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알게 된 빈티지 가게가 있다. 그곳에서는 매해마다 크리스마스 스웨터 샵을 열었다. 크리스마스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늘 그 시즌이 되면 마음이 살짝 들떠 있게 된다. 그래서 그곳에서 열고 있는 스웨터들을 3년 동안 두개씩 사 모았다. 물론 매해마다 새로 산 크리스마스 스웨터를 입고 어디 파티를 갈 수는 없었지만 지인들과 조촐한 파티에 기분전환으로는 그만이었다. 처음은 나만 입고 나갔던 크리스마스 스웨터를 보고 지인들이 다음해는 같이 입자고 하여 빈티지 샵을 같이 가서 쇼핑을 했다. 그리고 본인들이 고른 스웨터를 입고 모였다. 각자 만든 맛있는 음식 하나씩 가지고 와서 시작하는 파티가 올해 처음이다. 작년까지는 4명이서 조촐하게 지났는데...올해는 크리스마스 스웨터를 모두 입고 신나했다. 

나의 올해 크리스마스 스웨터는 검정 가디건이다. 핸드 메이드로 만들어진 옷이라서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 시즌 할인까지 받아서 산 빈티지 옷이라 더 애정이 간다. 이 옷을 내년에는 크리스마스 이전에 입어야지 생각했는데 지인들이 서로 바꿔 입자고 했다. 지인들이 요즘 이 스웨터에 더 빠져있다. 사실 나는 몇 년 동안 입어 봤기 때문에 이제는 큰 애착이 없어졌는데 지인들은 난리다. 더 현란하고 화려한 스웨터를 찾겠다며 아직도 많이 남은 내년 크리스마스를 벌써 기다린다. 내년에는 모두 펀 크리스마스 스웨터를 입고 행복한 일 많이 만들었음 좋겠다. 내년에는 또 어떤 크리스마스 스웨터를 갖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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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2-30 0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예뻐요^^
저도 몇 년 전 쨍한 초록 크리스마스용 가디건을 사서 12 월 되면 입곤 하다가 옷이 점점 늘어나서 버렸네요ㅜㅜ
지인들끼리 비슷한 옷을 입고 크리스마스 때 만나면 재밌겠어요. 드레스코드~^^
서로 바꿔입기도 좋은 아이디에요!!

서니데이 2022-12-31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에 입으면 인기있을 디자인이네요.
빈티지 옷이라고 하셨는데, 잘 보관한 옷 같아요.^^

오후즈음님,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날이예요.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몬드 (반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78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아몬드 - 손원평

“누구나 머릿속에 아몬드를 두 개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귀 뒤쪽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깊숙한 어디께, 단단하게 박혀 있다. 크기도, 생긴 것도 딱 아몬드 같다. 복숭아씨를 닮았다고 해서 ‘아미그달라’라든지 ‘편도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P27

[편도체(扁桃體, Amygdala)는 대뇌의 변연계(limbic system)에 존재하는 아몬드 모양의 뇌부위이다. 감정을 조절하고, 공포 및 불안에 대한 학습 및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겁이 많고 소심한 사람들은 다른 이들보다 편도체가 예민하다. 편도체를 제거하면 낯가림을 느끼지 못한다.

사람들이 많이 가지는 오해로, 실제로 공포 감정을 느끼게 하는 뇌 부위는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암묵적 방어 생존 회로에 가까운 것으로, 공포를 느끼는 감정과 별개로 몸의 반응을 만드는 역할이다. 공포의 감정(의식적 공포)이 만들어지는 곳은 전전두엽 피질.] - 나무 위키 발췌

주인공 윤재는 이런 편도체, 아미그달라가 남들과 다르다. 편도체 이상으로 고통을 느끼는 영역이 윤재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니 남들이 느끼는 고통이라는 것을 모른다. 내가 느끼는 고통이 없으니 타인이 느끼는 고통에 대한 공감이 없다. 아파 보이는 얼굴을 하면 같이 느낄 고통의 교감이 없기에 윤재는 괴물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런 윤재를 위해 엄마는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교감의 영역을 수 없이 시뮬레이션을 했다. 엄마는 윤재에게 기쁜 얼굴일 때는 이렇게, 슬퍼 보이는 얼굴에 눈물을 흘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줬지만 정작 자신의 사고에 윤재의 모습을 잘 볼 수 없었다. 그 무시무시한 사고로 할머니를 잃고 엄마는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로 실려 갔다. 

엄마는 깨어나지 못하고 병원에 있고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그리고 열여섯 윤재는 혼자가 되어 언제 깨어날지 모를 엄마를 기다리며 어른이 되어야 한다. 감정을 잃은 사람이 홀로 남겨 졌을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다행히 윤재에게는 그를 돌봐줄 사람이 있었고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선한 도움이 윤재에게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그 다행이라는 것은 또 얼마나 유지 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아지는 윤재의 삶에 나타난 ‘곤’이는 독자들에게 위로보다 위협으로 느껴진다. 13년 만에 가족이 되어 돌아온 집에 어색한 아버지보다 윤재를 위협하며 지내는 편이 좋은 곤이는 날카로운 유리조각처럼 살아간다. 

그 날카로운 유리조각은 결국 윤재에게 날아들었고 윤재는 그 날카로움의 고통을 모르고 가슴 깊게 받아들인다. 그렇다고 윤재에게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윤재를 이해해주고 윤재의 상처를 함께 어루만져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 윤재를 지켜보는 독자들은 다행이라고 생각될 것이다. 그런 마음을 아는 것은 혼자가 된 윤재가 갖게 될 그 쓸쓸함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곤이는 늘 불편한 존재로 보였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열여섯 살의 소년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의식 없이 병원에 누워 있고 혼자가 되었는데 하필 그의 감정을 가장 자극 시키는 존재가 소년원을 들락거렸던 불량한 아이라니. 그 아이가 있는 한 윤재는 한번쯤은 어려운 시절을 보낼 것 같다고 느껴지게 된다. 결국 윤재는 곤이로 인해 엄마처럼 암흑의 세계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런 과정까지 가는 동안 불편한 마음이 살짝 손이 떨렸다. 언제부턴가 우리가 보는 드라마, 영화 이제는 소설까지 이렇게 폭력적일까. 다행히 윤재는 엄마처럼 오랫동안 암흑의 세상에 있지 않았고 눈을 떠서 다시 감정 없는 세상과 조우했고 스무 살이 되어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된 윤재가 또 어떤 세상을 살아갈까. 

“ 여기서부터는 아주 다른 얘기다. 새롭고, 알 수 없는.

그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가 될지는 나도 모른다. 말했듯이, 사실 어떤 이야기가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당신도 나도 누구도, 영원히 말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딱 나누는 것 따위 애초에 불가능한건지도 모른다. 삶은 여러 맛을 지닌 채 그저 흘러간다. 

나는 부딪혀 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듯 삶이 내게 오는 만큼 그리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을. ” P228~229

윤재는 앞으로 나가기로 했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는 윤재와 같은 그 쓸쓸함이 없는가. 감정 불감증을 낳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간이 지날수록 편도체가 멀쩡해도 마음이 기울어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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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알라딘 상자에 억지로 구겨 넣은 루키의 몸, 루키는 한동안 저 곳에서 잠을 잤고 좋아했다. 

있는 것에 만족하는 여유를 배우고 싶다. 









한 달 동안 책을 멀리 하고 운동과 재활에 매진했다. 안 올라가던 팔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훅 빠진 근육으로 물렁거렸던 팔 다리들이 조금씩 근육이 돌아오고 있는것 같다. 물론 그것이 근육인지 지방인지 모르겠지만....



6개월에 18만원인 헬스클럽을 끊었다. 여성 전용이라서 더 좋다. 재활을 위해 필라테스도 같이 하기에 문의 드렸더니 그날 접수 하셨던 분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씀해주셨다. 여기 말고 더 전문적인 곳에서 하라고...참 정직한 직원이시네. 이 얘기는 여기 사장님께는 얘기하지 않기로.


한 해가 넘어가기 전에 책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버릴 책들과 팔 책들을 정리했다. 알라딘 중고로 많은 책들이 갔고, 알라딘 중고에서도 안 받아주는 책들은 내 중학교 동창에게 가기로 했다. 버리기엔 아까운 책들이라고 생각해서 책 좋아하는 동창이 가져갔음 했더니 동창이 차를 가지고 오기로 했다. 50권정도 가져가라고 했더니 친구가 신나했다. 그런데 문득 작년에 친구와 5년 만에 만났던 일들이 생각이 났다.



5년 만에 서로 연락도 안했던 내 중학교 동창 친구는 정말로 내게 소중한 친구였었다. 내 기억과 추억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친구였는데 5년 동안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없었다. 아니 이유는 있었다. 친구가 내게 연락을 하지 않으니 나도 안했다. 그런데 그 시간이 5년이나 흘렀다. 핸드폰을 바꾸면서 연락 없는 친구들의 연락처를 모두 지웠고 카톡도 지웠다. 작년 봄 낯선 번호가 뜨기에 회원 번호인줄 알고 받았더니 중학교 동창이었다. 오랜만에 앉은 술자리에서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그동안 왜 연락을 안했니? 나는 네가 안 해서 나도 안했어. 너는 결혼한 유부남이니 네가 안하면 연락하기가 참 불편해지더라고...너는 왜 안했어? 친구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어느 시기부터 자신은 뭔가 배울게 있는 사람을 만났었다고. 그런 부분에서 너는 배울게 없는 사람이라서 연락을 안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때 그렇게 형편없었구나? 라고 말하며 넘어갔는데, 집에 돌아와서 나는 그 해에 많이 괴로웠었다. 내게는 소중했던 친구가 나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니....



그런 친구에게 책을 주기 위해 내일 만나기로 했는데, 배울게 없는 친구에게서 받아가는 책이 친구에게는 도움이 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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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12-28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불쾌하게 솔직하고 자기만 하는 남친이네요. 친구가 꼭 배울 게 있어야 하나 싶습니다. 저는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가치관이 비슷하면 서로 위안 받으며서 스트레스 받는 매일 일상에 활력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며칠 전에 엄마들 모임에서 한 엄마가 윤 지지 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 기운이 쭈욱 빠지더라고요. 어느 정도는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윤 지지할 정도의 막장은 아니겠지 했거든요. ㅠㅠ

오후님 내년에는 더 좋은 일 많이 생기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2-12-29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하수 2022-12-30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진짜 할말없게 그걸 또 솔직함을 가장해 말하다니...
책값이 아깝다고 말해아겠어요!
친구가 배울게 있어야 만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거죠
친구는 그냥 친구인거지.. 그런 판단기준이 있었다니 세상 참 희안하게 사는분이네요!
아직 좋은 친구 만날기회는 무궁무진 남아있어요.
내년엔 좋은일 가득하시길!
 
저만치 혼자서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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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웃이 되는 일은 즐거운 것일까 [저만치 혼자서_ 김훈]

요즘은 교과서의 내용만으로 학교 시험을 보지 않는 것 같다. 내가 담당한 고등학교 세 곳은 모두 교과서 외의 최근 출판된 소설을 시험 범위로 정했다. 그래서 그 해당 작품을 읽고 아이들과 얘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아이가 이런 얘기를 했다. 작품을 읽다가 보면 화자가 소설가 자신으로 읽히게 되는데 그게 잘못 된 것은 아니죠? 그것이 왜 잘못이니? 화자와 소설가는 별개로 이해해야 하지 않아요? 그렇지. 소설은 허구의 작품이니까. 

소설 [완득이]를 읽으면서 나는 작가 김려령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많이 생각했었다. 한참을 웃으며 읽고 나서 느껴지는 따뜻함은 소설 주인공들의 모든 면모를 다 보여줬고 즐거웠다. 그것은 작가가 가진 심성이라고 생각했다. 누구 하나 아프지 않게 잘 그려낸 모습이라면 작가는 어떤 삶을 살며 사람들을 관찰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부분은 아주 오래전에 양귀자의 소설에서 먼저 느낀 부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감동 받는 책을 읽으면 저자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하는것 같다. 어떤 유명한 정치인이자 작가이신 분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으면 어떤 일을 해 왔는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알 수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읽다보면 작품에 녹아든 주인공 화자가 저자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것, 그것이 어쩌면 저자의 뛰어난 인물 서사일까. 김훈의 [저만치 혼자서]를 읽는 내내 늙어가고 있는 한 남자의 쓸쓸한 모습이 김훈의 뒷모습 같아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나는 소설가 김훈의 뒷모습을 실제로 본적은 없다. 나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상상속 모습이다. 특히 [대장 내시경 검사]는 지금의 김훈의 모습을, [영자]에서는 젊은 날의 김훈이 녹아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대장 내시경 검사] 삼년에 한 번씩 받고 있는 대장 내시경 검사. 일흔이 넘은 사람들은 수면 내시경 검사에 꼭 보호자가 동반 되어야 한다는 문자를 받은 주인공은 고민에 빠진다. 혼자 살고 있는 나는 이혼한 부인에게 부탁을 할 수 없는 노릇이라 결국 집안일을 도와주는 도우미 분에게 일당 사만원을 주고 검사를 받기로 했다. 직장을 은퇴 후 명예 임원직에 이름을 올리며 처리해야 할 일들을 대장 내시경 검사 이후로 미뤄 뒀지만 사실 그에게 대장 내시경 검사의 보호자를 만들어 내는 일이 그의 인생에서 먼저 해결해야 할 일중 가장 쓸쓸한 일은 아니었을까. 제거 된 다섯 개의 용정은 몸의 걱정을 모두 사라지게 했지만, 아파트 매매 가격을 얼마나 내릴 것이며 그에게 청탁이 온 찰리 장에게 세련된 거절의 언어를 찾는 일은 또 다른 걱정이 남아 있게 되었다. 소설의 내용은 매우 단순했지만 내가 이 소설이 [저만치 혼자서]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혼자 남은 이의 쓸쓸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모든 이들이 혼자로 늙어가지는 않겠지만 많은 이들이 혼자 늙어 간다면 모두 이런 비슷한 모습을 하게 될 것일까. 물론 위자료로 아파트 대출 10억을 받고 현금으로 2억으로 더 줄 정도의 경제력을 모두 가질 수 없겠지만. 

[영자]는 [대장 내시경 검사]속 나의 젊은 버전으로 볼 수 있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량진에서 공부하며 영자와 동거를 하게 된 나는 나이를 먹어 이혼을 하고 혼자가 되어 대장 내시경 검사에 와 줄 보호자가 없어 집안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검사를 하게 될지도 모를, 그런 연결성을 늘어놓으니 이 또한 쓸쓸하다. 쓸쓸한 겨울에 맞는 김훈의 소설이다. 

김훈의 소설 속 여자들 이야기에 비판이 많다. 이번 작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나는 [영자]의 영자가 좋았다.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준비생이었던 나는 쉐어 룸 동기를 찾았고 그 대상이 영자였다. 때로는 잠자리도 같이 하는 영자와 동거가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것이 빌미로 영자에게 자신이 인생이 빌미로 잡히지는 않을 것 같았다. 영자는 때로는 소극적이면서 그렇지도 않은 여자였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나는 지긋지긋한 컵밥 골목을 떠날 수 있었다. 그런데 불합격한 영자도 쿨하게 그 좁은 원룸을 떠났다. 합격한 내는 불안했을지 모른다. 영자와의 동거가 결혼으로 가지는 않겠지 생각했지만, 여자의 한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영거 붙으면 어떡하나 걱정 했겠지만 영자는 그런 여자가 아니었다. 공무원 시험에 불합격했지만 남은 삶에 불합격을 한 것이 아니었기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나가는 여자였다. 그런 부분이 나는 좋았다. 영자가 키우던 화초를 가지고 가지 않아서 더 좋았다. 미련한 모습이 없이 떠난 영자는 어디서든 잘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영자와 같은 여자가 소설에 더 많이 녹아 있었다면 참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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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1-06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thkang1001 2023-01-07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후즈음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부작용의 시간들




먹는 약이 호르몬과 관련된 것이라 부작용이 많다고 한다. 약을 먹기 전까지는 그 부작용에 대한 현실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하나씩 나타나는 부작용에 요즘 힘들다.




매일 매일 피곤하다. 먹는 약보다 방사선 23회를 모두 마치고 피곤함이 밀려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방사선 치료를 하는 동안 몸에 표시한 선이 지워 지지 않기 위해 엄청 스트레스 받으면서 치료를 받았는데 그것과 함께 피곤함이 밀려오니 뭘 하기만 하면 계속 누워 있어야 한다. 그런 상태로 책을 읽을 수도 없고 무조건 잠을 자야 한다.




가슴 윗부분까지 방사선 치료가 된 상태라 목구멍까지 열기가 올라와 한동안 얼음물을 달고 살았다. 물을 많이 마시니 화장실을 자주가야 한다. 너무 귀찮다. 그것도 내 피곤의 한 몫에 들어간다.



타목시펜의 가장 큰 부작용은 살이 찌는 건데, 요즘 나는 방사선때도 빠지지 않았던 살이 지금 빠지고 있다. 그동안 나는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수술 얘기를 하지 않으면 잘 모른다. 이주동안 5키로가 쭉 빠지니 이제는 보는 사람마다 아프냐고 물어 본다. 아픈 사람처럼 보인다고 한다. 특히 아침에는 매우 심하게 힘든 얼굴이라서 주변에서 안쓰럽다고 하는데, 나도 얼굴을 보며 놀란다. 아.....나 아픈 사람 같아. 수술을 하고 회복 하는 동안도 살이 안 빠졌고 방사선 때문에도 안 빠졌는데 지금 쭉쭉 빠진다. 저녁에 금식을 하지 않고 일부러 많이 먹고 있는데도 빠진다. 이 부분은 주변에서 은근 부러워한다. 살이 건강하게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근육이 쭉쭉 빠진 상태라서 헐렁이는 바지에 나의 패피가 망쳐지고 있다. 그렇다고 다시 옷을 살 수 없다. 이제는 정말 미니멀로 넘어가야 할 상태다. 고양이 물품 빼고 내 물건은 버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다만...




타목시펜의 부작용중 구내염도 있다. 그게 지금 나에게 왔다. 정말로 입안이 엉망이다. 그게 입술까지 와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시절이라면 난 정말 밖으로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입 안이 엉망이니 뭘 먹기가 힘들고 고통스럽다. 차가운 물을 마시며 이 시련의 시간이 언제 끝이 날지 생각한다.






이런 나와 다르게 우리 루키는 미모를 뽐내며 잘 지내고 있다. 루키라도 아프지 않고 잘 지내고 고마운 날들이다. 피로감이 좀 사그라지고 있어서 읽고 쓰지 못한 리뷰라고 쓰고 기록으로 남는 글들을 써 볼까 한다. 가을엔 부작용이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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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20 0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후즈음님 힘든시간 견디시고 계시는 군요 ㅠㅠ
항암 치료 많이 힘들어도 꼭 이겨내실겁니다 오후즈음님 빠른쾌유 바랍니다

오후즈음 2022-12-16 20:27   좋아요 1 | URL
한달이 지나고 나니 기운이 많이 나요~~ ^^

2022-10-20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후즈음 2022-12-16 20:27   좋아요 0 | URL
네, 요즘 구내염이 많이 좋아졌어요!

책읽는나무 2022-10-20 09: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 견뎌오신만큼 남은 시간도 힘 내시기 바랍니다.
얼른 완쾌되었단 소식 듣고 싶네요^^

오후즈음 2022-12-16 20:2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많이 좋아졌어요

모나리자 2022-10-20 1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후즈음님, 힘내세요. 그리고 어렵겠지만... 건강했던 때의 모습을 자주 떠올리시며 좋은 상상을 하는 시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점점 더 회복하시길 기원드릴게요.^^ 하루빨리 편안한 나날 되사면 좋겠습니다. ^^

오후즈음 2022-12-16 20:28   좋아요 1 | URL
넵 요즘 많이 건강해졌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10-20 2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간 지나면 좋아지실거예요. 힘들지만 즐거운 일 생각하시고요. 빨리 건강해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오후즈음 2022-12-16 20:28   좋아요 2 | URL
네 한달 동안 회복에 애를 썼더니 많이 좋아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