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릴레이 페이퍼 >


아마 이 책의 제목에 더 집중 했다면 나는 고양이를 들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고양이 털갈이에는 브레이크란 없지>



초승달이 뜬 날 구해서 이름이 승달인 고양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두 자매의 이야기에 빠져 한참을 웃으며 읽었던 책이었는데, 고양이 털갈이에 대한 지식이 크게 없어서 웃고 지나쳤던 무지한 나를 탓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다. 흰 털옷을 입은 고양이가 집에 살기 때문에 검정 옷이나 짙은 색 옷을 입기가 상당히 부담스럽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막혀버린 해외여행 멤버 중 한 언니는 내가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난후 앞으로 여행을 같이 가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는 고양이털이 자신의 신체에 붙는 것이 싫다는 것이었다. 그날 웃으면서 그럼 앞으로 같이 여행은 가지 말아요, 라고 말하고 왔지만 집에 돌아와 많은 생각을 했다. 내 고양이 털 때문에 나의 인간관계가 이렇게 끊어질 수도 있겠구나. 세상에 믿을 사람이 나 밖에 없는 내 고양이는 잘못이 없으니 탓하지 말자. 그렇게 인간관계가 정리가 되었지만 브레이크 없는 고양이 털갈이는 정리되지 못했다.





2017년 독일로 삼 개월 정도 있다가 왔다. 독일에서의 첫 한 달 동안 마음의 상처를 많이 얻었다. 후배의 집에서 숙식이 생각보다 녹녹치 않았다. 한국에 돌아가면 나는 차도 있고 집도 있고 돈도 있는 여잔데, 왜 타지에서 이렇게 있어야 하나 일요일마다 맥도날드에 아침부터 앉아 커피와 햄버거를 먹으며 울었다. 그리고 배낭에 짐을 꾸려 독일을 한 바퀴 여행을 하고 한 달간의 서러움을 털어버리려 했지만 그 한 달의 마음고생이 쉽게 꺼지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가면 괜찮아지겠지 했던 그 마음의 병이 극대화 되었고, 바닥까지 낮아진 자존감에 나는 죽을 결심도 했었다. 죽고 싶었다.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그때 받은 모욕들이 떠올라 밤마다 울었다. 분하고 억울했다. 이런 모욕을 독일에 놓고 오지 못해서 미칠것 같은 마음으로 삼일을 울었던 적도 있었다. 아무에게도 이런 나의 모습에 대한 얘기를 자세히 해 줄 수 없었다. 간혹 내가 좀 힘들다 괴롭다는 얘기는 했지만 매일 밤마다 울고 있다는 얘기는 할 수 없었다.





그때 친한 지인이 잠들지 못한 외로움에 죽어가고 있는 나에게 심각하게 얘기를 했다. 우선 네가 살릴 고양이가 있으니 이 아이가 다른 분에게 입양을 갈때까지만 좀 케어를 해 달라고 했다. 지인의 친한 분이 분양을 받았는데 고양이 알러지가 심해서 결국 키울 수 없어 고민하던 차에 죽어가는 나를 살려보겠다며 어린 고양이를 보냈을 것이다. 한 번도 고양이를 키우겠다고 생각은 안했다. 나는 방랑생활을 즐기기 때문에 절대로 고양이를 키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달, 혹은 두 달 동안 해외에 나가 있을 생각뿐이었으니까. 임시 보호라는 이름으로 고양이를 키우는 동안 고양이가 나쁜 환경에서 출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린 고양이는 허피스라는 고양이 감기에 걸려있었고 피부병도 있었다. 두 달 정도만 치료를 해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 년 동안 허피스가 치료 되지 않아 유명한 병원은 다 다녔다. 일 년이 지나니 허피스가 치료가 되었는데, 이미 1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입양을 보낸다는 것이 어려워졌다. 결국 나는 장기 프로젝트가 있는 나의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입양을 결정했다. 그렇게 내 곁에 온 고양이는 4년째 동거중이다.






이렇게 몰골이 불쌍했던 녀석



좀 자라서 귀여웠지



이런곳에 들어가 있으면 찾지를 못했네. 










매일 숨고 찾는 것은 집사의 몫





노르웨이 숲이라는 참 예쁜 이름의 품종묘. 노르웨이 숲이라는 소설을 쓴 작가가 무라카미 하루키.........그래서 우리 집 고양이 이름은 루키. 뭐 그렇게 지어졌다.




3개월쯤 된 고양이는 매일 사고를 쳤다. 참 작은 녀석이 어찌나 손, 발, 다리를 다 물어서 어디서 맞고 다니는 사람처럼 상처투성이였다. 익숙해지니 그것도 나아지면서 루키의 사회성도 길러지고 나도 고양이에게 길들여져서 이제는 서로가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장난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간혹 그 정도가 넘어설 때도 있기는 하지만.

루키를 키우고 처음으로 여행을 가기위해 고양이 전용 호텔링 결정을 하고 첫날 입소 때 관리인에게 말했다. 우리 고양이 순해요. 하악질도 못해요.


그날 사진을 찍어 보낸 관리인이 말해줬다.




“집사님, 루키는 하악질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을 받아보고 여행지에서 빵터졌다. 아, 자식 성깔있구나. 온순하기만 한줄 알았는데 아녔어






하악질 사진에 돌아가야 하나 걱정했는데, 


잘 지냈나고 한다. 

애교도 부리고 장난감도 잘 가지고 놀고 ( 하루에 한 시간씩 놀아주심)






자기 자식 부모만 모른다고 하더니, 정말인가보다. 루키는 내게 하악질 한 번도 안했는데, 할 수 있구나. 몰랐네.

죽어가던 나를 살린 루키는 매일 퇴근하는 나를 기다린다. 그래서 주말에도 나의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다. 한량 같은 인생으로 종칠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극진히 모시느라 퇴근 후 손발이 쉬지 않을 때가 많다. 내 인간관계를 정리시켜주고 내 옷장 속 검정 그림자를 사라지게 하고, 내 지갑이 홀쭉해져도 웃을 수 있는 내 고양이, 루키. 내일도 열심히 사냥 갔다 와서 낚시대를 흔들어줘야겠다.




자주 누워 계시는 분. 








때로는 나를 하루종일 웃게 만드는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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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1-08-31 00: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제 주위에서 놀숲을 키우는 분은 오후즈음 님이 처음이에요. 흰냥이니까 온순하겠어요ㅎㅎㅎ아닌가...
페이퍼 참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키우시는 분들은 다 사연을 갖고계시네요, 저는 그런게 없어서 몬가 억울... 읽어보니까 많이 힘드실 때 냥이에게 위로 받으셨군요. 저도 그 기분을 너무 잘 알겠어서 지금 너무 찡해요😔 지금은 냥이 건강상태 어떤가요?

오후즈음 2021-08-31 00:36   좋아요 3 | URL
노르웨이 숲은 3~4년까지 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가....허피스 1년후까지는 많이 안컸거든요. 이후 허피스가 아주 춥거나 환절기때만 조금 증상이 나오고요 이제 괜찮아졌어요. 그리고 아직 5년이 안되어서 .....아직도 크고 있답니다. ㅎㅎ 집에 엄마가 오시면 매번 얘는 언제까지 크는 거냐고 물어보세요

hellas 2021-08-31 00: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 첫 고양이이름도 루키였어요. 18년간 제 옆에서 저를 키워주고 재작년에 떠났지만 매일 생각해요. 루키라는 이름의 고양이! 필히 행복하길!!!:)

오후즈음 2021-08-31 00:40   좋아요 3 | URL
18년동안이나 행복하게 있다가 갔겠죠. 먼저 떠난 루키의 행복을 이어받은 이곳의 루키가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hnine 2021-08-31 02: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을수 있어 좋았습니다. 루키와 함께 행복하세요.

오후즈음 2021-08-31 07:37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루키와 오랫동안 행복하겠습니다~ ^^

2021-08-31 0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31 0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1-08-31 08: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고양이 왜이리 귀엽나요ㅜㅜ 완전 예쁘네요😍

오후즈음 2021-08-31 10:38   좋아요 2 | URL
수컷이지만 이쁩니다. ㅜㅜ

잠자냥 2021-08-31 08: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학 너무 예쁘네요! ㅎ 전 그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품종묘 한번 키워보고 싶은 소망이 생길 때가 있어요. 렉돌 같은 애들 ㅎㅎㅎ (우리 애들에겐 비밀입니다!) 간택 당하는 게 아니면 돈으로 고양이를 사올 일은 없을 듯하여 렉돌은 그냥 저의 꿈으로 그치겠지만 일케 예쁜 품종묘들 보면 헤헤헤헤헤 마음이 걍 녹네요.

그나저나 고양이는 집사들이 고양이를 살리려다가 집사가 살아나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아요. 역시 고양님들 만세!

오후즈음 2021-08-31 10:43   좋아요 4 | URL
아...사실 저도 렉돌이 저의 로망묘였어요. 두번째가 치즈묘였는데 그래선지 치즈묘들에게는 늘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래서 유투브 매탈남님네 치즈 천국집을 엄청 부러워합니다.
그 집도 도시에서 벗어나 낚시하고 그 고기로 회 떠서 마당에 만들어 놓은 포장마차에 술이나 마시며 살고 싶었는데, 치즈묘가 집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집사의 인생이 바뀌거든요. 고양이란...그런 동물 같아요. 저에게 루키는 저를 살리는 고양이었고 지금도 회사 때려치고 해외로 나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것이 루키 먹여 살려야 하는 집사의 삶을 살리고 있습니다.

하.....가끔은 혼자 있고 싶어도 제가 루키가 눈 앞에 안 보이면 찾아 다녀서 분리불안은 고양이가 아니라 집사들이 겪는다고 하던데 진짜인가봐요.

잠자냥 2021-08-31 10:59   좋아요 2 | URL
아아아, 렉돌 녀석들... ㅠㅠ 오묘하고 귀여운 녀석들... 다시 사진으로라도 보러 가야지;;;

아, 저도 매탈남님 알아요. ㅋㅋㅋ 거기 치즈냥 천국.
제가 유튜브 잘 안 보는데, 매탈남님 건 거의 다 본 거 같아요. 그분이 진짜 처음에 누리 따라가서 누리 자식들 구할 때, 그 먼거리를 미친듯이 걸어가는 거 보고 정말 저분도 고양이한테 홀려네, 홀렸어 했습니다. ㅋㅋㅋ

사람을 완전 홀려서 삶을 바꾸게 만드는 녀석들, 참 대단해요. 고양이란 존재는.

미미 2021-08-31 09: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앗! 마지막 사진 특히 귀엽네요!
냥냥이들 찾는 재미 쏠쏠하실듯ㅋㅋㅋ구경 잘했습니다😊

오후즈음 2021-08-31 10:43   좋아요 3 | URL
제 핸드폰 바탕화면....가끔 화날때마다 보면 웃음이 나요~ ^^

잘잘라 2021-08-31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빙그레 빙그레 하다가 마지막 사진에서 빵!!! 하하하하하하하 오후즈음 님 올려주신 사진 덕분에 저도 하루 종일 웃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후즈음 2021-09-01 22:59   좋아요 0 | URL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 마지막 사진이거든요. ㅋㅋㅋㅋ 슬플때 가끔 보면서 웃어요. 잘잘라님도 즐거움을 드렸다니 기쁩니다~

공쟝쟝 2021-09-01 22: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아 죄송합니다.. 제가 방사형처럼 퍼져있는 고양이 릴레이 페이퍼를 찾아다니다 오후님 페이퍼는 이제서야 보았습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구원한 오후님과 루키의 이야기는 코끝이 찡하게 만드네요… 건강해진 루키의 자태도 넘 우아하구! 오래오래 좋은 묘연 이어나가시길 🙏

오후즈음 2021-09-01 23:02   좋아요 2 | URL
허피스- 고양이 감기-로 죽을것 같은 루키를 일년동안 병원 치료로 (시간도 그랬지만, 금전적인 것도 상당히 많이 들었던.) 제가 죽을 것같은 시간을 보냈네요. 그런 부분에서 우리 루키에게 참 감사해요. 사실 임보 한달 정도 되었을때 임보를 종료하고 싶었거든요. 힘들더라고요. 어린 고양이....어찌나 물고 힘들게 하는지...그런데 그 시절이 너무 빨리 지나서 지금은 그립네요.

공쟝쟝 2021-09-02 08:27   좋아요 1 | URL
저두 페이퍼쓰면거 정말 오랜만에 어린시절 냥이 영상 찾아보는 데😌 녀석 많이 점잖아졌더라구요.. 왤케 어른이 된겨.. 지금도 오늘도 빨리 지나가겠지요? 아 더더 행복하게 함께 할테다!!
 

1. 죽은 자의 집 청소 _김완지음

2. 작별의 의식 _ 시몬 드 보부아르

3.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_ 김범석





 

모두 다른 내용이지만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이뤄진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틀 동안 다 읽고 나니 생각하는 세포가 모두 사라져 버리는 느낌이었다. 뇌의 절반이 점점 죽어가서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 아니 영화의 끝부분의 페이드아웃 느낌이라고 할까.


 

8월 8일은 세계고양이의 날이다. 이 날을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보니 루키에게 나의 휴가를 반납했다. 하루 종일 놀아주기, 같이 있기, 간식 세 번이나 주기 등등 그동안 바쁘고 지치고 힘들어서 해주지 못했던 것을 다 해줬다. 그것을 루키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좋아했을 것이라고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 혼자 착각 중.

긴 잠을 깨고 내일은 출근을 해야 하는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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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잠을 자려 누웠는데 카톡이 왔다. 늦은 밤이었다. 물론 내 지인들은 그 시간에 내가 잠을 자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카톡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확인해 본 카톡은 모르는 사람이었다. 나의 이름을 말하며 혹시 그 사람이 아니냐고 물었다.


 

얼마 전에 직장 동료 한명이 카톡이 해킹 되어 딸이라고 온 메시지에 화들짝 놀랐던 일이 있었는데, 그런 일이 나에게도 생기는 것이구나 싶었다. 어떤 사기를 걸어오나 싶어 맞다고 카톡을 보냈다. 그녀인지 그 인지 모를 상대방은 이름도 안 보였다. 별표시로 되어 있었다. 카톡 프사를 봤더니 온통 꽃이었다. 집안 테라스에서 키우고 있는 꽃들이 참 다양했다.

 

수원에서 특정한 직업군을 얘기하며 만났던 사람인데 혹시 자신을 기억하냐는 것이었다. 보통은 사기는 내 친한 지인들의 이름으로 오거나 가족이던데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 특정 직업군이 맞기는 한데, 나는 수원에서 그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 카톡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것 같지는 않았다. 2~3분 후에 읽고는 다시 질문을 했다. 나와 당신이 언제 어디서 만났고 그리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려줬다. 그리고 자신과 연락이 끊긴 사연을 말하며 나를 계속 찾고 있었다고 했다.

상대방의 얘기에 오랜 기억을 크게 벌렸다. 하지만 수원이라는 공간은 내 인생에 딱 다섯 번 정도 다녀왔던 기억이 있고 그때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갔던 것이라 기억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도무지 상대방이 말하는 그 정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름을 물어보았다. 죄송한데, 이름이 뭐예요?

 

“영애에요. 키도 작고 얼굴도 작았던.”


 

이상하게 내 주변에는 연예인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다. 그 흔한 김지연, 김수영, 은지도 없다. 영애라는 이름을 어떻게 잊을 수 있지? 그녀가 말한 정황 속에 영애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잊을 수 없을것 같은데, 나는 그녀를 모른다.

 

그녀를 기억 속에 찾아볼까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다음날 오후에 당신이 찾는 사람이 내가 아닌 것 같다고 문자를 줬다. 아쉽지만 나는 아니라고. 나는 영애라는 이름을 가진 지인이 없다고. 당신의 기억 속에 내 이름을 가진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었나 보다. 그러니 이렇게 만나려고 하시는 것 같아 안타깝고. 한참 있다가 카톡이 왔다. 그녀가 내 이름을 가진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 꼭 보고 싶었다고.


 

길을 걷다 문득 대충 살고 싶은 마음에 촘촘한 바느질 자국이 생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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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추억을 부르는 음식 - 미식견문록-요네하라 마리




“아침은 자신을 위해 먹고, 점심은 친구와 나누고, 저녁은 적에게 줘라”



 

러시아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자신의 건강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 같다. 늦은 저녁 9시에 저녁을 먹는다는 러시아의 식 문화에 기반을 둔 속담이라고 하니, 더 그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러시아 통역을 오랫동안 한 마리 여사의 러시아 음식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오랫동안 사 놓고 못 읽고 있다가 문득 그녀의 책 중에 고양이와 관련된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그러다 발견된 이 책. 왜 이 책을 다 못 읽었을까 기억해 보니 재미가 없었던것 같다. 큰 감동도 없고 읽으며 키득 거렸던 부분도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저자가 고른 음식들에 나도 모르게 나만의 추억 소환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런 일을 절대 할 수 없겠지만, 저자는 40년 전의 도쿄에서도 집안의 쓰레기를 모아 태우다 그 속에서 발견된 노란 것을 발견하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으며 화가 났던 그 물건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했는데, 그것이 그 당시에 상당히 비쌌던 바나나였다는 것에 나의 바나나 추억도 소환되었다. 지금은 한 다발에 3천원이면 사는 바나나지만 당시에는 비쌌던 그 바나나의 소중한 맛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잠든 두 딸들을 놓고 부모님이 먹었던 바나나는 나의 비슷한 경험이었다.

 

저자가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프라하에 살면서 주변국들의 음식을 먹으며 자신의 나라의 음식을 그리워하는 부분에서는 태어나서 자라고 먹었던 그 처음의 맛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진다. 그런데 그녀의 그 자국문화의 자긍심은 잘 알겠는데, 이런 부분은 읽다가 다음장으로 넘기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있었다.



 

“ 아시아 여러 나라 가운데 일본의 근대화가 한발 앞선 것은 다른 나라들처럼 서구의 식민지가 도지 않고 오히려 주변 국가를 식민지로 삼은 덕분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일본군이 강했던 것은 군인들이 형편없는 음식을 참고 견뎠기 때문이 아닐까. 전쟁은 무기나 연료, 식량 등을 조달하는 병참 능력에 달려 있고, 병참에서 식량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국가로서는 이롭다.” P208~209



뒷부분에 소개된 이야기의 요점은 제 2차 세계 대전에서 싸워 죽는 것보다 굶어 죽었던 병사가 더 많았다는 자료도 나왔고, 영국이나 미국의 음식의 맛이 밍밍하고 맛이 없기 때문에 그런 맛에 익숙한 이들은 전쟁 통에 맛없는 음식을 줘도 잘 싸웠지만 미각이 훌륭한 자국민들은 그러지 못했다는 뭐 그런 이야기 같은데, 이게 전범 국가로서 할 얘기일지는 잘 모르겠다. 그녀의 의도는 알겠지만, 읽는 동안 나는 실소가 터졌던 부분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미각만큼 보수적인 것도 없다” (P65)는 말처럼 미각에 대한 편견만 사라진다면 어느 민족이나 미각이 상당히 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말을 했던 저자의 말을 곱씹으며 다른 나라에 가서 먹어 보았던 생경한 음식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분명 있기는 하다. 방콕에 갔을 때 전갈 꼬치를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고 계속 먹을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생소한 음식이더라도 그 문화의 존중이 있다면 되는 것 아닐까.

 

39바트 팟타이를 놓고 마주 보고 앉아 맥주를 마셨던 날들이 지나간다. 낡은 거리를 거닐며 여행 친구를 만나 어색한 영어로 인사를 하고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웃었던 날들. 그렇게 인연이 닿아 각자의 나라에서 그리워하며 메일을 썼던 그 순간들이 그 팟타이라는 음식과 함께 자리 잡았다. 아, 음식이란 함께 한 이들까지 소환되는 즐거운 추억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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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9-10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오후즈음 2021-09-10 20:1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09-10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네하라 마리책~!@ 당선 축하드려요 😆

오후즈음 2021-09-10 20:17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초딩 2021-09-11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오후즈음 2021-09-11 22:43   좋아요 0 | URL
초딩님도 축하드려요~~ ^^
 
아가미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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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푸른 아가미를 가진 곤을 떠올리며

아가미-구병모



곤,

그의 이름을 불러 본다. 이름을 부르는 호흡이 끝나자 입 밖으로 물밑의 짙은 흙냄새가 풍겨온다. 푸른 아가미에서 훅 뿜어져 나오는 물밑 냄새가 싫지 않다. 곤은 그런 존재이니까. 곤의 향기가 싫지 않은 것은 목과 귀밑으로 이어져 있는 그의 아가미에서 깊은 상흔의 흔적 때문일까.



어느 날, 아들과 함께 삶을 끝내기로 한 남자는 호수로 뛰어 들었다. 하지만 남자만 목숨을 잃고 아들은 살아남았다. 아비만 죽고 아들은 어찌 살아남았을까? 그에게는 목과 귀 사이에 깊게 패어 있는 상처를 가졌다. 그것은 물고기들에게서 볼 수 있는 아가미였다. 호숫가에서 살고 있는 노인과 손자 강하는 아가미를 가진 아이를 구하고 그의 이름을 “곤”이라고 지었다. 그런 곤은 부모의 사랑을 받아 본적 없는 강하에게 늘 분풀이 대상이 되어 매를 맞고 아가미를 가진 그를 악랄하게 호수에 집어넣고 못나오게 했다. 그런 강하의 폭력을 조용히 견뎌내야 했던 곤은 물속에서 오히려 자유를 느끼며 점점 더 오랫동안 아가미를 펄럭이며 살아나갔다. 흔들리는 곤의 유년시절은 강하의 물리적인 폭력과 함께 커갔다.


 

해류는 강하를 만나게 되면서 강하와 해류, 그리고 곤의 연결고리가 만들어 진다. 해류가 없었다면 곤은 홍수로 노인과 강하가 떠내려갔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강하와 노인을 떠나고 싶지 않았던 곤이었지만, 강하의 친모가 집으로 찾아오면서 벌어진 일로인해 어쩔 수 없이 곤이 집을 떠나게 되었다. 그것 때문에 곤은 강하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해고 된 가게에서 받은 남은 월급 30만원이 들어 있는 조끼를 곤에게 줄 수 있었던 것도 곤을 위한 것이었다. 곤을 괴롭혔지만 강하는 늘 곤의 아가미가 타인들에게 들킬까봐 가리고 다니게 해주었다. 사랑을 배워보지 못한 강하가 누군가에게 행할 수 있었던 애정의 마음은 투박하고 거칠었지만 곤은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소중한 가족과도 같은 그들이 물속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곤은 그들을 찾아야 했다. 이제는 살점 하나 남지 않고 백골이 되었을 그들이라도 강화와 노인을 만나야 했을 것이다. 그것이 강하가 곤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그 말을 자신이 잘 실현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까.


 

<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살아줬으면 좋겠다니! 곤은 지금껏 자신이 들어본 말 중에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예쁘다’가 지금 이 말에 비하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폭포처럼 와락 깨달았다. 언제나 강하가 자신을 물고기가 아닌 사람으로 봐주기를 바랐지만 지금의 말은 그것을 넘어선,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을 뜻하는 것만 같았다. P159>


 

그래서 곤은 그들을 찾기 위해 강에서 바다로 점점 더 멀리 헤엄쳐 나갔다. 곤은 강하를 만날 수 있을까.

 

구병모의 <아가미>는 2011년에 자음과 모음에서 한번 출간되었다가 2018년에 위즈덤하우스에서 다시 출간되었다. 그의 이야기가 나온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문장들에 감탄이 나온다. 이상하게 짧은 문장에 긴 한숨이 나왔다. 슬프고 애가 타는 이야기를 이렇게 아름답게 쓸 수 있다니.

나는 심연 공포증이 있어서 물을 싫어한다. 아득하게 보이는 물속의 기억 때문에 필리핀 바다에서 한번은 스노클링을 시도했다가 실신을 한적 있다. 그 이후 물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수영을 배워보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고 결국 포기했다. 곤을 만날 수만 있다면 까만 어두운 심연을 벗어 날 수 있지 않을까 어이없는 생각도 해 본다.


 

언젠가는 이 어둡고 숨이 막혀오는 그 순간을 벗어나고 싶다. 물속에 있으면 어디선가 곤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사나운 물이 강하의 흔적을 모두 가져갔다고 해도 곤은 찾아내겠지. 푸른 아가미를 반짝이며 헤엄치고 있을 곤의 모습을 떠 올려본다. 그리고 어디 선가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을 곤의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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