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를 믿나요

인어를 믿나요? - 2019년 볼로냐 라가치 상 오페라프리마 부문 대상 수상작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25
제시카 러브 지음, 김지은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11월

어릴 적 [인어공주] 동화책을 여러 권 샀던 기억이 난다. 항상 손에 쥐고 자주 읽다 보니 책이 너덜너덜 낡아져서였다. 아름다운 인어공주의 눈물나도록 시린 사랑이야기는 어린이의 마음 속 사랑이라는 것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었다. 참 좋아했던 동화인 인어공주를 어른이 되어 읽으니 사랑의 쓴맛이 느껴져 더이상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제시카 러브의 [인어를 믿나요?]는 그림과 글, 모두 마음에 꼭 드는 동화였다. 2019 볼로냐 라가치 상 오페라프리마 부문 대상, 2019 에즈라 잭 키츠 상 명예상, 2019 스톤월 북 어워드 대상을 받았다. 이 책이 이렇게 저력있는 상을 받은 이유는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짐작할 수 있었다. 책 속 주인공 줄리앙은 할머니와 하루를 보내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다. 남자 아이인 줄리앙은 인어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할머니에게 자신도 인어라고 말하는 모습에서도 난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말의 정확한 의미를.. 이국적인 남미의 색채와 풍경, 인어를 좋아해 인어라고 말하는 꼬마소년 줄리앙을 그저 읽고 있다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그 다음 페이지에서야 알게 된다.

줄리앙은 남자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인어를 좋아하고 인어가 되고 싶어한다. 이런 줄리앙의 모습에 할머니는 적잖이 놀란다. 대부분 이런 상황에서 할머니나 부모님들은 아이를 혼내거나 가르친다. 그러나 동화 속 할머니는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나타난 할머니의 손엔 줄리앙이 커텐으로 만들어 입은 것과 잘 어울리는 목걸이가 있었다.

줄리앙은 할머니가 준 목걸이를 메고 외출을 한다. 작가는 이 이야기에서 할머니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할머니의 시원한 블루 원피스는 꿈 속에서 줄리앙에게 목걸이를 건넨 커다란 물고기의 색과 같다. 무의식의 발현인 꿈과 현실 속 할머니는 완전히 같은 존재였다. 줄리앙을 사랑하고 믿고 격려하는 존재로서 말이다.

이 책의 주제를 지지하던 않던 간에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의 소재로 성소수자의 이야기가 등장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많이 변화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다양성'이라는 화두 아래 생각거리를 전해준 이 책을 통해 다름이 주는 겅계를 조금은 허무는 시간이 되었다.

에스더버니와 함께

에스더버니, 어디서든 나를 잃지 마
에스더 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한국계 미국인 에스더 김은 도쿄에서 10대를 보내면서 다양한 환경 속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그녀는 남과는 다른 이런 특별한 다문화적 성장 배경을 바탕삼아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들어 냈다. 그렇게 탄생한 에스더버니는 내 안의 여러 모습들이다.

리본버니, 로즈버니, 옐로우버니 등 내안의 여러 버니들의 모습을 통해 다양한 나를 즐기며 살아가는 그녀는 여러 버니와 함께 공유하고 싶은 생각과 가치, 이상과 꿈, 현실과 미래에 대해 독자와 나눌 수 있는 책 [에스더버니, 어디서든 나를 잃지마] 를 출간했다.

짧은 글과 버니의 일상이 그려진 그림을 보며 쉽지 않은 일상 속 해답을 함께 찾아본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버니는 이렇게 행동했구나, 이런 생각으로 나아가면 되는구나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분노 취급 설명서에서 그녀는 '분노의 에너지를 현명하게 사용하세요. 분노를 원동력 삼아 잘 사용하면 새로운 방향으로 가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답니다'라는 마음에 새기고 싶은 조언을 해준다.

그녀의 버니는 참 귀엽다.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함께 읽고 느끼기 좋은 책이다. 폭신한 솜사탕 토끼는 미국인도 한국인도 완벽하게 되지 못했던 자신을 사랑하고자 만든 그녀 자신이었다. 남의 눈치를 살피기 위해 애썼다면 이젠 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위하라고 말하는 버니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책의 뒷부분에는 에스더 김의 에스키스와 드로잉한 스케치 그림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나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당신의 외로움이 덜 해지길 바랐다.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너무 초조해하지 말아요. 초조해한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지는 않아요. 모든 게 잘 맞는 타이밍이 있어요'

고양이와 할머니

고양이와 할머니 - 사라지는 골목에서의 마지막 추억
전형준 지음 / 북폴리오 / 2019년 11월

고양이 중증환자인 저자 전형준 작가는 고양이 사진을 찍으며 고양이와 더불어 살아간다. 처음 시작은 귀여워서였다. 그렇게 길고양이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된 사진찍기는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으며 전형준 작가에게 많은 일을 물어다 주었다.

고양이와 할머니가 주인공인 책 [고양이와 할머니]는 보기만 해도 힐링되는 고양이와 할머니의 사진들이 가득이다. 어느새인가 고양이를 키우는 집들이 많아졌다. 어릴 적 부엌에서 고양이를 기른 적이 있었다.

곤로를 켜서 물을 끓이던 시절이었다. 따뜻한 부엌은 언제나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고 맛있는 냄새로 채워젔다. 쥐가 많던 시절, 골목길을 쏜살같이 뛰어다니던 놈들이 많아 쥐약과 덫을 정기적으로 놓던 시절, 그때 엄마는 고양이를 키워 쥐로부터 안전하게 살고자 했다.

우리집에 온 새끼고양이는 무럭무럭 자라 엄마의 바람대로 쥐를 물었고, 덕분에 우리집은 쥐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졌다. 고양이 이름은 나비였다. 그 시절 철수, 영희처럼 흔한 고양이의 이름이었다. 더 멋진 이름으로 지어줄 걸 하는 후회감이 든다. 그렇게 몇 해 우리와 함께 지내던 나비는 세상을 떠났다. 지금처럼 휴대폰이 있었다면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을텐데 너무나 아쉽다. 나와 고양이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책 속엔 나처럼 고양이와 인연을 맺은, 묘연의 관계를 가진 이들의 사연과 사진이 담겨 있다. 꽃분이, 찐이, 꽁알이, 무니, 방울이 등 여러 고양이와 할머니의 삶 속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눈물도 나고 미소도 지어진다.

우리네 삶, 가장 가까이에서 할머니들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고양이의 사진을 보며 인간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낀다. 할머니의 자식같기도 하고 친구인 고양이들, 함께 안고 입맞추고 살아가는 모습에 가슴이 저릿함을 느낀다. 길고양이에게 가혹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유독 동물에 대한 학대기사만 보면 심장이 요동친다. 생명을 가진 존재에게 해서는 안되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에게 고양이는 가족 이상의 의미이기에 누군가의 가족을 함부로 다뤄서는 안될 것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힐링을 줄 것이다. 고양이 사진책 속 여러 고양이들이 참 귀여웠다. 특히 꽃을 머리에 단 고양이 사진은 나도 꼭 찍어보고 싶다.

프로도 인생은 어른으로 끝나지 않아

프로도, 인생은 어른으로 끝나지 않아 ㅣ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손힘찬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카카오 프렌즈와 아르테의 콜라보 시리즈 <라이언, 내곁에 있어줘>, <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에 이어 <프로도, 인생은 어른으로 끝나지 않아>가 따끈하게 출간되었다.

우리의 일상 속 익숙한 이모티콘이기에 더없이 반가운 시리즈다. 게다가 난 프로도를 가장 즐겨 쓴다. 손함찬 작가와 로낸티스트 도시개 프로도가 만나 인생 메시지를 건넨다. 특히 프로도는 고양이 네오와 공식커플로, 다른 이모티콘보다 더 익살스럽고 재미나며 스토리가 담겨 있다.

책은 행복할 줄 아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만의, 각자의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 보자는 것이다. 슈퍼노멀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이다.

'사무실에서 무거운 정수기 물통을 바꾸거나, 팀 프로젝트에서 묵묵히 완벽하게 자료 정리하는 것도 평범하지만 대단한 능력 아닐까. 보통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들은 사실 모두 평범함을 뛰어나게 선보이는 능력자, 슈퍼노멀인 거야'

완벽한 어른은 없다. 어른이 되면 모든 게 가능할 줄 알았지만 어른이라서 하지 못하는 일들도 많고 어른이기에 해서는 안될 일들도 있음을 어른이 되어서야 깨닫게 된다. 무조건 1등이 되어야 하고 가장 많이 가져야 하는 세상의 논리 속에서 숨막히는 자들의 숨통을 열어주는 조곤조곤한 메시지들에 내 환경과 처지를 맡겨보자. 꿈을 그리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간다는 말을 자꾸 되새겨본다. 일상의 힘듦에 치여 허우적대는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남자의 뇌

남자의 뇌 - 무엇이 남자의 행동을 조종하는가
루안 브리젠딘 지음, 황혜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인류의 절반인 남자와 더불어 공존하면서 남자의 뇌가 궁금해본적이 있는가? 흔히 우리가 남자는 너무 단순하다고 여기며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하던 그것이 과학적으론 어떤 이야기를 내놓을까?

살면서 가장 많이 남자의 뇌가 궁금했던 적은 아들을 키우면서다. 그것도 사춘기 아들 말이다. 이 아들이 행동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정말 그 뇌 속에 들어가 구조를 확인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런 내 마음을 들여다 본 듯 웅진지식하우스에서 [남자의 뇌]가 나왔다.

신경정신분석학자로서 [여자의 뇌]를 집필한 후 [남자의 뇌]를 선보인 저자 루안 브리젠딘은 '남자의 뇌는 필사적인 문제 해결장치'라고 정의한다.

직접 남자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남자의 독특한 뇌구조와 호르몬이 여성과 확연하게 다르고 남자 특유의 현실을 만들어 냄을 알 수 있었다. 연구는 신경내분비학, 분자신경과학, 유전학의 연구 결과였고, 여기에 또 다양한 분야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남자와 여자 사이의 유전적 구조적 화학적 차이와 호르몬과 뇌의 작동절차에 대한 차이를 알게 되었다. 남자와 여자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서로 다른 회로를 사용한다.

책을 통해 어린이, 10대 청소년, 결혼 적령기의 청년, 아버지, 할아버지의 사례를 통해 삶에 미치는 영향, 뇌의 변화가 어떻게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사춘기의 남자의 뇌는 리셋된다는 점, 남자가 감정을 감추는 것은 무의식적 행동이라는 것, 남자의 현실을 결정하는 것은 뇌와 호르몬이라는 것 등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내용이 사실임을, 그동안 우리가 사실이라 여겼던 내용과 전혀 다른 부분도 상당수 파악할 수 있었다.

책은 이론적 내용만을 나열하지 않고 저자의 이야기, 주변 사람 이야기, 임상실험의 에피소드를 풀어내어 재밌게 다양한 남성의 모습에 주목해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럼에도 책에서 언급한 범주에 포함되지 않은 남자들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상반된 곳에 위치한 남자를 좀 더 이해하고 다가가게 해주며 오해를 풀 수 있게 도와 주었다.

#책속한줄

'이 책이 남자의 뇌를 있는 그대로의 미묘하고 복잡한 악기로 인식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