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인 민박과 호텔, 호스텔을 섞어 숙소에 머물렀다.
민박이야 자고 나면 아무 생각없이 나갔지만 호텔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나갈때 늘 1유로의 팁을 놓고 나왔다.

오늘은 드레스덴의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베를린에서 너무 무리하고 온지라 드레스덴에선 좀 쉬고 싶었다. 아침도 느긋하게 먹고 싶었는데 이곳이 동독이라는 것을 잊고 커튼을 치지 않고 잤던것이다. 해가 4시 반이면 뜬다는 걸 몰랐다. 몸은 천근만근이라 일어나 커튼을 다시 치고 잘 기운도 없었다. 다시 잠이들었는데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청소하려고 노크하셨나보다. 젠장 나 아직 더 자고 싶은데. 억지로 일어나 잠을 깨운 그녀를 보기위해 문을 열었다.

미안한데요. 난 한 시간 뒤에 나갈게요. 그때 청소 부탁드립니다.

그녀가 알겠다며 다른 방으로 노크를 하며 지나갔다. 겨우 씻고 밖으로 나갔다가 잠시 쉬고 다시 야경 보려고 호텔에 들어 왔더니 나름 정리하고 간 침대를 다시 깨끗하게 정리해 놓고는, 내가 1유로를 놓고간 침대 중앙에 그녀의 쪽지가 있었다.

그간 하노버 빼고 거의 2박 이상이었는데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답장을 받는 기분이었다.

인사가 이렇게 좋은것이란걸 다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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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7-08-04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베강가에서 멋진 야경과 함께 시원한 맥주 한 잔 하시면 어느새 여독이 샥~ 날라갈 지도...
그곳에서 야경 보려고 기다리는데 저녁 9시가 넘도록 해가 안 넘어가던 기억이 새롭네요..

오후즈음 2017-08-04 14:23   좋아요 0 | URL
이틀 내내 야경보며 흐믓해 했습니다. 내가 이걸 보려고 여기 왔지 라며.....요즘도 9시 30분이 되서야 해가 떨어집니다
 

독일은 패트병이나 캔, 유리병으로 된 음료에 판트 금액이 붙어 있다. 음료들을 살때 추가 금액을 내고 사야 한다. 재활용을 시키기 위한 정책이란다. 마트에 판트 기계가 있으면 그곳에 가져가면 돈을 준다.

생수병이나 캔은 0.25, 맥주병은 0.16에서 0.08유로를 환불해준다. 생각해보면 내가 낸 돈을 돌려 받는거다.

하지만 막상 판트를 해서 돈을 돌려 받으면 공돈이 생기는것 같다. 그래서 함부로 생수통도 맥주 캔과 병도 버리지를 못한다. 그러나 이렇게 환불해 줄수 있는 판트 기계가 마트마다 다 있는게 아니다. 그래서 며칠씩 가지고 다닐때도 있었다. 저돈 얼마나 한다고 생각이 들겠지만, 1유로면 브리첼이 하나다.


판트를 하고 다시 맥주를 샀다.
노을이 지기 한시간이 남았으니 참았다가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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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8-03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을 팔아서 새 책을 사서 읽습니다.. ^^;;

오후즈음 2017-08-03 23:24   좋아요 0 | URL
저도 한국가면 조만간 그렇게 될듯 합니다. 그래도 책팔아 술마시지 않으시고 다시 책을 사시니 넘 훌륭하십니다!

cyrus 2017-08-04 13:07   좋아요 0 | URL
가끔 술이 당기면 책을 팔아서 생긴 돈으로 편의점에 가서 술과 안주를 삽니다. 며칠 뒤에 책을 사야할 일이 생기면 급후회합니다... 아.. 그때 편의점에 가지 말 걸... ㅎㅎㅎ

oren 2017-08-03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고 보니 저는 독일 갔을 때 병맥주는 거의 마셔보지 못했네요. 독일 맥주가 워낙 종류도 많고 맛이 좋다 보니 틈만 나면 ‘생맥주‘로 마셨는데, 맛이 별로였던 경우는 한 번도 없었던 듯해요.^^

오후즈음 2017-08-03 23:27   좋아요 0 | URL
전 혼자다 보니까 펍이나 식당 갈일이 사실 많이 줄어요. 숙소 와서 혼술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다음 일정 짜면서 홀짝 홀짝 ㅎㅎ
 

벌써 독일에서 12개의 도시를 거쳤다.
독일에서 퓌센 말고 가장 가고 싶었던 베를린으로 가는 기차안이다.

어제는 브레멘에 가는 기차에서 처음으로 졸았다.
5시간 기차에서도 긴장하느라 잠 한숨 못자고 온 내가 그 짧은 시간에 잠이 들다니.

익숙해진 풍경이 주는 안도감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맛 없는 가장 싼 커피를 들고 함부르크를 떠났다.

문득 크레마 한가득 쏟아내는 우리집 에소프레소가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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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7-07-31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베를린에서 시간이 좀 나시면 ‘추어 레츠텐 인스탄츠(Zur Letzten Instanz)‘라는 식당에도 함 가보세요~
나폴레옹도 들렀다는 아주 오래되고 유명한 식당인데 10-15유로 정도만으로도 아주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답니다.
☞ /blog.aladin.co.kr/oren/8550864

오후즈음 2017-08-03 02:53   좋아요 0 | URL
덕분에 어렵지 않게 찾아갔습니다~^^구굴치니 바로 나오더라구요. 오랜만에 맛난 음식을 먹었습니다!

oren 2017-08-03 13:53   좋아요 0 | URL
아, 제대로 찾아가셨군요. 음식이 맛있었다니 저도 몹시 기쁘네요!
 

반홉ㅡ우리한테는 기차역ㅡ에서 가장 맛 없는 커피를 사 먹는다.
이유는 가장 싸기 때문이다.
카메라로 인한 최소 지출액을 줄이려는 나의 몸부림.

1.7유로의 커피.
스벅은 아메리카노 3.19

경치가 좋으니 맛없어도 괜찮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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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듣지도 못한 도시에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나는 기차에 올랐다.
5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카셀의 ‘도큐멘타‘를 보기위해 일정을 2틀이나 잡았는데 그녀를 만나기위해 반나절이 사라져야 했다. 나의 결정이니 누구를 탓할수도 없는 일이다.

기차를 타기전에 걱정과 함께 떨리기도 했다. 그녀가 혹시 마음이 바뀌어 오지 않으면 어쩌지? 이러면 기찻값도 날리고 어렵게 온 카셀의 일정도 아까울것 같았다.

아침일찍 그녀에게 카톡을 넣었다. 하지만 그녀는 카톡을 읽지않았다. 기차에 오르면서도 그녀의 회신이 없어 절망하고 있었다. 그녀를 만나려면 한시간 반이나 기차를 타야했다. 나릉 지루한 시간을 지내는 도중에 그녀에게 답이 왔다. 그녀가 기차에 탔다고.

그녀보다 일찍 도착한 나는 잠시 역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도착했다는 그녀의 톡을 받고 역사 안으로 들어갔다. 외국인들 사이에 유독 하얗게 빛나는 그녀였다. 먼길을 달려와준 그녀에게 고마워 커피를 사주고 싶었지만 워낙 시골이라 번듯한 카페도 없어 역사 안에 있는 맥도날드로 향했다.

그녀는 커피나 햄버거보다 미니언즈를 사랑하는 학생이었다. 미니언즈 캐릭터를 주는 해피밀을 주문했다. 카메라를 건너받고 다음 기차를 탈때까지 서로의 정보를 나눴다. 그녀의 한국집은 우리집에서 가까운 동네에 있는 곳이었다. 내일 방학동안 한국으로 출국해서 10월 중순에 다시 독일로 온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9월에 만나기로 했다. 이것도 인연이니 그녀의 동네에서 유명한 즉석 떡볶이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보다 30분 더 일찍 기차가 있는 그녀가 해피밀의 미니언즈와 함께 먼저 떠났고, 나는 그녀가 애정어리게 삼년동안 가지고 찍었다는 카메라와 함께 카셀로 떠났다.

기차에서 한동안 카메라를 쓰다듬으며 마음이 울렁였다. 독일에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힘내라는 위로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카셀에서 2박을 한 곳은 호텔이 아닌 한인 민박집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인 부부와 새벽 3시까지 독일 맥주를 마시며 그녀의 얘기를 하고 서로의 얘기에 공감하며 감동하고 위로를 했다. 카셀의 제일 유명한 헤라클래스가 있는 빌헬름회에 산성공원과 야외 온천을 가지못해서 꼭 독일의 이곳에 다시 오라고 했다. 그때는 훨씬 더 좋은 맥주를 준비하고 있겠다고 하셨다.
나는 한달 반동안 힘들었던 심적인 고통을 이곳에서 위로 받고 있었다.

카셀을 떠나 하노버에 도착했다. 호텔에 누워 잠시 그녀들을 떠올렸다. 마음 어느곳에 온풍이 들어왔다. 앞으로 남은 혼자의 여행을 더 즐겁게 할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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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7-28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분 만나셔서 다행이예요.
남은 기간도 좋은 사람 좋은 인연 이어지시길 바래요.
여긴 더운 날이 이어지고 있어요.
오후즈음님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오후즈음 2017-07-28 13:4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여긴 덥지않고 춥기까지 합니다. 남은 여행도 즐거웠으면 좋겠네요.

jeje 2017-07-28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전 옆동네에 있어서 오후즈음 님의 글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전 11월이 독일에 가고 싶거든요. 카셀이 어딘지 찾아봐야겠어요^^ 야외온천이라니요!! 독일맥주라니요!! 저 단어들을 보는것만으로도 두근두근합니다 하하.

오후즈음 2017-07-28 13:46   좋아요 0 | URL
제제님 런던에 계시나요? 카셀은 독일의 거의 중심부에 있더라구요. 온천은 바덴바덴이 유명한데 이곳도 엄청 좋데요. 제가 보지 못하고 온 헤라클래스를 꼭 보고 오세요~^^

oren 2017-07-28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메라도 확보했으니 앞으로는 줄곧 즐거운 여행 하시고, 가는 곳마다 사진으로도 많이 담아 오시길요~

오후즈음 2017-07-28 14:11   좋아요 0 | URL
쓰던 카메라가 아니라 하룻동안 적응시키느라 엄청 많이 찍었 습니다. 눈으로도 카메라로도 많이 담아 와야죠~^^ oren님 사진 찍은것 보니 좋더라구요. 한국가면 좀 강습해주세요. ^^

2017-07-29 0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9 0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9 0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