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청소 - 사소한 일에도 쉽게 울적해지는 당신을 위한 멘탈 처방전
지멘지 준코 지음, 김은혜 옮김 / 다산4.0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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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은 크고 작은 일들이 막힘없이 순조롭게 잘 될 때도 있지만, 어느 날은 사소한 것 하나하나 예상과는 다르게 진행될 때가 있어요. 그날 그날의 여러 가지가 매번 조금씩 다르지만, 어느 날에는 잘 되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기도 하고, 또 어느 날에는 사소한 것에서 시작해서 기분이 조금 가라앉는 날이 있기도 합니다. 

 

 매일 매일의 날씨도 비슷한 것 같으면서 조금씩 다 다른 것처럼, 그날 그날의 기분과 컨디션도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기분이 조금 내려가는 날에는 감정도 조금은 예민해지는 면이 있어요. 피곤할 때는 조금 더 귀찮은 일을 하기 싫은 것처럼 의욕이 없는 그런 것처럼요. 누구나 그런 순간이 없지 않고, 그런 시기가 짧게 지나가면 그래도 괜찮지만, 조금 더 길어지는 때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감정 청소>를 쓴 지멘지 준코는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이름이지만, 일본에서 멘탈테라피스트로 여러 기업과 관공서에서 오랜 시간 연수를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삶의 울적함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멘탈테라피스트는 조금 생소한데, 몸과 마음의 치유, 건강을 위한 여러 가지를 돕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사례들은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일들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어떤 사람의 문제가 아닌, 책을 읽는 사람들도 어쩌다 한번쯤 만날 수 있을 이야기 같았습니다.  저자는 마음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경우를 예시로 들면서 이런 때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같은 정도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데,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설명이 아니라서 조금은 부드럽게 들렸던 것 같습니다. 또한  어렵지 않게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과 습관을 바꾸는 법을 소개하는 점도 좋았습니다. 어렵지 않은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가벼운 체조나, 자기 전 휴대전화를 멀리하는 것, 지압, 음악듣기, 목욕이나 마사지와 같은 것들로도 기분의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니까, 나도 그럼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사람마다 좋은 점이 서로 다를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조금 더 자신의 장점과 긍정적인 면을 잘 찾아내고 이해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단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먼저 찾을지도 모릅니다. 어느 쪽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부터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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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9-26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평생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살아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정말 간단한 일인데, 이 중요한 사실을 못 찾거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서니데이 2017-09-26 20:51   좋아요 0 | URL
그러려면 먼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부터 찾아야하는데, 그게 사람에 따라서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전에는 좋았던 것들이 달라지는 것들도 있고, 가끔씩 다른 사람보다 자기 자신의 감정이나 그런 것들도 이해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간단한 일일 수도 있지만, 잘 되지 않을 때가 있어요.^^;
cyrus님,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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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중입니다. 일본에서는 곤도 마리에의 책이 베스트셀러이고, 단샤리라고 해서, 꼭 필요한 것들만 남기고 공간을 비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또한 우리 나라에서는 사용자의 영수증을 살펴보면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면서 자산을 모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었고, 출연자도 호감을 얻는 것 같습니다. 그레잇!과 스튜핏! 으로 한 사람의 소비습관을 정리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만, 실제로 영수증을 살펴보면, 불필요한 것들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일본 작가 가키야 미유의 소설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는 정리전문가가 등장하여, 의뢰인의 집안을 살펴보고 문제를 진단하면서 또한 이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처방을 제시하는 내용입니다. 이 책에는 네 가정의 사례가 등장합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젊은 여성, 아내와 사별한 목어 장인, 자녀의 분가후 혼자 살고 있는 노부인, 상실의 슬픔으로 멈춰버린 주부가 등장합니다. 이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전문가를 집에 오게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이 이 문제를 더이상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의뢰한 것이라서, 처음에는 다들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정리 전문가인 오바 도마리는 엉망이 된 집에 들어가서, 이들의 문제점을 살펴봅니다. 사람마다 조금씩 가지고 있는 문제가 다릅니다. 그래서 어느 집은 현관부터 쓰레기가 넘쳐나고, 집안에 벌레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집은 잘 정리된 것 같아 보이는데, 실제로는 자신이 정리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집안 가득 불필요한 물건을 사들여 놓은 집도 있습니다. 마음의 문제가 집안의 문제로 실체화되어 있는 집안을 보고, 도마리는 친절한 목소리로 이들을 다독이면서 잘 될거야, 같은 식으로 대처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좋아하지 않아도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조금은 단호하게 정리하는 면도 보여줍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사람에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상처받은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자신의 문제에 대해 간섭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낯선 사람이 집안에 오는 것을 싫어하는 이들도 조금씩 달라진 모습과 함께 자신의 문제를 쓰레기나 불필요한 물건과 함께 버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정말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면 다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것, 작은 것이라도 직접 해보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것, 이전에 물자가 귀할 때처럼 사서 모은 것들이 이제는 돈을 내고 처분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버리고 나면 공간은 넓어지고, 비우면 가벼워집니다. 마음의 문제로 공간을 어지럽게 채웠다면, 집안의 쓰레기를 버리는 것보다 먼저 그 문제를 제대로 보아야 합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어딘가 있을 것 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읽다보면, 한번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집집마다 찾아보면 버릴 물건들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살 때 비싸게 주고 산 물건도 나중에 처분하려고 보면 중고품은 돈이 얼마 되지 않거나, 또는 처리비용을 내야 하기도 합니다. 운이 좋다면 이웃과 친구와 나눌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집안의 먼지를 조금 털어내고, 마음도 편해질 수 있도록 시간이 나는 어느 날 조금씩 정리를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리 전문가 도마리의 이름을 통해서, 멈춤, 정지와 같은 단어를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마음을 엉망으로 만든 문제가 있다면 거기서 잠시 멈추고, 깨끗하게 비우고 치운 다음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쓰레기로 가득했던 공간도 치우고 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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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5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5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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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서로 다른 특별함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합니다. 가끔은 한 분야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두드러진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두고 특별한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타고난 재능, 좋은 선생님의가르침, 오랜 시간 끊임없이 계속되는 연습을 통해, 원석은 커팅된 보석이 되어 눈부신 광채를 보여줍니다.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3년에 한 번 개최되는 대회입니다. 이 대회의 참가를 위한 오디션이 여러 나라에서 있었고, 그렇게 선발된 100여명의 참가자가 1차 예선을 시작합니다. 세번의 예선, 그리고 본선까지, 참가자는 계속해서 숫자가 작아집니다. 이 대회의 참가자의 나이는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어리거나 젊은 나이의 피아니스트들로, 최고령자가 28세에 불과합니다. 


 요시가에 콩쿠르의 파리 오디션에 열 여섯살의 가자마 진이 나타납니다. 학력, 콩쿠르 등을 적는 이력서를 비워둔 파리국립고등음악원의 특별청강생. 하지만, 서류 한 구석에는 특별한 이름, 유지 폰 호프만의 사사, 라는 짧은 기록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사람이었던 호프만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났고, 갑자기 나타난 소년은 심사위원 세 사람에게 큰 충격을 선사합니다.


 오디션을 통과한 참가자의 본선 예선에는 이 분야에서 재능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참가합니다. 그 중에는 한때 천재소녀로 불렸지만 어머니의 죽음 이후 무대에서 떠났던 에이덴 아야, 유명 음악가의 제자이며 줄리어드 음악원 학생인 마사루 카를로스 레비 아나콜, 지금은 악기점 직원인 다카시마 아카시, 그리고 파리 오디션에서 처음 나타난 카자마 진, 줄리어든 음악원 학생으로 마사루에게 경쟁의식을 가진 제니퍼 챈 등 각 참가자는 1차 예선부터 본선까지, 각자 선곡한 작품을 관객과 심사위원이 보는 앞에서 연주하게 됩니다. 콩쿠르의 참가자 개개인의 실력이 우수하다는 것은 그들이 선곡한 작품과 연주를 통해서 보여지는데, 이들의 연주를 작가는 여러가지 이미지로 바꾸어 심상을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첫번째 예선을 통과하고, 두번째, 그리고 세번째 예선을 통과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듭니다. 본선에서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여섯 사람의 참가자가 남습니다. 각국에서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참가하는 콩쿠르에서, 이들은 좋은 음악을 듣고, 조금 더 음악의 신과 가까워지기 위해 손을 뻗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래서 예선이 진행되는 가운데, 더욱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경쟁자인 동시에 음악가로 함께 성장하는 동료로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서로의 음악에서 특별한 이미지와 영감을 받고, 다시 자신의 음악을 조금 더 보여주고 싶어하는 마음, 서로 다른 음악의 해석과 콩쿠르의 무대에 서기까지의 그들이 걸어온 과정이 순간을 영원으로 바꾸는 힘이 됩니다.


 많은 참가자가 등장하지만, 이들에게 더 많은 재능을 꽃피게 하는 카자마 진이나, 유명 피아니스트 교수의 지도하에 성장해온 마사루나 제니퍼 챈보다도 마음에 가는 사람은 예전의 천재소녀 에이덴 아야와 다카시마 아카시였습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무대에 서지 않았고, 등 뒤로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괜찮은 척 하지만, 실제로는 그 자신이 두려워하고 도망치고 싶어하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아야가 예선을 거치면서 조금씩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빛을 되찾아가는 과정이 반가웠습니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아카시 역시, 따뜻하고 좋은 소리를 간직한 자신의 가능성을 조금 더 찾을 수 있어 이 콩쿠르를 통해 이전의 한계를 넘어서는 자신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꿀벌과 천둥>은 2017년 제 156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며, 14회 서점대상 1위 수상작입니다. 밤을 새워 80킬로미터를 걷는 야간보행제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렸던 <밤의 피크닉>이후 2번째의 서점대상 수상작으로,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그 때보다는 조금은 성장한 듯한 온다 리쿠의 소년 소녀들이 등장하는 느낌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요시가에 콩쿠르는 실제로는 하마마쓰 콩쿠르를 모델로 합니다. 잡지연재로 시작하여, 3년에 한 번 개최되는 이 콩쿠르를 작가는 네 번이나 보았고, 7년에 걸친 긴 시간동안 써왔다고 하니, 피아니스트로 성장하기에도 긴 시간이 걸리지만, 작가로 한 작품을 쓰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한번 더 생각하게 합니다. 하마마쓰 콩쿠르에서 우리 나라의 조성진씨가 우승자가 된 적도 있었고,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조금은 알려진 대회가 아닐까 합니다. 

 


 기프트라는 말에는 선물이라는 잘 알려진 뜻도 있지만, 재능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럼에도 이들 역시 스무살 넘으면 일반인, 이라는 불안과 고민을 안고서 살아갑니다. 시험과 경쟁의 속성은 참가자를 조금씩 줄이고, 나중에는 원하는 만큼 남겨둡니다. 연주시간은 짧을 수도 있고, 길게도 느껴지지만, 한 사람의 순간이면서 영원인 한 시간을 같이하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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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9-25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주문해서 지금 배송중이랍니다.
이름도 자꾸 헛갈리고해서 일본 소설 잘 안읽는데 이 책은 기어이 주문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츠바키 문구점이라는 책과 함께요.

서니데이 2017-09-25 16:22   좋아요 0 | URL
저는 선물로 보내주셔서 읽게 되었는데, 잘 알려진 피아노곡이 등장해서 조금은 읽으면서 가깝게 느끼실지도 모르겠어요. 생각보다 비슷한 이름 많이 등장하지 않아요.
츠바키 문구점도 좋아보이더라구요.
hnine님 오늘 기온이 29도래요. 더운 오후 시원하고 좋은 시간 되세요.^^
 
가면병동 병동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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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에로 하면 노란색과 빨간색의 햄버거 체인점이 떠오르긴 하지만, 놀이공원이나 이벤트 행사가 아닌 곳, 그러니까 한밤중에 갑자기 마주치면 조금 무서울 것 같은데요.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피에로 가면을 쓰고 나타나는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일지도요.


 외과의사인 하야미즈는 다도코로 병원에서 당직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요양병원이라서 밤이 되어도 크게 바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한밤중에 편의점 강도가 총상을 입은 젊은 여성을 인질로 잡고 병원으로 들이닥칩니다. 피에로 가면을 쓴 범인은 납치한 여성의 치료를 요구하고, 다음 날 새벽까지 병원 안의 사람들을 잡아둘 생각입니다. 이 병원은 그렇지 않아도 밤이 되면 아침이 될 때까지는 폐쇄된 공간이 됩니다. 범인, 인질, 그리고 의료진 네 사람을 제외하면 모두 거동이 어려운 환자가 머무는 요양병원 안은 폐쇄된 공간 안의 긴장감과 공포심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만, 이들은 경찰에 신고를 하지도 외부의 도움을 받지도 못한 채,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면의 범인으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피에로 가면이 돌아다니는 공간이 된 것도 공포스럽지만, 이 일이 일어나면서,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을 일들도 조금씩 드러납니다. 인질극이 일어나고 있는데 절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원장, 무언가 알고 있는 것같은 단서를 남기고 살해당한 간호사,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나타난 수술실, 그리고 환자.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들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고,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알 수 없습니다. 원장도, 범인도 서로 다른 목소리로 원하는 것을 말하는 가운데, 아침이 올 때까지 무사히 살아남아야 합니다. 


 소설 <가면병동>은 한밤중의 폐쇄된 요양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밀실 미스터리의 형식이 소설입니다만, 강도와 인질의 대치가 긴장감을 느끼게 하고, 또한 단순히 강도와 인질의 대치에서 그치지 않고, 병원 안에 원장과 의료진이 숨기고 있는 커다란 비밀 역시 이 공간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았을 때, 의사인 하야미즈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지, 바로 눈 앞에서 보이는 것보다 조금 더 안쪽의 비밀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책속의 이야기가 긴장감을 갖기 때문인지, 페이지도 빠르게 넘어가게 되는 책으로, 현직 의사가 쓴 소설인만큼, 수술이나 치료, 병원의 구조에 대한 설명 등이 이야기를 멈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치넨 마키토의 <가면병동>이 성공을 거두어, 다음의 책으로는 <시한병동>으로 이어진다고 하니, 앞으로 나올 다음 책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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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읽어라 -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
김지안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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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사람들은 정말 책을 안 읽는다는 말이 들립니다. 하지만, 대형서점을 가득 채우는 책들 가운데, 신간이 참 많고, 인터넷서점에서는 매일같이 새로운 책들이 소개됩니다. 이렇게 책이 많은데, 어떤 책을 고르지? 그런 생각,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온라인 서점이 생기기 전에는 서점에서 책을 조금 넘겨보고 샀기 때문에, 처음 온라인서점에서 책을 살 때는 한번도 보지 않고 어떻게 책을 사지?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상품 후기를 읽듯, 책 소개 아래에 있는 리뷰를 참고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이 쓴 글이라서 그런지, 책소개보다도 리뷰나 100자평과 같은 글들이 조금더 책 구매에 설득력이 있었던 때도 없지 않았습니다. 책소개의 조금 더 다듬어진 글보다도 이 책 재미있었다는 소박한 짧은 글이 더 솔직하게 느껴졌거든요. 요즘은 책을 읽고 나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책에 관한 리뷰를 읽을 때도 있는데, 읽다보면 같은 책을 읽고도 서로 다른 목소리의 느낌이 재미있고 좋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김지안 작가의 <네 멋대로 읽어라>는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라는 부제가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읽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한 권의 책은 몇 페이지 정도의 짧은 글 안에서 다시 한 사람의 생각의 필터를 거쳐 이야기로 만들어집니다. 책의 줄거리를 요약한다거나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책에 대한 독자의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느 책은 재미있었어, 참 좋았어, 라는 그런 간단한 느낌을 조금 더 다양한 감각을 살려서, 이 책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크게 네 가지의 장으로 구성됩니다. 첫번째 <독자>에서는 저자가 읽었던 책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보이고, 두번째 <글쓰기>에서는 독서와 글쓰기에 관한 내용이, 세번째 <만남>에서는 저자가 직접 강연이나 작은 소모임을 통해서 만났던 작가에 관한 내용, 그리고 네번째 <생각>은 이 책에서 가장 많은 글이 수록되어 있는데, 책을 통해서 저자의 개인적인 기억을 이야기로 쓰고 있습니다. 이 네 가지의 구성은 처음에는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시작해서, 글쓰기에 도전하고, 책을 쓴 사람들을 만나면서 작가의 입장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그리고 어느 책 이야기를 통해서 쉽게 꺼내지 못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에 이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처음에 했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책 읽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하지만, 저자의 이 책을 읽으면,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들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읽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도, 책읽기는 좋아하지만 독후감과 서평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자는 2003년부터 개인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꾸준히 읽은 책과 글쓰기가 빛을 발하는 책이었습니다. 읽다보면 전에 읽었던 책과 이름을 아는 작가가 등장하기도 하고, 잘 모르는 책도 등장합니다. 그 책을 읽었다면 조금 더 이해하는데 좋은 점이 있을 것 같고, 그 책을 읽지 않았다면 저자의 글을 통해서 한번쯤 그 책을 만나게 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이 알려진 작가에 대한 내용을 쓸 때에는 자신이 만났던 그 작가의 느낌을 잘 살려서 쓰고 있어서, 만약 좋아하는 작가에 관한 글이라면 조금더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느 책을 읽고 나면, 사람마다 조금씩 느낌도 생각도 다를 수 있습니다. 글쓴이의 의도대로 읽어야 하는 글도 있지만, 굳이 그런 것들을 찾지 않아도 읽는 즐거움을 위해 읽는 책도 있고, 또 어느 책을 읽기 위해 해제로 읽는 책도 있습니다. 어느 책이거나 종이 위의 활자로 쓰여진 것들은 설명할 수 없는 권위 또는 신뢰를 줍니다. 하지만 그 역시 누군가의 생각과 어느 경험을 통해서 쓴 기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책을 쓰는 사람을 작가, 읽는 사람을 독자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독자의 입장에서 시작해서 작가의 입장으로 서로 마주보는 두 가지를 경험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 두 입장의 차이를 생각하면서 앞으로 더 좋은 이야기를 쓰기를 기원합니다. 




 

** 이 책의 저자 김지안 작가님이 책을 보내주셔서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책을 냈다고 해서 작가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했지만 이 책은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바를 썼고 그것을 묶었을 뿐이다. 작가가 되어서도 독자이길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독자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페이지 94, 글쓴이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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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0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0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9-20 18: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언론에서 우리 사회가 책 안 읽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도, 음지(?)에 책을 읽는 행위를 글로 어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아니면 표현하지 않더라도 정말 혼자서 독서에 푹 빠진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책 읽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다중우주’로 비유하고 싶어요. 알라딘 서재가 책 읽는 사람들만 모인 유일한 공간이 아니잖아요, 예스24도 있고, 반디앤루니스에도 책 읽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유튜브에는 북튜버들이 활동하고 있고요. 서로 다른 위치에서 독서의 재미를 만끽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서니데이 2017-09-20 22:41   좋아요 2 | URL
뉴스에서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아, 하는 이야기가 흔히 들리지만, 그건 상품으로서 유통, 판매되는 책의 수량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생각도 들어요. 요즘처럼 수많은 책이 출간되는 시대에는 한 권의 책이 예전만큼 많은 판매부수를 가질 수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다양한 책이 출간된다는 건 그만큼 책읽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다양하고, 책보다는 다른 것들이 좋은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그렇게 서로 다른 좋아하는 것들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필수나 의무보다는 선택이나 자유가 허용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요.
cyrus님, 좋은 밤 되세요.^^

북프리쿠키 2017-09-22 2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텔라님의 책 후반부에 쓰여진 아픈 기억들을 함께 하고나니, 텔라님의 리뷰들이 깊이 읽힙니다.
이 책 제 책장에도 이쁘게 꽂혀있어요^^

서니데이 2017-09-22 23:05   좋아요 2 | URL
북프리쿠키님도 그러셨군요. 저도 이 책의 후반부가 기억에 남았어요. 저는 선물로 보내주셔서 감사히 읽었어요.
부족하지만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금요일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