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로그 아이슬란드 & 그린란드 - 2019~2020 최신판 트래블로그 시리즈
조대현.정덕진 지음 / 나우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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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의 오로라를 볼 수 있다면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인생의 몇 가지 버킷 리스트 중에 하나는 오로라를 보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과학 잡지를 보다가 알게 된 오로라 사진은 충격적이었다. 그 오묘한 초록색이 너무 예쁘기도 했지만 지구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 그 사진속의 장소가 너무 궁금했고 그때 처음으로 아이슬란드라는 나라에 대해 알게 되었다. 지구본의 가장 끝자락에 있었던 그 나라는 너무도 멀리 느껴졌던 기억, 마음속에 품고 있던 오로라를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은 아직도 초등학교 시절의 그 순간의 떨림으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작년에 읽은 71일동안 히치하이킹과 캠핑으로만 아이슬란드를 여행하고 온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 책은 여행과 삶, 그리고 지금의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무척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그녀 때문에 더없이 아이슬란드를 꿈꿨었다.


트랩블로그에서 “혼자서도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다” 시리즈 중 하나인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에서는 최적화된 아이슬란드 여행 가이드를 소개하고 있다. 몇 년 전 “꽃보다 청춘”을 통해 더 많이 알려진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운 장소를 소개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를 떠 올리면 추운 겨울이 떠오르지만, 사실 추운 겨울날도 영아 5도 이상 떨어지는 날이 없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체감 온도가 낮을 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슬란드의 최적 여행 시기는 6~8월이 성수기이며 대부분의 물건들이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살인적인 물가를 기록하고 있다. 성수기의 여행 경비는 더 올라가며, 성수기를 벗어나면 30프로나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여름 성수기때 가장 쾌청한 날씨가 많고 뜨거운 여름 날씨가 싫은 여행자에게 여름 날씨는 매우 쾌적할 정도라고 한다.


살인적인 물가로 성수기인 여름에는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캠핑에 대한 정보도 많이 알고 가면 더 특별한 아이슬란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오로라를 보기 위해선 12월에서 2월까지가 적정기이니 어떤 것을 목적으로 할 것인지 선택해서 여행 시기를 정해야 한다. 겨울철에는 해가 떠 있는 시간이 4~5시간 밖에 안 되니 여행시 더 주의가 필요하고, 상점 닫는 시간이 빨라 물건을 사지 못할 수도 있으니 음식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보통 아이슬란드의 여행 루트는 수도 레이캬비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대부분의 여행이 도시를 기점으로 이뤄진다면, 아이슬란드는 도로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레이캬비크로부터 쭉 이뤄진 도로는 아이슬란드의 링도로를 만들었고 도로 중심으로 여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 레이캬비크는 자전거나 도보 여행으로 최적지 이지만, 역시 추운 겨울에는 어려울 수 있다.


보통 아이슬란드는 13박 14일 일정이 가장 길고, 유럽인들의 단기 여행코스인 레이캬비크-골든서클-블루라군으로 이뤄진 2박 3일도 있다. 대부분은 모두 수도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루트가 형성된다. 인기 있는 코스끼리 묶어 놓은 것도 있고 혹 효도 관광으로 가고 싶다면 5박 6일짜리 루트를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며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그 유명한 블루라군이 아닌 ‘요쿨살론’이었다. 요쿨살론은 빙산으로 가득한 호수다. 빙하가 덩그러니 해변에 놓여 있는 사진 한 장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7~8월에는 40번의 보트 투어가 있다고 하니 여름 시즌에 간다면 쉽게 떠날 수 있는 곳이다. 해안가에서도 볼 수 있지만 빙산들이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니, 색다른 경험의 최고일 것 같다.



온천은 늘 일본만 생각했는데, 아이슬란드에 이렇게 많은 온천이 있는 줄 몰랐다. 물론 일본과 또 다른 온천 문화라서 더 색다르게 보였다. 세상에 이렇게 흥미롭고 아름다운 것들이 많은데 쉽게 떠나지 못하는 현실이 슬프기만 하다. 언젠가는 꼭 밤하늘의 아름다운 오로라와 내 발 아래서 흔들리는 빙산을 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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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 블라디보스토크 & 하바롭스크 - 2019~2020 최신판 트래블로그 시리즈
조대현.정덕진 지음 / 나우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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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부터 시작된다. 길고 긴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그곳,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 항공을 타고 가면 우리나라에서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유럽이다. 2014년부터 무비자로 갈 수 있으며, 장시간 비행을 하지 않아 시간 활용도 좋은 블라디보스토크를 소개하는 여행 책이 트랩브로그에서 나왔다.



보통은 2박 3일이나, 3박 4일정도의 일정을 블라디보스토크만 가는 것이 아니라 근교에 있는 하바롭스크까지 담고 있다. 하바롭스크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면 지나가는 라인이라서 시베리아 횡당 열차를 체험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만약 하바롭스크까지 일정에 포함 한다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기차를 타고 하바롭스크에 머물고, 그곳에서 아시아니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일정을 소개하는 편도 있으니 참고하면 될 것 같다.


보통 여행을 떠나게 되면 해당 나라의 책을 세권정도 보고 가는 편인데, 블라디보스토크는 이 책 한권이면 일정과 교통, 숙식, 식사까지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 많이 찾아보지 않아도 될듯 하다. 공항에 내려 도시 중심까지 가는 방법, 여행자에게 꼭 필요한 유심카드 사용. 활용 방법, 가장 많이 쓰이는 웹까지 소개되어 있다.




 




짠내투어에도 얼마 전에 소개 되었고, 배틀트립은 2번이나 소개를 했다. 여행 코스는 조금 차이가 나지만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체험이라는 것은 비슷해 보였다. 더욱이 짠내투어에서 3일 일정으로 짠 소개의 식당과 관광이 모두 담아 놓아서 참고 하여 여행을 하면 될듯하다.


여행책자들은 대부분 도시 소개와 일정, 관광지들을 소개가 많은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러시아인들의 문화를 알게 되어서 흥미로웠다. 언젠가 러시아 항공을 경유지로 결정을 해야 할까 고민했었는데, 모두 러시아 항공을 만류했다. 제일 먼저 캐리어 분실과 기내 승무원들의 불친절함이었다. 책에 소개 된 <미소의 다름 개념>이라는 페이지를 읽으며 우리가 느낀 그 불친절함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 조금 알게 되었다.



“러시아인들은 진실로 기분이 좋았을 때만 미소로 표현하며 러시아에서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하거나 용기를 주는 미소는 없다. 어떤 사람이 미소를 지으며 러시아인은 미소에 대한 이유를 찾기 위해 생각한다. 그래서 공항의 세관검사나 상점의 직원, 음식점의 종업원들도 웃지 않는다. 상냥한 미소로 인사하는 카페의 직원을 기대했다면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다.”



여행은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훌륭한 경험이라는 것을 이 문장을 보며 느낀다.

보통은 여행책자들이 1박2일이나 2박 3일 혹은 그 이상의 코스를 소개하는데, 아쉬운 것은 여행하는 일행들에 맞게 소개 된 것들을 찾기 어려웠다. 가족, 연인, 친구, 혼자인 사람들에게 맞춰져서 폭 넓게 선택할 수 있다. 책 한권으로 벌써 블라디보스토크에 다녀 온 기분이다. 사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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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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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운 밤을 보내는 시간 [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한 마을에 살고 있는 애디는 루이스를 찾아 간다. 둘은 모두 배우자들이 세상을 떠나고 혼자 살고 있는 70대의 노인들이다. 평생 혼자이고 싶지 않은 애디는 루이스에게 가끔 밤에 자신의 집으로 자러 오길 원한다고 얘기 했다. 당황스러운 루이스는 호기심과 경계심을 갖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애디는 우리가 함께 잠을 청한다는 것은 섹스가 아님을 밝혔다.



그저 밤을 견뎌내는 것, 누군가와 함께 따뜻한 침대에 누워 긴 밤을 보냈으면 했던 것이다.

루이스는 깔끔하게 머리도 이발소에 가서 단장을 하고 그녀와 긴 밤을 보내는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혹시 우리의 이런 행동이 주변에 소문이 나면 안 좋지 않을까 고민하는 루이스에게 애디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 없다고 얘기 한다. 애디는 남편을 보내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고, 그런 그녀를 봤던 루이스도 애디가 단단하고 아름다운 여자라고 생각했다.


애디의 제안을 받은 루이스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물론 그 이전에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지만) 잠옷과 세안 도구를 챙겨 애디의 집으로 향했고, 어색한 첫날밤을 보냈지만 그 시간이 싫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외롭고 쓸쓸했던 날들의 밤을 채워 갔지만 그들의 얘기는 동네로 소문이 퍼졌다. 만약 우리 어머니가 애디였다면...이라는 궁금증을 가졌다.



어머니는 50대 전에 혼자가 되셨다. 워킹맘으로 사셨던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후에도 오랫동안 워킹맘으로 사셨고 몇 년 전에 퇴직하셨다. 어머니는 그 나이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건강한 자신을 자랑스러워하셨다. 나도 어머니가 갖는 그 프라이드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랬다, 그냥 어머니가 어떤 마음으로 그동안 사셨다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이다. <밤에 우리 영혼은>을 읽는 동안 나는 오랫동안 혼자가 되어 가정을 책임지며 사셨던 어머니가 떠올라 한참을 울었다.


언젠가 어머니에게 좋은 분이 계신다면 함께 해도 좋다고 말은 했었지만 어머니는 싫다고 하셨다. 이렇게 혼자 됐는데 왜 둘이 되어야 하냐며, 지금의 자유가 좋다고. 뭐든 혼자 결정할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혼자 즐길 수 있다는 얘기에 아버지의 부재가 쓸쓸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나보다.



“그래요. 우리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죠. 우리 나이에 이런게 아직 남아 있으리라는 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아무 변화도 흥분도 없이 모든 게 막을 내려버린 아니었다는, 몸도 영혼도 말라비틀어져버린 게 아니었다는 걸 말이에요.” 159쪽



애디와 루이스의 가족들은 그들의 이런 행보를 원하지 않았다. 소문이 부끄럽다며 더 이상 밤에 잠을 자고 오는 일들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두 사람의 결합도 싫었다. 그냥 남은 생을 조용하게 마무리하길 바라는, 노인들의 남은 생은 그동안 자식들에게 희생했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남아 주길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애디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그들의 삶에, 저녁에 루이스와 나란히 누워 오늘 일들을 얘기하는 그 아늑한 시간이 왜 잘못 되었단 말인가. 어두운 밤, 불을 켜지 않으면 더 외로울 것 같은 그 깊은 시간에 두 사람의 얘기는 서로의 시간에 등불이 되었고, 그 밝아짐으로 내일을 기대 하게 되었다.




아들의 이혼으로 손자를 양육하게 된 애디는 루이스와 함께 캠핑을 떠나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을 양육하는 어머니에게 루이스의 존재가 불쾌 할 뿐이다. 결국 둘 사이는 다시 원래의 혼자만의 밤으로 돌아갔다. 이기적인 아들에게 화가 났다. 왜, 어머니는 남은 생까지 아들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아들의 반응은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반응일지 모른다. 너무도 현실적인 결론일수 있다. 그 누구도 그들의 남은 밤들에 말 할 수 없다. 애디와 루이스는 사랑하는 사이라기보다는 우정에 가깝고, 그 우정의 시간들은 차분하고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그들의 시간에 그 누구도 쓸쓸한 시간을 줄 수 없다며 나는 어머니를 떠올렸다. 나의 어머니, 오늘 밤은 어떻게 보내고 계실지. 많이 외롭지 않은 밤이길, 그래서 더 쓸쓸한 시간이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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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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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남겨 놓은 말들 [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 허수경]



시인이 세상을 떠난 10월, 그녀가 남겨 놓은 말들을 읽는다. 그녀의 말들을 천천히 음미하며 그녀의 살아온 흔적을 살폈다. 더 이상 세상에 없는 그녀의 말들은 때로는 땅속에, 때로는 바람으로 스며들거나 흩어졌다.


독일 뮌스터에서 고고학을 공부했던 그녀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책은 2003년에 나와 다시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책속의 내용들은 대부분 그녀의 독일 생활의 쓸쓸함이 많이 녹아 있다. 그녀가 혼자 밥을 먹으러 들어 간 어느 날, 자신의 자인들을 불러 모아 식사를 하는 상상을 하거나 아픈 날, 중국집에 앉아 뜨거운 밥을 먹으며 멀리 있는 고향을 그리워했다. 뮌스터에서 많이 마신다는 끓인 맥주, 흑맥주에 설탕에 절린 과일을 넣고 끊기 직전까지 데운 맥주를 차게 식혀 마시는 이 술이다. 맥주를 많이 마시는 독일에서는 맥주 활용법이 많고, 그것을 보며 그녀는 가짓수가 많은 김치를 떠 올린다. 고향을 떠나도 오랫동안 살아 왔던 환경에서 얻은 추억은 계속 공유되며 환유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서양의 고급 식당에 앉아서 소리를 내면서 수프를 들이켜는 고향 선배를 보며 민망하다고 느끼는 나는? 서양 백화점에서 물건 값을 깎아주지 않는다고 소리소리 지르는 고향 선생님을 보며 민망하다고 느끼는 나는? 카메라를 든 수무 명 남짓의 동양인이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서양 교회를 보면서 탄성을 지른 것을 보며 민망하다고 느끼는 나는? 서른 개도 넘는 선물용 쌍둥이표 과일칼을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사는 친척을 보며 민망하다고 느끼는 나는? 유용한 서양 소설에 나온다는 술 오백 밀리리터를 거금을 들여 사는 호사 취미를 가진 분들을 보며 민망하다고 느끼는 나는? 나는 무엇인가? 이 보잘것없는 나는 무엇인가? ” 216쪽



카셀 민박에서 만났던 주인은 나에게 그런 얘길 했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들 사가는 쌍둥이칼을 보며 독일 진원이 너희 민족은 난자냐고 물었다고 했다. 그만큼 많이 사가는 유명한 칼이니까. 한국에서 사면 조금 더 혹은 훨씬 비싸니까 많이들 사거는 것이겠지. 그런데 그곳에 사는 이들은 너무 흔한 것들이지만 멀리 12시간을 달려, 직항이 아니면 경유로 더 말리 달려 온 나라에서 이제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많은 양의 칼을 사가는 이들을 부끄러워해야 할 일인가 생각해 본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숙소를 잡고 처음 나온 길가에서 만난 성당을 보며 나는 탄성을 질렀다. 그냥 흔한 동네 성당도 이렇게 예쁘다니. 처음 보는 유럽의 흥에 그냥 감탄 한번 할 수 있는 것에 왜, 부끄러워 하셨을까. 아, 그들은 유럽을 처음 와서 아직 더 크고 멋진 건축물을 보지 못했나. 그러니 이런 찬사를 보냈겠지? 물론 물건 값 깎아 달라고 소리 지르는 지인을 보는 것은 민망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 백화점도 정찰제인데, 시장도 아닌 곳에서 왜 물건 값을 깎아 달라고 소리까지 지르셨을까. 그 부분은 나도 부끄럽기는 할 것 같다. 만약 이 글이 인스타나 페이스 북에 올렸다면 나는 이런 댓글을 썼을 것 같다. 당신에게는 너무나 사소한 것이겠지만 그것을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는 놀라울 수 있는것 아니겠는지. 그러니 그들의 그런 호들갑에 부끄러워 마시길. 그들도 더 좋은 것들을 보고 나면 시골의 어느 교회를 보며 탄성을 지를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시인이라는 삶이 시작된 건 아마도 말로 세계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겠지만, 인위적으로 그 삶을 목 졸리고 싶었던 이유는 아마도 말에 대한 애증 때문은 아니었는지. 독일은 우리말을 쓰는 나라가 아니고, 난 그게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191쪽



우리말을 쓸 수 없어서 때로는 입을 닫고 조용히 듣는 일에 열중했던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그녀의 책을 읽으며 계속 딴죽을 걸고 싶었다. 이런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러면 그녀는 다시 냉소적으로 또 말을 해 주지 않을까. 그녀는 하고 싶은 수많은 말들을 어디에 두고 갔을까. 그것을 찾는 일은 그녀를 읽기를 하면 찾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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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양이와 살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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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그러한 삶 [이제 고양이와 살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 가쿠다 미쓰요]



십여 년전 오랫동안 집에서 함께 살며 행복했던 강아지와 이별을 한 후 다시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내 한 몸 챙기기 힘든 이 세상에 다른 생명체를 책임지며 살아가는 일이 나에겐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자고 지인의 연락에 단숨에 달려갔을까. 작년, 독일에서 돌아와 나는 심하게 우울증을 앓았었다. 뭐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곳에서 겪은 일들이 쉽게 멘탈 회복이 되지 않았던 때였다. 그런 내게 지인이 파양을 당해 어디 갈 곳이 없는 고양이가 있는데 한번 보러 올래? 라는 말에 달려갔고 한참을 안고 있다가 나는 함께 집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의 동거는 쉽지 않았다. 처음 키워보는 고양이는 강아지와 전혀 다른 생물체였다. 책상 위로는 올라 올 수 없었던 강아지와 달리 조그마한 턱만 있으면 그걸 딛고 어떻게든 높은 곳으로 오르는 고양이의 습성 때문에 온 집안의 물건이 바닥으로 수직 하강했다. 해외 여행때 무조건 사오는 장식품들은 모두 바닥으로 떨어졌고 간혹 냉장고에 붙어진 마그네틱은 바닥과 구석으로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이런 실수와 난장판에도 내 고양이 루키와 함께 집으로 오던 첫날이 떠올라 가슴이 뜨거워질 때가 많았다.



<종이달>의 작가 가쿠다 미쓰요도 어느 날 자신이 좋아했던 작가의 고양이에게서 일곱 번째로 태어난 고양이를 선물 받았다. 그녀의 고양이는 ‘토토’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구경중이다.


“변덕쟁이도 아니고 제멋대로도 아니고, 요구만 있지도 않고, 새침 떨지도 않는다! 뿐만 아니라, 토토는 대부분 받아들여 주고 용서해준다. 받아들여주고 용서한다는 것은 고양이의 특성인가, 아니면 토토의 개성인가” 47쪽



루키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본격적으로 그동안 숨겨 왔던 병을 내게 알렸다. 한 시간에 열 번 이상 재채기를 했고, 기침을 했다. 환경이 안 좋은 삽에서 태어난 루키는 품종묘였다. 온 몸으로 재채기를 하는 루키는 병원에 한 달에 네 번 이상 다녔고, 약을 하루에 두 번씩 먹으며 호흡기 치료인 네뷸라이저를 하루에 세 번씩 해야 했지만 단 한 번도 싫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낯선 병원에 갈 때도 이동 장에 조용히 스스로 들어가서 앉아 있고, 병원에서도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치료를 받았다. 약도 조용히 먹고는 아무렇지 않게 놀던 공을 차며 다녔다. 안약을 넣을 때도 몸부림치지 않고 약이 다 들어 갈 때까지 품에 안겨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어디서 이렇게 착한 녀석이 나에게 왔을까. 나의 루키도 이렇게 모든 것을 받아들여주고 자신에게 하는 것들을 용서해 주었다.



“고양이는 기본적으로 착한 생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개도 새도 착하지만, 각각 착함의 종류가 다른 것 같다. 고양이의 다정함은 속이 깊다. 배려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49쪽



너무 피곤해 불도 끄지 않고 잠들었던 어느 날, 뒤척이다 잠이 깨었다. 옆을 보니 루키가 앉아 나를 보고 있었다. 잠꼬대를 했던 것인가? 루키가 나를 걱정스런(물론 그건 나만의 생각이지만) 얼굴로 나를 한참 보더니 그 하얗고 뽀얀 솜방망이 발을 내 이마에 한참을 올려놓고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때 나만의 오해를 했다. 우리 루키가 나를 걱정했다고. 이런 착하고 다정한 고양이라니.



“4년 전, 무사히 태어난 일곱 번째 작은 생물을, 나는 나를 구할 무엇인가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 생물은 전혀 울지 않았고, 화장실에서 볼일도 보고, 마치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내 손등에 작은 머리를 기대고 잤다. 나는 나 자신이 그것에 구원받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병원에 데려가고, 마구 뛰어 다니며 놀이 상대를 해주고, 약을 먹이고, 같이 자고, 이 아이가 없어지면 어떡하지 하고 남편과 얘기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구원받고 있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224쪽



오랫동안 살았던 곳을 떠나 이사를 하며 그곳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잊기로 했지만 마음은 그렇게 되지 않았던 몇 달 동안 마음이 허했다. 그렇게 도망치듯 떠난 독일에선 나는 그간 남아 있었던 자존감이라는 것을 비가 온 날이 훨씬 많았던 습기 많았던 독일에 놓고 비행기에 올라 귀국했다. 공감력 없는 이와 함께 생활했던 독일 생활은 그동안 살아 왔던 나의 삶을 반추의 시간을 주었다. 내가 만나고 있는 이들이 내게 어떤 사람들인가 회의가 들었고 힘들었던 어느 날, 나에게 찾아온 고양이 루키는 매일 나를 위로 했다. 저렇게 기침을 하다 죽는 것 아닐까 걱정스러운 날 루키를 안고 울었던 그날 밤, 잠든 나에게 한참 동안 꾹꾹이를 하며 자신은 괜찮다고 얘기했다. 그 어떤 사료를 가져다 줘도 집사가 줬으니 내가 먹어는 줄게라며 시큰둥하게 모두 먹어줬고 새로 사준 스크레쳐를 힘차게 긁으며 고맙다고 했다. 사다준 물건은 어떤 것도 싫다고 하지 않고 한번은 꼭 내가 보는 앞에서 사용해 줬다. 이미 닳아 없어진 낚싯대에 리본 끈 하나 묶어 하루 종일 흔들어줘도 새것처럼 놀아주는 루키의 적응력에 감사해 했다. 작은 터널에 숨어 나를 놀래며 도망치는 루키는 나의 작은 짜증도 없애준다.


아마도 반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모두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나에게 와 줘서 고맙다고. 그런 운명과 인연으로 연결된 그 순간이 고맙고 다행이라고 생각될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집에 돌아오면 골골송으로 다리 사이를 오가며 반겨주는 루키를 보며, 처음 루키를 안고 집으로 오던 지하철 안의 모습이 떠오른다. 다행이다, 그날 내가 너를 다시 그 집에 놓고 오지 않아서. 아픈 너를 파양하지 않고 고치려 애썼던 그날, 너도 기운을 차려 줘서 정말 고맙다. 네가 우주로 돌아가는 날까지 우린 함께 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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