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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정명공주 - 빛나는 다스림으로 혼란의 시대를 밝혀라
신명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5년 6월
평점 :

화정, 정명공주
華政 - 빛나는 다스림
화정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라고 한다. 아직 나는 보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의 왕 중 내가 관심을 가지고 알고 싶어하는 왕 중 광해군이 있다.
광해군은 가장 많은 오해와 억측, 평가절하를 받아왔다고 다시 조명되었던 왕이다.
영화를 통해 그의 이미지가 변화되긴 했지만 역사 속 그는 진정 어떤 인물이었을까?라는 궁금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광해군과 얽힌 인물들 중 하나인 정명공주는 파란만장한 삶으로 유명하다.
정명공주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라기에 얼른 읽어본 책,
드라마의 인기를 엎고 싶었을까? 이 책은 정확하게 정명공주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정명공주에 대한 분량은 아주 작다.
선조와 광해군, 인목대비의 이야기가 더 많은 내용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 사람들과 연관이 있기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드는 생각은
책 제목이 너무 마케팅에만 치우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제목은 그렇지만 책 내용은 좋았다. 역사책을 근거로 일어난 사건들을 설명해주며 인물간의 극적인 대립과 갈등을 잘 나타내 주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크게 선조, 광해군, 인목대비 , 정명공주, 영창대군, 인조로 꼽을 수 있겠다.
특히 다른 역사책에서 보다 상궁이나 궁녀들의 숨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그들의 배신과 시기, 질투, 충성심등이 극적으로 사건을 더 부각시켜 드러내 준다.
안타까운 점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었던 그들의 운명같은 갈등 구조이다.
광해군은 영창대군을 인정할 수 없는 운명이었고, 인목대비 역시 광해군을 믿지 못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었다.
정명공주는 이런 비극적인 삶의 현장을 마주한 공주였다.
온갖 고생과 죽은 사람으로 살았던 그녀의 젊은 시절에도 그녀는 희망을 놓치 않았다.
그런 그녀의 삶은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한다.
정명공주는 선조, 광해군, 인조, 효종, 현종, 숙종 등 6대 왕이 조선을 다스릴 동안 현존한 인물이었다. 83세라는 나이로 죽기까지 그녀는 어떤 심정을 가지고 있었을까?
어머니 인목대비의 처절한 복수심과 적개심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자랐을 정명공주는 그런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한석봉의 필법을 수련했다.
선조와 인목대비가 그 필체가 수려하여 명필가로 이름을 알렸듯이 정명공주도 넘치는 힘이 느껴지는 글씨로 후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녀가 쓴 화정이라는 글씨는 정말 멋졌다.
서궁으로 유폐되어 목숨을 부지할 정도의 식량으로만 살았던 그녀, 죽은 사람으로 숨어 살았던 그녀, 동생의 죽음과 슬픔과 분노로 저세상으로 갈 것만 같은 어머니, 주변에 믿을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암흑같은 시간을 그녀는 어떻게 견디어 냈을까?
그런 모진 시간들을 감내하고서도 장수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또한 무엇인가?
너무나 잔인하게 죽은 가엾은 영창대군, 인생을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처절하게 살았던 광해군, 한 인간이 겪은 일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모진 삶을 살았던 인목대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견디고 견뎠던 정명공주의 이야기까지 역사 속 비극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 강하게 다가왔다.
그녀의 인생을 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해본다.
책 속에 그녀를 표현한 구절을 적어본다.
"정명공주는 어렵고 힘든 세월 속에서 '겸손하고 공손하며 어질고 후덕하게' 사는 것이 목숨을 부지하는 길이며 나아가 복 받는 길임을 깨닫고 실천했던 것이다."(p304)
그녀가 쓴 화정이라는 글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가슴에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