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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전쟁 -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새로운 지정학 전투,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클라우스 도즈 지음, 함규진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2월
평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지켜보며 지금이 2022년이 맞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더불어 폴란드와 국경을 마주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폴란드로 피난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반도국가이자 분단되어 있는 한국의 국경에 대한 생각도 새삼스레 해보게 되었다. 이번에 읽게 된 [국경전쟁]은 국경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책이다. 책이 아니었다면 국경은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북한과는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있는 나로선 눈에 보이는 물리적 국경이 잘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새로운 지정학 전투'라고 표현하는 [국경전쟁], 이 책은 지정학의 권위자인 영국 출신의 클라우드 도즈가 쓴 책이다. 책에서는 '이제 세계는 더 이상 자연적으로도 인위적으로도 경계선에 따라 나누어질 수 없고, 정보와 물자와 사람이 자유롭게 오고 가면서 더 편리하고 더 싸고 더 다양한 상품과 스타일을 만끽하는 생활을, 하나의 인류로서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세계는 변화하고 있지만 이번 코로나19를 경험하며 인류는 국경전쟁을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자유롭게 열어 두었던 국경이 재앙의 불씨가 될줄은 우리 누구도 상상치 못한 일이다.
독일 여행 시절 베를린 장벽이 있었던 작은 흔적을 바라보며 한 나라를 갈라 놓았던 것이 정작 이 작은 돌덩어리로 남겨졌단 것이 놀랍기만 했다. 국경은 군사주의, 테러, 기후변화, 이민 그리고 팬데믹 등에 의해 이슈화되고 있다. 제한과 확장, 따돌리기와 내쫓기 등이 이뤄지는 국경은 혼란의 도가니가 되기도 하고 인도주의적 인류애를 목격하는 장소가 되기도 하니 우리는 국경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책은 다양한 국경 이야기로 가득하다. 수중 국경, 스마트 국경, 우주 국경, 바이러스 국경 등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국경에 대한 이야기와 국경과 결부된 지역적인 영토분쟁, 기후변화에 따른 국경의 위기 등 국경의 문제까지 접근해 국경에 대해 9개 부문에 걸쳐 깊이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한다.
내가 경험한 국경은 불편함이었다. 중국 여행을 하다가 홍콩으로 넘어가는 국경에서 타고 간 버스에서 내려 심사를 받았던 경험, 짐을 이고 지고 다시 다른 교통수단으로 이동해 힘들게 국경을 통과했던 경험 등은 그저 국경은 불편하고 번잡스러운 대상이었다. 그와 반면 유럽 여행 시 독일에서 체코로 넘어갈 때는 그전에 중국에서 겪었던 혼란이 아닌 부드럽게 이어지는 국경을 경험했다. 여권만 확인하면 되는 무언가 하나로 연결된 국가들 사이의 편리함이랄까! 이렇듯 국경은 상황과 지역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 존재였다.
이동하고 사라지고 다시 만들어지는 국경은 기후변화로 인해 재설정을 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하며 복잡한 문제들로 인해 국가는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로 취급받게 된다. 책을 통해 우주 공간의 국경 문제와 수중 국경 문제를 인지하고 나니 국경전쟁이란 말이 상당히 피부에 와닿는다. 개방과 폐쇄, 쌓기와 허물기를 반복하며 충돌과 화합의 장소가 되는 국경의 새로운 양상을 가감없이 마주한 독서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