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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 짓다 - 듣는 순간 갖고 싶게 만드는 브랜드 언어의 힘
민은정 지음 / 리더스북 / 2019년 3월
평점 :

이세상에는 참 다양한 직업이 있다. 그중에서도 이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브랜드 버빌리스트는 소비자에게 기업의 제품을 이미지와 이름인 브랜드로 알려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즉 제품과 서비스에 이름을 붙여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브랜드 네이밍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 그때부터 그녀는 지금까지 수많은 프로젝트와 브랜딩 작업에 참여했다. 그녀가 작업에 참여했던 메가패스, 티오피, 카누, 오피러스, 로체, 제스피, 액티넘, 누리로, 타라, 일렉포일, 홈앤쇼핑, 굿베이스, 헬시그루, 뮤지엄 산, 자연은, 금호타이어, 대교, CJ 는 이름만 대도 이미 소비자에게 사랑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는 브랜드들이다.
브랜드 언어 전문가는 카피 라이터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일을 포함하는 상위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나의 브랜드 이름을 짓기 위해 수많은 것들을 그 의미 속에 넣어야 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각 가정에 아이가 태어났을 때 이름짓는 일을 떠올려 보라, 제품도 그런 의미에서 쉽게 짓지도 그렇다고 어렵게 짓지도 못하는 것이다. 한 번 결정하면 되물릴 수 없으니 더욱 신중해야 하는 작업이 브랜딩 작업이다.
자신의 삶이 변화와 혁신의 맨 앞이었다고 말하는 그녀는 사라진 삐삐부터 블록체인을 적용한 서비스 브랜딩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미래의 여러 제품들을 브랜딩해왔다.
'변화가 브랜드를 만들고 브랜드가 라이프스타일을 만든다'
'브랜드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키우는 것이다. 그래야 브랜드다운 브랜드가 된다'
'소비자가 이것은 다른 제품이다라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브랜딩이다'
어떻게 '카오'라는 커피 브랜드가 나오게 되었는지, 홍차 브랜딩을 하기 위해 수많은 홍차 브랜드를 공부하고 마셔본 에피소드, 뮤지엄 산을 인기없는 장소에서 1일 방문객 수를 제한해야 할 지 고민하게 만든 이야기 등은 매우 재밌고 흥미로왔다.
책 속 다양한 이야기에 빠져 들다 보니 그녀의 직업 브랜드 버벌리스트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창작이 주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창의적 시너지가 무척 탐났기 때문에 무언가를 만들어내는데 소질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직업은 충분히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버벌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을 정리해놓은 코너가 있다. '마그리트처럼, 피카소처럼, 마티스처럼 생각하고 실천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그녀의 말이 예술적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꿋꿋하게 거절 당하기' 또한 매우 인상깊다.
작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무수히 많은 기사를 쓰고 읽으면서 평창동계올림픽 다음으로 많이 쓰인 단어는 '패션 컨넥티드'(하나된 열정)라는 올림픽 공식 슬로건이다. 그녀의 올림픽 슬로건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슬로건은 단순한 구호나 캐치프레이즈가 아닌 시대가 추구하는 정신과 가치를 오롯이 담는 것임을 알게 된다.
새로운 카테고리를 여는 이름, 파워를 느낄 수 있는 이름, 후대에 부끄럽지 않는 이름, 모두를 위한 가치가 담겼는지,
네이밍 규칙은 분명했다. 공동의 선의를 위한 퍼블릭 브랜드가 지향해야 할 방향도 추구해야 한다. 역시 오래도록 우리곁에 살아남은 브랜드들은 모두 비결이 있었다.
32가지 실제 그녀가 일했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본 브랜드 언어 이야기는 강연을 듣는 듯 했다. 비단 이책의 여러 내용은 브랜드 네이밍에만 국한되진 않을 것이다. 나 자신의 브랜드 스토리 또한 이런 것들을 잘 섞고 버무려 멋지게 만들어 보고 싶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