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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들은 게으르지 않다 - 사춘기 아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부모의 심리학 ㅣ 행복한 성장 3
애덤 프라이스 지음, 김소정 옮김 / 갈매나무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아들이 사춘기다. 나는 갱년기다. 우리집은 전쟁이다. 무슨 광고의 카피같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믿었던 아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전혀 다른 인물이 되어 버렸다. 나는 자꾸 예전에 내 인생의 보석같았던 그 녀석을 찾았다. 그러나 아들은 이미 그때의 그 녀석이 아니었다.
절망스러웠다. 어찌해야 하나?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리속을 채웠다. 다들 그런다고 한다. 우리집 이야기만이 아니란다. 그냥 기다리면 된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내 아들은 다를 줄 알았지. 워낙 나랑 잘 맞는 성격이어서, 나를 꼭 닮아 잘 지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사춘기는 게으름의 다른 이름이었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어도, 재밌는 TV가 나와도 아들은 방에 콕 박혀 나오지 않았다. 그저 핸드폰의 세상과 소통했고 누워 있기만 했다. 이런 아들의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왔다. 그런 사춘기 아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부모의 심리학을 다룬 [당신의 아들은 게으르지 않다]는 이미 제목에서 상당한 위로와 위안을 주었다.
큰 애가 딸이어서 더욱 더 아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가장 적게 주는 것이 바로 시간이고 가장 많이 주는 것은 압력입니다"
육체와 정신, 감성이 모두 큰 변화를 겪는 시기인 10대의 아들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한다. 아들이 게을러 보였던 것은 양가감정 때문이었다. 청소년기를 규정하는 본질인 양가감정은 서로 경쟁할 때가 많은 아주 강렬한 두 감정이 동시에 드는 것으로 아들의 거의 모든 것을 규정한다.
아들이 어떤 감정에 압도되어 있을 때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의심해볼 자유, 침묵할 자유, 반대할 자유, 생각에 잠겨볼 자유를 누리며 자율성을 기른다. 이러한 자율성을 잘 기르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부모가 자식을 놓아주는 것이다. 그러니 그동안 부모역할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사춘기 시절엔 버려야 할 것들이 많았다.
10대 아들은 게으르고 무책임하며 부모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서 이 때의 아이를 기르기가 참 어렵다. 내 말이라면 무조건 받아들였던 착한 아들이 이제는 무슨 말을 하든지 거부하고 반대하는데 혈안이라는 것은 우리 아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너무 신기하다. 이세상의 사춘기를 겪는 아들은 정말 쌍둥이처럼 모두 같은 행동을 한다. 그런데 다른 점이 있었다. 그런 자녀를 둔 부모는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
"당신 아들은 결국에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러니 언젠가는 자신을 가지고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갇혀 있는 곳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당신과 지나치게 많이 싸우지 않는 법을, 자기 능력을 개발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합니다"(p70)
책에는 10대 아이의 특징을 나타내는 항목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거의 모든 항목이 우리집 아들과 똑같다. 소름 끼치게 신기하다.
"당신의 가치관은 적게 말하고 아이의 가치관을 더 많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아이는 스스로 목표를 세워나갈 것입니다"(p109)
책에는 특별히 별표 치며 기억하고 싶은 내용들이 많다.
- 지레 포기하는 일을 아들의 인격 문제로 만들면 안됩니다
- 아들에게 아주 똑똑하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성적이 나쁘다고 나무라거나 이전에 실패한 일을 거듭해서 언급하면 안됩니다
- 잔소리를 하면 안됩니다
- 잔소리보다는 지도를 해주어야 합니다
- 단어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 아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줄 수 잇는 남자 어른을 찾아주세요
공감능력과 객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어려운 숙제를 처음부터 이야기했던 이 책은 끝까지 나에게 많은 과제를 남겼다. 공감능력과 객관성에 이어 자비로움을 장착할 것,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신기하게도 잘해보자는 마음이 샘솟는다. EAR 기술은 말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긍정적인 태도로 반응하면서 아들이 하는 말을 반영해 그의 말을 당신이 이해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듣기 기술이다.
내 아들의 시간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는 것, 그 과정을 즐기며 지켜봐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