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시나리오 1 - 의문의 피살자
김진명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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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김진명 작가의 소설 속에 빠져 들었다. 사실보다 더 사실같은 소설 속 이야기는 읽는 내내 긴장을 더했고 다음 스텝이 궁금해 페이지를 넘기는 손길이 분주했다. 남북관계의 대전환 속에서 숨겨진 딜을 찾고 검은 힘에 의해 세상이 움직이는 단서를 포착하는 순간 순간이 흥미진진했다.


책은 1권과 2권으로 되어 있으며 정치와 권력, 음모와 야욕이 뒤엉킨 인간군상들을 미국,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김진명 작가는 그동안 국제정세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누구보다 전문가다운 배경지색들을 모아 소설 속 또 다른 현실을 보여주었던 대표적 작가였다.


최근 정치토크 프로그램에 패널로 나온 모습마저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소설을 읽고 있자면 이 기막힌 실상을 어떻게 모티브로 가져올 수 있었는지 그것이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제3의 시나리오는 뉴욕과 평양, 베이징을 방문한 한 소설가의 죽음을 시작으로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체를 밝히면서 시작된다. 이 소설은 사실 2004년에 초판이 출판되었고 이번에 2판 1쇄로 마주한 책이다. 사실보다 더 사실같은 소설 이야기는 10년도 훌쩍 지났지만 지금 읽어도 이야기가 현재진행형이다. 신기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소설은 지금까지 자라고 있는 유기체처럼 다가왔다.


'아마도 제1의 시나리오는 암살이나 쿠데타를 말할 거요. 한반도에서 우리가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공작은 암살이나 쿠데타니까. 우리는 북한의 김정일을 암살하거나 남한의 반미적 분위기를 친미로 되돌리는 여러 형태의 공작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오. 그런 의미에서 그걸 제1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할 수 있소'



'제2의 시나리오는 대규모 폭격이나 침공을 통해 북한 정권을 괴멸시키는 걸 말할 거요'


나방에 도청장치를 삽입해 부시와 감은 세력의 이야기를 도청해서 알아낸 제3의 시나리오는 북한의 10퍼센트만 파괴해 남북이 전쟁을 하게 만들며 적당한 시점에서 휴전을 시켜버리는 것이다. 개성공단을 위축시켜 시장경제를 마비시키는 것까지 도청을 통해 그들의 검은 계획이 모두 녹음되었다.

 

 



 

한반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강력한 힘을 보여준 이 소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세계적 이슈인 북미회담과 관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책은 읽는 내내 소설을 넘어선 대단한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는듯 했다. 이해할 수 없었던 사건의 종말들이 이런 이유였던가 싶기도 하고 민간인의 사고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여러 사건의 일면들이 혹시 배후가 있었던건 아닌가...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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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 -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 키크니의 주문제작 만화
키크니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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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도 종류가 다양하다. 내 안의 생각들이 모여 하나의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있는가 하면 남이 제안하는 것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있다. 후자에 해당되는 [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은 20만 팔로워를 지닌 인스타그래머 키크니의 책이다.


키크니는 9년 차 일러스트레이터의 예명이다. 자칭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라 부른다. 그의 얼굴이 공개되지 않아 신비스럽지만 자기 자신을 그린 그림을 보자면 남자이고 30대 이상임에는 틀림없다. 그의 특이한 점은 댓글에 그림을 주문하면 그 그림을 그려 인스타그램에 올려준다는 것이다. 물론 채택되어야 하지만 무료다.



이같은 최초의 댓글주문형 개그만화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웃겼다. 재밌고 반전이 넘쳤으며 때론 감동도 수반되었다. 나 역시 그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워하며 올려지는 만화 감상에 푹 빠졌다.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다'로 시작된 그의 프로젝트에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좌절과 절망이 담겨 있었고 그는 그것을 재밌고 유쾌하고 때론 통쾌하게 만화라는 채널로 승화시켰다.


그의 만화는 삶을 쓰다듬고 토닥였으며 가끔씩은 눈물도 찔끔 흘리게 했다. 그의 만화를 보며 나의 고민과 문제가 별 것 아닐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고 타자들 역시 작은 만화의 힘으로 위기와 어려움을 순간순간 극복하고 넘겼다. 보지 않으면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키크니의 반전 만화가 궁금하다면 그의 인스타그램으로 여행을 떠나보길 추천한다. 아마도 십중팔구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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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몽환도
주수자 지음 / 문학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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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했던 미니픽션이자 스마트소설인 이 책 [빗소리몽환도]는 지금까지 읽었던 그 어느 소설보다 짧고 강렬했다. 이런 쟝르가 있었다는 것조차 이 책으로 인해 알게 되었으니 그 생소함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전해지리라..


나에겐 스마트소설이라는 쟝르가 하이브리드 정도의 개념으로 다가왔다. 미니픽션의 그 짧은 호흡으로 순간 에세이인가 싶기도 했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강렬한 스토리를 뿜어내고 있는 에세이같았다. 그런데 한 편 한 편이 재밌고 선명했다. 쨍한 느낌에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스마트소설이란 짧은 분량 안에 문학의 깊은 통찰과 혜안을 보여주는 장르라고 정의한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깊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언젠가 마침내 자신의 한 부분이 된다는 그 말을 믿으며 엎드리고 있다'는 고백을 한다. 공감가는 이 말이 마음에 와서 콕 박혔다. 미술을 전공했던 작가의 미니픽션 사이 사이 회화가 삽입되어 있다. 감성 가득한 글 속에서 예술가의 섬세함도 느껴진다. 새로운 쟝르의 책을 통해 문학의 지경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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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하는 뇌 상식사전
이케가야 유지 지음, 박소현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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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의 의학 중 발달분야로 꼽히는 것은 뇌과학이다. 그래서 일본저자의 뇌과학 책을 여럿 읽어볼 수 있는데, 이번에 읽은 책은 이케가야 유지의 [착각하는 뇌 상식사전]이다. 이미 여러 권의 뇌과학 책을 썼던 저자는 대중적이면서도 쉽고 재미나게 인지 편향에 대한 고전부터 최신 예시 80개 항목으로 책을 만들었다.


우리가 살면서 흔히 겪는 인지 편향, 착각을 퀴즈라는 구조로 만들어 스스로 생각해보게 해주는 이책은 거창하게 뇌과학을 떠나 일상 속 우리가 무심코 행했던 일들이 사실은 이런 뇌과학적 요소들을 충실히 따라간 것임을 알게 해준다.


책 제목이 사전이지만 결코 사전스럽지 않으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책 속에서 행해지는 여러 실험과 질문들에 해답을 찾아가다 보면 마케팅 노하우나 장사 기법, 고객을 상대하는 법, 물건을 잘 파는 방법 등도 덤으로 얻어갈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들은 사실 인간의 뇌에서 기인하여 만들어진 공식들이기 때문이다.


"뇌는 의인화하길 매우 좋아한다. 사람 이외의 것에서 사람의 마음을 찾아내면서 자기 멋대로 친근감을 느끼고 상대를 이해한 것 같은 기분에 빠진다. 반려동물과 의사소통을 한다고 착각하거나, 숲에서 발견한 사랑스러운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싶거나, 벌판에 서 있는 한 그루 소나무에게 쓸쓸함을 느끼는 것도 의인화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p284)


책 속 이야기를 몇가지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흡연을 규제하는 문구를 선택할 때 어떤 문구가 더 효과적일까?

1. 주변 사람에게 민폐가 되니 삼가 주세요

2. 이곳은 금연 구역입니다


사실 사람마다 성향이나 취향이 달라 1번이 좋은 사람도 있고 2번이 좋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뇌는 타인에게 지시받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인 리액턴스가 있어 2번이 차라리 더 효과적이란다.

이책의 여러 실험과 사례를 접하다보면 수많은 이론과 법칙, 편향과 습성, 효과에 대해 알게 된다. 인간은 참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것을 이러한 것들로부터 유추해볼 수 있다.


책은 삽화나 구성 자체가 유쾌발랄하다. 뇌에 새겨진 착각의 회로를 하나 하나 알아보면 그동안 내가 범했던 수많은 판단 오류들이 내가 바보스럽다기 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는 사고의 습관이었음을 조심스레 깨닫게 된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효과와 법칙, 이론들 중에서 몇가지 외워두면 좋겠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왜 그런 일들이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설명할때 이런 법칙과 효과를 설명한다면 이보다 더 근사하게 말할 수 있을까?


뇌는 눈에 보이는 대상을 구석구석 관찰해서 판단하지 않고 눈에 띄는 특징을 주목해 전체를 판단한다고 한다. 이를 '후광효과'라고 하는데 고급 브랜드를 향한 호감이나 팬심과도 연관이 있다. 이런 것이 이미 효과라는 것으로 정리가 되어 있었다니 우리 뇌는 정말 놀랍기만 하다. 뇌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책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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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감력 수업 - 신경 쓰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
우에니시 아키라 지음, 정세영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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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지 않고 나답게 살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특히 완벽주의 성향이 짙은 사람에겐 더욱 그렇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을 필요가 없음을 이론적으론 잘 아는데 자꾸 내 머리는 인정받으려고 한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분주하고 여유없게 만드는 걸까? 왜 일은 해도 해도 성과는 나지 않은 채 제자리 걸음인듯 할까? 몇 년 동안 해온 일들이 앞으로 나아가긴 커녕 퇴보하는 듯한 느낌은 왜일까? 여러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보면 어느새 나는 조바심과 다급함에 예민해져간다.


이 책 [둔감력 수업]은 둔감력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우리에겐 둔감력이란 부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둔하고 눈치 없고 느리거나 재빠르지 못한 별로 내것으로 하고 싶지 않은 류의 것이었다. 그런데 밀리언셀러 작가 우에니시 아키라는 꽉 막힌 인생을 여유있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으로 둔감력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즉 좋은 의미의 둔감력을 가지고 작은 일에 연연하거나 초조해지지 말며 근심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조금 둔감해지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당당해지고 인간관계에 얽매이지 않으며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길 줄 알게 되고 오히려 둔감해지니 인생과 일이 잘 풀린다고 조언한다.


둔감하다는 것은 초조해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 남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닌 나답게 해결하는 것이고 불쾌한 일을 담아두지 않고 그냥 잊는 것이다. 사소한 일에 반응을 절제하고 지나치게 애쓰지 않으며 자기 호흡을 유지하라고 한다. 누구나 동의하는 좋은 말들임에도 실상 우리의 삶에서 이것들을 적용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조금만 둔감해진다면 남의 이목이나 눈치에 연연해하지 않고 나답게 문제를 해결하고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자명하다. 특히 위기대처 능력이 부족한 이들에겐 실패는 더없이 좋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계기다. 이럴때 저자는 실패 경험을 발판으로 삼으라 한다. 그 실패에 둔감해지라고 한다. 남보다 뒤떨어지는 부분이 있더라도 고민하지 말고 둔감하게 여기라 한다. 그러다 보면 부족한 부분을 극복하며 성장하게 될 것이라 조언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누구보다 조급해하고 완벽을 추구하려고 자신을 못살게 구는 나를 보았다. 조금만 둔감해진다면 더 행복을 느끼고 더 감사를 하게 될텐데 왜 그것을 실천하지 못할까..책은 제목에서 수업이라고 언급했듯이 매 페이지마다 둔감해져야 한다고 세뇌시키듯이 반복적으로 말한다. 문득 문득 여유가 없어지는 순간마다 '둔감력'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려 보자. 조금은 남의 일처럼 여기고 조금은 거리두기를 하며 다가가자.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예민하다는 것이 결코 좋지 않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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