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건너야 서른이 온다 - 청춘의 오해와 착각을 깨는 질문과 답
윤성식 지음 / 예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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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는 왜 책을 읽고 있는 것일까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린 시절 어린왕자를 몇 번씩 읽지 않았다면 아마 책을 읽는다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까 생각이 되지만 그것을 떠나 나이를 먹고 바쁜 시간을 쪼개 책을 꼼꼼하게 포스트잇까지 붙여가며 왜 읽고 있는 것일까.

 

 

책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겠다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생각은 사실 사라지고 없다. 그저 사람과 섞여 사는 지금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둥글게 아주 조금 둥글게 살려고 책을 읽었던 경험이 훨씬 많다. 그래서 몇 년 전은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었고 그것을 통해 나를 바꾸기 위해 애썼던 적도 있었지만 가지고 있는 성격이 많이 변하지 않으니 책을 통한 나 자신의 변화는 많이 없었다는 아주 솔직한 결론을 내 놓아야 할 것 같다.

 

 

[사막을 건너야 서른이 온다]는 이런 나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했던 책이다. 그동안 어떤 지침을 내리면서 이렇게 하면 좋다. 성공하고 싶으면 혹은 너를 바꾸고 싶으면 이런 목록을 해나가야 한다고 나열한 문장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이 책은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에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일화를 통해 자신을 투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의 제목이 마치 꼭 서른을 맞이하는 20대 청춘을 위한 책 같지만 저자가 말하듯 꼭 그렇지만은 않다.

 

 

“3,40대는 중년과 청춘이 공존한다. 이미 상식적, 기계적 삶에 들어선 중년이 있는가 하면, 그런 삶 속에서도 마지막 일탈과 변화를 꿈꾸는 청춘도 있다. 뭔가를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3,40대 중년은 지나버린 청춘 때문에 가슴앓이를 한다. 반면 아직 기회가 있다며 눈을 반짝이는 3,40대 청춘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젊음 때문에 가슴앓이를 한다. ” P91

 

 

 

책에도 이런 얘기들이 몇 번 등장하지만 늦었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 나이를 먹는 것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지금 3,40대의 역할이 예전보다 훨씬 두드러지게 늘어났으며 그들의 변화가 더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사회에서 아직 뭔가를 도전하기에 3,40대가 부담스러운 나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많으니 이것 또한 책에서 말하는 내용과 현실의 간극이 아직 와 닿지 않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의 얘기에 어느 정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싶은 것은 청춘의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젊은 때문에 가슴앓이를 한다는 내용에 나도 모르게 벅찬 눈물이 꽉차버렸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 인생이란 자기 몫의 삶에 오직 자기만의 행복, 가치, 의미를 그려내는 행위를 말한다고 한다면 그것을 영위하고 발전하기위해 시간을 투자하여 시행해야 할 것도 있고 나를 발전시키기 위해 저자의 말처럼 인생의 밑그림을 그려 놓아야한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중고등 학교를 거쳐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저 학교에서 말썽을 피우지 않고 공부하며 지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다. 대학을 다니며 앞으로 사회에 나가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며 지낸 시간이 너무 짧아서 막상 사회에 나오니 내 인생이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밑그림을 그리려고 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내가 원했던 직장을 통해 하고 싶은 일들을 좀 더 많이 하며 사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생각해보니 그것이 내가 원했던 인생의 마지막 그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 내가 그려야 했던 밑그림은 아직 없었던 것이다. 책에서처럼 밑그림이 좀 더 세밀하고 완벽했다면 지금의 내가 달라져 있을 수 있겠지만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난 버린 일이니 20대를 지나버린 지금 청춘의 끝자락을 붙들고만 싶다.

 

 

“ 무슨 일이든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은 오히려 스스로를 갉아먹을 뿐만 아니라 쉽게 지치게 만든다. 오로지 정상만을 바라보며 기쁜 숨을 내쉬면서 산에 오르는 것과 담담히 한발 한발 산에 오르는 것은 같지 않다. 묵묵히 산을 즐기며 쉬지 않고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도달해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P68

 

 

그동안 남들보다 훨씬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일기장에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자는 글은 많이 써 놓은 것을 발견했었다. 블로그를 통해서도 지금보다 더 노력하지고 했지만 실상은 노력도 하지 않았고 실천은 없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 문장을 통해 내가 치열하게 살아가려고 했던 그 일들이 정말 그렇게 노력하고 치열하게 살아야 했던 일이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지는 않겠지만 내가 늘 고민했던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그것이 내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리라고 생각된다.

 

 

저자는 처음부터 그런 얘기를 했었다. 당신이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이 잘 그려진 밑그림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는가. 그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스펙만을 원하고 있지는 않던가. 그것이 진짜 원하는 것일까 내게 계속 의문점을 던진다.

이 책이 마음이 드는 부분은 이런 의문점을 아주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일화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인생을 원하는 것을 얻으며 마음 아프지 않고 즐겁게 살아갈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인 내게 가장 크게 다가왔던 것은 나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자기애를 강하게 키우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자아가 너무 강해 결국 나만 생각하는 이지적인 사람을 만들고 주변 사람들과 간극을 만들어 결국 외로운 모습으로 남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역시 이 책에서도 어떤 행동을 해서 자신을 바꿔보라는 지시 목록이 있다. 그 부분이 참 마음에 드는 몇 개를 만났다.

 

 

1. 미루지 않는 연습

2. 주기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기

3. 주변을 항상 깨끗하게 정리하기(책상, 방등)

4. 가끔 규칙을 깨기

5. 억제력 연습 (화를 내고 참는 것이 아니라 화를 아예 내지 않는 연습)

6. 거절하는 연습 (마음이 약해서 거절할 일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유용)

 

 

“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일 때 행복할 수 있다.”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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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할때의 6개월은 참 길것 같지만 어느덧 시작앞에 끝이라는 단어가 존재한것 같아 당황스럽기만 하다.

그동안 읽고 싶은 책들이 눈 앞에 놓여 있을때는 참 즐거웠다가 이런 책이 선정될 줄이야라는 책을 만났을때는

다 읽고 나서 내게 다가와줘서 참 반가웠던 책도 있었다.

 

나는 늘 헤어지는 사람들에게

"인연이 닿으면 악착같이 만나자"는 말을 하며 헤어지곤 했다.

인연이 닿았던 나의 그 책들, 또 읽고 또 읽어 악착같이 나와 있어주길 바란다.

 

총 12권의 책중에 5권의 나만의 베스트를 뽑아 본다.

 

1.

 

 

 

 

 

 

 

 

 

 

 

 

 

여행을 좋아는 나에게는 이 책은 정말 즐거웠던 책이었다.

특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택한 여행지를 따라가보는 것은 더욱 즐거웠다.

그들이 선택한 여행지중에 내가 갔다 온곳은 몇곳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나도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 여행지를 아직 가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나도 그들이 했던 그 곳을 따라가고 싶다.

 

2. 

 

 

 

 

 

 

 

 

 

 

 

 

소문을 많이 들었던 책이었다.

책속에 나와있는 작품 하나하나 소장하고 싶은 생각에 욕심이 났다.

그리고 작가가 그 작품을 통해 말하는 그 작은 얘기들에 귀 기울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동안 만났던 가장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3. 

 

 

 

 

 

 

 

 

 

 

 

 

 

 

 

보통 나는 누군가 읽은 책 목록을 만들어 놓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독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저자의 소소한 책 선택과 소위 나 이런 책 읽었어 이런 잘난척이 없는 책이라서 좋았다. 정말로 내가 좀더 젊을때 만났다면 참 좋았을 책이다.

 

4.

 

 

 

 

 

 

 

 

 

 

 

 

 

 

역시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선택 할 수 밖에 없는 책.

그의 여행이 너무 부러워 이 사람 뭐하는 사람인가 블로그까지 들어가 봤던 책이었다.

사람이 여행을 통해 얻는 것이 어떤 것일까 많은 생각을 했던 책이라서 올해 계획중인 여행은 분명 저자처럼 감성 가득한 여행기를 써 보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5

 

 

 

 

 

 

 

 

 

 

 

 

 

 

 

 

 

 

이런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저씨가 있을까.

소설만 읽다가 에세이를 만났을때의 즐거움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의 에세이를 계속 읽고 싶은 이유는 그의 그 귀엽고 즐거운 시간을 계속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5권의 책중에 나를 가장 즐겁게 했던 책은

 

 

 

 

 

 

 

 

 

 

 

 

요 책이었다.

 

생각만해도 흐믓한 웃음이 돋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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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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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을 쓸까?”가 아닐까. 소재의 고민과 당장 내일 쓸 어떤 내용이 없어 고민을 할 텐데 하루키 아저씨는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없다고 하신다. 이런 부러움이 가득한 그의 에세이를 어떻게 읽어 나갈까. 그리고 그의 이런 자랑이 부러워 잘 읽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과 함께 소재 고민 없이 [앙앙]에 에세이를 연재를 하신다는 그의 얘기가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는 무라카미 하루키 라디오의 세 번째 책이다. 그간 [앙을 통해 연제된 책들을 예쁘게 묶여 나온 책인데 죄송하게도 앞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책을 아직 읽지 못했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라는 제목도 요상하고 재미있지만 전작의 책들 또한 제목이 발랄하다. 이제 60대 중반을 달리고 계시는 아저씨라면 뭔가 무게 있고 의미가 훨씬 많은 그런 책 제목을 정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는 단언하거나 예측 할 수 있는 작가가 아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의 글과 그를 사랑하는 것일까.

 

 

그가 20대의 여성들이 주된 독자로 되어 있는 [앙앙]을 통해 연재하고 있는 이 에세이는 여자를 좋아하는 그가 얼마나 즐겁게 글을 쓰고 있는지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읽혀지지만, 역시 그는 글을 쓰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또한 내가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도 글을 쓰는 작가라는 한 사람의 모습을 가장 자세히 알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낯을 많이 가리는 그는 말이 별로 없는 편이며, 편집자와 함께 작업을 할때도 부산스럽고 번거롭지 않게 커피만 시키며 앞에 과일 파르페를 시켜 놓은 편집자는 혹시 이런 상황에 저런 메뉴를 시키면 안 되는 그런 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그냥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행을 자주 다니는 그가 짐을 꾸리는 노하우의 한 면에 작년에 갔다 왔던 장지 유럽 여행에 나도 실행했던 한 부분이 있어서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장기 여행이며 여름이기 때문에 옷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여행 짐을 어떻게 꾸릴 것인가 고민했었는데 그때 가장 먼저 실천한 것이 낡은 속옷과 양말을 가져가는 일이었다. 운동화로 신발을 정했기 때문에 양말은 필수였는데 그때 매일 신을 양말을 빠는 일도 힘들고, 그렇다고 그 양말을 10일 이상 가지고 다닐 수 없었기 때문에 해지고 낡은 양말을 가지고가서 그날 신고 버리고 왔다. 물론 속옷 몇 벌도 그렇게 했다. 하지만 낡은 셔츠나 티셔츠는 가지고 가지 않았다. 예쁘게 입고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에 그 부분은 패스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숙소에서 입을 옷을 그렇게 정해서 돌아오는 날은 버리고 왔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고 생각이 나는 것이다. 여행지를 돌아다닐 때마다 늘어나는 선물과 물건 때문에 캐리어는 터지기 일보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소소한 부분을 실행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레코드는 사는 일을 멈추지 못하는 부분은 스노우돔을 보면 눈이 반짝이며 무거운 스노우돔을 몇 개를 사서 깨질까봐 좌불안석하며 귀국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육식보다 채소를 훨씬 좋아하는 하루키라니, 그의 식성이 이상하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이상하게도 일본인들은 채소를 훨씬 많이 먹는다는 생각이 있고, 하루키 역시 감자조림이나 우엉조림에 훨씬 맛있는 밥을 먹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그의 채식 습관이 그냥, 그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많은 나라에서 살아 본적이 있는 그가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을지는 글을 통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가 유명 작가라는 것보다 나는 그의 여행 이력을 훨씬 부러워한다. 어디서든 자유롭게 머물고 싶은 곳에서 머물며 살아갔을 그 시간이 어찌 부럽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살아온 여행 작가가 아닌 전업 작가이지만 여전히 그의 글 속에는 그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 있다. 그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채소와 고양이 그리고 그가 여행을 가면 꼭 사가지고 오는 레코드, 그것을 통해 들려오는 아름다운 음악이 그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간혹 타인의 일상이 궁금하다고 생각된 적은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알고 싶을 때는 있다. 그리고 매번 글을 쓰느라 고뇌와 번뇌, 괴로움의 시간을 마주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작가들이 생각만큼 그런 시간보다 훨씬 유쾌하고 재미있는 일상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의 그 놀라움은 우리와 다른 어떤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연예인의 모습을 상상했던 어린 시절의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고 할까.

 

 

책 끝머리마다 그의 짤막한 궁금증과 얘기는 얇은 책의 이야기를 더 즐겁게 만든다. 다음 소재에 맞는 얘기 진행을 보며 마지막에 어떤 엉뚱한 얘기를 물어 보실까 궁금해 페이지 뒷장을 먼저 읽을 때도 있었다.

 

 

한국에서도 사랑받는 일본 작가들중 손가락에 꼽히는 그의 소설에 취했었다면 이제 그의 에세이에 취할 차례인 것 같다. 그가 이렇게 말랑말랑한 아저씨라고 생각을 누가 했을까. 하지만 그의 글 속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장을 여러 번 읽고 나니 역시, 세월을 지나온 사람이라는 것이 다시 한 번 느껴진다.

 

 

“ 분명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얻고자 하는 마음과 의욕일 터. 그런 것이 있는 한, 우리는 자신이 자신의 등을 밀어주듯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잘 풀리면 아무것도 몰라요 하고 모른 것을 ‘자랑’하는 작가가 될 수도 있다. 인생이란 꽤 복잡하다.” P 63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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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눈을 감으면 - 낮의 이별과 밤의 사랑 혹은 그림이 숨겨둔 33개의 이야기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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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우리 민화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몰랐던 그림의 화풍보다 그림을 그릴 때 화가의 마을을 더 많이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이유로 그림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으려 주문은 엄청 했었지만 늘 그렇듯 책들은 펼쳐지지 못하고 고스란히 책장에 잠들어있다.

 

 

너무도 유명한 황경신 작가이지만 나는 그녀의 책을 딱 두권 읽어 보았다. 많은 저서가 있지만 그토록 내게 더 많이 다가오지 않았던 이유는 그녀의 넘치는 예쁜 감성이 가끔은 뾰족하게 날서 있는 나를 너무 자극시켜 읽는 동안 괴로웠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그녀의 책이 내 책장에 줄서 있었던 적이 많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눈을 감으면]의 책이 조금 멀리했던 그녀의 책들이 다시 궁금하게 만들어 놓았다.

 

 

작년에 오스트리아에 갔을 때 유독 박물관과 전시관을 많이 갔었다. 그중에 오스트리아가 고향인 클림트의 그림들을 마음껏 보고 올 수 있어서 행복했었다. 클림트하면 떠오르는 황금색의 색감에 놀라움을 표현할 길이 없었는데 돌아와서도 오스트리아라는 나라보다 클림트의 황금색만 생각이 나곤 했었다. 궁전에 전시되어 있는 클림트의 그림을 보러 온 많은 나라의 사람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한 그림만 보는 사람들도 있었고, 며칠씩 그 그림을 보러 갔다는 사람들의 후기도 읽을 수 있었다. 그동안 전시회에 찾아가면 그림 앞에 5분 이상 서서 생각에 잠겨 본적이 없는 나에게 그들의 모습이 생소하긴 했다. 그들은 그림 앞에 서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 궁금증은 이 책 [눈을 감으면]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일까. 황경신 작가는 그림을 통해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을 통해 그림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보는 이를 통해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처음 책의 내용에 대한 사전지식을 모르고 펼치며 읽었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책장을 한참을 또 읽기를 여러 번 다음 단락을 넘어갈 수 있었다. 200페이지 조금 넘는 책인데 쉽게 책을 다 읽지 못했던 것은 그림에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녀의 솜씨에 나도 모르게 나 스스로의 다른 이야기를 또 만들어내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비 오는 날의 피프스애비뉴]의 얘기는 당혹스럽고 매혹적이어서 정말로 이런 상황으로 거쳤기 때문에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매력적인 웃음으로 모든 사람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 내는 동생을 가진 언니가 느끼는 그 좌절감과 내 것은 모든 빼앗길지 모른다는 공포를 그림을 통해 어떻게 생각해 낼 수 있었을까.

 

 

처음 [옷장을 뒤지는 여자]는 충분히 그런 내용을 담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사랑했던 사람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남겨진 사람의 물건을 뒤져 흔적을 찾아내는 일 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의 그녀의 낡은 뒷모습을 통해 그녀가 앞으로 겪어야 할 상실의 시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비밀 하나 남겨 놓지 않고 떠난 당신의 흔적을 찾는 일은 얼마나 괴로운 시간이며 앞으로 다가올 당신의 부재에 괴로운 날들일까. 황경신 작가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그녀의 뒷모습이 애처로워 열린 옷장을 닫아주고만 싶다.

그녀의 이야기는 [백합 속에서]와 연결지어 볼 수 있다. 당신의 부재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이렇게 또 말해주고 있다.

 

 

“ 여자는 눔을 감았다. 어떤 식으로든, 겨울은 지나간다. 여자는 생각했다. 그리고 또한, 어떤 식으로든, 사랑도 지나간다.” P66

 

 

어찌 보면 그림마다 작가가 새로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이야기는 연결되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 사랑하는 사람의 떠남과 함께 생기는 부재에 대해 그녀는 사랑이 떠나고 다시 또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리고 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그녀는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자기 자신에게 포함하여, 모든 사람이 영 불편하고 어색했다. 그녀는 그리하여 하나의 풍경 안에 녹아 들어갔다. 텅 빈 마음에 박힌 못 하나처럼 살다가, 텅 빈 공간에 박힌 못 하나가 되었다. 쓸쓸하고 평화롭고 그리하여 마침내 완벽해진, 뒷모습이 되었다.” P115

 

 

[피아노와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이 있는 실내, 스트란가데 30번지] 의 그림을 통한 그녀의 이야기다. 옷장을 뒤지는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이 스트란가데 30번지 이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녀는 당신의 흔적을 끝내 찾지 못하고 검을 옷을 입은 채 여전히 당신을 기다렸다가 사랑은 그냥 그렇게 지나간다고 말하며 끝내는 자신은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그녀가 아이를 낳고 [새장을 든 소녀]의 그 이야기처럼 사랑을 하기위한 딸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들려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 눈을 감으면, 아득히 멀어지고 아득히 가까워진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이 진짜 삶이다.”

 

 

 

우리의 삶의 어느 한 부분이 이런 면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의 어느 작은 공간에 켜진 등불하나가 점점 환한 불이 켜질 것이다. 기리고 멀어졌다가 점점 다가온 등불은 내가 그리는 모습일 것이다. 눈을 뜨면 사라질, 그래서 눈을 감아야만 하는 그림 속 이야기는 계속되는 것일까.

언젠가 나는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아련하게 이런 생각이 들어 블로그에 글을 올린적이 있었다. 그 한 장의 사진은 Edward Dimsdale의 사진이었다. 가방을 들고 떠나는 여자의 모습에 문득 떠 올랐던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의 전문을 올려 본다.

 

 

 

photo BY Edward Dimsdale

 

계절의 끝은 때로는

떠나는 여자의 뒷모습처럼 쓸쓸하다.

 

 

하고 싶었던 말을 맘속으로 정리하느라 그 날밤잠을 이루지 못했을 여자. 가슴께로부터 준비했던 말이 치고 올라온다. 오늘은 꼭 말을 해야 할 것이다. 오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지난밤 그 말을 준비하기 위해 여자는 손으로 가슴을 꾹꾹 눌렀다. 자꾸만 흐릿해지는 시야를 흔들어 생각도 흩트려 놓았다.

 

 

여자는 끝내 그날 밤 준비한 말을 다하지 못하고 문을 열고 나온다. 여자는 마지막일지 모를 남자의 손을 잡아본다. 그리고 천천히 뒤돌아 걸어간다. 여자의 걸음걸이 속도가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뒤돌아 가고 있는 남자의 발소리를 끝까지 듣기 위해,하지만 미련 없이 떠나고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그렇게 천천히 걸음을 늦추며 가고 있다.

 

지난밤 정리해둔 말들은 낙엽이 떨어지듯멀어져 가는 남자의 발소리에 맞춰 맘속에서 떨쳐낸다.여자는 남자와 헤어진 자리에서 열 걸음도 채 가지 못하고 있다.

 

 

 

-본문은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진 본인의 글입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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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읽는 28가지 심리실험 - 알다가도 모를 마음의 법칙
로버트 에이벌슨 외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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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읽는 28가지 심리실험

 

 

심리학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심리학에 대한 지식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여러 번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변에 널려있는 환경에 필요에 따라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회생활에서 타인과의 접촉과 관계 지속유지를 위해 타인의 마음을 빨리 읽어내어 업무처리를 한다면 관계유지보다 나에게 훨씬 편하고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은 어벤저스급의 인물처럼 가지고 싶었다.

 

 

[내 마음을 읽는 28가지 심리실험]은 이런 나의 궁금증을 많이 풀어 놓았다. 그간 읽었던 몇 권의 심리학책들과 이 책이 많이 다르지는 않다. 사람들을 통한 여러 실험을 통해 얻어지는 결과물에 깜짝 놀라지는 않겠지만 그간 너무 많은 미디어와 책을 통해 알려진 일들이라 역시, 이런 현상은 변하지 않는군! 이라는 믿음이 더욱 확실해지게 만들었다.

한 실험의 예에서 두 자매중 한명은 비싼 가격의 영화표를, 한 명은 할인된 가격의 저렴한 영화표로 같은 영화를 봤을 때, 그 영화의 평이 형편 없었을 때 두 자매가 나타내는 심리는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 싸게 구입한 한명은 역시 싸게 구입한 표만큼 형편없었다는 그 평에 자신의 감정을 더해 더욱 형편없는 영화평을 했지만 비싸게 산 한명은 자신이 투자한 만큼의 돈이 아깝기 때문에 비싼 만큼 재미있었다는 의지를 계속 내비쳤던 결과에 주변에도 이런 현상을 가끔 볼 수 있었다. 영화뿐만이 아니라 물건일 때도 비슷한 경우를 보인다. 같은 가방이지만 훨씬 비싸게 정가를 준 사람과 할인에 마지막 할인까지 받아 산 사람이 보는 그 가방의 가치는 극과 극일 수 있다. 물론 가격이 싸더라도 가방이 마음에 들어 자신의 워너비 가방으로 들고 다닐 수 있지만 대부분은 비싸게 산 물건에 대한 호응은 훨씬 높기 때문이다.

 

 

홍상수 감독의 ‘오수정’은 두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하고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부분을 알려주었던 영화였다. 어찌 보면 이 영화는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있었던 일들을 서로 다르게 어떻게 기억을 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심리실험같았다.

 

 

“우리는 과거를 있는 그대로 기억하지 않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현재의 관점에서 재구성한다.” P21

 

 

물론 그 영화는 현재의 관점에서 재구성 했다기 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기억했던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기억의 왜곡 법칙을 가지고 만든 영화였으니 홍감독님은 시나리오도 없이 가지고 영화를 만드신 다는데 남다른 심리학 전공이셨는지 영화 구석에 타인에 대한 사로 다른 행동의 모습을 실험처럼 보여주는 영화가 많은 듯 하다.

이런 심리 실험에 재미있게 넘겨 읽는 부분도 많지만, 대부분은 사실 지루한 실험 결과를 읽어내느라 힘든 부분도 있었다. 이런 결과를 보면서 실험을 준비한 이들이 견대내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과 노고에 대단한 인내를 가진 사람만이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결과를 얻는다고 생각이 든다. 물론 저자도 말했던 것처럼 심리학자가 모든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의 수의 결과물을 보았으니 일반인보다 훨씬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이책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단락마다 중요한 부분을 발췌해 놓은 요약 서문이었다. 그 부분을 읽기만 해도 앞으로 전개될 실험의 주된 내용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그간 내가 간과해 왔었던 나 자신과 타인 혹은 관계를 맺고 있는 지인들과의 사이에서 잊고 있던 소중한 소통의 구멍이었다.

 

또한 챕터마다 중간에 소제목을 뽑아내는 능력이 참 좋은 책이다.

행복도 불행도 생각만큼 오래가지 않는다는 소제목을 읽고 요즘 나의 일상을 보면서 딱 맞는 말인 것 같아 제목을 뽑아내는 저자에 감탄을 여러 번 했다. 물론 이 부분은 자와 연결된 환경적이고 경험적인 부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불행, 혹은 불쾌한 사건이 얼마나 오래 자신을 괴롭힐까 늘 과대평가를 하지만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잊힌다는 내용에는 처음에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남들보다 상처받은 일을 쉽게 잊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고치려 많은 노력을 했었는데 그것은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부분이었다.

 

 

그러니까 나이를 먹으며 시간을 보냈더니 이런 일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것이라는 경험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불행이 나를 계속 괴롭힐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 책이 심리실험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읽어낼것 같지만 사실은 나에게 들려주는 반성의 시간도 마련해준다.

 

 

“행복의 열쇠는 원하는 것을 얻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충분히 누리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P 43

 

 

물론 지금의 환경이 충분히 행복한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다 큰 행복을 찾기 위해 힘들이는 것보다 지금이 가장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일지 모른다. 마음은 늘 어딘가를 행해가느라 나의 발은 늘 땅위에 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니 이제 들떠 있는 발은 땅에 안착시켜 지금의 시간을 열심히 걸어가며 열심히 사는 것이 행복의 시작일지 모른다.

어찌 보면 마음을 읽어내는 것은 내가 나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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