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X 라이프스타일 - 당신의 취향이 비즈니스가 되는 곳
정지원.정혜선.황지현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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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드 마케터 3명이 도쿄로 떠났다. 그들이 발견한 도쿄 라이프스타일의 맥락이 궁금했다. 감각을 자본으로 바꿀 줄 아는 도시인 도쿄는 감각자본이 충만한 도시로, 일본인 만큼 외국인도 많은 국제도시다. 브랜드에 대한 적절한 레퍼런스와 심미적 경험을 제공해주기에 충분한 도시 도쿄는 우리와 물리적으로 참 가까운 외국도시다. 손쉽게 주말을 이용해 여행을 떠나기에도 좋을만큼 비행시간도 부담없고 당일치기 비즈니스 출장도 괜찮은 곳이다.

 

매력자본에 의해 많은 비즈니스가 좌지우지되고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브랜드와 상품만이 살아남는 시대다. 다양한 감각들이 지갑의 문을 열게 해준다. 더이상 브랜드 네이밍 밸류에 의해 아묻따 쇼핑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작고 영세한 가게라 할지라도 내 취향에 딱 맞는다면 우리는 기꺼이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다.

 

아직 도쿄를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책에서 소개되는 많은 도쿄 이야기들이 생경스럽고 호기심 가득한 곳들이었다. 진정성 있는 트렁크 호텔, 원두 셀렉트셥 커피 마메야, 일본의 대표적 입차인 센차를 핸드드립으로 만날 수 있는 센차도 도쿄, 편안함을 일상으로 누릴 수 있는 야에카, 패셔너블한 고객 경험을 위한 플랫폼인 호텔 코에, 문구 덕후들의 지갑을 텅텅 비게 만들어주는 트래블러스 팩토리 등 소개되어 있는 곳곳을 방문해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일본과의 무역갈등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는 요즘, 일본과 관련된 제품들이 뭇매를 맞고 있다. 그런 시점에 이 책을 읽으니 씁쓸한 마음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일본이라는 단어만 빼고 본다면 이 책에서 제안하는 여러 인사이트 충만한 브랜드들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고 닮고 싶고 곁에 두고 싶다. 배울 것을 적절하게 잘 배우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에필로그에서 칼 라거펠트의 말이 나온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삶을 살라. 그것이야말로 궁극적인 럭셔리다" 나에게 어울리는 삶은 그 어떤 명품보다 명품임을, 그것이 진정한 가치임을 알게 된다. 누구에게나 회두로 적용되는 '가치로운 삶'은 라이프스타일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도쿄 속 삶은 미묘한 차이에 기반해 끊임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그 미묘한 차이들은 도쿄 사람들이 제각각 특색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라이프스타일의 선택지가 돼준다. 어쩌면 물건보다 영혼에 집중하는 새로운 세대들에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서의 도쿄는 그들이 바라는 도시 플랫폼 모델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도쿄가 보여주는 라이프스타일은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고, 아름답지만 어색하지 않으며, 단순하지만 고급스럽고, 디테일하지만 복잡하지 않으며, 실용적이면서 지속가능한 것들의 성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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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 서울.평양 그리고 속초.원산
JTBC <두 도시 이야기> 제작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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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떠올리면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과 향토색 물씬 반영한 음식이 생각난다. 같은 민족이지만 금단의 땅이 되어 정보조차 많이 공개되지 않은 북한의 이야기는 항상 궁금함 그 이상이다. JTBC 다큐멘터리였던 [두 도시 이야기]는 남과 북의 도시인 서울과 평양, 속초와 원산을 비교하며 도시의 맛을 따라 여행가듯 그려낸 미식 기행록이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두 도시지만 한 민족, 한 핏줄이기에 우리는 다른 듯 닮았고 닮은 듯 또 조금은 다른 모습을 가진 채 삶을 영위해나가고 있다. 지난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양의 대표적인 음식이 불티나게 팔렸었다. 평양냉면, 평양온반 등 북한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은 남북정상회담 특수로 바쁘고 기쁘게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책에서는 우리가 궁금한 평양의 4대 음식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해준다.

평양보다 덜 알려진 동해안의 아름다운 도시 원산의 이야기도 흥미로왔다. 국내최초로 기획된 남북미식기행은 음식을 좋아하고 호기심 많은 사람들에게 대동강 숭어국, 명태순대, 돌불고기의 맛이 어떨지 궁금증과 기대를 증폭시켜주었다.

옛 모습을 잘 간직한 북한 음식은 그래서 더 정감있고 푸근하게 다가온다. 함흥냉면 맛에 길들어진 내가 평양냉면을 다 먹지 못하고 남겼던 에피소드가 기억난다. 나름 유명한 평양냉면집을 방문해 다소 비싼 평양냉면을 먹었다. 그런데 그 맛이 너무 밍밍해 맛을 느끼지조차 못했다. 서울의 평양냉면은 메밀 함량이 높고 고기 육수를 써서 고기 향이 진하다. 반면 평양의 평양냉면은 메밀 함량이 적고 달걀지단에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등의 고명이 올라가 화려하다. 책을 통해 음식을 접하니 그 맛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북한의 김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북한에서도 김치를 많이 담가 먹는데 배추 김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김치를 만든다고 한다. 미나리김치, 쑥갓김치, 오이김치 등 때마다의 재로를 잘 이용하는 것이다. 북한에서도 사진을 찍을때 '김치'라고 외친다고 우리는 김치로 대동단결할 수 있겠다.

동해바다를 통해 이어진 속초와 원산은 철도와 도로로 이어졌던 도시였다. 분단으로 인해 지금은 갈 수 없고 끊어졌지만 그 두 도시는 바다라는 공통점 때문에 비교하며 논하기 좋다.

두 도시 이야기는 우리가 가지 못하는 북한의 풍경과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어 더욱 재밌게 읽고 볼 수 있었다. 이념과 정치적 분쟁 대신 사람과 사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논하니 더욱 푸근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평양과 서울, 원산과 속초를 이어 다른 도시들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남과 북의 삶이 어떻게 도시 안에서 펼쳐지는지 알고 싶다. 후속편을 기대해도 되는 이유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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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모험 - 인간과 나무가 걸어온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정
맥스 애덤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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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전문가 맥스 애덤스의 인간의 오랜 스승이자 영감의 원천인 나무의 이야기 [나무의 모험]은 나무에 대해 깊이있게 접근해볼 수 있는 책이다. 이미 오랜 세월 스태디셀러였던 이 책은 개체가 무려 6만 종에 달하고 화학적으로나 기계적으로 세련된 구조를 지닌 고도로 발달된 나무를 다루고 있다.

인간이 나무에 대해 느끼는 뿌리깊은 친밀감은 복합적이다. 나무는 인간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활과 도끼, 불쏘시개, 숯이 되어 문명의 기틀을 세워주었다.

책속에서는 무수히 많은 나무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꽃말과 용도, 특징을 세밀화와 함께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저자는 낙엽을 말려 스크랩북을 모으거나 액자에 담아놓는 취미가 100세까지 즐길 수 있다고 추천한다. 큰 돈 들이지 않고 힘들지 않게 많은 나무의 잎사귀를 모아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은행나무는 27000만 년 정도 된 살아있는 화석과 같다고 한다. 자생하는 은행나무의 생명력은 2000년이나 된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종이다. 참나무는 곤충들의 공격에 대항해 나무껍질에 저장되어 있는 타닌산을 증기 형태로 배출한다. 독가스와 같은 작용을 하는 타닌산은 최대 2년 간 배출할 수 있다고 한다. 주목나무의 나무와 바늘잎에 있는 탁산이라는 독은 지난 20년 동안 암을 치료하는데 사용되어왔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죽음을 맞이할 때 제대로 살아보지 못했다는 회환을 남기고 싶지 않아 숲에서 살게 되었다고 한다.

가을의 계절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저자는 봄,여름,겨울을 거쳐 나무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해준다. 그의 책을 읽고 있자면 나무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깨달을 수 있고 인간과 나무, 숲 사이에 존재하는 오래된 동반자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들에 주목하게 된다. 그처럼 나만의 숲을 가지고 숲에서의 삶을 산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책속한줄

'우리가 숲의 가치를 인식하고 주의 깊게 활용하면, 앞으로도 이러한 숲의 활약은 게속될 것이다'

'이제는 도시에서도 더 많은 과실수를 키웠으면 좋겠다. 보기에도 좋겠지만, 일상의 공간에서 직접 나무를 기르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수확하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한다면 우리네 삶은 한결 충만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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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작의 역사 - 우리와 문명의 모든 첫 순간에 관하여
위르겐 카우베 지음, 안인희 옮김 / 김영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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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작의 역사] 속에는 정말 다양한 것들의 처음이 담겨 있다. 인간이 어떻게 서기 시작했는지, 익혀 먹기 시작한 것은 어떤 계기였는지, 언어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미술과 종교, 음악과 춤, 농업과 도시, 국가와 문자, 성문법, 숫자, 이야기, , 일부일처제의 그 첫 시작을 알려주기에 더욱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위르겐 카우베는 서문에서 강렬한 결과를 제시한다. '가장 중요한 발명들은 발명자가 없다' 그래서 저자는 책에서 많은 문명적 성과들의 시작을 다뤄준다. 기술적 발명품을 다루고 있지 않기에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의 범주와는 이야기의 근본이 많이 빗나간다.

'우리는 여타 설명이 필요 없는 자명한 존재가 아니고, 우리의 사회는 극히 있을 법하지 않은 과정들의 결과다'

'시작이 모든 질서의 근본이라는 오랜 표상은 여기서 맞지 않는다'

직립보행은 초기인간에게 무기 사용을 넘어 먼 곳을 바라보기를 허용했다는 점에서 공격적이고 성공적인 사냥을 가능하게 했고, 인간 이전의 형태들과 가장 정보가 풍부한 차이로 남게 해주었다. 책에서는 시작이 나타나기 위해서 언제나 여러 가지가 필요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어느 날 갑자기 한가지가 뚝딱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 한 가지 원인 덕에 생겨날 수 없다는 것을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의 마무리를 이렇게 짓는다.

'모든 것의 시작들은 낯설고도 어렵지만, 덕분에 그런 연구는 일시적으로 성취된 지식을 훨씬 넘어 이해력에 생생한 힘을 준다'

책은 문명사적, 종교적, 인류학적, 역사학적, 생물학적, 유전학적인 다방면의 관점에서 각각의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그래서 역사책 같기도 하고, 인류학책 같기고 하며, 생물학적 느낌도 물씬 풍긴다. 결국 우연이 빚어낸 일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이 되고 끊임없이 이어져오게 되었다.

 

저명한 역사책에서도 속시원히 이야기해주지 않았던 여러 궁금증들을 다루고 있는 #모든시작의역사 ,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그들은 서로 결합해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도출해냈고, 지금의 우리 삶을 퍼즐조각처럼 완성시켰다. 쉬운 듯 어려운 내용들이라 읽는 내내 속도감은 더딘 책이었지만, 읽고 나면 그 어떤 책보다 뿌듯함으로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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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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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가 그린 '더 큰 첨벙'의 아름다운 햇살과 어우러진 로스앤젤레스의 수영장 풍경이 연상되는 책 표지 [청소부_매뉴얼]은 나의 연상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루시아 벌린의 단편 소설집이다. 왠지 평화로울 것만 같은 거리의 모습은 그 안에 치열하게 삶을 살고 있는 말하지 못할 사연을 품은 이들과 대조를 이룬다.

퀄리티 좋은 가제본으로 만나본 루시아 벌린의 [청소부 매뉴얼]은 단편 16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된 작가 루시아 벌린은 독특한 이력을 소유한 작가였다. 좋지 않은 유년 시절의 환경, 3번의 결혼과 이혼, 알코홀릭, 4명의 아이를 키워낸 싱글맘에서 이미 그녀의 삶이 들여다 보였다. 어떻게 살았는지 말하지 않아도 그녀가 처한 상황에서 이미 그림이 그려질 정도였다.

그래서 그럴까? 책 속 단편 하나 하나 읽다보면 작가가 경험한 리얼리티가 소설이라는 이름 아래 반짝거렸고, 너무 적나라한 묘사가 오히려 처연한 슬픔으로 다가왔다. '잘근 잘근 씹어 뱉어 버릴 인생의 조각조각'에 독자마저 심장이 베이는 듯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허구지만 모두 그녀의 삶 속에서 녹아내려 들러붙은 그녀 자신의 이야기들이었다. 뗄레야 뗄 수 없는 너무나 접착력이 강해 제 살마저 도려내야 하는 아픔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녀는 24살에 단편소설을 발표했고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도 글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지병으로 죽기 전까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었다. 사후에야 더 명성을 얻게 된 루시아 벌린의 자주 등장하는 소재, 빨래방은 참 많은 인생을 비추고 있는 배경이 된다. 그녀의 글은 밝고 강렬한 기운과 함께 음울하고 예상할 수 없는 삶의 방향성을 느끼기에 충분하며 독특한 서술이 낯섬에 빠지게 해준다.

 

 

'우리는 노인을 향한 저자의 동정심을 흡수한다'

'그의 침대를 흔든건 숨을 쌕쌕거리는 것 같은 녹슨 파이프 소리였을 뿐이지만 그 웃음소리는 어디선가 들어본 것이었다'

그녀만큼 빨래방과 관련된 인간의 이야기를 많이 쓴 작가가 또 있을까 싶다. 가장 서민적인 곳에서 다양한 인간의 군상을 바라볼 수 있는 그곳은 그녀만의 아지트였고 소설의 원천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녀의 글은 아프다. 실제 경험이었고 삶이었기에 소설임에도 글은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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