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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잘 지냈어요? 우리, 참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뭐하고 살았나 몰라요.^^ 어영부영하다 하루 가고, 한 주 가고, 한 달도, 계절도 가다 보면, 매번 연말이구요. 그럼 나이 한 살 더 먹는 거죠, 뭐.

 

 이번 달 들어서 밖에 봄이 찾아올 시기부터는 가끔씩 언니 생각이 진하게 나던데요. 그도 그럴 게, 우리 처음 만난 게 이렇게 막 봄이 오는 이 시기였잖아요. 4월이 되면 늘 그 생각을 마음 한 구석에서 했을까, 아니면 잊었을까, 솔직하게 말하면 거기까진 난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나는 지금 언니가 보고 싶어요.

 

 언니, 사람이 살다보면 이러 저러한 여러 일을 겪고, 상처입으면서 살아간다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죠. 그렇게 견디다보면 어느 날 주름과 흰머리로 푸석한 사람이 내 대신 거울에 비칠 날이 올 거구요. 하루하루 나이먹어간다는 거, 시간은 앞으로는 가도 반대방향으로 갈 수는 없다는 그런 거, 나는 요즘 하루하루 잊을만 하면 다시 생각하곤 해요. 어느 순간이더라도 소중히 살아야 한다는 그런 말은 사실 어렵죠. 그냥 그렇게 모든 것을 최고로, 최선을 다해 안간힘을 쓰면서 산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구요. 모든 건 말처럼 그렇게 와 닿는 게 아니라는 걸 아는 걸 보면 저도 나이 먹었나 봐요.^^

 

 전 오늘, 서랍 속에 넣어 두고 신지 못했던 신발을 꺼냈어요. 그때는 바로 신을 것처럼 산 신발인데, 그게 벌써 재작년 여름의 일이에요.  그 신발, 내일 아니 오늘부터 신으려구요. 그 신발에게도 이제 바깥을 보여주고, 그 신을 신고 저는 또 하루를 살아 보려구요.

 

 **언니, 난 그동안 참 많이 망설였어요. 늘 주저했지요. 그러면서도 불안을 버리지 못하고 살았어요. 때로는 원망도 했을 거예요. 그렇게 살았더라도 지금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그런 법은 없잖아요.^^ 그래서 그러는 지는 몰라도 이젠, 전에 해보지 못한 것을 하고 살고 싶어졌어요. 언니랑 처음 만나서 이야기 하던 날, 난 가방 사러 갈 생각이었어요. 그 며칠 전에 지나다 예쁜 가방을 봤거든요. 그래서, 그낭 사러 가고 싶긴 한데, 그 때도 망설이는 중이었어요. 그 때 언니가, 가서 예쁜 가방 사라고 말해줬던 거 생각이 나네요. 근데, 전 그 때 안 샀어요. 그 가게 앞에 가서 망설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죠. 왜 그랬는지 자세히 기억은 안 나요. 하지만, 그 때 가방을 샀다면 아마 이 일을 오늘엔 기억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어요.

 

 ** 언니, 오늘 밤엔 비가 오지 않을 것 같아요. 

 전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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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책 읽는 시간
니나 상코비치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2012년 3월

 

 하루에 한 권, 마법같은 독서의 한 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건, 암으로 언니를 잃고 3년동안 힘들게 산 뒤에 찾아온 계기 때문이었다. 두꺼운 책을 읽고, 잠시 쉴 수 있었던 것. 이 책의 원 제목은 Tolstoy and the Purple Chair  1년 동안 저자는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으로, 잠시 쉬어가는 한 해를 맞이했다. 이 책에 실린 책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책도 있고, 낯선 책도 있다. 저자의 책 고르는 방법에 대해서, 저자 소개란에 실린 내용을 가져왔다.

 

 

* ‘The 365 Project’ 규칙
하나. 마흔여섯의 생일에 시작한다.
둘. 읽은 책에 대해서는 모두 평을 남긴다.
셋. 첫째 권을 읽고 다음날 첫 서평을 쓴다.
넷. 어떤 저자의 것도 1권 이상은 읽지 않는다.
다섯. 새 책, 새 저자의 책을 고른다.
여섯. 좋아하는 작가의 옛날 책을 읽는다.
일곱. 되도록 두께가 1인치(300쪽) 이하를 택한다.
여덟. 언니와 내가 함께 읽을 만한 책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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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나도 한 해 동안 뭔가를 써나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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