한 후 부터였다. 말이 친환경이지 어느 정도는 지독한 페인트칠 냄새를 각오하고 있었다. 색을 고르고 제품을 받자마자 색이 잘 나왔는지 페인트뚜껑을 여는데, 신기하게도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코를 찌르는 냄새가 두통을 유발하고 하루종일 페인트 냄새때문에 숨이 막히는 다른 페인트와는 달리, 네버네버네버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지? 신기했다. 페인트의 어떤 화학성분을 뺏길래, 혹은 첨가했길래 이런 냄새나지 않는 페인트를 만들 수 있지??? 친환경이라는 말 그대로 인체에 해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발색도 기 막히게 잘 나왔다.
그 후 던 에드워드나 벤자민무어같은 친환경페인트 회사에 대해 검색해보니 둘 다 미국의 캘리포니아나 뉴욕에 본사를 둔, 특히나 벤자민무어는 워렌 버핏이 인수한 회사중 하나였다. 두 페인트회사 모두 중기업체지만 미국내 공급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페인트를 납품하는 회사였다. 이런 회사들을 접하면서 드는 생각은, 과학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발명해 낼 수 없는 제품이겠는데, 페인트 성분 중 뭘 빼고 뭘 더해야하는지, 수년의 시행착오끝에 만들 수 있는 제품 이겠구나, 냄새야 하루 이틀 참으면 되지 뭐! 이런 생각하면 나올 수 없는 제품이다라는 것이었다.
이런 친환경제품이 저 두 곳만 있는 건 아니고 미국내에도 여러 회사가 있으며 우리 같은 경우는 작은 원목 공방업체나 개인들이 DIY제품을 사서 페인트칠할 때, 우리나라 페인트업기업제품보다 더 많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진에서 보여지는 제품은 바니쉬제품들인데, 우리나라 바니쉬는 절대 권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칠하면서도 너무나 고통스러운 제품이었고 본덱스은 약간 냄새가 나고 세틴(?)은 전혀 냄새가 나지 않아 칠할 때 내가 정말 칠하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칠하면서 신기했던 제품이었다. 아마 이 정도의 기술을 갖기 위해서는 시행착오와 인내의 시간이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집에 있어서 한번 나란히 놓고 찍어봤다).
나는 이전에는 미국의 이런 사소한(?)기술조차 미국이 보유할 정도으로 뛰어난 과학기술이 있는지 잘 몰랐고, 옆나라 일본이 전 세계를 이끄는 과학기술의 대국인 줄만 알았다. 물론 현재 일본이 과학기술의 강국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일본조차 원천기술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나온 것을 제품으로 상용화 한 것이었다.
나는 미국은 세계적인 기업들을 많이 무수히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다,라는 것을 잊곤 한다. 우리 나라의 삼성이나 엘쥐, 일본의 소니같은 세계적인 기업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주변을 둘러보면 티비, 냉장고, 라디오, 노트북같은 제품의 원천 기술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의문이 든다. 미국은 여전히 많은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데, 왜 백인노동자들이나 흑인노동자들은 빈민층으로 전락하는 것일까? 제조업체가 없어서? 여느 여타의 나라보다 기업이 많은 나라에서? 덴마크는 세계적인 기업은 없어도 가구디자인만으로도 부유한 사람들이 많은데?
심지어 올 초에 읽은 엘리자베스 워렌의 <싸울 기회>속에는 그녀가 상원의원이 되기 위해 여러 주민을 만나 공청회를 할 때 이런 대목이 나온다. 워렌의 공청회에 돈이 없어 무려 이마일을 걸어 온 백인여성이 나오고, 그녀에게 후원하기 위해 주말까지 아르바이트를 해야하는 젊은 학생이 있으며 심지어 그녀의 공천회에 온 중년의 남자는 며칠 전에 자신의 아들이 일이 없어 자살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아니 이 책은 파산하는 미국인들로 가득 차 있다. 월가의 금융업체에 속아 놀아나기 때문이다.
그럼 법으로 월가의 횡포를 막으면 되지 않겠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겠다. 저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로비가 합법화된 나라이다보니, 로비리스트들이 의원들을 구워 삶기에 월가에 불리한 입법은 불가능에 가깝다.
도널드 프럼프가 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는지, 미국의 백인들이나 흑인 노동자(일부겠지만 통계상에는 흑인노동자들도 트럼프를 찍었을 정도)의 박탈감이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이유이다. 미국의 빈부격차, 잘 사는 지역의 부의 편중, 미국 중부지역의 제조업의 몰락이 가져온 경악할만한 현실인 것이다.
미국을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유한 기업들을, 과학의 원천 기술을, 스타트업 기업을 보유하지만, 빈곤층을 아주 많이 만들어내는 아이러닉한 나라라는 의구심을 안 가질래야 안 가질 수 없는 나라이다. 미국은 어디에서부터, 뭔가가 잘 못 된 것일까? 미국 정도의 기업을 가지고 있는 일본이나 독일도 저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