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석 달 정도 휴직을 결정하고 평일에 못한 일들을 해보자 했지만 쉽게 움직여지지 못한 것은 복병으로 나를 찾아 왔던 림프절 수술의 회복이 더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 그렇게 집구석에 있으려니 힘들어서 주말에는 지인들과 만나서 문화생활을 하기로 하여 본 뮤지컬 포미니츠.



독일 영화가 원작이었던데, 보지 못하였다. 넷플릭스에 3월까지 있었는데 이제는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가 없다. 초반 서사가 너무 없어서 좀 힘들었던 내용이었지만 마지막은 감동의 눈물이 흐르더라.



<헤어질 결심>

7월까지 본 영화중 가장 베스트였다. 결국 대본집도 샀다. 박찬욱의 영화가 늘 가학적인 부분이 많아서 보기 불편했는데 단 한 씬도 버릴게 없었던 영화였다. 박해일의 늙은 얼굴도 반가웠고.



<외계인>

십여년전에 본 시리즈물 <24시>에서 가장 불편한 것은 딸이었다. 사건에 늘 방해가 되는 인물에 자식이 걸려 있으니 진짜 환장할 노릇이라고 할까. 김태리가 그런 느낌이었다. 1부와 2부로 찍었고 이제 1부가 끝난 것이고 내년에 2부가 상영된다고 하니 영화 평은 2부가 끝나야 할 수 있지 않을까.


<탑건: 메버릭>

탐 오라방은 영화 속에서는 언제나 옳다. 그가 표현하는 모습은 늘 환영이다. 늙은 배우를 맞이하는 순간에 나도 거울로 나를 본다. 하....세월이 아쉽다.



<범죄도시2>

손석구 때문에 갔다가 마블리에 반해서 나왔던 영화.

그 촌스러운 마블리는 다 알 수가 있어서 좋겠다.



<유미의 세포들>

웹툰 바비와 드라마속의 바비가 달라서 안타까웠다. 진영이 더 좋더라.

시즌2에서 이제 3으로 가면 유미의 엔딩 남자 순록이 나올텐데....진영이보다 못생기면 화낼것 같다.





갑자기 뭐가 막 쓰고 싶어 노트북을 열면 우리 루키가 아직 회복이 중요하다며 말리고 있다. 효도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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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7-30 2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미니츠는 첨 들어봐요. 검색해 볼께요~ 저도 박찬우의 영화 보면 너무 대담해서 그게 불편할 때가 있는데, 순간적인 유머와 카타르시스가 느껴져 좋아요. 봉준호보다 더 좋은데… 저의 아들은 봉준호를 더 좋아하더라고요. 괴물은 열번도 넘게 볼 걸로 알고 있는데 저는 괴물도 제대로 못 봤어요. 걍 그저 그렇던데..좋아하는 포인트가 달라서… 저는스마트폰으로 작성하는데.. 글이 어느 정도 길어지면 커서가 지 맘대로 움직이고 화면이 이상해져요!!! 자는 모습 너무 이쁘네요~

오후즈음 2022-08-18 16:52   좋아요 0 | URL
헤어질 결심이 올해 본 영화 상반기 중에 최고였는데 흥행이 미진해서 감독도 좀 속상해 한다고 하더라고요. 손익 분기점이 120만인데 다행히 분기점은 넘었는데 더 이상의 흫행은 안 이뤄지나봐요. 재미있게 본 1인으로 좀 속상합니다.

핸드폰의 글은 왜 그렇게 될까요? AS받으셔야 하는것 아닐까요? 저는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데요...핸드폰으로는 이렇게 긴 글은 못 써요 ㅠㅠ
 
말의 시나리오 - 어떤 말은 삶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윤나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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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지향에서 내부 지향 시나리오로 바꾸는 법 [말의 시나리오 -김윤나]

“ 사람의 말에는 시간이 산다.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의 흔적, 즉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고 또 무엇을 간절하게 바랐는지가 고스란히 묻어 있다.” P53

나는 전화로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목소리란 얼굴과 다를 때가 있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서로가 풀어야 할 오해가 생기는 과정의 이야기라면 절대로 전화로 감정을 전하는 것을 지양하고 말을 아낀다. 만나고 나서 서로의 얼굴과 지난밤 나름 정리된 감정으로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렇게 처리해도 문제가 남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안타깝지만 그때는 뭘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 사람들과 더 이상의 감정을 소비하고 싶지 않다. 

[말의 시나리오]에서 저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두 가지의 패턴이 있다고 한다. 타인에게 맞춰서 말을 하는 타인지향 시나리오, 그 반대는 내부지향 시나리오가 있다고 한다. 타인지향 시나리오에 맞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내부지향 시나리오로 바뀌어야 하며 그 과정은 어떻게 이뤄줘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타인지향 시나리오를 가진 사람들이 삶과 관계에서 균형을 찾고 대화할 때 편안해지고 유연해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에서는 제 1장에서는 나와 말의 불편한 관계에 대해 모색한다. 2장은 내 말은 왜 나답지 않은지 살피고 제 3장은 그렇다면 말의 시나리오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렇게 하여 제4장에서는 말이 멈추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저자의 여러 사례를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좀 놀랐던 부분은 “내면이 강하고 단단한 사람은 도와 달라는 말을 억지로 참지 않는다. ‘이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까?’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P32 

보통 이런 얘기를 자주 하는 지인이 있었는데 주변에서는 그에게 자존심이 없는 나약한 사람이라는 뒷말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단점이 약점으로 바뀌어 상처로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는 곳이 사회이기 때문에 도와 달라는 것은 약점을 보인다는 것과 같이 보이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이런 면이 알려진다고 해도 그것을 받아드릴 용기가 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반응했던 그를 떠 올려 보니 그는 자존감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었다. 

타인지향 시나리오를 가진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들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자신의 내적 신호와 기준을 무시하는 각본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P63)타인의 감정과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고 남들에게 인정받으며 정서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기를 외면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타인지향 시나리오를 가진 사람들의 말에는 자기감 (sense of self)이 결여되어 있고 그들의 말에는 자기가 말려나 있거나, 사라져 있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특히 타인지향 시나리오 사람들 중 인정 시나리오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에게는 특정한 말들이 있다. 

: 잘 한다 , 역시 대단해 같은 말을 듣지 못하면 불안하다. 

: 스스로를 뽐내기 위한 말과 행동을 보인다. 

: 외모, 돈, 성공, 지위 등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 나는 네 편이야. 네가 좋아라는 말을 듣기 위한 말과 행동을 한다. 

: 타인의 무관심과 비판의 말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 P107

동료 한분이 이런 타입이다. 뭘 하든 칭찬을 해줘야 한다. 같이 점심을 먹고 커피를 하나 타줘도 칭찬을 해줘야 한다. 당신이 타준 커피가 너무 맛있다. 네가 최고다로 마무리가 되지 않으면 계속해서 질문을 한다. 내가 최고지요? 누군가 새로운 옷을 입고 오면 자신이 입으면 더 예쁠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어느 날부터 나는 그녀에게 칭찬의 말을 하지 않는다. 엄지손가락을 치켜 보이며 응수하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그녀가 보인 이 인정욕구가 넘치는 행동은 타인지향 시나리오에 해당 될 것 같다. 

작년인가, 강기훈 유서 대필사건으로 검찰에게 왜 사과를 하지 않느냐는 최강욱 의원의 질의가 있었는데, 결국 그들은 사과를 하지 않았다. 상처받고 고통 받았던 사람들만 괴로움 속에 살게 되었고 그들은 사과라는 것을 전혀 하지 않았다. 왜 그들은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일까. 

“사과하지 못하는 특성은 그 사람의 약한 자기감과 깊은 관계가 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이 자기감과 자존심을 훼손한다고 믿는 사람은 그 말을 피하고 싶어 한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자기 결함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121

물론 대단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검찰들이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혹시 주변에 사과를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잘못한 것을 잘못 했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타인지향 시나리오에서 내부지향 시나리오로 방향을 바꾸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중에 하나는 시간을 재편하는 것이다. ‘채움’과 ‘비움’의 균형. ‘함께’와 ‘혼자’의 균형, ‘타율’과 ‘자율’의 균형, ‘나’와 ‘너’의 균형을 맞추는 관점에서 시간을 조정 할 수 있다. P178

나의 말이 떠돌지 않고 안에서 만들어지기 위한 생활시간을 재편하여 안정된 자기감을 갖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분에서 매일은 힘들겠지만 일주일 정도의 시간표를 짜 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 주말은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 놓거나 그러지 못하는 경우에는 최소한 나를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서 충족시킬 만한 것을 찾아야 한다. 

“남의 눈치를 보느라 제 말을 단속하지 않고, 남의 마음을 살피느라 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지 않기를 나 자신을 더 알아가는 데 시간을 사용하고, 더 나답게 하루를 보내기를. 

그래야 말이 당신을 닮아 간다. 한결 편안해진다.“” P257

나이를 먹으니 어는 장소에서 웃고 떠들며 설쳤던 모습이 없어진다. 말을 꺼내기가 어렵고 많은 말들을 하고 싶지가 않아진다. 나도 나에게 조금 더 편안해진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놓고 싶다.

사실 이 책은 이런걸 알고 싶어서 읽는 것이 아니었는데 좀 다른 형태의 책이었지만 나름 타인을 이해하는 여러 방법을 알게 되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들을 언젠가 멀리하는 일이 있겠지만 그전까지는 내 울타리에서 나를 버리지 않는 한 좀 더 이해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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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가 돌아왔다.



한 달 동안 동생네 집으로 갔던 루키가 집으로 돌아왔다. 동생이 살뜰하게 챙겨줬지만 눈칫밥이라는 것이 왜 있겠는가. 그 눈칫밥 내가 잘 안다. 독일에서 34일 동안의 눈칫밥은 그해 나에게 결국 병을 주었고 약을 복용하게 되었다. 뭐 어쨌건 우리 루키가 집에 와서 좋은지 하루 종일 나를 따라다니며 울고 부비고 난리도 아니었다. 들어보니 몸도 가벼워져서 몸무게를 측정해보니 0.3키로나 빠졌다. 집에서 다시 살을 찌워야 겠다. 정작 내가 빠져야 하는데 왜 우리 루키만 살이 빠지고 나는 안 빠지는 걸까.



림프절 절개 수술한 겨드랑이가 회복이 너무 더디어서 뭘 할 수가 없는 시간들이었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고 싶어도 조금만 써도 겨드랑이가 아파서 자리에 누워버렸다. 루키가 더 일찍 집으로 올 수 없었던 이유가 나의 겨드랑이의 회복이 더뎠기 때문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언제나 그랬듯이 배를 까고 누워 있는 루키를 보니 마음이 평안해진다. 이제 우리 다시 서로 기대어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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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3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후즈음 2022-07-23 22:42   좋아요 1 | URL
루키가 노르웨이 숲 종인데요. 장모종이라서 털이 길어요 ㅋㅋ 누우면 저렇답니다.
팔은 많이 좋아졌어요. 수술한지 한달 넘으니 나아지네요. 뭐든 다 시간이 필요한것 같아요

2022-07-24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29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29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30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07-24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빨리 회복되시길 바랍니다.
루키도 집사님 만나서 기분 좋겠습니다^^

오후즈음 2022-07-29 12:37   좋아요 1 | URL
루키도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는지 일주일 정도 애가 잠만 자더니 이제는 사냥 놀이도 하러 왔어요. ㅎㅎ
저도 팔이 아직 안 올라가는것 말고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감사해요~ ^^
 
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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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부재에 대한 질문들 [환상의 빛 - 미야모토 테루]

20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이후 가까운 지인들이 세상을 떠나는 일을 겪어 본 것은 3년 전 갑자기 떠난 친구의 사망 소식이 전부였다. 죽음이라는 것이 내게는 좀 멀리 있는 단어 같았다. 아버지는 1년 정도의 투병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친구는 그러지 못했다.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소식을 늘 전해왔던 친구의 죽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에 주름을 만들었다. 때로는 잊고 있다가 길가의 돌부리처럼 갑자기 넘어지며 그들이 남겨 놓은 상흔을 마주하게 되었다. 친구의 장례식장에 갔다가 얼굴을 잊고 있었던 지인들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오랜 달력에 빼곡하게 적어 놓았던 기록들을 얘기하며 웃고 울다가 헤어졌다. 모두 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던 그 말들. 집으로 오면서도 끝내 뱉어지지 않았던 질문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어디서든 대답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왜라고 물어보면 때문이라는 답을 얻지 못할 것이었다. 

고레이다 히로카즈의 첫 장편 영화의 원작인 [환상의 빛]도 그렇다. 아무렇지 않은 일상에 창문을 열어 불어오는 바람처럼 문득 죽은 이들의 추억과 기억이 머물다가 사라진다. [환상의 빛]에는 총 4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작품 모두 죽음의 부재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있다. 

‘환상의 빛’에서는 늦은 밤 전차에 치어 자살한 남편의 죽음의 상흔이 일상에 놓여 있다. 두 번째 단편 ‘밤 벚꽃’은 아들의 죽음이 집안에 남아 있다. 세 번째 단편 ‘박쥐’는 중학 시절 친구였던 란도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며 그와의 시간을 떠 올리게 된다. 네 번째 단편 ‘침대차’에서는 어린 시절의 친구가 기차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참여하며 잊고 있던 지난날의 기억을 회상하게 된다. 어느 날 문득 다가온 지인과 가족의 죽음은 일상적인 삶을 흩트려 놓게 된다. 총 4편의 작품 속에 던져진 죽음의 부재로 인한 물음은 각자 다르겠지만 그들이 겪고 있는 질문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모두 그 질문에 답을 해 줄 수가 없다. 어느 날 기차선로를 걷다가 죽은 남편은 왜 자살을 선택했는지 말해줄 수 없다. 그는 불륜도 하지 않았고 도박이나 술로 문제를 일으켰던 인물이 아니었다. 사랑했던 여자와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았던 그는 왜 늦은 밤 선로를 걷다가 자살을 했을까. 그 물음은 아내 유미코의 재혼 생활에도 계속 되었지만 답을 얻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것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일지 모른다. 남은 자는 계속 질문을 하지만 대답을 해줄 이가 세상에 없으므로 감당하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야 한다. 당신은 나와 아이를 두고 왜, 세상을 떠 날 수밖에 없었나요? 물어도 그 어떤 단서 하나 놓지 않고 떠난 남편은 그녀가 죽을 때까지 그 답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밤 벚꽃’은 아들이 사용했던 방을 하숙을 해 볼까 생각했지만 떠난 아들을 떠 올리며 그만두기로 했다. 하지만 그 방을 사용하게 될 젊은 청년이 하룻밤 머물게 되면서 불안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다. 그 청년의 기구한 사연이 밤에 빛이 나는 벚꽃과 대비되어 네 편의 소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엔딩이었다.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가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짐작이 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밤에 반짝이며 빛이 나는 저 벚꽃의 찬란함으로 그간의 고통은 잠시 잊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박쥐’와 ‘침대차’는 모두 친구의 죽음을 듣게 되며 그동안 있었던 기억들을 소환하게 된다. 사실 모두 그 친구의 죽음 소식을 듣지 않았다면 별반 다르지 않을 일상의 하루였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 어딘가 잠시 넣어 두었던 시간의 흔적을 다시 찾아보는 것은 괴롭거나 슬퍼 머뭇거리게 된다. ‘박쥐’의 주인공도 그랬다. 길을 가다 친구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 친구가 그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면 잊고 있던 그 시절의 어둠속에 있던 박쥐의 존재를 알지 않았을 것이다. 

총 4편의 소설 속에서 가장 빛나는 소설은 단연 [환상의 빛]이지만 총 4편의 소설이 주인공의 지인들로 구성된 연작 소설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차분하게 담담하게 이야기를 쏟아내는 유미코의 얘기가 가장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대답을 들을 수 없는데 계속 질문할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크면 아버지는 왜 세상을 떠났냐고 물을 테고 그 대답은 유미코가 해야 할 것인데 무엇이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왜 죽었을까. 왜 당신은 치이는 순간까지도 계속해서 선로의 한가운데를 걸어갔던 것일까. 대체 당신은 그렇게 해서 어디로 가고 싶었던 것일까. 저는 그릇을 든 손을 멈추고 설거지대 구석에 시선을 떨어뜨리면서, 지금 바로 죽으려고 하는 사람의 그 마음의 정체를 알려고 필사적으로 이리저리 생각했습니다.” P57

환상의 빛의 유미코는 이 질문을 아마도 살아가는 동안 멈출 수 있을까? 오랜만에 그의 영화로 다시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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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지인들의 기도때문이었을까?

그 비싼 맘마프린트 검사비가 아깝지 않게 제발 좋은 결과를 보내 달라고 기도 (기독교 아님, 무교임에도 불구하고 기도가 절로 되었던 며칠)했다. 그 기도가 닿았는지 나는 항암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과를 받았다.

정말이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왔다.

다음 주 방사선 일정을 잡기로 하고 병원을 나왔다. 우산을 쓰고 있어도 피하지 못하는 폭우에 옷이 다 젖었어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행복하기만 했다. 다들 궁금하지만 나쁜 결과를 나올까봐 연락도 못하고 있을 지인들에게 톡을 돌렸더니 돌아가면서 전화가 왔다. 모두 한결같이 정말 잘됐다 너무 좋다는 얘기들에 나도 울컥해서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빗물과 함께 흘렀다.

앞으로 방사선 일정이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그 과정은 기꺼이 즐겁게 견뎌내리라. 비록 부작용이 많아 힘들다는 타목시펜 5년 복용을 잘 버텨내리라...그렇게 나는 다시 또 태어난다.

산정특례로 석 달 약값이 3700원 나왔다. 타이레놀 한 달 복용비가 같이 나온 가격인데도 너무 싸다. 그간 불만이었던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모든게 감사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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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2-07-14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후즈음님 축하드려요, 남은 치료도 잘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오후즈음 2022-07-23 17:10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앞으로 치료 과정이 좀 많이 남아서 걱정되지만 잘 이겨나가려고요.!!

책읽는나무 2022-07-14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 큰 일을 치루고 계셨군요?
기도하신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고, 방사선 치료도 무사히 잘 끝내시고 꼭 완쾌하시길 바랍니다.
부디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오후즈음 2022-07-23 17:10   좋아요 1 | URL
방사선 치료가 많이 잡혀서 좀 무서운데...이겨 내겠죠? ^^ 감사해요

2022-07-14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후즈음 2022-07-23 17:11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항암만 제발 하지 않게 해 달라고 빌었는데...정말 감사한 날들입니다. 앞으로의 날들을 힘내면서 살아야겠어요.

기억의집 2022-07-14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행입니다. 오후님~ 방사선도 힘들긴 해서.. 지금부터라도 잘 먹으세요. 요즘은 의료 기술이 좋아서 금방 완쾌 되실 겁니다!!!

오후즈음 2022-07-23 17:12   좋아요 0 | URL
네...방사선 일정이 너무 많이 나와서 사실 좀 당황스러운데...이겨내야겠죠.

서니데이 2022-07-15 0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항암치료 하지 않아도 방사선을 해야 하는 거군요. 치료 잘 받으시고 건강 회복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오후즈음 2022-07-23 17:12   좋아요 1 | URL
네...제가 2기 진단을 받아서...방사선은 필수더라구요. 감사해요. 잘 이겨 낼게요

새파랑 2022-07-15 06: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행이십니다. 방사선 치료도 쉽지 않을거 같은데 그래도 빨리 회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오후즈음 2022-07-23 17:1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정말 남은 일정도 잘 이겨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