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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영음 - 한국어만 제대로 알아도 영어가 보인다
김익수 지음 / 바른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영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중학교 때부터 40대 중반의 아이엄마가 된 지금까지 나의 영원한 숙제인 영어
아이 영어공부 봐주면서 다시금 마스터하고 싶은 욕망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초등 4학년인 우리 딸은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는 아직 쉬운 수준이지만 영어학원에서 배우는 수준이 높다
특히 영작문을 해야하기 때문에 영문법이 필수인데 학교 다닐 때 영어공부 안 한 게 후회가 될 정도로 봐주기가 힘들어서 따로 토익학습지를 공부해보기도 했지만 독학으로 하기가 힘들더라
이 책 저 책 쉽다는 영문법 책을 기웃거리다 '한국어만 제대로 알아도 영어가 보인다'는 문구에 끌려서 훈민영음을 읽어보게 되었다
일본어와 우리말이 어순이 같고 중국어와 영어가 어순이 같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다른점이 확연히 눈에 보인다
우리말과 일본어는 교착어, 영어와 중국어는 고립어라고 한다
교착어와 고립어의 가장 큰 차이는 토씨의 유무인데 교착어인 우리말과 일본어는 어순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반면 고립어인 영어와 중국어는 단어가 배열되는 순서에 따라 의미가 정해지기 때문에 어순이 중요하다
우리말은 활용어미와 조사가 문법 기능을 나타내기 때문에 어순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영어는 어순이 문법의 기능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장 성분의 틀'에 위치하는 품사들을 알아야 한다
5형식은 문장을 만드는 5가지 규칙으로 우리나라 모든 영문법서에 등장하는 기준과도 같은 존재인데 전 세계에서 5형식에 대해 배우는 나라는 없다고 한다
5형식은 일본인 영어교사들이 식민지배하에 있는 우리나라에 가지고 들어와 가르치기 시작했고, 그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선생님이 되어 다음 세대의 학생들에게 되물림되고 있다
비영어권의 학생들이 5형식을 배우지 않고도 영어를 무리없이 학습할 수 있지만 우리가 5형식을 익혀야만 하는 이유는 우리말이 영어와 다른 교착어이기 때문이다
고립어인 영어는 교착어인 우리말과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5형식을 학습해야만 한다
하지만 5형식은 우리말의 고유한 성질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완벽한 정답이 될 수 없었고 우리나라의 영어학습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규칙을 개발했는데 그것이 '훈민영음 제 6배열'이다
훈민영음 제 6배열은 동사와 준동사를 배열의 기준으로 하며 주어와 수식어는 배열의 핵심요소에서 제외, 역번성에 근거하여 틀에 따라 단어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내가 학교에서 배우고 그동안 공부했던 영문법 책과는 전혀 다른 공부법이라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지만 계속 읽다보니 훨씬 쉽게 느껴졌다
기존의 학습법은 기준없이 방대한 문법용어를 익혀야만 했는데 훈민영음법은 우리말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기존의 복잡한 문법학습보다 쉽게 느껴졌다
문법의 다섯가지 성분인 주어, 서술어, 보어, 목적어, 수식어의 틀에 품사의 역할이 변하는 성질, 즉 역변성에 대해 공부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100년 전 일본인들이 주입한 영문법 위주의 수동적 교육만을 답습할 뿐 우리만의 학습기준을 정립하지 못했다
언어를 배운다는 건 자신의 모국어를 기준 삼아 우리의 언어체계와 비교하며 그들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언어적 사고 방식을 익히는 거다
일본식 문법과 번역 위주의 교육은 영어를 입시를 위한 학문으로 전락시켜버렸다
우리다운 훈민영음으로 영어를 새롭게 배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