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과 논어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 인생의 굽잇길에서 공자를 만나다, 개정판 ㅣ 내 인생의 사서四書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8년 전 40대에게 논어 신드롬을 일으켰던 책 [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이 2019년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우리에겐 그저 어렵게만 느껴졌던 논어가 나를 비추는 거울이자 내 삶을 향기롭게 가꾸는 지혜임을 알게 해준 책이다.

누구보다 유학에 대해 전문가인 저자 신정근 교수는 동양고전 '내인생의 사서' 시리즈로 논어, 중용, 대학, 맹자와 관련된 책을 출간했고 출간할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사서시리즈의 논어는 복잡한 삶에서 지켜야 할 고갱이를 말해주고 있다. 나무의 고갱이 말이다.

잔잔한 문장의 논어는 쉬운 듯 하지만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으며 사람에 따라 읽는 맛이 다르다. 공자는 논어를 통해 세상 사람들을 괜찮게 만들어서 사람 사이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품격을 이야기하고 있다. 

공자는 그 옛날 출신 성분이 다른 3,000여 명의 제자 집단을 이끌며 그들 사이를 탁월하게 조율해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며 개인의 인격에 초점을 맞춘 성인이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에서는 공자의 말을 통해 나 자신이 품격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덕목과 공자가 어떤 덕목으로 주위 사람들과 목표를 함께 하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갔는지 말해준다.

1강 적용, 2강 감동, 3강 본보기, 4강 형상화, 5강 덕목, 6강 핵심으로 나눠져 논어의 핵심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책 속에서는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다. 그중 '불가이위', '진선진미', 고렴금분', '구이경지' 등은 다이어리에 적으며 늘 보곤 한다.  

이 책은 어렵고 지루하게 여겨졌던 논어를 소인유학의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확실하고 정확하게 다가오게 해주었다. 논어 101수의 힘으로 순간순간 쉼표를 찍고 싶을 때 이 책의 페이지를 펼쳐보자.

오십의 중용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 기울지도 치우치지도 않는 인생을 만나다 ㅣ 내 인생의 사서四書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40대가 되면 '논어'를 읽어야 한다며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을 선보였던 신정근 교수가 '내 인생의 사서' 시리즈로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을 신간으로 출간했다. 기울지도 치우치지도 않는 인생을 만나는 중용의 메시지로 50대를 단단하게 지켜준다.

너무나 빨리 변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가 벅찬 50대 이상의 연령층에게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나만의 무게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함을 말해주는 중용의 지혜는 50앓이로 힘들어하는 이의 몸과 마음을 매만져준다.

중용은 극단의 시대에 삶의 중심 잡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 신정근 교수는 '중용은 0과 1 사이의 수많은 지점을 하나씩 검토하고서 최선이라면 익숙한 길로 갈 수도 있고 낯선 길로 갈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삶의 중심을 잡게 해주는 무게추와도 같은 중용을 통해 치우친 세상을 살아가는 법, 모든 것은 결국 알려지는 이유, 중용대로 사는 것이 왜 중요한 지, 단순한 것의 미학, 마음 근육의 중심 잡기, 삶 근육의 중심 잡기, 삶 속의 중용 적용하기, 진실의 힘, 죽음으로 삶 돌아보기, 평범함의 소중함 등 12강에 걸쳐 중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중용은 자기만이 옳다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질주하는 세상을 제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의 언행은 언젠가는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공자는 중용대로 사는 것이지속하기 쉽지 않다고 고백할 정도로 어려운 이유도 밝히고 있다.

중용은 가울어지지도 치우치지도 않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상태를 말한다. 극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평범함의 소중함, 평범한 일상이 주는 가치를 말해준다. 중심을 잡는다는 것을 근육으로 표현하며 기우뚱거리되 넘어지지 않도록 한다.

50대가 되도 여전히 힘겹고 흔들리는 삶의 연속인 이 시대 50대에게 중용의 마음 중심 잡는 법을 알려주는 이 책은 50대가 아닌 어른들에게 중용의 미로 삶의 품격을 높이며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진정한 어른으로 마음 근육을 단단히 하며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의 도움을 받아보길 추천한다. 중용의 메시지들은 이해하긴 쉬워도 실천하긴 어렵다. 그래서 더 중요하다.

문명건설가이드

길 잃은 시간여행자를 위한 문명 건설 가이드 - 인간이 만들어낸 거의 모든 도구와 기계의 원리
라이언 노스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문명건설가이드]란 거창한 제목을 가진 이 책을 펼치자마자 눈길을 끈 '독자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저자가 직접 쓴 책이 아닌 발견한 책임을 말하는 설정이 담겨 있다. 저자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이가 쓴 책을 발견했다는 재미난 발상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연이어 FC3000 이란 기계를 대여해 과거로의 시간여헹을 떠난다. FC3000은 최첨단 개인용 타임머신으로 과거로만 여행을 떠날 수 있다. 그림으로 타임머신의 세부사항까지 묘사하고 있으니 더욱 흥미로운 느낌이 물씬 들었다.  

시간여행은 인류의 기원 및 우리 자신과 세상에 잠재된 능력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제작됐으며 새로운 타임라인으로 리셋되어 실제 과거의 결과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타임머신이 망가질 경우를 대비해 타임머신 수리 안내까지 친절하게 해주니 더욱 기대가 되는 이야기들이다.   책에서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인간이 맨 땅에서 자신의 손만으로 하나의 문명을 세우기 위한 모든 과학, 공학, 수학, 예술, 음악, 문화, 문학 그 외 각종 정보와 구체적인 수치들을 나타내고 있다. 문명 재건을 위한 한 편의 커닝 페이퍼 모음집이라고 불리우길 원하는 저자의 말처럼 꼭 알아야할 디테일한 부분들의 설명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직업이 과학교사라는 것이 느껴진다. 이론적 내용을 쉽고 재밌게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우리가 꼭 알아야할 이론을 기발한 발상과 설정 아래 설명해주고 있다. 무턱대고 이론적 내용을 먼저 독자에게 보였다면 지루해서 한 페이지를 넘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어려워 보이지만 책장은 술술 넘어가는 이 책의 매력이 느껴진다. 지식적 지경을 넓히고 현학의 세계로 접어들기 위해 이 책을 선택했다면 당신의 선택은 옳았다.

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

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 - 독일인에게 배운 까칠 퉁명 삶의 기술
구보타 유키 지음, 강수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누구나 한번 쯤 꿈꿔보는 삶인, 유럽에서의 삶을 실천한 저자의 게뮈트리히적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는 로망을 실현한 삶이 담겨 있는 책이다.  분주하고 여유라곤 1도 없이 숨가쁘게 하루하루를 살다가 우연히 나의 한계치를 목격하게 되는 순간, 우리 모두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다. '나 이대로 괜찮을까? 혹시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의문이 드는 순간 제대로된 선택을 해야 후회없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순간에도 고(go)를 외치며 앞으로 나아가게 되고 다시 고꾸라지고 넘어지며 큰 상처를 입곤 한다. 저자 구보타 유키는 그 순간 본인의 한계점을 느끼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유년시절 잠시 살아본적 있는 독일로 떠난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독일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남겨 주었고 그녀는 조금 수월하게 독일의 베를린에 정착하며 독일의 삶 속에 적응하며 다름을 수긍하고 인정하며 프리랜서로서의 삶을 풍성하게 꾸려 나갔다.   제목만으론 대찬 여성의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지만 이 책은 독일에서 사는 일본 여성이 느낀 다름의 미학을 논한 책이다. 독일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의'식'주로 세분화해 독자에게 보여주며 다른 것이 주는 신선함과 불편함을 가감없이 표현하고 있다.  독일의 클라인 가르텐(작은 집이 딸린 임대 계약 형태의 시민 농원), 게뮈트리히(안락하고 편안한), 칼테스 에센(불로 조리하지 않은 음식) 등의 고유한 특징들은 이미 독일여행에서 느껴보았던 것들이라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남에게 친절하게 리모팅되었던 삶을 오롯이 나에게 초점을 맞춰 편안한 삶을 살면서 느껴보는 삶의 여유와 안락함은 독일인들이 추구하는 게뮈트리히적 삶에 가까와졌다. 베를린 생활이 본인의 재활 치료였다고 고백하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갔다.

'일하기와 쉬기는 자동차의 양쪽 바퀴와 같아요. 어느 한 쪽만으로 달릴 수 없고, 둘 사이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생활에 강약을 확실하게 두는 독일인은 그런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신 없음의 과학

신 없음의 과학 - 세계적 사상가 4인의 신의 존재에 대한 탐구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김명주 옮김, 장대익 해제 / 김영사 / 2019년 11월

전세계 무신론자의 대표주자들이 모였다. 리처드 도킨스, 대니얼 데닛, 크리스토퍼 히친스, 샘 해리스가 최초이자 유일하게 대화 기록을 책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관심사는 달랐지만 종교의 독단이 정직한 지식의 성장을 방해하고 인류를 쓸데없이 갈라놓는다는 것을 각자의 자리에서 깨닫고 각자의 언어로 책을 썼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 책은 리처드 도킨스의 종교의 오만과 과학의 겸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무신론자임을 커밍아웃하라는 대니얼 데닛의 이야기를 거쳐 황당한 이유의 믿음을 경계하는 독단이 인류를 갈라놓는다는 샘 해리스의 의견을 읽을 수 있다. 마지막에는 무신론자의 대표자인 이 네 기사의 토론으로 끝을 맺는다. 세계적인 무신론자 리처드 도킨슨은 무신론적 세계관에는 지적 용기와 도덕적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적 용기란 존재의 수수께끼에 대한 자연주의적 설명이 아무리 불가능하게 들린다 해도, 신학적 대안은 더더욱 불가능하며 이러한 결론을 받아들이기 위해 용기있는 이성의 도약이 필요하다고 한다. 도덕적 용기는 우리가 살아갈 유일한 인생을 온전하게 사는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사람들을 구제하고 위로하는 역할을 잘해내도록 종교조직들이 명백한 난세스에 대한 비합리적이고 진실하지 않은 충성에 빠지지 않도록 돕겠다고 언급했다.  2007년 9월 워싱턴 D.C에 모인 네 기사의 토론은 각자 무신론을 주장하는 이유들이 대담으로 진행된다. 그들의 대화를 보며 왜 그들이 신없음을 신봉하게 되고 확신하는지 알 수 있다. 도킨스는 "정령, 초자연적 창조자, 초자연적 간섭자를 믿는 것은 좀스럽고 편협하고 시시한 일이죠. 미학적 이유로 믿음을 없애고 싶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한다. 이슬람 테러조직의 9.11 테러공격 이후 네 기사의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샘 해리스의 [종교의 종말],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대니얼 데닛의 [주문을 깨다],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는 과학적으로 신앙의 금기를 건드렸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네 기사의 토론에서는 이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종교의 불합리성과 모순, 아니 종교인으로 자행하는 모든 악한 행위에 대한 열띤 분노와 지적이 담겨 있다. 10년전의 토론이지만 지금도 지구의 어디에선가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들이 오고갈 것이다. 종교인으로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무신론자들이 유신론자들을 바라보는 관점과 비판하는 지점들을 제대로 파악해볼 수 있었다. 어느 부분에서는 수긍하는 면(종교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점)도 있었다.  역시 네 명의 세계 최강의 무신론자들의 솔직한 대담은 많은 논쟁거리를 남길것 같다. 인간에게 신의 존재는영원한 탐구의 영역이다. 끊임없이 갈구하고 무시하며 존재를 인정하고 부인하는 사람들의 숙제와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