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지배받는가 - 수많은 갑과 을 사이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권력 안내서
모기룡 지음 / 반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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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의 역사는 어디서부터 찾아 볼 수 있을까? 우리에게 크게 다가온 것은 몇 년 전 “땅콩”사건으로 알려진 대한한공의 오너 일가의 갑질 사건으로부터 많은 사람들은 분노했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을 맞아 갑의 자리에 있는 오너 일가들은 반성 따위는 없는 생활을 사는 것인지 자주 그들의 갑질 행보를 알리고 있다. 하지만 권력 형태의 하나인 “갑질”은 그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연인 관계, 혹은 직장 상하 관계, 소비를 하는 대상들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물건을 소비하는 곳에서의 갑질은 사람들의 인식의 수준을 의심할 정도로 심한 경우도 많이 보았다.

권력을 갖는 그들의 심리와 그 권력 형태를 살펴 볼 수 있는 [나는 왜 지배받는가]를 읽으며 한 지인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나의 지인은 저녁 당직을 일주일에 한번 정도 서야 하는 회사에 다닌다. 그 당직표는 그동안 담당 팀장이 만들어 매달 나눠 줬었는데 부서가 합쳐지며 일이 많아진 팀장은 저녁 당직표를 작정하는 것조차 힘들어져 한 사원A에게 이임했다. 그 사원은 회사에서도 매우 개인주의적, 이기적으로 소문이 났지만 상사들에게는 일을 깔끔하게 한다고 받아들여졌다. A는 매주 수, 금에 수영을 다녔는데 저녁 당직이 걸리면 갈 수 없거나 매번 바꿔 달라고 할 수 없으니 수영이 있는 두 요일에 자신의 당직을 빼고 리스트를 작성했다. 그렇다보니 일주일에 한번만 있었던 당직이 사원 A가 수, 금을 당직을 안 하고 다른 날 잡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당직을 하는 날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동안 일주일에 한 번도 있지 않은 요일도 있었는데. 그녀는 자신이 마음대로 조작 할 수 있는 그 리스트 작업으로 매주 수영을 다닐 수 있었다. 이런 일을 보면서 나는 그 작은 권력을 하나 쥔 것으로 이렇게 본인 위주의 편의를 취한 모습을 보면서 더 큰 권력을 쥔 오너들의 행태가 특별히 이상한 행동은 아닌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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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회에서 사라질 수 없는 권력 관계에 어떤 방어를 할 것인가에 집중해서 읽은 책이었지만 사실 그런 부분보다 올바른 권력이 자리 잡기 위한 바른 사회상이 더 필요함을 느꼈다. 권력 상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성의 부족은 그간 갑질 뉴스로 많이 보도되었다. 특히 금수저 출신들이라고 한 제2 세대들은 특히 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인권을 무시하는 행동은 없어져야 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일화들보다 사실 지금 뉴스로 접하는 갑질의 변화들은 훨씬 현실로 받아들여진다. 그것들은 영화나 소설의 소재가 되어 태어나기도 한다.

영화 ‘베테랑’은 Sk 상무 최철원이 1인 시위를 하는 화물차 기사 유홍준씨에게 2천만 원의 합의금을 야구 배트로 폭력을 가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그는 100만원에 한 대씩 때렸고 이후 300만원에 3대를 때리고, 휴지를 입에 넣고 마지막 100만원찌라라며 얼굴을 폭행했다. 그런 그는 1년 6개월의 징역을 1심에서 선고 받았지만 2심에서는 원심을 파기하고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주며 사실상 무죄나 다름없는 선고를 내렸다. 이런 권력에 맞서 싸우는 이들은 끝내 권력에 무너지고 마는 일들이 너무 많다. 저자의 말처럼 올바른 정직한 권력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위해선 지금의 사법부의 권력도 스스로 깨닫길 바라지만 그 일은 너무 먼 것 같다. 사법부의 권력이 약해지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권력을 세워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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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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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를 사랑하는 일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_마스다 미리]

 

 

좋아하는 웹툰의 한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은 타임머신을 타고 간다면 언제 돌아 갈 것인지 물었다. 그녀들은 자신의 추악한 추억을 지워 버리고 싶었고, 때로는 다시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만나지 않기 위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때론 나도 만약 딱 한 번의 기회가 온다면 언제가 좋을지 생각도 해 보았다. 하지만 그 순간이라는 것이 간혹 매번 바뀌어서 새로운 인생을 사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서른아홉 살의 마스다 미리가 자신의 10대 시절을 떠 올리며 쓴 글은 그녀의 참 지독히도 감성적인 면을 잘 볼 수 있었다. 인터뷰에 나온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학창 시절도 대부분 지금의 얼굴이 이어지듯이 지독히도 평범하게 지냈나보다. 그래서 그녀의 이 에세이에는 아주 사소한 것들을 해보지 못한 소녀의 애달픔이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데이트를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 따위 신경 쓰지 않는 그런 연애를 해 보지 못한 그녀는 그때의 그 햄버거를 떠 올리며 먹어 보기도 한다. 요즘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서로 햄버거를 먹으며 데이트를 한다기보다 간혹 진한 애정행각을 하는 아이들도 많아, 오히려 내가 어찌 할 바를 몰라 자리를 뜬 적도 있었다. 그녀가 지금의 아이들을 보았다면 어떤 마음으로 에세이를 썼을까 궁금하다.

 

 

남자아이의 상의 교복을 빌려 입기라든지, 방과 후의 고백을 받는다던지, 작은 은 목걸이를 받는 일, 자전거 둘이서 함께 타기, 수제 초콜릿 만들어 선물하기, 데이트 도시락 싸기, 하굣길에서 선 채로 계속 대화하기등...그녀의 이 에세이 제목만 보고 있으면 마치 어떤 아이의 고등학교 시절에 남자 아이들에게 받고 싶은 버킷리스트 같은 느낌에 히죽 웃고 말았다. 아, 그녀는 학창시절이 참 순수 했던 것인가 생각이 들어 그녀의 모범적인 그 생활은 또 어땠는지 궁금해졌다.

 

일본에서는 졸업할 때 좋아하는 여자에게 두 번째 단추를 준다고 한다. 일드나 영화를 보면 간혹 그 장면에서도 좋아하는 남자에게 고백했다가 그 단추를 받지 못하고 거절당해 가는 여자아이의 뒷모습을 클로징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는데, 그녀도 그 두 번째 단추를 받고 싶었나보다. 하지만 그녀는 누군가의 그 두 번째 단추를 받지 못하고 성인이 되었지만, 그 단추가 없다고 한들 어떤가. 이렇게 또 그녀만의 에피소드들이 쏟아지게 되는 일들이 있으니.

그녀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들은 대부분 남자에게 의존된 것들이 많다. 누군가에게 보호 받고 싶었던 연약한 여자로 있고 싶은 부분은 남자에게 공주님처럼 안기기(시실 그게 뭔가 했는데, 그림을 보고 알았다.), 교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남학생의 희망도 대부분 수동적인 사랑을 받는 것들이었다. 앞에 소개한 에피소드들도 대부분 남자에게 사랑받는 여자의 모습이 많으며 무엇보다 남자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주변에게 주목 받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남학생에게 고백을 하러 그 학교도 쳐들어가 본 나로선 그녀와의 세대차이가 난다고 할까. 이런 주목 받는 사랑의 추억을 갖고 있으면 행복한 것일까? 때론 그 추억이 나중에 나에게 어떤 힘을 줄지 알 수 없지만 내겐, 이런 주목 받는 사랑 따위 필요 없다며 유년 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매력 없게 느껴지는 것도 그녀의 낡은 추억에 딴죽을 걸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나의 토대는 청춘시절부터 꾸준하게 다져졌다. 도중에 몇 번 따라갈 뻔 한 적도 있었던 것 같지만……. 그러나 결국 가지 않았다. 내 청춘은 때늦은 일투성이지만, 때늦지 않았던 것도 있다.

내게 할당된 시간을 누군가가 갖고 가는 데 익숙하지 않다. 내일도 다음 주도 일 년 후도. 누구도 나를 자유롭게 다룰 수는 없는 거야.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친구나 애인과 함께 즐겁게 나이를 먹어가고 싶다. “” 159쪽

 

 

그녀의 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때론 위로 받았던 부분들은 어쩜 이런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녀의 수짱 시리즈를 읽으면서 그냥 나로 살아가는 모습에 당당한 모습에 위로 받을 수 있었던 부분이 훨씬 많았다. 그녀의 바람처럼 나도 즐겁게 나이를 먹고 싶다. 그래서 지금의 모습이 과거보다 훨씬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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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사람과 편하게 대화하는 질문법 - 상처주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는 질문의 기술
이혜범 지음 / 원앤원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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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를 통해 얻는 대화법 - 어색한 사람과 편하게 대화하는 질문법

 

 

 

모임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조리 있게 말을 잘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무리의 리더가 되어 이야기의 방향을 이끌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그런 이들을 커뮤니케이션을 잘 한다고 한다. 그런 무리 속에서 이뤄지는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적절한 질문과 답변이 조율돼야 한다. 사회에서 혹은 가정에서 우리가 나누는 대화들도 배려라는 것이 깔리지 않는다면 대화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어색한 사람과 편하게 대화하는 질문법]이라는 책 제목이지만 그것보다 배려가 깔린 질문법이라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말하기, 들어주기, 호응하기라는 1:2:3 이라는 법칙으로 다가가면 훨씬 빠르게 상대와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오늘 처음 만난 사이에서 나 혼자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질문을 먼저 하고, 그 대답을 들어주고 그에 따른 호응,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다. 그렇게 상대방과 어색한 시간을 빠르게 없앨 수 있다고 한다.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직장 상사였던 어떤 이는 인턴들의 실수를 지적할 때 무작정 소리를 지르고 잘못한 것만 지적한 부분이 나왔다. 무엇이 틀려서 다시 해 오라고 하는 부분도 없이 인턴에게 어제 받은 스트레스를 다 쏟아 내듯 말하는 대리를 보며 마음이 씁쓸했던 것은 그것이 드라마 속에만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았던 것도 같은 상황에 놓인 적이 있었던 공감 때문이었다. 드라마에만 있을 것 같은 존중받는 상사는 주변에 많지 않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때론 주변에 똑같은 질문도 상대방을 배려해 기분 나쁘지 않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반면 같은 얘기를 해도 상대방을 비방하려고 하는 건지, 잘못을 지적하는 것인지 알 수 없게 이야기를 해 상처를 주는 사람도 있다. 오래전 내 직장 상사는 유독 한 직원을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질책이 있을시 조용히 불러 잘못 된 부분을 얘기해 주면 좋을 텐데 그 직원에게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면받을 주고 질책했다. 때로는 그 모습은 일부러 망신주기 위해 기다렸다는 듯 말하는 모습에 옆에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게 만들었다.

 

 

책속에는 이런 부분이 많은 예가 들어 있다. 같은 질문도 같은 질책도 모두 듣는 사람의 감정을 다치지 않게, 그렇지만 해야 할 얘기는 꼭 전달 할 수 있게 하는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내가 좀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만 필요하진 않다. 듣는 사람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나의 생각을 전달 할 때도 적절한 비유와 배려가 깔린 질문을 할 수 있는 방법도 터득할 수 있으니 혹, 내가 내 기분에 맞춰 말을 함부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되는 이들은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같은 질문이라도 적절한 질문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야 효율적인 삶의 일부분을 일궈 나간다고 하니, 나는 어떤 질문을 하고 있나 생각해볼 기회를 가져보자.

 

 

“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질문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만큼 유익한 정보들을 신속하게 많이 얻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곧 질문의 힘이 더욱 강력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앞으로 더욱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자. 그래서 지향하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는 멋진 삶을 살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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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나의 야고보 길 여행
하페 케르켈링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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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나를 찾았나요?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프랑스 생 장 피드포르에서 시작되는 야보고 길이라고 불리는 산티아고 순례의길. 총 800키로에 달하는 그 길은 아름다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이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가야 순례가 끝이 난다. 많은 이들이 그 길을 걸었고 걸으려고 준비를 한다. 나의 인생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도 프랑스 생장 피드포르에서 시작되는 800키로의 산티아고 길을 걷는 것이다.

 

 

독일의 유명한 코미디언인 저자는 어느 날 자신의 몸에서 신호를 보냈지만 무시하고 일을 했고 결국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죽음의 길에 도달하고 나니 그의 남은 인생이 무의미 해졌다. 뭘 해도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지 못한 그가 우연히 서점에서 집어든 책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 온 여행자의 책이었고 그의 부름을 받아 그는 그와 똑같이 순례길에 올랐다.

 

 

 

그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오른 사람들의 책을 4권정도 읽었다. 책 한권은 상처를 입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갑자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동생으로 인한 상처의 치유를 순례길을 걸으면서 극복하고 싶어 했고 나머지 분들은 대부분 힘든 과정의 길에 자신을 놓고 극복을 하고 싶어 했다. 때로는 이 지독히도 힘든 길을 걷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 후회도 하고 그런 마음을 극복하려고 애를 썼다. 그런 부분에서 보면 이 책의 그들과 다르다.

 

 

 

보통은 순례길을 걸으며 순례자 숙소라고 하는 알베르게와 레퓨지오에서 잠을 자는 것이 보통인데 저자는 몇 번 레퓨지오에 머물고는 그 지독한 곳을 벗어나기로 했다. 11키로나 되는 배낭을 메고 하루 30키로 이상을 걷고 온 휴식처가 50여명이 땀 냄새가 가득한 곳은 그에게 지옥과 같았다. 발바닥에 잡힌 물집 때문에 그가 그토록 세상에서 제일 좋은 캐나다 산 등산화를 신지 못하고 슬리퍼를 신고 피레네 산맥을 걸을지라도 냄새나고 사람 많아, 잠들수도 없는 그곳을 피하고만 싶었다. 그는 그의 순례길에 타협을 했고, 42일의 순례길의 대부분을 호텔이나 급이 낮은 여관에서 머물렀다. 하루 동안 정해진 일정량의 거기를 걷고 순례자 숙소에 머물며 순례자 식사를 해야 할 것 같은 산티아고 순례길이지만, 그는 여관이나 호텔에서 머물렀고, 지옥 같다는 순례자 식사를 하지 않을 때도 많았고 와인을 너무 많이 마셔 다음날 순례길에 오르지 못한 날도 있었다. 어떤 이에게는 그의 순례가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처음 그는 순례자 숙박소에서 끈끈한 인간적인 만남을 기대했지만 호텔과 여관에서 머물러 그런 유대관계를 갖지 못했다. 혼자 걷는 것이 싫지 않았지만 그는 외로워졌다. 하루 30여키로씩 걸어야 하는 길에 오로지 혼자가 되는 것이 싫어졌고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싶어졌었다. 그런 마음을 이해한다. 독일을 여행하는 동안 나도 혼자였었다. 하루 종일 누군가와 말 할 수 있었던 기회는 식당에서 “얼마예요?”가 다였던 적도 있었다. 요즘은 구글맵이 있어서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 보는 일도 없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지 않으니 오로지 혼자 길을 걷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숙소에 가서 잠을 자면 정말로 하루 종일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었다.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10키로가 넘는 기차역까지 걷는 것은 힘들지 않았는데, 그 누군가와 이 아름다운 풍경에 대해 얘기 할 사람이 없는 어느 한 순간이 너무 외로웠다. 그 외로움을 견디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마음이 눈물로 쏟아져 내렸다.

 

 

“어느 때부터인가 누구나 길에서 울기 시작합니다. 길이 사람을 그 어느 때에 이르게 하죠. 그러면 그냥 거기 서서 울부짖게 돼요. 당신도 보게 될 거에요!” 97쪽

 

 

그런 그의 애잔함을 알 것 같아 그의 외로운 순례길이 많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그 길은 결국 혼자 걸어야 했고, 그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지 스스로의 물음에 답을 하기 위해 산티아고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득 이 길이 여자에게 얼마나 힘든 길인지 앤을 보면서 느꼈다. 어떻게든 잠자리 한번 가져 보기 위해 치근대는 남자들에게 지친 그녀는 저자 한스에게도 차갑게 대했다. 그가 너에게 전혀 사심 없는 게이라고 얘기를 하자 마음을 놓고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여자 혼자 쉽지 않은 길이다.

 

 

그는 길에서 이렇게 남자들에게 진절머리가 나는 앤을 만나기도 하고 유방암에 걸려 순례길을 걷다가 쓰러져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 사람도 만나게 된다. 그들과 함께 하면서부터 그의 순례길도 많은 의미들을 담기 시작했다. 사실 그 부분부터 미소를 띠며 그의 순례길을 응원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의 그 길이 순조롭게 끝이 나길.

 

 

그는 길을 걸으면서 ‘나는 누구인가?’에 집중했고, 그 물음의 답을 얻길 원했다. 그런 물음을 가지며 매년 수천 명의 순례자들이 순계길에 오르지만 오로지 15퍼센트만이 모든 순례를 마친 산티아고 스탬프를 받는다고 한다. 그는 그 15퍼센트에 들었고 순례길을 완주 했다. 그가 길을 걸으며 물었던 ‘나는 누구인가’에 답을 얻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순례길을 통해 매일 행군하듯 걸었던 길에서 만난 인연들과의 순간을 간직하게 되었다. 그것으로 그의 42일은 소중할지 모르겠다.

 

 

그의 이 얘기가 책과 [나의 산티아고]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재미있게 보았다. 그의 책이나 영화가 좋았던 부분은 그의 불평과 투덜거림이 너무나 현실감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곳에 가보지 않고 가졌던 환상에 대해 알베르게나 레퓨지오로대한 정보는 현실감을 갖게 되었다. 환상에 이끌려 마주하게 된 그 현실을 떠나기 전에 미리 예견 할 수 있었다고 할까. 그의 투정이 불편했지만 이후 그의 그 불편함에 어쩌면 순례길에 오를 나의 모습을 미리 가져다 놓은 것 같아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 하지만 그 지독히 외로웠던, 처음은 무조건 혼자 떠나야 한다는 그 원칙을 가지며 그가 홀로 걸었던 그 길이 부러워졌다. 11키로나 되는 배낭을 가볍게 만들어 떠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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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1년 - 떠나고 싶은 도시인을 위한 자발적 휴식 프로젝트
토르비에른 에켈룬 지음, 장혜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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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하루, 숲으로 들어가 살아 볼까? [숲에서 1년]

 

 

너무 힘들게 일했던 몇 년 전 어느 날, 거리를 지나다가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앞에 놓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웠다. 나도 저런 시간을 평일에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시간이 되니 문득 다시 치열하게 회의하며 혹은 앞에서 톤을 높여 이야기하고 있었던 그 순간이 그리워졌다. 이 모든 것은 다 타인의 거울 속에서만 행복해 보이는 모습일지 모르겠다. 때론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 보면 모두가 비극일 수 있는 그런 일이라고 하지 않았나.

 

 

저자는 어느 날 모든 것을 다 놓고 숲으로 떠나 살고 싶었다. 하지만 숲에서 계속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게 녹녹한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누리는 것에서 벗어나면 불편함이 생기는 것이다. 불편한 잠자리, 음식을 먹는 시간도 모두 생각보다 낭만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생각했다. 핸드폰도 끄고 세상사의 모든 짐들을 내려놓고 사계절을 누리며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생활을 위한 경제수단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그가 선택한 것은 한 달에 하루만 숲에서 살아보기로 했다. 오전에 일을 하고 점심을 먹고 숲으로 들어가서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그런 그의 소망을 이해해주는 가족들은 한 달에 한번 숲에서의 하루를 줬다. 여름은 가족들과 함께 숲에 머물렀다. 그렇게 그는 숲에서 봄, 여름 그리고 가을에서 겨울까지 꼬박 1년의 모습을 기억하고 마음속에 담아 볼 수 있었다.

 

 

그의 첫 숲에서의 하룻밤은 낭만적이지 않았다. 모두 필요 할 것 같아 챙겨온 짐들은 하룻밤에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았고, 그가 생각했던 텐트 바닥 생활이 생각보다 훨씬 더 불편했던 것이다. 다음 달 그는 조금씩 불필요 없는 것들을 덜고 조금 더 가벼운 가방으로 숲으로 들어갔다. 가방의 무게가 가벼워지면서 그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 졌다.

 

 

 

여행을 자주 다니다보면 필요 있는 것들과 불필요 한 것들을 가려지는 눈이 조금 길러지는 것 같다. 처음 유럽을 떠났을 때의 가방의 크기가 24인치 꽉 찬 캐리어라면 이후 22인치로 조금 줄고 다음은 20인치까지 줄일 수 있었다는 지인의 말에 일정부분은 공감하지만 사실 내 캐리어는 늘 24인치에서 머문다. 아직 뭔가 버릴 수 있는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것일지도. 그런 부분에서 본다면 저자의 가방은 한결 가벼워 졌고 침낭 같은 것들은 훨씬 더 견고한 것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숲에 필요 없는 것들을 더 많이 버리고 숲으로 들어갔다.

 

 

“7월과 5월은 정반대였다. 문명 속의 불만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아예 문명을 입에 올리는 일조차 사라졌다.” 154쪽

 

 

 

모든 것들이 익어가고 삶을 마무리 하는 가을에 저자 또한 마음의 안식을 느꼈다. 겨울잠을 자러 가는 분위기속에 저물어가는 것들을 정리하는 그 시간을 맞는 가을을 기다린 저자는 숲속의 고요함을 느끼며 다시 다가올 계절들을 기다렸고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이런 생각을 하니 살짝 위안이 되었다. 뜻 깊기도 했다. 그러니까 마이크로 탐험을 마치고 숲에서 1년을 보낸 내가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은, 어디서 주워들었을 수도 있고 내 머리에서 나왔을 수도 있는 바로 이런 지혜인 것이다. 때로는 자신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알 수 있을 만큼 위대해질 필요가 있다.” 257쪽

 

 

모두가 숲으로 들어가 1년을 살 수 없다. 그가 선택한 한 달에 하루의 숲속에서의 하루라는 것이 너무 매력적인 선택이라서 사실 많이 끌리는 이벤트라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잠들기 전까지 유투브와 팟케스트를 보고 기사를 검색하며 잠드는 일상에서 벗어나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없는 혹은 있어야 할 것들은 모두 있는 그 숲에서 하루를 보내는 밤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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