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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좋은 날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1월 17일 개봉한 영화 [일일시호일]의 원작 [매일매일 좋은 날]을 영화보기 전 읽었다. 책의 소재는 일본의 다도다. 일본의 다도라면 전무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 흥미있는 소재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책 소개에 '마음의 균형을 찾아주는 따뜻한 울림'이라는 글귀는 내 마음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단아해보이는 여주인공의 얼굴이 커다란 띄지로 둘러진 [매일매일 좋은 날]은 차를 개는 단정한 손끝이 매 페이지마다 느껴질 정도로 다도의 행동을 충실하게 묘사해 준다. 반복되는 다도의 여러 절차, 낯선 일본어로 선보이는 다도 용어들을 접할 때마다 주인공이 느끼는 다도의 어려움이 나에게도 전달되어 느껴지곤 했다.
20살에 다도를 시작해 수십 년을 한결같이 해온 저자 모리시타 노리코는 차가 '바로는 바로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25년 동안 다도를 하며 깨달았던 것은 '긴 안목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라'였다. 꽃다운 청춘 20살에 무릎꿇고 뜨거운 차를 마시는 일이 무엇이 재밌고 흥겨웠겠는가? 그때는 왜 이런 절차를 거쳐 차를 마셔야 하고, 계절별로 다르게 다도를 꾸미는 것은 왜 그래야만 하는지 물음표를 가슴에 품곤 했다. 그러나 차는 삶과 같아서 매순간 가르침으로 다가왔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니 영화의 장면들의 필연성이 자연스럽게 이해되고 공감이 갔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저 장면이 의미하는 뜻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지나갈수도 있겠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면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감상하고 있구나!란 것에 기뻤다.
한결같은 단아함으로 차를 가르쳐준 다케다 아주머니와 노리코는 스승과 제자를 넘어 영혼이 교감하는 사이가 되었다. 일상에서 지치고 힘들 때 누군가 나에게 정성을 다해 차를 만들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번 갈 때마다 그전에 배웠던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 고생하는 노리코의 모습은 한 번 뿐인 인생을 사는 우리와 같은 모습이다.
결이 다른 다케다 선생님의 모습을 표현한 이 문장이 와닿았다.
'절을 한다는 것은 그저 머리를 숙이는 것이 아니었다. 머리를 숙이는 단순한 움직임에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형태 그 자체가 마음이었다. 아니, 마음이 형태가 되어 있었다'(p84)
계절을 반영한 다도의 모습은 절기에 대한 생각을 다시한번 깨우쳐 주었다.
'절분, 입춘, 우수 그렇게 손꼽아 세어 가며 자기 자신을 격려하고, 몇 번이나 겨울로 되돌아갈 때마다 시험에 들면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며 인생의 어느 계절을 넘어서려고 한 것이겠지'(p184)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 소중한 사람을 만나면 함께 먹고 함께 살아가며 단란함을 만끽하자'(p232)
눈에 보이는 데마에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가르쳐준 스승과 제자의 다도 이야기, 그리고 다도는 인생과 닮았다는 것을 일일시호일, 매일 매일이 좋은 날로 알려준 이 책은 읽는 내내 뜨거은 찻물이 목구멍을 데워주며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