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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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부재에 대한 질문들 [환상의 빛 - 미야모토 테루]

20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이후 가까운 지인들이 세상을 떠나는 일을 겪어 본 것은 3년 전 갑자기 떠난 친구의 사망 소식이 전부였다. 죽음이라는 것이 내게는 좀 멀리 있는 단어 같았다. 아버지는 1년 정도의 투병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친구는 그러지 못했다.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소식을 늘 전해왔던 친구의 죽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에 주름을 만들었다. 때로는 잊고 있다가 길가의 돌부리처럼 갑자기 넘어지며 그들이 남겨 놓은 상흔을 마주하게 되었다. 친구의 장례식장에 갔다가 얼굴을 잊고 있었던 지인들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오랜 달력에 빼곡하게 적어 놓았던 기록들을 얘기하며 웃고 울다가 헤어졌다. 모두 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던 그 말들. 집으로 오면서도 끝내 뱉어지지 않았던 질문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어디서든 대답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왜라고 물어보면 때문이라는 답을 얻지 못할 것이었다. 

고레이다 히로카즈의 첫 장편 영화의 원작인 [환상의 빛]도 그렇다. 아무렇지 않은 일상에 창문을 열어 불어오는 바람처럼 문득 죽은 이들의 추억과 기억이 머물다가 사라진다. [환상의 빛]에는 총 4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작품 모두 죽음의 부재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있다. 

‘환상의 빛’에서는 늦은 밤 전차에 치어 자살한 남편의 죽음의 상흔이 일상에 놓여 있다. 두 번째 단편 ‘밤 벚꽃’은 아들의 죽음이 집안에 남아 있다. 세 번째 단편 ‘박쥐’는 중학 시절 친구였던 란도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며 그와의 시간을 떠 올리게 된다. 네 번째 단편 ‘침대차’에서는 어린 시절의 친구가 기차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참여하며 잊고 있던 지난날의 기억을 회상하게 된다. 어느 날 문득 다가온 지인과 가족의 죽음은 일상적인 삶을 흩트려 놓게 된다. 총 4편의 작품 속에 던져진 죽음의 부재로 인한 물음은 각자 다르겠지만 그들이 겪고 있는 질문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모두 그 질문에 답을 해 줄 수가 없다. 어느 날 기차선로를 걷다가 죽은 남편은 왜 자살을 선택했는지 말해줄 수 없다. 그는 불륜도 하지 않았고 도박이나 술로 문제를 일으켰던 인물이 아니었다. 사랑했던 여자와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았던 그는 왜 늦은 밤 선로를 걷다가 자살을 했을까. 그 물음은 아내 유미코의 재혼 생활에도 계속 되었지만 답을 얻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것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일지 모른다. 남은 자는 계속 질문을 하지만 대답을 해줄 이가 세상에 없으므로 감당하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야 한다. 당신은 나와 아이를 두고 왜, 세상을 떠 날 수밖에 없었나요? 물어도 그 어떤 단서 하나 놓지 않고 떠난 남편은 그녀가 죽을 때까지 그 답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밤 벚꽃’은 아들이 사용했던 방을 하숙을 해 볼까 생각했지만 떠난 아들을 떠 올리며 그만두기로 했다. 하지만 그 방을 사용하게 될 젊은 청년이 하룻밤 머물게 되면서 불안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다. 그 청년의 기구한 사연이 밤에 빛이 나는 벚꽃과 대비되어 네 편의 소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엔딩이었다.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가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짐작이 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밤에 반짝이며 빛이 나는 저 벚꽃의 찬란함으로 그간의 고통은 잠시 잊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박쥐’와 ‘침대차’는 모두 친구의 죽음을 듣게 되며 그동안 있었던 기억들을 소환하게 된다. 사실 모두 그 친구의 죽음 소식을 듣지 않았다면 별반 다르지 않을 일상의 하루였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 어딘가 잠시 넣어 두었던 시간의 흔적을 다시 찾아보는 것은 괴롭거나 슬퍼 머뭇거리게 된다. ‘박쥐’의 주인공도 그랬다. 길을 가다 친구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 친구가 그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면 잊고 있던 그 시절의 어둠속에 있던 박쥐의 존재를 알지 않았을 것이다. 

총 4편의 소설 속에서 가장 빛나는 소설은 단연 [환상의 빛]이지만 총 4편의 소설이 주인공의 지인들로 구성된 연작 소설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차분하게 담담하게 이야기를 쏟아내는 유미코의 얘기가 가장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대답을 들을 수 없는데 계속 질문할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크면 아버지는 왜 세상을 떠났냐고 물을 테고 그 대답은 유미코가 해야 할 것인데 무엇이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왜 죽었을까. 왜 당신은 치이는 순간까지도 계속해서 선로의 한가운데를 걸어갔던 것일까. 대체 당신은 그렇게 해서 어디로 가고 싶었던 것일까. 저는 그릇을 든 손을 멈추고 설거지대 구석에 시선을 떨어뜨리면서, 지금 바로 죽으려고 하는 사람의 그 마음의 정체를 알려고 필사적으로 이리저리 생각했습니다.” P57

환상의 빛의 유미코는 이 질문을 아마도 살아가는 동안 멈출 수 있을까? 오랜만에 그의 영화로 다시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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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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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지 않아도 괜찮은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 마쓰이에 마사시]

마흔 여덟에 이혼을 한 남자는 자신만의 가구들이 들어오는 순간을 보면서 흥분하기 시작했다. 인테리어 공사와 가구에 든 비용이 집을 구할 때 든 중개수수료를 훌쩍 넘어섰지만 괜찮았다. 얼마나 원했던 공간이란 말인가. 아내의 간섭과 잔소리 없이 오로지 자신만의 공간을 채워 나간다는 즐거움은 그동안의 결혼 생활의 스트레스가 다 날아갈 것 같았다. 새로 이사한 집은 마음에 들고, 깐깐한 팩폭을 날리는 아내도 집에 없다. 저녁에는 공원을 느긋하게 걸으며 하늘에 걸린 달도 구경할 수 있는 날들이 펼쳐지는 독신의 삶이란 얼마나 우아한가. 그런데, 이것으로 행복하다고 얘기 할 수 있을까?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로 인기가 있는 작가였는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이 처음 접하게 된 작가다. 소설을 읽으면서 번역의 힘일지라도 단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의 내용이나 구성을 떠나서 그냥 분위기가 단정하게 접어 수납되어 있는 수건들의 느낌이라고 할까. 찾아 본 작가의 얼굴을 보니 무척 소설과 닮아 있다. 혹시 작가가 책속의 주인공 오카다 다다시였을까. 때로는 허무한 모습이 보이기도 한 사진 한 장에 흥미가 생긴다.

오카다 다다시가 큰돈을 들여 집을 고치고 가구를 들여 놓으면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던 때에 나타난 전 연인 가나와 조우하게 된다. 불륜도 아닌, 독신의 삶의 시작에서 다시 만나게 된 전 애인이라니. 그것으로 행복한 엔딩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인생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며 새로운 반전이 시작된다.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를 책임져야 할 가나는 오카다에게 병원을 가거나 큰일에 부탁을 하지만 함께 살지는 않는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와주며 서로의 아픔과 힘든 시간을 위로하는 친구로 남게 되는 것이 싫지 않은 오카다에게는 어느덧 호기롭게 시작된 독신남의 모습은 사라졌다. 그의 마지막 독백처럼 들리는 이 말은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 것인지 알려주는 것 같다.

"가나와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자고, 시시한 이야기를 하며 함께 웃고 싶다. 나이를 먹어서 정신이 흐려질 때까지 아니, 흐려진 뒤로도.

몇 번이고 가나와 이야기하자. 집이 완성되고 나서도 늦지 않다. 우아하다는 말은 이제 그만 듣고 싶다." P 254

중년의 남자가 아내와 이혼을 하고 자신만을 위한 공간에서 우아한 노후를 맞이하는 얘기 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우아함은 어느덧 소설 밖으로 빠졌다. 우아한 삶이란 어쩌면 주인공의 머릿속에만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오카다 다다시가 혼자가 되고 자신이 원하는 집을 찾아 만들고 비싼 가구들을 들여 놓고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중년의 남자는 본인 마음속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처음 소다노씨에게 집을 빌렸을 아들을 따라 미국으로 들어가 다시는 일본으로 돌아오지 않을것 같으니 마음대로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으로 갔던 소다노씨가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다는 얘기를 들으며 그 집에서 나가야 된 것이다. 우아한 오후의 모든 시간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시작이라는 것도 해보지 않았는데 사라진 느낌, 처음부터 우아함이라는 것이 없었다는 듯 그의 집이 없어질 것이다. 그래서 소설의 엔딩이 처음, 이혼을 했다로 시작한 첫 문장과 어울려 보인다. 심심하게 흘러가는 듯 보였지만 마지막 뭉클하게 와락 안기며 사라지는 연인의 뒷모습 같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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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8-10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오후즈음 2022-08-18 17:3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영원한 유산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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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사라지지 않을 것들 [영원한 유산 - 심윤경]



간혹 작가의 몇몇의 작품을 읽다보면 작가의 심성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작가가 쏟아내는 작품들이 내 취향과 맞지 않더라도 출판을 기다리며 읽곤 하지만 몇 년간 쏟아낸 심윤경 작가의 작품들은 앞에 얘기한 것들과 거리가 있었다. 특히 사랑이 달리다 시리즈는 그녀의 작품이 맞는 건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이번 작품도 그랬다면 작가와의 이별을 고할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를 애정 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 기다려온 그녀의 작품 [영원한 유산]은 오래전 그녀의 향기가 났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찍은 사진 한 장의 궁금증으로 시작된 그녀의 19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방 이후 20여년이 흐른 후 이해동이라는 청년은 '유엔 한국통일부흥위원회(UN Commission for the Unification and Rehabilitation of Korea,)', 줄여서 언커크(UNCURK)라 불리는 곳에서 애커넌의 호주 대표의 통역을 맡으며 사기죄로 2년 2개월의 실형을 살고 나온 윤원섭을 만나게 된다. 이름 없는 독립 운동가의 자손인 이해동과 악덕하기로 유명했던 친일파의 자손인 윤원섭의 만남은 이 소설 [영원한 유산]의 내적, 외적 갈등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친일을 하였지만 그것이 훈장 같은 윤원섭이 바라보는 적산가옥 벽수산장을 바라보는 느낌은 부끄러움이나 죄의식이 전혀 없다. 그녀에게 그런 것보다 큰 불만과 치욕은 지방 출신이라는 것에 격분을 더 하는 사람이었다. 그 어떤 독립투사보다 나라 팔아먹은 이완용을 욕하는 것에는 그의 친일 행적보다 지방 출신인 주제에 중앙 귀족인 척 행세한 신분 세탁자인 것이 화가 나는 부분이라고 했다. 귀족이 아닌 것이 귀족 흉내를 내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눈에 밟히는 큰 죄가 되었다. 그의 다른 일부분의 행적들은 모두 그 밑으로 사라지는 연기 같은 것이었다.

 

이해동이 윤원섭 일가의 친일 행적을 애커넌에게 말해보았자 그저 지나버린 남의 나라 일뿐이었다. 문득 부질없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 대상이 호주 대표 애커넌이 아니라 독일의 대표였다면, 폴란드의 대표였다면 어떤 반응이었을까. 모두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포장으로 끝날 일이었을까.

애커넌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윤원섭의 거만한 모습이 흉하기 그지없다. 2년의 실형을 살고 나온 자의 모습에서는 반성이라는 것은 없고 다시 자신의 것을 찾으러 온 듯 당당함은 벽수산장의 숨은 곳을 알려주는 모습에서 더 여실히 드러난다. 그녀에게는 이완용이 갖은 지방색이란 없다는 듯. 호수만 200여 평의 땅이라 아방궁이라 불렸던 그곳의 모습을 다시 찾은 자신의 영광인 듯 두 눈으로 담고 있을 윤원섭, 그 모습에 불같은 마음이 명치끝까지 타 올랐을 이해동의 얼굴은 또 어떠했을지.


 

“해동은 그 모든 울분과 통증을 넘어 마지막 한마디를 뱉었다. 아름답다.

저택은 아름다웠다. 그것을 소리 내어 말하기가 그렇게 고통스러웠다. 스스로 벼락이라도 때려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말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윤덕영의 썩은 정신과 나라를 팔아먹은 자금으로 만들었는데도, 저택은 아름다웠다.“ P252




저자가 말하는 벽수산장이 너무 궁금해졌다.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었을까. 저자의 소설의 시발점이 되었던 할머니와 찍은 사진 속의 멀찍이 찍혀 있는 그 유럽풍의 저택.




[송석원은 지금의 서울특별시 종로구 옥인동 47번지 일대를 말한다. 천수경(조선 후기의 위항 시인)이 송석원이라는 집을 짓고 살면서 그를 중심으로 열린 옥계시사 또는 송석원시사가 널리 알려졌다. 송석원시사의 부흥을 계기로 이 일대의 지명은 옥류동 계곡을 말하는 옥계(玉溪) 대신 송석원이라 불리게 되었다.

천수경 사후 송석원의 주인은 여러 차례 바뀌었는데, 장동 김씨라 불린 신 안동 김씨와 여흥 민씨를 거쳐 1910년경에 윤덕영 (순종의 계후 순정효황후의 숙부이자 해풍부원군 윤택영의 형이다.)(이 송석원을 가지게 되었다. 윤덕영은 일제 강점기에 옥인동 땅의 절반 이상을 사들이고, 송석원 터에 프랑스풍 건물인 양관(洋館)이 중심이 된 벽수산장(碧樹山莊)이라는 저택을 지었다. 양관은 한국 전쟁 전후에 한국통일부흥위원단 청사로 쓰이다가 1966년에 불탔고, 1973년에 철거되었다. 해방 이후 옥류동 계곡 주변에는 많은 주택이 들어섰고, 주민들은 여전히 그 일대를 송석원이라 부른다.


벽수산장은 윤덕영이 프랑스에서 본 귀족 별장 설계도로 1931년 자신이 소유한 옥인동 대지에 저택 건설을 착수하여 1935년에 완공이 되었다. 윤덕영은 5년 후 1940년에 사망하였고, 이후 덕수 병원으로 쓰였고 한국 정쟁 중에는 미8군 장교 숙소로 이용되었으며, 1954년 6월부터는 한국통일부흥위원단 (UNCURK, 언커크) 본부가 입주하여 사용하다가 1966년 4월 5일 보수 공사 도중 화재로 전소되었다. 언커크는 화재 직후 외교 연구원 건물로 청사를 옮겼고, 양관은 총무처에서 관리되다가 1973년 6월에 철거되었다.- (부분 나무 위키 발췌)







화려한 양관은 모두 소실된 벽수산장은 서용택 가옥과 박노수 가옥이 부속 건물로 남아 있다고 한다. 벽수 산장 정문 기둥 4개중 3개가 남아 있고 옥인동 62번지 소재 건물 동쪽에는 벽수산장의 벽돌담과 아치 흔적이 남아 있다. 역사의 기록이 담겨진 부분은 대부분 소실되어 그 시대를 살아갔던 이들의 기억에만 남아 있고 이제는 그 본래의 모습은 남아 있지 않다. 해동은 저택의 아름다움을 말하기는 것이 괴롭다고 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말하지 못하는 상처를 갖고 있는 유산. 그런 유산을 낳지 말았어야 했지만 이미 만들어진 시간의 흔적을 어떻게 지우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불 타 소실된 건물을 바라보았던 해동의 무거운 걸음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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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에게만 가혹할까 - 자신에게 유독 엄격한 사람들을 위한 죄책감 버리기 연습
사이토 사토루 지음, 기즈키 지아키 엮음, 장은주 옮김 / 심플라이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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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적 자책 버리기 연습 [나는 왜 나에게만 가혹할까]




일본의 한 정신과 의사의 50년 경력을 통해 쓴 책 [나나는 왜 나에게만 가혹할까]에서는 저자의 전문분야인 가족 문제의 해결을 하며 축적된 총 65개의 내용들이 담아냈다. 그중 기록해 놓고 싶은 것들만 발췌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2020년 출판사를 통해 받은 책의 리뷰를 이렇게 밖에 쓰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 상대가 바뀔 거라는 기대는 버리는 편이 낫다. 사람은 바뀔 필요가 있을 때만 바뀐다. 지금 변화가 필요하다면 당신 자신이 먼저 변화하라. 만일 상대에게 당신이 정말 필요한 존재라면 당신의 변화가 상대의 변화를 이끌 것이다. P60


건강한 자기애를 기르는 법

- 허세나 허영이 아닌,

좋은 의미에서 자기애가 강한 사람일수록 타인을 사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P 71


존재 자체로 충분하다.

-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진짜 자신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나’를 만들어내어 그 환영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 멋졌던 혹은 미래에 멋질 ‘나’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P76


비교 하려만 자기 사진과

- 비교당하지 않고 자란 사람은 자기평가가 높다. 자긍심이 넘치는 사람을 달리 말하면 비교하지 않는 사람이다. P77


우리는 모두 평범한 인간이다.

- 의미 있는 인생이랑 실체가 없다. 그저 숨을 들이귀고 내쉬는 것이 인생이다. 이런 인생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회복’이라고 말한다. P 84

우리에겐 선택한 권리가 있다.

-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우리는 희생자가 괸다.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고 내가 선택한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다면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되었다고 한다. P92



부모의 아바타가 되지 않으려면

- 초조해하거나 자책하지 말자. 당신의 부모가 당신에게 했던 잔혹한 행동을 당신이 자신에게 되풀이하게 된다. 먼저 자신에게 상냥해지자. 이것이 나를 바꿔나가는 요령이다. P99


두려움의 정체를 찾아서

-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낸다.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거짓이다. 의식은 거짓밖에 떠올리지 않는다. P135


그럼에도 살아가는 힘에 대하여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에서 도망치려 하면 할수록 과거는 멀어지지 않고 뒤를 바짝 꽂아온다. P139


가족이 지옥이 되는 순간

- 가족은 남자가 여자를 때려도 어른이 아이를 학대해도 허용되는 일종의 무법지대이자 위험지대다. P151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법

- 고독을 정면으로 마주하면 나의 본모습을, 진짜 욕망을 발견할 수 있다. 정신없는 일상 속에 파묻혀 침묵하고 있던 ‘나’ 자신이 비로소 자기주장을 펼칠 것이다. 고독은 진짜 나의 또 다른 얼굴이다. P164


외로움을 즐기는 사람들의 특징

- ‘혼자 있을 수 없는 사람’은 상대를 지배하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무언가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 따라서 상대를 속박할 필요가 없다. 나를 사랑하라고 강요할 필요도 없다. P172



성격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

- 삶의 방식과 인품과 인격은 내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212



몸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어른이 되지만 마음은 애정을 주면서 잘 가꾸어야만 비로소 어른이 된다. 마음이 충분히 어른으로 성장했다면 내면에 머무는 어린아이를 적당히 어르고 달랠 수 있다. P215



분노가 억압되는 세 가지 구조

-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 분노이며 분노는 그 사람이 지닌 욕구의 모습이다. 분노를 세련된 형태로 정리한 것이 자기표현과 자기주장이다.

원망 버리기 연습

- 우리 인생에서도 재고 조사를 통해 썩은 사과를 골라내야 한다. 우리 삶의 썩은 사과는 인생을 갉아먹는 ‘원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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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희극인 - 희극인 박지선의 웃음에 대한 단상들
박지선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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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도 재미있게 지내고 있나요? [멋쟁이 희극인 _박지선]



- 나는 넘어질 때마다 무언가 줍고 일어난다. P115




생일을 하루 앞두고 떠난 그녀의 웃음소리가 떠올랐다. 그녀의 러빙유에 음악에 맞춰 들려줬던 돌고래 소리가 당황스러웠지만 그 배만큼 재밌었던 그녀. 그녀는 자신이 돌고래 소리를 낼 수 있는 장기가 생겼다며 좋아했다. 그런 그녀의 마지막 웃음소리만 남기며 저 멀리 보이지 않는 선 밖으로 사라졌다. 마치 스크린 속의 화면이 페이드 아웃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단 한 번도 화면 밖에서 본적도 없는 그녀의 떠남이 며칠 동안 슬펐다. 오랜 친구의 부고를 들은 느낌이었다. 그것은 어느 날 세상을 떠난 신혜철의 부고를 들었을 때의 울컥함이었다.


 

트위터를 하지 않아 그녀의 재기 넘치는 내용들을 다 알지 못했지만 기사화된 내용은 간혹 알고 있었다. 간혹 예능에 출연해 트위터 속의 내용을 얘기 할 때마다 왜 그녀가 개그맨인지 알겠다는 긍정의 끄덕임이 있었다. 어떤 이는 알고 있고 어떤 이는 알지 못하는 그녀의 트위터 속의 이야기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멋쟁이 희극인> 제목을 달고 159페이지라는 다소 얇은 책속에 제일 많이 나오는 단어는 아마 “엄마”일 것이다. 그녀보다 더 개그요소가 많았던 그녀의 이야기 속에 소재가 되어주고 그녀의 관객이 되어준 사람, 엄마.

6개의 챕터에 담은 그녀의 이야기들 속에 엄마는 그녀의 친구였고 애인이었고 관객이었고 응원자였다. 그녀의 외모에 상처받는 말을 들어도 이겨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엄마의 사랑 때문이 아닐까.


 

“엄마 처방

일부러 그 말이 듣고 싶어서 물어보거나 말을 걸 때가 있다.

나도 “아니야, 너 안 못 생겼어.” 라는 말이 듣고 싶어서 엄마에게 “요즘 나 최고로 못생긴 것 같아.” 했더니 엄마가 말한다.

넌 언제나 나한테 최고였어.


고맙다고 엄마!!” P30



"숨어


엄마에게 나의 숨은 매력은 뭐냐고 물었다.

“예쁜 얼굴.” 이라고 답한 뒤,

내가 좋아할 겨를도 없이 바로


“그러나 너무 숨어 있기 때문에 통 보이지 않지.”라고 한다.” P34




피부 때문에 고통스러웠던 그녀가 한 예능에 나와 분장하지 못하는 고충을 얘기했던 때가 기억이 난다. 남들은 더 뽀얗고 결점 없는 피부 톤을 만들 때 그녀는 스킨조차도 바르지 못했던 순간, 그 순간마저도 개그로 승화 시켰던 그녀의 그 짧은 얘기를 책을 읽으며 자신의 아픔까지 개그로 승화 시켰던 그녀의 노력이 얼마나 컸을지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뜨거워졌다.


 

“마음의 평안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젤 용하다는, 못 고치는 사람이 없다는 피부 전문의를 찾아 대구에 내려갔고, 그 분은 내 피부 이야기를 듣고 보더니 딱 한마디 던졌다.

“지선 씨는 못 고쳐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음속에 평안이 찾아왔다. 그래, 그것이 어쩌면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다. 이제 내가 나를 받아들인다. 인정해 준다. 더 사랑해 준다.” P109



그의 아픔을 공감해 준다고 해 주지만, 그 공감은 똑같은 아픔을 겪어보지 않는다면 모르는 일이 아닐까. 얼굴을 보여주며 웃음을 주려는 직업을 가진 그녀가 얼굴을 보일 수 없는 순간, 그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 많은 시간들, 어떻게 그것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 속에서는 그녀의 고통은 없다. 깔깔거리며 웃는 박지선의 모습과 러빙유를 부르는 능청스런 그녀가, 스펀지 밥을 사랑하는 그녀가, 펭수 사인을 받았다고 좋아하는 그녀만 있을 뿐이다. 그렇게 그녀를 떠 올리며 웃으며 사랑해주면 될 것 같다. 어느 날 유투브 알고리즘이 나를 박지선에게 인도하여 그녀의 개그에 배가 아프도록 웃었다면 너무 멀리 떠난 그녀가 멋쟁이 희극인 이었음을 다시 한 번 추억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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