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페이퍼에 짧은 후기를 쓰는 건 작년부터 가끔 하고 있어요. 매일 하지는 않는데, 짧게 줄여 쓰는 것들이 생각만큼 쉽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댓글로 써도 되지만, 매일 쓰긴 어려워서 좋은 생각이 날 때 한 번씩 쓰는 걸로 해서 몇 번 되지 않아요.
매일 쓰는 잡문의 페이퍼 아래, 숫자가 등장하게 된 이유는 작년 어느 시기부터는 이 페이퍼를 쓰는 것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100까지 쓰는 것을 해보기로 했어요. 적어도 100까지는 쓰고 싶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쓰면 100일은 석달 조금 지나면 채워지지만, 매일 쓰지 못하니 조금 더 길어져서 한 해를 넘겨 3월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처음의 1을 썼던 날에는 100을 쓰는 날을 생각하지 못했는데, 100까지는 그래도 쓰고 싶었어요.
100개의 페이퍼를 쓰는 동안, 기억나는 일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 사이 코로나19 백신과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았는데, 매번 쉽지 않게 지나가지는 않았어요. 지난 가을에 1,2차 맞았을 때도, 인플루엔자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루다 2월 후반 급한 마음이 되어 잔여백신으로 맞았던 것이 3차였어요.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달력 보니까, 오늘(금요일)기준 주사 맞고 2주 지났어요. 주사를 접종시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을 때는 처음엔 3일만, 그리고 안내문자를 보고 일주일 정도만 생각했지만, 조금씩 적응하는 것 같긴 해도 이번에도 쉽진 않게 지나가는 중입니다.
2020년부터 2021년, 그리고 2022년이 되는 시간들을 최근 계속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느 날 좋았던 것처럼 어느 날은 참 힘들었습니다. 잘 안되기 시작하면, 정말 잘 안되는 일들이 계속 늘었습니다. 그러면 별일 아닌 것들도 무거워서 들지 못하고, 매워서 먹지 못하는 것처럼,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일들이 잘 되지 않는 난처한 느낌 비슷했습니다. 조금 지나면 좋아질 일들은 많지만, 그게 잘 보이지 않기 시작하면, 마음은 그 일들을 이전처럼 잘 보지 못합니다.
그러는 사이 가을이 지나고, 겨울도 지나가는 계절이 왔습니다. 3월에 따뜻한 날이 찾아오면서, 며칠 그러다 다시 추워질 것 같았는데, 이번주 들어 매일 따뜻해지는 것만 같은데요. 2월엔 갑자기 한겨울처럼 추운 날이 있었는데,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이렇게 따뜻해질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저녁에 뉴스에서 일기예보를 보니까 계속 날씨는 따뜻해지는 것 같습니다. 조금 전 날씨 보니까, 주말엔 비가 올 지도 모르고요. 어쩌면 매년 3월은 이정도였을지도 모르지만, 어쩐지 바깥의 날씨가 어제 오늘, 그리고 이번주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몇 달 간 매일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어느 날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그 사이 나는 한 게 없어, 같은 생각이 찾아올 때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을거야, 처럼 생각할 때는, 그 '다른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하면서도, 평소와는 다른 불편함이 있어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부분 전에 없던 제한이 있었지만, 많은 것들이 일상적인 생활의 일부를 유지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니까 그런 생각이 찾아올 때면, 잘 되지는 않지만, 나도 열심히 해야해, 같은 생각을 했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렇게 잘 한 건 아니었지만.^^
100까지 쓰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1을 쓰던 날에서 99를 쓰던 날까지의 마음과 100을 쓰던 마음은 조금 달랐습니다.
어쩌면 99까지가 본편의 끝, 그리고 100은 에필로그였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면 101이 되는 오늘은 101이 되어야 하나, 아니면 앞의 100이 있다는 것을 두고 다시 1부터 시작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1이 100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잘 모르지만, 또 열심히 살아야겠네요. 숫자를 붙인다는 건 그런 의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첫번째 1이 시작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시작하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이전에 잘 하지 못했고,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언젠가 해보고 싶은 순간이 왔을 때, 그 때는 더 미룰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시간이란 처음에는 많은 것 같은데, 점점 얼마 되지 않는 것임을 알게 하는 특별함이 있더라구요. 오늘 오후에 잠깐 나갔다 돌아오면서 목련 나무 아래를 지나가는데, 이런 생각이 듭니다.
'매일 후회를 하는 것이 아쉬웠는데, 어느 날이 되면 남은 후회가 그렇게 많지 않겠다.'
처음에는 수많은 가능성을 안고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능성은 현실의 기회를 지나고 조금씩 중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위해서 일부분 소거되기도 하고, 포기하거나, 실패하기도 합니다. 성공하거나 잘 되는 건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러니 후회는 지나간 것들이 남긴 것들이고, 앞으로 기회가 찾아온다면 하고 싶은 것들일 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는 날이 오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처럼, 오늘 오후 목련 나무 아래에서는 느껴졌어요.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이라서 조금 낯설고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언젠가 또 달라질 수 있겠지요. 그 때는 연분홍 벚꽃이 피거나, 초록색으로 반짝이는 나무 아래를 지나가는 날일지도 모르고, 단풍드는 풍경을 보거나, 눈이 내려 추운 날일지도 모릅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빠르게 시간이 지나가는 것 같아서, 요즘엔 그게 자주 신경쓰여요.
실내 생활이 길어져서 그럴지도 모르고, 많은 것들이 익숙한 것만 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늘 익숙한 것은 낯설지 않아서 편한 것들이 있긴 하지만, 낯설고 새로운 것들이 조금씩 생활과 시간 안으로 들어와서, 이전과 다른 것들로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처음엔 조금 어색해도 적응하면 친숙해지는 것처럼, 새 친구와 친해지듯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지난 1에서 100의 시간과 새로운 1에서 100의 시간도 그런 시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3월이 매일 빠르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