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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 어느 여행자의 기억
변종모 글.사진 / 허밍버드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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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행 에세이를 읽는 일은 가끔 기혹하리만큼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떠나지 못하는 지금의 순간이 우울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대리만족할 수 있게 해주는 책도 있지만 당장 책장을 덮고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책이 있는 법이다.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는 나에게는 전자에 속한 여행 에세이다.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삶의 한 단면을 뚝 잘라 보여주는 것 같은 이 여행기의 가장 큰 매력은 너무나 솔직한, 인간적인 여행기라는 점이다.

 

 

 

여행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나에게 여행기의 에세이는 가장 훌륭한 힐링 시간이었는데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를 읽으면서 이렇게 유쾌하고 혹은 센티하고 혹은 매혹적인 여행기가 또 있을까 싶다. 무엇보다 파키스탄에서 생긴 에피소드는 너무나 인간적이라서 나도 모르게 아니, 이렇게 너무 솔직하게 까발리면 책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될 만큼 웃으며 읽었던 부분이었는데 어쩌면 이런 인간적인 부분 때문에 이 책을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짙게 깔렸다.

 

 

나도 장이 많이 안 좋은 편이다. 그래서 장거리 여행을 할 때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이 편치 않은 마음을 먹으면 바로 탈이 나는 장 때문에 화장실 걱정이 가장 커서 떠날 때부터 큰 고민거리가 됐다. 파키스탄에서 건네받은 그 수상쩍은 음식 때문에 대지에 아무것도 없는 뻥 뚫린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엉덩이를 까고 볼일을 다 본 다음 나를 빼고 모든 사람들이 빛의 속도로 버스를 타고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 장면이 왜 이렇게 공감이 될까.

 

 

 

“차라리 버스가 이대로 떠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짐이라고 해봐야 세면도구만 가지고 나왔으니, 버스가 이대로 떠나준다면 나는 이곳에서 똥을 싸다가 늙어 죽더라도 좋겠다. 여전히 들리는 응원의 소리와 박수 소리.” P161

 

 

 

낯선 이방인이 식은땀을 흘리며 천천히 달리는 버스를 세워서 나무 한 그루조차 없는 곳에서 똥을 싸는 모습에도 박수를 쳐주는 파키스탄 사람들의 정이 느껴지는 부분. 물론 작가는 참 난감했겠지만.

 

여행이란 것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본다. 대체 여행이 뭐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여행 작가로 남고 있는 것일까. 요즘 여행 작가가 직업이 되어 세계를 떠도는 이들의 책들을 많이 접해서인지 그들에게 여행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해졌다.

 

 

 

“상관없는 길 위에서 보낸 시간들은 늘 허전했다. 길 위에서 만나고 헤어지기를 늘 반복하면서도 절대로 면역되지 않는다. 우리들은 그 면역되지 않는 마음을 다스리러 길 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인지 모른다.” P35

 

 

 

나는 괜찮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어느 날은 세상에 나 혼자만 덜렁 남아 아무도 나를 위로해주지 않고 나만 외톨이라는 생각에 삶이 닭가슴처럼 기름기 한 점 없이 퍽퍽하다고 느낄 때는 늘 여행을 꿈꿔본다. 작가의 말처럼 더 이상 면역되지 않는 마음을 다스리러 길 위에 서고 싶어진다.

 

 

 

“삶이랑 문득 이렇게 경건한 것이다. 버릇처럼 다가오는 하루하루를 기꺼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내는 것, 때로 외롭고 지루하거나 힘든 모든 것들은 스스로 이겨낸 뜨거운 마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내가 만난 한 가닥 한 가닥의 아름다운 마음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걷는 일이 가까운 미래에 큰 포만감을 줄 것이다.” P99

 

 

 

세계의 여행이 아니더라도 지금, 내 앞에 펼쳐진 하루가 삶의 여행일 수 있는 것이고 그 여행을 통해 나는 앞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나 지금의 순간에 큰 포만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나는 세상을 많이도 돌아다니면서도 내 것을 나누는 일이 서툴렀고, 그는 움직이지 않고도 세상에 마음을 내는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것을 본다고 마음이 달라지겠는가. 아무것도 보지 않고서도 모든 것을 다 안을 그 마음에 비한다면." P247

 

 

 

볼리비아에서 만남 한국인의 사장님을 만났을 때의 이 얘기가 어쩌면 이 책을 통한 가장 큰 울림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간혹 여행을 통해 넓은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 눈을 통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꼭 떠나야만 그런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타국에서 살면서 자신보다 훨씬 어려운 사람들에게 밥을 퍼주는 그 한국인에게 감동받은 에피소드였다. 자신의 모국도 아니고 타국으로 이민을 온 그 사람의 생활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면서도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밥을 해 퍼주는 일을 하는 그 모습은 우리가 꼭 세계의 여행을 통해서만 나눔의 마음을 얻고,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언제부턴가 당신에게 자꾸 밥을 덜어주고 싶던 마음. 그 마음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다면 내 그릇은 영원히 반이어도 좋으리.”

 

 

 

감성이 뚝뚝 떨어지는 이 문장만큼 매력적인 여행을 계속 하고 있는 작가의 나날이 참 부럽기만 한 여행기가 참 달고 맛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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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
김이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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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나의 지나온 삶이 너무 보잘것없고 하찮아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다. 동기들이 나보다 먼저 원하는 그 꼭짓점에 도달했을 때 나는 어떤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봐야 할 것인가 긴 밤을 보내며 눈물 흘렸던 적도 많았다. 그리고 때로는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슬퍼서 술을 마실 때도 있었다. 그럴 때 나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었던 어떤 이들은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너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간혹 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얼마나 잔인한 말인지 요즘 새삼 느끼게 됐다.

 

 

사지가 멀쩡하게 태어난 것으로도 고맙게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야지 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을 보며 나의 모습에 감사하라는 그 말은 그들을 위한 말이 아닌 나를 위한 말일테고, 그들과 나를 비교 한다는 것부터 얼마나 이기적인 말인가. 그렇다면 태어날 때 손가락이 붙어 태어나거나 뇌 손상을 받은 그들은 누굴 보며 위로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일까. 그런 이기적인 그런 말로 나는 절대 누군가를 위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보며 나를 이겨내야 한다는 그 말은 결국 나보다 못한 그들을 비하하는 말이라는 생각에 누군가를 위로 한다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겸손하고 조심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의 책은 태어나면서부터 장애가 있거나 사고를 당해 팔 다리를 잃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서 하버드 대학에 들어가는 열정적이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나를 투영시키는 것이다. 이들도 이렇게 나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쓰고 힘썼는데 지금의 나는 뭐가 부족해서 삶이 고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

 

 

집이 불이타서 얼굴과 몸 전체에 화상을 입어 수십 번의 수술에도 복구 되지 못한 얼굴을 하고 살아가야하지만 전신 화상도 기적적으로 회복해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긍정의 청년으로 살아가는 ‘조엘 소넨버그’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온 몸이 다 아프기 시작했다. 아였다면 이라는 만약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하기가 너무나 무섭다. 그들의 그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궁금할때즘 나는 그들을 일으켜 세운 것은 부모라는 것에 다시 마음이 먹먹해진다. 누구는 아이를 버리지만 누구는 이렇게 힘든 아들을 안고 키워 내는 것이다. 역경을 이겨낸 주변에는 꼭 역경보다 더 위대한 부모가 있었다.

 

 

“릭, 아빠 말 잘 들으렴. 이 세상을 살아단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란다. 특히 너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은 더더욱 그렇지. 그렇다고 숨어서 지내거나 피하는 건 좋지 않아. 두려울수록 맞서 싸워야 하는 거야. 처음에 두려웠던 것도 막상 경험하다 보면 별 게 아니게 되거든. 사실 이 아빠도 오늘 물을 처음 접하는 거야. 지금까지 수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거든. 릭, 네 덕분에 이 아빠도 두려운 것 하나라를 이겨냈구나.” P34

 

 

일흔 살의 아버지가 쉰 살의 아들과 함께 아직도 철인 3종경기나 마라톤을 하며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아버지 딕 호이트의 얘기는 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얘기다. 그들의 도전이 무모하지만 절대로 무모한 결과를 낳지 않고 열심히 뛸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딕 호이트의 노력이다. 그의 노고를 살피면 나의 하루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깊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의 책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서프라이즈]를 통해 익히 들었던 세계 속의 위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몇 줄만 읽으면 내용이 쉽게 넘어가는 장점이 있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나의 생활을 반성하는 좋은 시간이었지만 중구난방 많이 들었던 얘기의 중복이 이 책의 가장 치명적 단점이다. 무엇보다 책 뒤에 써진 책을 통해 말하는 저자의 얘기는 때로는 얘기의 감동이 반감되는 경우도 있었다. 감동적인 얘기를 해주고 훈계하려 듯 한 얘기로 울먹이던 눈물이 쏙 들어가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일들 그만두기 전에 온 힘을 쏟았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아라”라는 멘트는 요즘 나에게 필요한 문장이라서 가슴에 박혔다. 누군가 한번쯤 해줬던 충고였던 이 얘기가 이렇게 또 가슴 울적하게 와 닿았다는 것이 요즘 감성이 충분히 적신 하루가 없었기 때문일까.

 

 

죽음을 앞두고도 자신의 일을 놓지 않았던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는 역시 가슴을 울리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그녀의 어린 아이들에게 해 준 그 마지막 문장은 이 책이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채워줬다고 생각된다.

너무도 어린 자신의 아이들을 두고 암으로 죽어가는 랜디 포시가 마지막 아이들에게 해준 편지의 문장.

 

 

“종종 찾아 올 거야. 너희들 마음속으로 말이야.”

 

 

삶이 죽을만큼 괴롭지만, 살아갈 만큼 아름답다는 저자의 말처럼, 요즘 봄이 이렇게 예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아마도 나이 한 살 먹을수록 점점 더 마주하게 될 나의 봄이 없어진다고 생각해서 일까. 모든 계절의 변화가 반갑고 아름답고 소중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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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성공 스토리 - 다양성과 스피드로 세계를 제패한
코바돈가 오셔 지음, 공민희 옮김 / 더난출판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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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갔을때 엄청난 세일을 하는 ZARA 매장을 본적이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유독 ZARA가 일본 브랜드라고 생각했었나보다. 그때는 우리나라에 ZARA 매장을 쉽게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더욱 ZARA라는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이후에 ZARA가 일본 브랜드가 아니라 스페인의 브랜드라는 것을 알고 사실 살짝 충격이긴 했다. 왠지 유럽 브랜드라고 하면 뭔가 비싸다는 명품의 이미지가 확실히 더 강하기 때문일것이다. 그런데 ZARA 매장에 갔을때 가격이 내가 생각했던 그 정도의 가격이 아니라서 또 살짝 놀랐던 부분도 있다. ZARA라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유럽 명품보다 아주 많이 싼 가격이고 우리나라 중저가 브랜드보다 훨씬 싼 가격이다. 하지만 품질면에서 볼 때 가격만큼, 브랜드 이미지만큼의 좋은 재질인지 모르겠는 옷들도 많이 보았다. 나에게 ZARA는 그런 이미지였다.

 

 

“당신이 좋아하는 자라 옷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사세요. 그렇지 않으면 가질 수 없습니다. 출시라인은 보편적이고 같은 취향을 가진 고객이 많다는 점을 우리는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래서 성공하려면 올바른 제품을 내놓아야 합니다.”P205

 

 

위의 이야기가 ZARA의 이미자와 딱 떨어지는 얘기인 것 같다. 보통 시즌별로 옷이 매장에 걸리고 한 달이 지나도 계속 걸려 있던 매장들과 달리 지난주에 보았던 그 옷을 사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어 다음주에 ZARA 매장을 찾으면 정말이지 그 옷은 매장에 없어진지 오래다. 사람의 보는 눈이 다들 비슷한지 가지고 싶은 것은 사이즈가 없거나 혹은 첫날 모두 솔드 아웃 되었다. ZARA 또한 빠른 시스템에 깜짝 놀랐던 경험을 했던지라 맘에 들면 그 자리에서 사야 하는 나름의 경험을 담은 철학까지 생기게 되었다고 할까.

 

 

[다양성과 스피드로 세계를 제패한 자라 성공 스토리]는 자라의 성공시킨 인디텍스 그룹의 아만시오 오르테가의 이야기다. 그가 자라를 통해 자신의 경영철학과 기업의 모토와 더블어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기를 싫어하는 지극히 하나의 개인으로 남을 것을 원하는 아만시오 오르테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한 개인이 아만시오의 주변 인물들과 인터뷰를 하고 그의 사옥을 드나들며 느낀 점을 담아 낸 책치곤 주인공에 대한 찬사가 좀 많다. 뿐만 아니라 인터뷰 책인지 ZARA라는 한 브랜드를 통해 경영 철학과 성공을 이룬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는 것인지 조금 혼동되는 부분이 많다. 보통 인터뷰를 하고 그것에 따란 나름의 정리로 책이 써진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은 인터뷰 인용 글이 담긴 책은 처음 읽는 것 같다. 인용 대사들이 한 페이지를 넘어 갈때가 있고 무엇보다 그 인터뷰들은 아만시오의 철학을 대신 얘기해주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누가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안타까운 페이지가 많았다. 인터뷰 부분은 따로 빼서 그 부분만 발췌를 하는 것이 훨씬 깔끔한 구성이 아니었을까. 이 책이 아만시오의 자서전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디텍스의 관한 분석 저서도 아닌 참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 좀 아쉽다고 할까.

 

 

자라 브랜드에 대한 궁금증과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이 브랜드의 숨은 의도에 관한 얘기로 포문을 열었는데 사실 다 읽고 아, 그 궁금증은 다 풀리지 않은 것 같은 약간 아쉬운 맛이 살짝 돈다. 빠른 시대에 맞서 빠르게 움직이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는 매장만 일주일 갔다 와도 알 수 있다. 지난번에 걸려 있던 날씬해 보이는 체크 셔츠는 다음 주에는 사라져 있기 때문에 그때 못산 나의 우유부단한 소비에 자책을 하게 되었으니.

그런 부분들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아만시오의 빠른 움직임은 역시 뭔가 하는 사람은 좀 다르구나 느끼게 된다.

 

 

“ 인디텍스는 아만시오 오르테가를 빼고 생각 할 수 없다. 좀 더 나아가서 이 사람이 없으면 어떤 일도 설명할 수 없는데, 그가 기업의 중요한 시점을 움직인 사상가, 기술자, 분석가이자 특별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비저너리가 이룩한 것은 단순히 자신의 천재성을 활용하고 여기에 엄청난 시간을 들여 기술적인 성공을 이룩한 것을 넘어 더 큰 범위를 포괄한다.” P65

 

 

“성장은 생존 메커니즘”이라고 말한 그의 노력과 철학이 살짝 부럽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개인의 존중함이지 그 밑의 사람들이 그를 정말 어떻게 보고 느끼는지는 사실 이 책으로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칭찬 일색이라서 더욱 아만시오에 대한 존중은 읽는 사람은 생기가 어려웠다는 점이 아쉽다.

 

 

“인디텍스는 훌륭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면서 이미 트렌드를 앞서나가고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 신제품을 생각하여 이런 변화를 통해 여성들이 똑같은 옷을 입도록 놔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는지 집을 ‘입히는’ 제품으로 인테리어스타일링을 또 다른 패션 트렌드로 만들었다.” P141

 

 

앞서가야만 하는 시대에 더 빠르게 움직이는 ZARA의 모습에 많은 반성이 들기도 한다. 정체된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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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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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전 제가 했던 말을 기억하십니까, 라마.]

 

 

 

 

발신자 칸이 비어 있는 편지. 그리고 소인은 10년 전에 미국 애틀랜타에서 온 편지라니. 이 편지를 시작으로 예언의 편지를 보낸 신가야라는 인물로 시작된 미스터리한 사건은 시작되었다.

 

 

 

[궁극의 아이]라는 소설을 두고 궁극의 소설이라는 별명까지 안겨준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안가질 수 없다. 작가는 아주 오래전에 재미있게 읽은 [건축무한육면각제의 비밀]을 쓴 저자라니. 스토리텔링에 놀라운 감각을 지닌 사람을 만나면 살짝 그들의 재주가 너무 부러워 질투가 나는데, 그 사람 중에 하나가 장용민이였다. 그의 글을 쓰는 구성력과 방대한 자료 분석, 수집에 더욱 혀를 내두를 정도다. 궁극의 아이라는 하나의 모티브를 두고 사건을 전천후 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그가 시나리오를 쓰기위해 이 소설을 초본으로 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마도 전작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또한 영화에서 소설로 쓴 경우가 있어서인지 그런 부분이 농후하게 보여주는 면이 있다. 그렇다고 궁극의 아이가 시나리오스럽다 말 할 수는 없다.

 

 

 

 

작가의 문장력이 좋다. 문학을 많을 읽은 것 같은 작가의 문장구사력을 느끼고, 무엇보다 가끔 이런 문장 참 좋다며 밑줄을 긋게 만드는 구절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 작가는 구성도 좋고, 인물도 잘 만들어 놓았고 글을 풀어가는 문장력까지 좋은것이다. 뭐, 이런 사람 여럿 있겠지만 흔치 않은 스릴러를 재미나게 풀어 놓는 작가들은 흔치 않다는 것을 보면 장용민이라는 작가의 이번 작품은 요 근래에 읽은 어떤 책보다 재미있었다.

 

 

 

신가야라는 신비한 눈을 가진 아이, 한쪽은 흑색의 눈동자, 한쪽은 에메랄드 눈빛을 가진 신비한 한국인이라는 인물을 세워 놓고 궁극의 아이가 세상을 보게 되는 것부터 자신이 지키고 싶은 사람들을 지켜 나가는 과정이 치밀하고 매끈하다. 미래는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인물인 신가야와 과잉기억 증후군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엘리스의 만남도 상당히 조화롭다. 모든 기억을 잊히지 않고 다 기억해서 괴로운 한 여자와 미래를 볼 수 있어서 괴로운 한 남자의 로맨스 또한 극적이고 매력적이다. 이제는 퇴물 취급을 받는 FBI 요원 사이먼 또한 이들과 엮어주는 과정, 그리고 그의 사랑스러운 아내와 그 아내와 연결된 사람들 그리고 신가야가 전해주는 예언들과 맞물리는 추리와 현재가 미국 수사 물을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모든 것이 신가야를 매개로 긴밀히 이어져 있었다. 악마 개구리, 엘리스의 과거, 그리고 모니카의 죽음. 도대체 신가야는 어떤 존재이기에 십 년이란 시간을 뛰어넘어 인간들을 체스 판의 말처럼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 것인가. 대체 무엇을 위해 이 엄청난 계획을 세웠단 말인가. 모든 답은 사건 속에 있었다. 어쩌면 사랑하는 모니카의 죽음마저도.” P 250

 

 

 

 

신비로운 소년 신가야를 궁금해 했던 사이먼이 신가야의 주변 인물들과 이어지면서 풀어가는 과정의 스릴은 멋지다. 그런데 가끔 작가도 단서와 복선에 너무 힘을 준 나머지 간혹 실수 아닌 실수를 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마지막 사건을 풀러 가기위해 마지막 비밀번호를 맞추는 과정에서 글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헛소리가 나왔다. 아니, 딸내미 생일번호로 비밀 번호를 만들어 놓는 것은 참 좋은데, 요즘 세상에 무슨 비밀 번호가 카톡 비밀번호 만들듯이 네 자리일까. 더욱이 그 집은 얼마나 무시무시한 곳이냐고. 그런 집에 비번이 꼴랑 네 자리라는 것에 실소 한번 날려주셨다. 이런 부분 때문에 장용민이라는 작가가 나는 쫌 인간다워 졌다고 할까. 고마웠다. 너무 완벽하면 정말 재미없잖아.

 

 

 

 

가끔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지대하게 드는 피가 들끓는 청춘이 아니라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지만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은 일 퍼센트는 하고 있다. 나머지 구십구퍼 센트는 그냥 지금보다 조금 더 부지런히 살고 싶다는 생각 말고는 없다는 것이 나이를 들면서 세월을 받아들이는 무한 긍정의 자세라고 할까.

 

 

 

“운명은 바꿀 수 있어요. 벨몽이 이런 말을 했을 거예요. 운명이란 뽑을 수 없을 만큼 깊

이 박힌 거대한 뿌리라고. 그 뿌리가 바로 당신이에요. 당신이 바뀌면 뿌리가 바뀌는 거예요. 운명을 바꾸고 싶으면 당신이 바뀌면 돼요.”542

 

 

 

 

사랑하는 가족이 된 그들을 위해 희생했던 신비한 소년의 말에 살짝 울림이 있다. 나의 무지하고 게으른 구십구 퍼센트에게 조금 미안해지려고 한다. 그렇다고 이 말에 벌떡 일어나 나를 바꿔야한다며 발 빠르게 움직일 것 같지는 않지만 일정 부분 마음은 살짝 요동치듯 사라졌다. 나에게도 간혹 그 궁극의 아이가 왔다 갔으면 참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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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날로그 사랑법

 

 

요즘 길고양이들에 관심이 많아진것 같다. 이용한님의 책 3세권을 모두 읽으면서 나 또한 길고양이들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고, 지나가다 그들이 경계심만 없다면 안아주고 싶고 쓰담아주고 싶다. 무엇보다 따뜻한 잠자리도 제공하고 싶지만 길고양이들은 호락호락 동물이 아니다. 경제학자로 유명한 저자가 길고양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그들을 통해 세상을 보는 얘기는 얼마나 지극히 아름다울까. 그 속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2. 달리는 청춘의 時

 

 

나는 이런 청년들이 싫다. 어린 나이에 자신의 자아를 너무 잘 알아 찾아가는 그들의 미래지향적인 인간들. 청춘이 지난 지금도 나는 뭘 하면서 살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아직 청춘의 파릇함을 간직한 채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는 그들이 부럽다. 그래서 이런 청년들이 무지하게 밉다. 스팩보다 고비 사막을 더 원했던 그가 사막 앞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사막 마라톤을 시작점에서부터 눈물이 왈칵 치밀었던 그 순간을 나도 느껴보고 싶어졌다.

 

 

 

 

 

 

 

 

 

 

 

 

 

 

 

 

 

 

3. 눈을 감으면

 

 

황경신의 글은 책보다 페이퍼를 통해 더 많이 읽은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늘 단단한 책보다 얇고 부드러운 페이퍼 이미지가 훨씬 강했다. 그녀의 문장들은 그래서 부드럽다. 그녀의 세 번째 에세이집은 그림 에세이다. 그녀의 이미지만큼 화사한 표지의 책이 눈에 띈다. 모두 네 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는 글속에 그녀의 따뜻하고 위로가 담간 말은 또 얼마나 가득할까.

 

 

 

 

 

 

 

 

 

 

 

 

 

 

 

 

 

4. 나라는 여자.

 

 

임경선의 에세이가 나왔다. 그녀의 소설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녀의 칼럼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개인의 성장담이 보편성을 얻기까지 “상처는 지극히 인생에 상냥하다”는 책 소개가 눈에 띈다. 이 책은 사람을 다룬 성장담이라고 한다.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조언을 했을때 정말로 어떻게 저런 해박한 지식과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감탄을 자아냈을 때도 있었는데 그런 그녀의 얘기들이 궁금해진다. 그녀의 마음속에 어떤 아픔이 도사리고 있다가 훌쩍 커서 날아갈까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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