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 진다 - 전후 70년, 현대 일본을 말하다
우치다 타츠루.시라이 사토시 지음, 정선태 옮김 / 우주소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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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4+1 협의체가 취약층의 마스크 지원 예산 114억 원을 삭감하면서 한국당에 설명도 없이 날치기 통과 시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감에 묻어 가면서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전형적인 행태이다. 그런데 이 글은 부메랑이 되어 자한당에게 돌아갔다. 자한당에서는 전액 삭감을 주장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뿐이 아니다. 사태를 제대로 콘트롤하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서 몇년 동안 꾸준히 방역 예산을 삭감하고, 방역 인력 충원에 딴지를 걸어서 충분한 인력이 충원되지 못하게 했던 과거의 행태들이 들어났기 때문입니다.

 

  자한당은 잘 모르는 것 같지만 많은 국민들이 자한당에 대해 미련을 버린지 오래다. 물론 비교적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여전히 자한당을 지지하고, 보수 성향인 사람들도 자한당을 지지하지만 그것은 자한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대안이 없어서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이명박이 싫었던 사람들이 정동영을 중심으로 뭉쳤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자한당이라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솔직하게 말하면 우습게 생각한다. 한때는 여당이었고, 많은 국민들이 지지했던 정당이 왜 이렇게 쪼그라들었을까? 나는 여기에 대한 답을 '사쿠라 진다'라는 책에서 발견했다. 반성이 없기 때문이다.

 

  패전 후 일본의 현대사는 묘한 모습을 갖게 된다. 주변 국가들은 사과하라고 말하고, 대다수의 일본 국민들은 왜 사과하라고 하느냐면서 떼쓰지 말라고 말한다. 일본 국민들이 양심이 무뎌서 그런가? 아니다. 못 배워서 그렇다. 못 배웠다는 말이 무식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말 배우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패전 후 일본 지배층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하여 한 가지 꼼수를 쓴다. 그것은 패전이라는 사실을 역사에서 지워 버리는 것이다. 있었던 사건이 어찌 없어지겠는가? 그것도 수 천년, 수 백년 전의 사건이 아니라 불과 몇 십년 전의 사건인데 가능하겠는가? 일본 지배층들도 이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없앨 수 없으니, 일본 국민의 머릿 속에서만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패전이라는 말 대신 종전이라는 말을 쓴다. 2차 대전에서 일본은 연합군에게 패했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세 나라는 분명한 패전국이다. 그럼에도 일본에서는 전쟁이 끝났다는 의미로 종전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전쟁에서 패했다는 말로 패전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전쟁은 있으나 그 전쟁에 왜 일어났은지, 그 전쟁에서 누가 패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사실이 사라진 것이다. 일단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러서 일본은 맥아더와 합의를 하는데 천황제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실제적인 정치는 내각에서 하더라고 일본의 상징적인 의미로 천황제는 유지하자는 그럴듯한 논리로 맥아더를 설득했다. 물론 미군이 순진해서 여기에 넘어간 것이 아니다. 소련의 세력 팽창을 막기 위한 교두보로 일본을 이용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안정된 일본이 필요했기 때문에 용인한 것이다. 그런데 천황제 유지가 일본 지배층의 뻔뻔함에 면죄부를 주었다. 독일의 전쟁 주범은 누구인가? 히틀러이다. 이탈리아는? 무솔리니. 그러면 일본은? 일본의 전쟁 주범은 모호하다. 일본의 A급 전범들이 처벌받은 것은 분명하지만 상징적인 주범이 없다. 그 주범이 누구이겠는가? 천황이다.(천황이라고 쓰니 기분이 나쁘지만 어쩔 수 없다. 일본의 황제에 대한 정식 명칭이라) 그런 천황을 계속 옹립하고 있으니 자신들의 전쟁에 대한 반성이 제대로 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전쟁에 대한 반성이 없으니 이후의 행동도 거침이 없다. 양심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른다. 되려 큰 소리 친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그러면서 주변 국가들을 떼쓴다고 몰아 부친다. 미국의 옥수수는 기꺼이 사주면서 한국에는 물건을 안 팔겠다고, 너희같은 것들에게는 팔 수 없다고 큰 소리 친다. 일본이 속해있는 동아시아에서는 고립되어 가고 있지만 그들의 마음은 오직 미국에 가 있다. 그리고 이것만이 살 길이라고 말한다. 오직 미국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고, 주변 아시아 국가들의 말은 무시한다.

 

  반성이 없는 역사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반성은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고, 그것을 반추하면서 자신의 언행에 대해서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이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부터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그러므로 보다 나은 미래로 향하기 위해서 반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만 그런가? 한국도 그렇다. 험난한 한국의 현대사는 적폐청산의 시간마저 주지 않았다. 친일은, 친미로, 다시 친러로, 그리고 다시 친미로 돌아섰다. 그 사람들은 변검의 명장처럼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조금도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있으며, 적폐청산이라는 말 앞에서 빨갱이라면서, 분열을 조장한다면서, 당시 전 국민이 친일이 아니냐면서 반성을 거부한다. 그 전략이 주효한 것 같다. 어느새 그들의 과거를 알던 이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패전을 모르는 일본 국민처럼 그들의 과거 행적을 모르고 오늘날 그들의 모습만 지켜본 이들에게 반성은 무엇이며, 적폐청산은 무엇이냐는 말이 심심지 않게 나온다. 그런데 말이다. 그러면 무엇을 하냔 말이다. 집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 안 새는가? 반성을 모르는 그들의 행적은 요즘에도 반복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과거의 행적은 잊힐 수 있어도 최근의 행적은 잊힐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신문물이 그들의 과거 행적을 모두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쿠라 진다라는 책은 일본의 현대사의 기묘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동시에, 한국 현대사의 기묘함에 대해서도 말한다. 저자의 의도가 아닐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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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가방 2020-02-11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죽어도 그쪽 지지하겠다는 소리가 여전히 들리더라구요.... 아...

saint236 2020-02-12 11:17   좋아요 0 | URL
습관 같습니다. 그쪽 지지하는 것도 어릴 때부터 몸에 들어온 습관이요

2020-02-12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20-02-15 20:47   좋아요 0 | URL
물론이죠 나라가 망해도..참 서글픈 말입니다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 - 인류 역사상 최초 39가지
새뮤얼 노아 크레이머 지음, 박성식 옮김 / 가람기획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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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메르!

 

  우리에게는 너무나 낯선 문명이다. 그렇지만 의외로 우리와 친숙한 문명이기도 하다. 수메르라는 이름을 잘 모를 뿐이지 우리가 어릴 적 머릿 속에 꾸역꾸역 집어 넣었던 메소포타미아 문명(티그리스-유프라테스 문명)이 수메르 문명을 가리킨다. 수메르라고 이름을 하지만 실제로 수메르라는 국가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여러 도시 국가들의 연합체를 수메르라고 부른다. 고대 그리스에 그리스라는 나라가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수메르 문명은 베일에 가려져 있던 문명이다. 아주 오래전에 존재했었던 문명이고, 주변의 다른 국가들이 수메르에 대해 기록할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멸망과 동시에 잊혀졌던 문명이라고 하겠다. 그러다가 고대 바벨론 문명을 발굴하던 중에 우연히 발견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도 바벨론 유물을 발굴하던 중에 딸려 나온 유물, 바벨론의 아카드 어와 쐐기 문자로 해독할 수 없는 점토판들이 그 안에 섞여서 발견 되면서 의문을 자아내다가 수메르-아카드어 사전 역할을 하던 점토판이 발견되면서 수메르의 존재가 알려 지게 되었다.

 

  이렇게 생소한 수메르 문명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수메르 자체의 문명이라기보다는 기독교와의 관계 때문에 그렇다. 구약 성서에 기록된 사건들과 비슷한 내용들이 수메르 신화에서도 발견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 유명한 것으로 이야기하자면 노아의 홍수와 바벨탑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홍수는 수메르 신화에서, 바벨탑은 앗수르 유적에서 발견되는 지구라트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라고 하지만 말이다.

 

  역사상 잊혀진 문명, 그러나 문자를 남김으로 자기의 존재를 수천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드러내는 것을 보면서 문자와 역사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또한 이렇게 잊혀진 문자를 다시 복원해서 고대의 기록을 해독한다는 것도 왠만한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면서 수메르 역사에 평생을 바친 학자들과 이 책의 저자에게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 곳곳에 떨어져 있는 점토판의 사본을 만들어서 그것들을 하나 하나 이어 붙이면서 문맥을 찾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어렴풋이나마 알기에 이 책이 있게 해준 저자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다만 이 책이 출간된지 오래 되었고, 심지어는 책의 저자도 죽었기 때문에 저자 사후의, 혹은 그가 저작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노쇠한 이후의 연구는 반영되지 않았기에 그 점이 아쉬울 뿐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이다.

 

  그러나 역사가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은 수메르에서부터 모든 역사가 퍼져 나간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역사가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은 수메르 덕후인 저자가 수메르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며, 수메르 문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지 그것을 실제로 믿으면 안된다는 이야기이다. 세계 문명을 뒤져보면 얼마나 비슷한 것들이 많이 있는가? 당장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모티브로 구약에, 그리스 신화에, 그리고 한국의 전래 동화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디테일한 면에서 차이가 나는데 이러한 부분들을 무시하면서 이것은 원래 한 저작물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고, 이것이 오래된 것이니 당연이 여기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꽤나 위험하고 성급한 발상이다.

 

  여튼 저자는 평생을 수메르 연구에 바쳤던 사람답게 수메르빠돌이다. 모든 것을 다 수메르와 연관시킨다. 최초의 교육, 최초의 성서, 최초의 아가서, 최초의 성 조지 신화 등등. 그렇지만 이는 수메르 역사를 재미있게 읽게 하기 위해서 유명한 사건들을 가져다가 여기에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앞 뒤를 바꿔서 이것이 영향을 끼쳐서 이런 것이 탄생되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가끔 저자도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확실이 이 책이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들에 대한 반론들도 요즘은 꽤 많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각설하고 수메르 신화에 대해서 알아본다는 점에서는 정말 의미가 있는 책이다. 수메르어에 정통한 사람답게 수메르 점토판에 기록된 내용들도 기록하고 있고, 고고학자 답게 생략된 부분들은 상상력으로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생략된 그대로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수메르 문명이 가지는 특징과 어떤 모습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윤곽을 알게 되기에 꽤나 유용하다. 다만 재미는 없다. 연구하는 능력과 글을 재미있게 쓰는 능력은 다른데 저자에게 글을 쓰는 능력은 부족한 듯 보인다. 책 뒤표지에 저자는 재미있게 글을 쓰는 어쩌구 저쩌구는 정말 립서비스다. 이 말을 보고 이 책을 재미있게 읽겠다는 생각으로 집어든다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역덕과 신화덕인 나도 정말 초월적인 인내심으로 버텼다. 저자의 문제인지 번역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미는 있지만 재미는 없는 책" 이것이 이 책에 대한 한 줄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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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가방 2020-02-11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볼 책 목록에 있었는데.. 재미는 심히 없었나 보네요. ㅎ

saint236 2020-02-12 11:17   좋아요 0 | URL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GIGA 2022-11-11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저는 무지하게 재미있었어요.

다니엘 2023-07-2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메르어 ˝수˝라도 이해할 능력이 없다면 함부로 자신의 아마추어 덕후수준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무례하다 생각되는군요.

saint236 2023-07-21 13:04   좋아요 0 | URL
무례라...본인이 읽은 느낌 그대로를 적는 것에 대해서 무례라고 말하는 것이 더 무례가 아닐까요? 여긴 제가 책 읽고 제 느낌을 끄적 거리는 곳인데 그것마저 검열받고 그래야 하는 건가요?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사토 겐타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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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보기 전에 먼저 일본 냄새가 나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세계 몇 대"라는 식의 타이틀을 붙이기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의 특성을 잘 알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계 몇 대 불가사의, 건축물 등과 같은 것들을 뽑아 놓은 것이 일본 사람들의 작품임을 알기 때문에 그렇다. 아니나 다를까 제약회사에서 일하던 일본 사람의 저작이다. 책 내용과는 상관없이 세계 몇 대를 꼽기를 즐기는 일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귀엽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에서 꼽고 있는 약들은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너무나 친숙해서, 이것이 이렇게 대단한 것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흔한 것들이다. 일례로 비타민 C를 꼽을 수 있다. 비타민 C야 요즘 너무 흔한 약들이고, 집에 한 두 종류씩은 두고 챙겨 먹는 것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비타민 C가 세계사를 바꾸었다니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비타민 C가 개발된 역사적인 맥락을 살펴본다면 충분히 세계사를 바꾸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비타민 C가 없었다면 대항해 시대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만약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그로 인한 피해는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갈만큼 대단히 충격적일 것이다.


  비타민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가 어린 시절의 경험이 떠올랐다. 한참 대항해 시대를 즑즐기던 학창시절 오랜 항해를 하면 꼭 발생하는 이벤트가 있었다. 괴혈병이다. 세계 지도를 완성하겠다는 일념으로 배에 식량을 꽉꽉 채우고 지도 위를 달리다 보면 30~40일쯤 지났을 때 괴혈병이 꼭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 라임열매라는 아이템을 아이템 상점에서 넉넉히 사두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왜 그래야 하는 지 몰랐다. 그냥 괴혈병은 라임열매로 치료하나보다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다가 이것이 비타민 C 때문에 발생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라임열매가 비타민 C를 제공해 준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깜짝 놀랐던지. 게다가 괴혋혈병 치유를 위해 사용된 음식이 코울슬로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경이로움이란...


  이 책에는 인류가 부딪히는 여러가지 질병을 막기 위해서 발명된 약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에이즈 치료제와 같이 완전히 발명되지 않은 약들도 기록되어 있지만 저자는 새로운 질병이라는 위기 앞에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진 약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이야기하면서 그 약들을 개발한 사람들의 에에피소드와 노력을 소개한다. 그래서 흔하지만 위대한 약, 세계사를 바꾼 약이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비타민, 키니네, 몰핀, 아스피린 등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그 영향만큼은 무시할 수 없는 약들을 열거하면서 우리에게 머지 않은 시간 속에서 인류는 다시 한번 새로운 약이라는 방패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이 변종 바이러스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의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기에 독서의 재미는 물론 약간의 위안을 얻는 것이 이 책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유익이다.


  이 책이 가지는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하자면 읽기가 쉽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시간을 내 독서에 열중하기 부담이 되는 사람이라면 머리 맡에 두고 하루에 한편씩 읽으면 열흘 정도에 책을 다 읽을 수 있다. 내용 자체도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독성도 좋다. 다만 그러다 보니 깊이가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또한 중간 중간에 제시하는 약들의 화학 도식은 나처럼 전형적인 문과생에게는 생소한 것이고,불필요한 것이다. 이 책이 대체로 공대생이 아니라 문과생들에게, 제약과는 상관 없는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굳이 기록하지 않아도 됐을 것 같다. 몰핀 하나를 제외하고는 굳이 기록할 필요를 못느낀다. 


  여튼 머리 맡에 두고 하나하나 읽어가는 정말 독서를 쉼으로 생각하는 사람들게는 꽤나 유용한 책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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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9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20-02-17 14:24   좋아요 0 | URL
예 재미는 확실히 있습니다.
 
로마법 수업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천 년의 학교
한동일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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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틴어 수업을 재미있게 읽었다. 


  라틴어를 통한 여러가지 인문학적인 소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재미없는 라틴어가 이렇게도 읽힐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나 다른 언어를 가지고 비슷하게 인문학적인 내용들을 다루는 책들을 봤지만 이만한 감동을 주지 못했다. 삶과 죽음, 남겨진 인생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깨닫게 했다. 


  그래서 일까? 저자의 새로운 책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살까말까 고민을 시작했다. 과거라면 아무런 생각없이 샀겠지만 요즘은 아내의 눈치가 보인다. 넓지도 않은 집인데 그 집에서 내 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곳마다 책을 꽂아 넣기 시작하다보니 금새 집이 책으로 넘치기 시작했다. 거기에다 건담까지 시작했으니 눈치를 안 볼 수가 있으랴? 조만간 이사를 가야하기 때문에 더욱 눈치를 보고 있다. 아내는 하루에도 몇번씩 책을 정리하라고 하지만 "난 정리할 책이 어디있느냐?"면서 버티고 있다. 


  그래서 책을 살 때마다 고르고 또 고른다. 그러니 이 책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크겠는가? 머릿글을 읽었을 때에는 "오 잘 샀다."라는 생각이 충만했지만 한 페이지씩 넘어갈 때마다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방향은 잘 잡은 것 같지만 그 내용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법과 따로 노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는데 집중이 안되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집중이 안되는데도 책을 읽는데 며칠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책이 그 만큼 쉽다는 것이기도 하고, 그 만큼 내용이 부실하다는 말이기도 하리라. 물론 중간 중간에 깊이 담아둘만한 말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책에 대해서 만족함을 주기에는 부족하다. 혹시 저자의 이름 때문에 사고자 하는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를 권한다. 빌려 읽은 후에도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 때 사도 괜찮다. 그 만큼 아쉬움이 크다.


  라틴어 수업을 통하여 얻은 저자의 인기에 편승해서 수익을 얻고자 했다면, 만약 그래서 책을 출판한 것이라면 실패라고 할 수 있다. 감동도, 그리고 지식도 부족한 밍밍한 책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난 주저없이 이 책을 동생에게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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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서 길을 묻다 - 출애굽기 산책
김기석 지음 / 꽃자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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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지에 연재되던 글을 모은 책이다. 출애굽기에 대한 신선한 생각을 제공해 준다는 장점은 있지만 연재되었던 글을 모았기 때문에 깊이가 부족한 단점도 있다. 그렇지만 김기석 목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보수적인 시각이 아닌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기를 원하는 기독교인들에게는 추천할만한 책이다. 비기독교인들이 읽기에는 걸치적 거리는 부분들이 있다는 말이다.


  저자가 광야에서 길을 묻는다라는 글을 단 이유가 무엇일까? 광야란 척박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척박한 곳이기 때문에 사람의 능력으로는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살아갈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 하나님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천수답이라는 논이 있다. 이곳은 비가 내리지 않으면 농사가 불가능한 곳으로 비가 오지 않을 때면 농부들은 하늘만 바라본다고 한다. 광야가 바로 천수답과 같은 곳이다. 여러가지 위기와 어려움으로 인하여 하나님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곳, 그곳이 광야이다.


  저자는 이러한 광야가 우리의 인생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지만 곳곳에 온갖 어려움과 고난과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물론 이러한 장애물들이 우리의 힘으로 극복이 가능한 것들이 있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우리의 힘과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가? 두 손을 모으고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우리는 놀랍게도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게 된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언제 경험했는가? 광야를 지나는 그 순간만큼 깊이 하나님을 체험했던 적이 있었는가? 그렇기 때문에 광야는 고난의 장소임과 동시에 은혜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 어느 때보다 하나님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장소이면서 그 어느 때보다 하나님이 가까이 계신 곳이 광야이다. 광야와 같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 것인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가는 것이 제대로 살아가는 길일까? 김기석 목사는 이에 대한 대답을 출애굽기와 민수기 신명기를 풀어가면서 찾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크게 눈에 띄는 것이 두 가지이다. 하나는 그의 어휘 구사 능력이다. 김기석 목사가 구사하는 어휘는 우리가 잘 모르는 우리 말인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의미를 대략이나마 알아서 자세한 뜻을 알기 위해서 종종 사전을 찾아봐야 하는 귀찮음은 있지만 때로는 존경스러울 때가 있다. 어떻게 이러한 단어들을 알고 사용하는 것일까, 도대체 이 분의 독서량은 얼마나 대단한 것일까 싶어서이다. 다음으로는 한쪽 구석에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는 로고이다. 세월호를 기억하겠다는 의미로 노란 배에 304라는 숫자가 거칠게 자리잡고 있다. 이 로고를 보면서 그저 마음 한켠이 아릿하다. 또한 세월호 유족들이 광야를 걷고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하다. 그러면서 기도한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길을 보여 주시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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