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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 한국인 유일의 단독 방북 취재
진천규 지음 / 타커스(끌레마) / 2018년 7월
평점 :
유신독재 말기인 1978년 대한민국 어린이들이 무조건 시청했던 만화영화 똘이장군은 당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상상하고 있던 북한의 모습을 담고 있다. 여기에 나온 북한사람들의 삶은 말 그대로 자유와 개인이 전혀 없는 지옥과도 같은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군림하는 이들은 붉은 돼지 김일성이며, 그 김일성에 충성하는 이들은 당간부 여우와 인민군 늑대 그리고 남파간첩요원 박쥐다. 쉽게 말해 만화에 등장하는 북한이란 존재는 사람이 아닌 동물인 것이다.
한국이 민주화를 이룩했다고는 하지만, ‘반공’이라는 그 잔재의 파급력은 막강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네이버 뉴스에 북한관련해서 달린 댓글들은 만화영화 똘이장군 수준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 인터넷상에서 반북주의를 표출하는 사람들의 경우 북한은 그저 사람이 살지 않고 지옥과도 같은 존재로만 인식되어야 하고, 비난받아야 하는 대상일 뿐이다. 따라서 이들은 북한은 무너져야할 대상 즉 쓰러뜨려야할 적이다.
현재의 대한민국 상황만 보더라도 북한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명분으로 반공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대한민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력은 재앙적인 수준으로 바로잡기 힘든 단계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북한은 어떤 사회이고 실제로 거기 사는 사람들은 어떠한 삶을 살까? 평소에 북한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2017년과 2018년 당시 북한을 취재했던 대한민국 기자 진천규 작가의 책을 읽게 됐다.
책에서 나온 북한 사회는 세간에서 왈가왈부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와 같은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고 공간이다. 물론 경제적인 격차에 있어 남한사회가 더 앞선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북측의 사회가 불안정하고 모든 사람들이 불만과 공포로 얼룩진 사회라는 일각의 인식은 대다수는 허구와 상상이 가미된 거짓이었다. 반공주의자들이 일반적으로 북한을 생각하면 굶주림과 가난 그리고 체제에 불만을 품고 탈북민들이 늘어나는 사회일 것이다. 그러나 책에 나온 북한 사회의 일상 사진들은 이것이 반공주의와 반북주의가 만들어낸 악의적 선전이 대다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가 북한을 취재하던 2017년 북한과 미국은 긴장관계에 돌입했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라는 소름끼치는 발언을 했었고, 이에 대응하여 북한에서도 반미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과 북한간의 긴장관계가 최고조에 달하자 국내에선 북한을 고립시키면 굴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그러나 그 당시 북한을 취재했던 저자는 그런 상황에서도 평양 사람들이 마음껏 여가생활과 일상생활을 즐기고 있는 사실을 알았다. 즉 당시 북한의 사회는 미국과 유엔의 경제제재를 받으면서도 사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가 찍은 사진에 나온 북한 사람들은 우리와 비슷했다. 이들 또한 우리처럼 연애를 하고, 가족끼리 여가도 즐기고, 휴일도 알차게 이용한다. 이들 또한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고,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피자와 스파게티도 즐긴다. 맥주 또한 자주 즐긴다. 이들 또한 손전화기(스마트폰) 보급률도 늘어서 손전화기 500만 시대를 맞이했다. 패션또한 바뀌어 하이힐과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도 많아졌다. 경제제재로 기름이 부족하여 자동차를 많이 못굴릴거라는 편견과는 달리, 북한 또한 도시를 중심으로 차량들이 많이 달리는 편이다. 이처럼 북한도 많은 발전과 변화가 있었고, 그런 변화를 거치면서도 사회를 잘 유지하고 있으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적어도 책에서 나온 2017년과 2018년의 북한은 과거 경제적으로 어렵던 고난의 행군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비록 시설이나 장비가 한국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북한 또한 쿠바처럼 무상의료를 전인민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교육또한 무상이라 대학에 진학하면 소련사회가 그랬듯이 학비가 없으며 국가가 많은 것을 무상으로 제공해준다.
그러나 이런 변화상에서도 한 가지 문제가 남는다. 바로 정보의 편향성이라는 문제다. 물론 책 저자는 평양을 중심으로 북한을 취재했고, 그 변화상과 북한의 진실을 사진을 통해 잘 보여줬지만, 북한의 시골이나 다른 곳의 정보를 균형있게 담지는 못했다. 한국도 서울과 지방도시에서 많은 것이 차이가 나듯이 북한도 마찬가지다. 또한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극복했고, 미국과 서방의 경제적 고립속에서도 그들이 살아남아 사회를 안정시켰으며, 서방의 경제고립이 현재로서는 효과가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현재로써 북한에서 굶주림으로 죽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고립속에서 자력갱생을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족하더라도 사회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고, 자신들 나름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북한 인민들이 무조건 고통스럽다느니, 전국민이 노예라느니 하는 일각의 주장은 지극히 제3자 입장에서 왜곡된 정보를 가지고 주장하는 편향된 생각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한국 사회는 많은 영역에서 북한에 대한 가짜뉴스를 많이 만들어냈고, 지금도 만들어내고 있다. 올해 있었던 김정은 사망설이나, 현송월 총살 등 거짓말들이 재생산됐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북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만들어낸 그릇된 결과물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필자가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분명하다. 북한 또한 사람이 사는 곳이며, 우리와 같은 감정과 즐거움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즉 북한에 대한 악마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펜으로 독재정권에 저항하며 진실을 추구했던 리영희 선생은 살아생전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셨다.
“내가 종교처럼 숭앙하고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키려고 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야. 분명히, 소위 ‘애국’이런 것이 아니야. 진실이야!”
리영희 선생이 남긴 명언과 같이 우리 또한 진실이 눈으로 북한을 보아야 한다. 적어도 북한 사람에 대한 노골적인 악마화를 피해야 하며 반공주의가 양산해낸 거짓에서 벗어나 진실을 보아야 한다. 진찬규 작가의 책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는 그 진실이 무엇인지를 상당히 많은 측면에서 독자에게 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