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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이 왔다. 지나갔던 것들도 많은데 아직 한달의 기간 동안 지나 보내야 할 것들이 더 남았다.

삶의 기억들을 볼 수 있는 에세이들의 향연. 그중 가장 가슴에 담고 싶은 책들은.

 

 

1. 한설희 (지은이) | 북노마드 | 2012-11-15

 

 

 

 

마치 누군가의 삶을 훔쳐 보기라도 하듯이 노모의 2년간의 시간을 딸이자 작가, 그리고 다른 화자로 얘기하고 있는 이 책을 그냥 지나칠수 없다. 엄마라는 얘기만으로 덜컹 거리는 마음을 쓸어 넘겨야 할것만 같다. 사진 집으로 유명한 <윤미네집>, <그 섬에 내가 있었네>의 김영갑님의 책 다음으로 페이지 한장 한장이 긴 문장보다 더 큰 여운을 남겨 줄것 같다.

 

 

2. 시옷의 세계- 김소연  / 마음산책

 

 

 

 

글을 쓰기위해 많은 단어들을 꺼내야 한다. 그런 작업중에 시인들은 단어 하나가 더 소중할것 같다. 단어는 하나의 행을 만들고 연을 만들어 나간다. 김소연 시인은 시를 쓰면서 얼마나 공들여 단어들을  꺼냈을까. 그런 그녀이기에 선택된 시옷의 단어들의 세계가 더욱 궁금하기만 하다. 읽고나면 나도 시인의 단어들의 행렬처럼 사연 많은 사사로운 감정들을 쏟아 내야 할것만 같다. 12월, 소소한 한 해를 사그라지지 않게 할 그런 책.

 

 

3. 안녕, 다정한 사람 _ 김훈,이적,등등  / 달 출판사.

 

 

무슨 이런 부러운 릴레이가 다 있단 말인가.  어떤 기준으로 뽑힌지 모르겠지만 열명의 사람들은 테마가 있는 여행을 떠난다.  한명이 돌아오면 다른 한명이 바통을 이어 받는 테마가 있는 릴레이 여행인셈이다. 한 사람이 다른 도시만 가더라도 그곳에서만 떠 오르는 얘기들이 있기마련인데 책속에 지은이로 나와 있는 지은이들은 모두 다 그들의 테마가 궁금하기만 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끌림>이라는 책때문에 더 반갑기만한 이병률이 사진까지 찍었다니 더욱 궁금할 수 밖에.

그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다정하게 다가올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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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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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라는 네임 하나만으로도 큰 울림을 준다. 세계의 오지를 떠돌아 다녔던 그녀, 말라리나에 걸려 생과 사를 몇 번씩 넘겼지만 살아남았다. 대부분 한번 겪은 일에 크게 상처 받거나 질려서 절대로 같은 일을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절대로 물러나지 않은 강철 같은 그녀. 누군가 그녀처럼 살아보라고 한다면 나는 절대로 그럴 수 없을 것 같다며 뒷걸음질 치며 달아날 것만 같다. 그녀의 구호의 일은 절대로 만만하지 않고 어렵고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더 특별해 보이고 강단 있는 그녀의 삶이 위대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녀의 여행 기록문을 모두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녀를 알게 해준 <지구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으면서 나의 나이를 한번 떠 올려보았다. 그녀가 가슴 뛰도록 행했던 일을 시작했던 나이가 몇이지? 그것은 내 가슴속에 꿈틀대고 있는 꿈을 이루기에 늦지는 않았을까하는 걱정이었던 것 같다. 이런 나에게 한비야는 그런 말을 하겠지.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늦게라도 시작하는 편이 백배, 천배 낫다. 시도해보지 않는다면 성공할 기회는 0퍼센트다. P95"

내 인생의 모토는 <도전하는 삶>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늘 현실이라는 시간에 도전은커녕 하루의 시간을 쪼개어 쓰는데 실패하며 매번 투정과 불만으로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울 때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주말 지내면 월요일이 오고 억지로 일어나 억지로 세수를 하고 밥을 먹고 출근을 하고 밤 되어 집에 돌아와 노곤한 하루를 정리하고 그렇게 일주일이 가고 한 달이 가며 또 일 년이 가는 것이 허무하다고 생각하는 청춘들이 어디 한두 명일까, 그런데도 그녀는 서른아홉에 중국 유학을 가서 중국어를 배우고 더욱더 많은 이들을 구하는 일을 하기위해 보스톤으로 유학길에 오르는 그녀의 삶의 원동력은 대체 무엇일까.

 

<그건, 사랑이었네>는 그녀의 삶의 원동력들에 대한 질문의 답을 얘기해주고 있다. 그녀의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가난한 오지의 사람들을 구하는 일들이 그녀의 희망이며 꿈이며 삶의 원동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프리카 수단의 한 아이가 기니아충에 감염 되어 살갗으로 삐져나오는 기니아충 때문에 구토를 하고 괴로워하는 아이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녀는 눈물보다 더 현실적인 것들을 얘기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물은 생명 그대로라고 했다. 하지만 물이 어디 아프리카만 중요한 것일까. 이미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이지만 간혹 점심시간이 끝나고 양치질을 하러 화장실에 가면 물을 틀어 놓고 이를 닦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내가 수도꼭지를 닫아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칫솔질을 하는 동안 물을 틀어 놓고 있는 사람들의 물 사용 때문에 간혹 화장실 거울에 이런 부분을 권유해줄 문구를 써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때도 많았다. 모두에게 특히 아프리카에선 더욱도 소중한 그 물을 우리는 너무 쉽게 흘려보내고 있다. 그녀는 이런 물이라도 좀 아껴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이런 얘기들은 우리가 물에 대한 얘기를 할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습관이라는 것이 무섭다. 쉽게 틀면 나오는 물 때문에 물이 소중한 것을 모르는 우리들은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할까.

 

그들에게 수십 미터라도 내려 보내서 떠 올릴 우물을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내가 좀 아껴 준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녀의 권유대로 뭔가 실천을 하고 싶어진다. 이것이 한비아의 힘인 것 같다. 그녀는 에세이를 쓰지만 읽는 이들은 이 책이 에세이가 아니라 자기 계발서로 돌변하고 만다. 그녀가 구호 과정에서 생긴 일들을 얘기하며 스스로의 시간을 반성 할 때만다 내게는 어떠했을까 고민하게 되고 실천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맨토로 삶고 싶어지는 것일 거다.

 

그녀의 삶의 원동력이 구호의 일이라지만 그녀도 안식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 안식과 위로는 그녀의 기도에서 비롯된다. 그녀는 끊임없이 기도한다. 종교의 벽이 없는 그녀는 이슬람교인과도 교류하며 그들의 종교를 인정해주고 받아들여준다. 그것이 꼭 그 종교를 흡수하고 따라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그녀의 종교 얘기가 거슬렸다. 종교가 없고, 특정 종교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어 기도라는 단어를 더욱더 싫어하는 사람인지라 그녀가 기도로 사람들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부분을 읽을 때마다 책장을 넘겨 버리고 싶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그녀의 얘기에 집중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편견 없는 종교의 이해다. 이슬람 친구에게는 그녀의 성경책을 그녀는 코란을 읽으며 서로를 더 이해 할 수 있도록 하는 그녀는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해하려한다. 물론 꼭 서로의 종교에 대한 이해가 그녀의 방법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더 그녀의 종교 얘기에 거부감을 거두어 드린 부분은 그녀의 기도는 자신의 안녕과 평안을 위한 것이 아니라 깨끗한 물만 있어도 눈이 멀지 않을 수 있었던 수단의 한 아이를 위한 기도이며, 물을 길러 가기위해 위험한 길을 가는 여자아이가 성폭행을 당하지 않고 무사히 올 수 있도록 하는 기도이며, 하루만 더 일찍 아니 열 시간만 더 일찍 자신을 만났으면 죽지 않았을 6개월 지난 아이를 위한 기도라는 것에 가슴이 따끔거린다.

 

사실 아직도 나는 그녀가 평범한 여대생에서 직장생활을 벗어나 낡은 남방에 면바지, 지퍼 가득 달린 조끼를 입고 말라리아에 몇 번씩 걸려 사경을 해매거나 피부병에 걸려 괴로운 나날을 지내는 것이 이해 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데 얼마 전에 유기견과 고양이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며칠 가슴이 먹먹해져서 울다가 나도 모르게 고양이 사료를 사고 밤이면 다른 사람 모르게 사료들을 놓고 오는 날들이 생겼다. 그녀가 월드비젼에서 일하는 이유는 더 특별한 것이 있겠지만, 나는 왠지 내가 느낀 그 감정과 별반 다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생각과 실천, 그 분기점에서 분명 갈등이 생기며 결국 생각을 넘어선 실천만이 행복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많은 청춘들에게 희망을 주거나 절망을 주기도 한다. 그녀처럼 살고 싶다는 희망, 해보니 절대로 그녀처럼 될 수 없는 절망. 하지만 그녀는 그런 청춘들에게 그런 말을 할 것이다. “두드려라, 열릴 때까지!” 그리고 그녀의 말처럼 꽃이 피는 시기가 다들 다르니 내 행복이 꿈이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걱정하지 마라. 개나리는 봄에, 국화는 가을에 꽃이 피지 않느냐…….국화인 나는 아직 가을이 오지 않았으니 꽃을 피우지 않을 뿐이다. 단지 내 시간이 아직 봄을 길게 즐기다 오는 것이니 곧 여름이, 그리고 가을이 올 것이다. 그러니 무조건 시작하라고. 그래서 이었을까? 그녀를 보면 사람들이 돈을 주며 구호하는 일에 보태달라고 한단다. 생일날 자신에게 멋진 코트를 사주기 위해 백화점을 가다 만난 여대생은 코트 값을 모두 한비야에게 주는 훈훈한 에피소드들이 어디 한두 개일까. 언젠가 책을 읽고 그녀의 삶에 자극을 받은 어떤 겨울날 나는 월드비전으로 전화를 걸어 매월 기부를 하고자 자동이체를 걸어 놓았다. 그것이 벌써 삼년이 되어 간다. 그 작은 돈이 아프리카 어느 아이에게 물 한 모금이라도 도와 줄 수 있다는 것을 간혹 통장정리를 할 때마다 느끼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좀 더 열심히 살자고 생각했다. 아주 작게나마 누군가를 도와 줄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을까. 일주일에 두 번씩 몰래 고양이 밥을 주러 나갈 때마다 밤마다 보는 그 고양이들에게 작게 인사를 할 때마다 즐거워지는 마음, 이것이 무엇일까. 그녀 또한 이것을 그렇게 부를까.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단어지만 잠시 즐거워지는 것을 보니 나 또한 그녀처럼 이불속으로 파고들며 잠을 청할 때 내일은 얼마나 즐거울까 생각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올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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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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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일과가 스펙터클하게 지나가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뿐일까.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고 출근 준비를 하고 복잡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어제 다 지워지지 않은 피로를 등에 업고 다시 하루를 시작하며 세상의 가장 긴 침묵이 보내주는 긴 한숨과 함께 직장 문을 열고 들어간다. 점심이 지나고 차츰 밀려오는 하루의 그림자가 어느덧 나를 저녁시간으로 이끌고 간혹 생겼던 저녁 약속도 어느덧 사라져 똑같은 패턴으로 집으로 돌아가며 하루의 24시간 중 가장 고되고 녹녹치 않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피로를 신발장에 채 넣지도 못하고 끝이 날 때가 많다.

 

그런 일상이 일주일을 채워지고 달력 한 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덧 탁상 달력을 다시 사들여야 하는 한해가 되어 버린 해가 벌써 몇 해가 지났는지 모르겠다. 그런 내게도 가슴 떨린 사랑을 했던 날들도 있었는데도 왜 그런 따끈따끈했던 기억들을 오늘의 고된 날이 녹슬게 만들었을까. 그들은 산성 작용을 해서 내 모든 것들을 부식시키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이라는 제목 때문에 잠시 침식되는 기억들을 재생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게 다가왔다. 컴퓨터 속에 저장되어 있는 MP3파일들을 꺼내서 바로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이 아닌 버튼을 꾹 누르고 약한 노이즈가 가미된 라디오에서 녹음한 노래를 듣는 그 추억을 생각하며 책을 펼쳤던 나는 많이 당혹스러웠다.

 

책을 읽는 동안 기억하고 싶은 문장에 붙여 놓는데 포스트 잇 플러그들이 책에 한 하나도 붙여있지 않는 책을 읽어버렸다. 책을 읽는 동안 자꾸만 점점 잦아드는 숨소리 때문에 그 어떤 행동도 하지 못했다. 그냥 책을 읽을 수밖에 없을 뿐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그냥 책속에 있는 주인공 아름이의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만 함께 생각하게 되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주인공 아름이는 내일을 떠 올리는데 읽는 독자인 나는 왜 아름이의 내일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했을까. 담담한 주인공을 서술한 김애란 작가와 달리 당황스런 주인공을 받아들이는 독자의 입장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이미 하루가 한 달로 나이를 먹는 아름이를 겪었기 때문일까.

 

지금 아름이의 나이 열일곱, 자신이 만들어졌던 그때 부모의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들의 부모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의 새끼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진짜 새끼를 만들어 버렸다. P13> 정말로 잘 하는 것이라고는 애를 일찍 만들어 놓은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외할아버지의 생각처럼 그들의 부모는 능력을 말하기에는 너무 어렸고 순박했다.

당혹스러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열일곱의 어머니는 친구에게 이런 조언을 듣는다.

 

“나는 풀기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마다 노트를 반으로 갈라 표를 만들어. 그런 뒤 그 일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하나씩 적어 내려가. 그럼 이상하게 한눈에 답이 보일 때가 있더라고. ” P25

 

하지만 열일곱의 어머니는 나쁜 점만 가득 써 놓고 좋은 점을 두어 개도 쓰지 못하고 아름이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다. 인생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적어 놓고 나쁜 점이 훨씬 많아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렇게 열일곱의 어머니는 잠을 자도 대답을 할 수 있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엄마가 되었고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이는 어머니의 자리로 살아가면 될 뿐인 것 같은 인생이 쉽지가 않다.

 

아직 뭘 해야 할지, 어떤 것을 더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선택을 위해서 노트를 반으로 갈라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적어 선택을 할 고민들도 많을 나이에 열일곱의 엄마가 아빠가 낳은 아름이는 엄마와 아빠가 자신을 만들었던 숫자로서의 나이가 되었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지금의 엄마와 아빠의 나이보다 두 배나 나이를 먹은 육체를 가지게 되었다. 조로증으로 열일곱의 아름이는 혈압약과 관절약과 혈당을 조절해야 하는 약을 먹으며 청춘이 지녀야 할 고민들과는 이미 멀어졌고,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노트를 반으로 접어놓을 일도 없어지게 되었다.

 

문득 작가의 의도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단편 몇 편을 읽고 알게 된 김애란 작가는 왜 이런 얘기를 쓰게 되었을까. 대체 조로증을 앓는 아들을 보면서 느끼는 부모들의 반응이은 상투적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마음이 들었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아들을 보며, 너를 사랑하고 이런 아픈 네가 나의 슬픔이라는 것이 기쁘다고 말하는 부모의 말이 절대로 상투적이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조로증을 앓고 있는 부모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병을 앓는 사람치고 열일곱까지 살았다는 것이 기적이라며 자신의 얘기를 열여덟의 생일에 부모에게 선물을 하고 싶은 아름다운 마음만 청춘인 늙어가는 손의 주인공이라는 것에 더 가슴이 따뜻해진다.

 

노안이 찾아와 앞이 점점 보이지 않게 되는 아름이의 시력처럼 그들의 가정생활도 점점 어두워졌다. 그동안 아름이의 병원비로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그들은 매일 열심히 일해도 아름이를 위한 혈압 약하나 사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병원비를 위해 텔레비전 프로에 나가게 되고 많은 책을 읽는 아름이의 넓디넓은 배경지식으로 아름이는 더 눈물 나게 아름다운 청춘으로 많은 사람들의 성원을 입게 되었다. 그리고 열일곱…….누군가 가슴에 붉은 실 하나를 풀어 놓은 것을 잡고 싶을 그런 순정을 만나게 되었다. 자신처럼 아픈 청춘을 살아가고 있는 서하라는 아이.

풋풋한 두 아이의 순정처럼 보일 이 부분에서 나는 참 이상하게 졸렸다. 아름이와 서하의 편지 부분이 가장 지루했던 부분이 아마도 서하의 존재를 짐작하고 있어서였을까.

 

아름이가 부모님께 주고 싶었던 뒷얘기를 읽는 동안 아주 짧게 그들의 청춘이 팔랑거리다 사라졌다. 나는 문득 아름이의 이별이 안타까워졌다.

 

“아빠”

“응?”

“그리고 엄마.”

“그래”

그리곤 남아 있는 힘을 가까스로 짜내 말했다.

“보고 싶을 거예요.”

-P322

 

아름이 적어 내려간 <두근두근 그 여름> 때문에 나는 또 한 번 저물어가는 청춘에 눈물이 났다. 두근두근했던 네 청춘의 시간을 내가 기억해 놓겠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분명 내일부터 또 시작되는 내 일상이 별반 다르지 않더라도 그것에 아주 많이 고되고 힘들다고 생각하는 시간을 때로는 네 청춘을 떠올리며 두근두근하게 하루를 보내 보겠노라고 마음먹었다. 나도 맹랑한 너를 기억하고만 싶다. 소설 속에서 영원히 잠든 아름다운 청춘. 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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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화가들의 반란, 민화]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무명화가들의 반란, 민화 정병모 교수의 민화읽기 1
정병모 지음 / 다할미디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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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보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때문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 주류 음악과 비주류 음악의 논점들을 생각해 보았다. 특히 홍대에 가면 어디서든 들을 수 있을 것 같이 생각되는 인디밴드들의 음악이 어쩜 그림으로 치면 이런 민화와 같은 장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서양미술에 관한 책을 여러권 읽고 나서인지 우리 민화들의 얘기에는 인디밴드 같은 생소하고 너무 담백하고 화려하지 않는 수수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디든 기타 하나 들고 자리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자유로운 영혼들의 속삼임임이 들리는 것 같은 민화들의 그림에 대한 감상은 민화를 채워 넣은 먹과 같은 움직임이다.

덧발라지는 유화와 다르게 점하나 찍으면 사르르 번져서 선이 그어지는 번짐과 여백은 아직 다 채워나가지 못하고 있는 삶의 단면이 아닐까.

 

책을 통한 민화에 대한 생각이 다른 부분들이 조금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민화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을 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민화가 오히려 사실적인 그림이기보다는 관념적인 그림이 더 많다는 것이다. (P27) 대상을 현장이나 사실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관념 속에서 재구성한 특색을 보인다고 한다. 풍자를 통한 그림이 민화가 많이 나오는 것도 이런 재구성을 통한 또 다른 현실 반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민화에 펼쳐진 추상세계는 상상력의 산물인 부분이 많다 (P26) 현실을 그린 것 같지만 현실성이 부족하고 상상의 세계인 것 같지만 현실에 기반을 주고 있는 것, 그것이 현실이자 꿈이고 실재이자 환상을 그려내는 것이 민화라고 할 수 있겠다.

 

“민화의 매력은 사실 그대로 묘사한 것보다 대상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짜임새에 있다. 그림 속의 대상들을 하나하나 분해한 뒤 이들을 새로운 구조 속에 재편성했다. 그러한 점에서 민화는 시각의 세계가 아니라 관념의 세계이고, 현실의 세계가 아니라 상상의 세계다.” (P94)

 

 

무명화가가 펼치는 무한한 변화의 상상력은 기존의 모티브를 넓히고 해체하고 변형하고 있다. 하지만 민화는 문명 자유 속에서 태어난다. 인디밴드들의 음악이 훨씬 주류 음악보다 더 통쾌하게 다가오는 부분은 이런 부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민화는 소박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단순하고 평면적이고 서민들의 복잡한 표현보다는 단순한 표현을 좋아하고, 입체적인 이미지보다는 평면적인 이미지를 선호한다. 단순함을 극대화하여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을 부각시키는 민화의 특징으로 우선 그림을 대하는 태도가 억압적이 않다. 미술관에 관람표를 들고 들어가 한참을 뭔가를 생각하며 봐야 할 것 같은 그런 부분위기는 아닌 것이다. 그래서인지 민화는 색체가 밝다. 또한 그런 부분의 정서적으로도 밝게 표현되는 것 같다. 여기에 서민 특유의 긍정적인 가치관이 덧붙여지면서 단순히 정서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어려운 시대를 밝히는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한 것이다. 민화에 배어 있는 흥취는 개인적인 정서 못지않게 사회적인 정서 차원의 요인도 있는 것이다. (P48)

 

우리 선조들이 그린 다양한 민화를 통해 그들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마지막 주제속에 유토피아에 대한 언급이 있다. 유토피아는 우리의 꿈이요 희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작은 매우 현실적인 데서 출발한다는 말처럼 그림의 관념화로 현실을 묘사했지만 그 시작은 결국 현실인 것이다.

건강과 복, 돈 가정의 행복을 위한 꿈과 희망의 유토피아가 때로는 호랑이로, 그 호랑이를 조롱하며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까치처럼, 승천하는 용처럼, 용이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잉어처럼, 그 잉어가 들어가고자 했던 그 등용문처럼 우리는 꿈꾸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수천 년 흘렀어도 삶의 본질은 결국 행복의 시작 앞에 있다. 그 시작을 위해 화선지에 번지는 먹처럼 천천히 담담하게 현실이라는 그림 앞에 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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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철학의 풍경들
진동선 글.사진 / 문예중앙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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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철학의 풍경들

 

“똑같은 피사체를 찍었는데 ‘내 사진은 왜 다른 사람의 사진보다 감각이 떨어지나’ 고민하게 되고, 똑같은 곳을 갔는데 ‘왜 나는 저런 장면을 못 보고 찍었나.’를 고민하게 된다. 시선의 차이가 있음은 당연한 것인데도, 보는 눈이 없다고 한탄하고 감각이 없어도 자책하기도 한다. ”(P15)

 

언젠가 삼청동에 갔더니 깜짝 놀랄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은 놀랄 수 있는 경우를 보았다. 삼청동의 그 좁은 길을 사이에 누고 남녀 짝으로 있거나 그렇지 않은 동성들까지도 모두 비싼 DSLR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다. 마침 어느 쪽 동아리에서 출사를 온 것인지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까지 찍는 것을 보니까 우리나라 카메라 보급률에 놀랄 수밖에 없더라.

개인 미니 홈피의 시대가 열리면서 트위터를 통해서도 이제 일상의 모든 모습은 작품이 되었고 기사가 되었다. 아무렇게나 찍는 사진도 시간이 지나면 나름의 의미를 간직 한 채 작품으로 남을 때가 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사진 찍는 횟수는 늘어나고 있고 간혹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감각의 여부까지 깊이 있는 의미를 나누기도 하는 것 같다. 이런 사진을 찍는 감각은 필수지만 이 감각은 상당부분 학습을 통해 배양되고, 꾸준한 노력과 학습으로 감각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노력의 방법까지 책속에서 예시해주고 있다. 참 친절한 책이 아닐 수 없다.

 

사진 한 장에도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 속에서 철학을 꺼내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진이 요구하는 감성미학 혹은 감각적 감성을 어떻게 계발되고 어떻게 배양되는지 많은 텍스트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이런 철학은 사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철학이 사진에게 주는 분명한 선물은 사유를 통해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하는 멘토로서의 역할이다. 존재와 사간에 대한 사유의 개념에 대한 얘기가 사실 좀 어렵게 다가왔는데 이럴 때는 사진 한 장에 쉽게 이해되는 부분을 만들어 놓았다.

 

우리는 왜 이토록 사진을 수없이 찍으며 열광하는 것일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삶고 마주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에 빠져 있고 열광한다. 모든 것이 사진을 위해 준비되고 사진 찍기를 기다린다. 결국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존재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P83)

사라진다는 것은 과거가 되기 때문에 남아 있는 미래가 사진으로 남겨 놓는다는 것은 시처럼 받아들여진다.

 

사진과 철학이 만나는 것을 인식의 풍경, 사유의 풍경, 표현의 풍경, 감상의 풍경, 마음의 풍경으로 챕터를 나눠 설명한 저자의 사진 철학을 살펴 읽는 동안 이토록 쉽고 이해가 쏙쏙 들어가게 만들어진 책은 참 오랜만에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수많은 강연을 통해서 이뤄진 결과물이겠지만 가끔 이론서라고 칭하는 것들은 얇아도 몇 페이지를 읽고 나면 지루해 더 이상 읽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너무 많았다.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사진을 이해하는 초보자들을 위해서도 좋은 입문서와 같은 길 안내서라고 생각된다.

 

얼마 전 진중권의 서양미술사를 읽었는데 그 표지에 있는 변기 사진을 이곳에서도 보았다. 뒤샹의 <샘>이었다. 아는 사진 한 장 나오니 어찌나 반갑게 그 페이지를 맞이했는지. 역시 아는 만큼 받아들여지는 부분의 폭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오브제라는 말과 함께 예시된 뒤샹의 사진과 작품 얘기는 대중예술책을 읽은 그동안의 가장 큰 나의 발견이었다. 몇 권 읽고 나니 나름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나면 사진을 찍고 싶어져야 하는 것일 텐데 이상하게 책을 다 읽고 나니 저자의 다른 책을 찾아 공부를 하고 싶어지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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