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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코드
브루스 커밍스 지음, 남성욱 옮김 / 따뜻한손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이란, 이라크, 북한은 악의 축이다.” 이 말은 미국의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이라크, 북한을 가리키며 했던 말이다. 북한에게 있어 9.11 테러가 일어나던 2001년과 이라크 전쟁이 일어났던 2003년은 큰 위기였다. 비록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과 같은 대규모 아사사태는 끝났지만, 이번엔 국제정세적인 측면에서 미국으로부터 위협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1991년 걸프 전쟁에서의 미군은 막강한 공군력으로 세계에서 손꼽던 이라크 군대를 궤멸시켰고, 2003년 또한 마찬가지로 이라크 정규군은 개전초반에 궤멸 당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당시 네오콘을 비롯한 극우주의자들은 이라크 전쟁을 민주주의를 위한 전쟁이라 주장했고, 그들 중 대다수는 북한정권 또한 이라크처럼 없애버리기를 바랬다.
미국의 지베계급은 이라크를 침공하고 북한에게 제국주의적인 압박을 가하면서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 위원장을 ‘폭군 혹은 핵폭탄 제조에 미쳐있는 미치광이’로 묘사하며,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될 국가인 냥 언론매체를 통해 묘사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김정일은 스탈린주의자고 독재자이며, 인민들은 생각지도 않은 채 핵폭탄 개발에만 정신이 팔린 미치광이다. 따라서 미국의 지배계급은 북한이라는 나라를 멸망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저지르는 제국주의적 대북 고립 정책을 필연적으로 합리화 시켰고, 대한민국의 수구세력들 또한 미제국주의 논리에 편입하여 이를 당연시 여기며 북에 대한 악마화를 진행했다.
그렇다면 미국 네오콘과 제국주의자들이 주장과 대한민국 수구세력들이 주장이 과연 북한에 대해 올바르게 본 것일까? 필자의 답변은 “그렇지 않다.”다. 그들의 주장은 단순히 미국 지배계급의 제국주의적인 논리에 편입하여, 지극히 미국 팽창주의 혹은 반공주의적으로 보는 관점이다. 이게 바로 브루스 커밍스와 같은 지식인들이 지적하는 포인트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미국과 한국의 극우세력들은 북한에 대한 노골적인 악마화를 해왔고, 북한을 ‘악의 축’이라 규정했다. 브루스 커밍스가 쓴 ‘김정일 코드’는 그들의 주장이 과연 옳은 지 혹은 북한이라는 나라가 과연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비정상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쓴 책이다.
커밍스가 내린 결론은 미국 네오콘과 지배계급들이 내세운 논리는 지국중심적인 논리이며, 사실 관계까지 왜곡한 다는 것이다. 즉 미국이 그리도 지적했던 북한의 핵개발과 한반도 관계가 긴장될 시기 북이 외치는 노골적인 선전구호는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전략 전술인 것이다. 이를 깊이 들여다보면 북한의 핵개발에는 그들 입장에서 상식적으로 이해 가능한 이유가 있다. 1991년 소련의 해체와 동유럽 공산권의 해체는 북한에게 있어서 크나큰 경제적인 타격을 입혔다. 당시 사회주의와의 대결에서 승리할 거라 믿었던 미국은 북한 또한 동유럽처럼 망할 거라 예상했었고, 1994년에는 실제로 미국의 클린턴 정부가 북한을 침공할 계획까지 준비했었다. 1991년 걸프전쟁에서 미군에게 궤멸당하는 이라크군의 모습을 보며 북한의 김정일로서는 핵무기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했을 것이고, 2000년대 초반 부시가 북한,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이라 주장하면서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하는 것을 본 북한으로서는 핵무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즉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북한의 핵개발은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했다.
이와 동시에 책 ‘김정일 코드’에서 한국전쟁 당시의 미군의 무차별 폭격과 북한의 대공방어체계 및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언급한 것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1950년 한국전쟁 시기 북한은 휴전협정이 체결될 때 까지 미공군의 폭격을 경험했다. 당시 북한이 겪은 트라우마는 대공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강화로 표출됐고, 북이 대공시스템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했던 것에서 드러났다. 커밍스의 주장은 김정일의 북한은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군사력 강화를 해왔다는 것이지만, 미국은 경험론에 입각하여 행동한 북한을 전략 전술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 부분은 한국전쟁을 단순히 ‘잊혀진 전쟁’으로만 치부하는 미국과 미국인들이 시각도 상당히 기여한다.
이처럼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방어 체제 강화 및 매체에서 보여주는 김정일 북한의 노골적인 구호는 충분히 전략 전술적으로 이해가능하다. 즉 미국의 네오콘들이 이를 이해하고자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충분히 이성적으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전략전술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전략전술과 이성의 눈으로만 바라본 저자 커밍스는 북한을 이해만 하는 것일까? 그것 또한 절대 아니다. 브루스 커밍스의 경우 북한을 이성적으로 이해하려고 한 것이지 북에 대한 비판을 삼가지는 않았다. 저자 브루스 커밍스의 말에 따르면 북한이라는 사회가 자국 지도자에 대한 비판이 불가능 하고, 북한에 놀러오는 관광객들이 보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며, 강제수용소와 같은 곳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한다. 저자 브루스 커밍스는 한국으로 탈출한 일부 탈북자들이 하는 증언들이 신빙성과 사실관계에 있어서 매우 떨어진다고도 주장하지만, 보편적인 기준으로 봐도 북한에는 분명 비민주적인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브루스 커밍스는 인정한다.
이렇듯 브루스 커밍스는 ‘김정일 코드’에서 이와 같이 우리가 북한에 대해 오해하고 있던 것들과 적대심으로만 봐서 보지 못했던 것들 혹은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바로 잡아준다. 동시에 북한의 문제점에 대해서 균형 있게 지적하는 저자의 시각은 그저 읽는 이를 감탄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책은 2004년에 미국에서 처음 출판 된 책이기에 그어 걸맞은 오판도 있다. 브루스 커밍스는 유교적 전통주의라는 시각에 입각하여 김정일의 후계자는 그의 첫째아들 김정남이 될거라 주장했지만, 알다시피 김정일의 권력을 계승한 자는 그의 막내아들 김정은이다. 물론 그 당시는 김정은이라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고, 설사 커밍스가 김정은의 존재를 어느정도 알았다 하더라도, 동양의 전통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그 당시로서는 김정남이라 예상할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브루스 커밍스가 책에서 과거 김일성의 항일 경력과 1990년대 이전 북조선의 경제력과 일반 인민들의 생활사를 언급한 것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당시 북한과 미국간의 갈등을 다루면서, 북한의 역사 문화 군사 정치 경제등을 빠지지 않고 다루는 커밍스의 시각에 감탄할 따름이다.
남북관계에 대해 필요이상으로 의심하거나 이를 폄하하는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노골적인 적대심을 드러내고 이를 부추긴다. 분명한 것은 이는 그저 반공주의와 반북주의에서 나타나는 막연한 의심인 경우가 많다. 브루스 커밍스의 김정일 코드는 당시 많은 미국인들과 한국의 수구주의자들이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많은 해답을 줄 것 이다. 2018년 남북고위급회담 이후 점차 좋아지고 있는 이 시기 이 책을 읽은 것은 시기적절했던 것 같다. 앞으로 더 나은 남북관계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