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마니아
타키투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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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의 책이다. 역사학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타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오늘과 대동소이하다. 이 책이 먼저 쓰여졌으니 오늘날의 역사관이 타키투스의 역사관에서 한발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 책은 당시 로마를 힘들게 했던 게르만 민족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그리고 민족적으로 접근하면서 기록한 책이다. 게르만 민족이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로마와 전쟁을 벌이면서이다. 물론 로마와 전쟁을 벌이기 전에도 게르만 민족이 존재했지만 문자로 기록된 역사에 모습을 나타낸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로마는 공화파와 민중파의 대립으로 평화가 위협받게 된다. 이때 등장한 민중파의 우두머리가 마리우스이며, 그 뒤를 이은 것이 공화파의 술라이다. 마리우스가 한창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 로마의 북부 지역에 킴브리족과 데우토네스족이 침입하게 된다. 이를 물리치면서 마리우스는 다시 한번 자신의 인기와 권력을 공고히하게 되는데 이때 등장한 킴브리족과 데우토네스족이 바로 게르만 민족이다. 이후 게르만 민족은 카이사르가 갈리아를 점령하고 북상하게 되면서 다시 한번 로마와 접촉하게 된다.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의 후계자로서 게르만을 점령하려는 강공책을 쓰지만 결국 실패하게 되고, 그의 후계자인 티베리우스 황제 시절에 라인강 서쪽으로 철수하면서 게르만 민족은 자기들의 세력권을 지키게 된다. 이후 에도 여러가지 접촉을 하게 되고, 게르만 민족은 훗날에 서로마를 무너뜨리는 민족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참고로 영화 글레디에이터에 보면 막시무스가 상대하는 둥근방패를 들고 저돌적으로 공격하는 민족이 바로 게르만 민족이다.

 

  타키투스가 게르만 민족에 관한 책을 기록한 이유는 로마인들에게 게르만 민족의 위험성에 대해서 경고하고, 경계하게 하기 위함이지만, 그의 후예들은 제국의 평화에 빠져서 게르만에게 멸망당하게 된다. 타키투스가 우려하고 경계했던 것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을 보면서 그의 식견이 대단하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타키투스는 게르만이라는 타민족, 그의 입장에서 중심인 로마가 아닌 변방인 게르만 민족을 야만으로 바라본다. 문명화 되지 못하였으며, 할줄 아는 것은 싸우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들의 상무 정신과 주군을 향한 충성심은 인정하지만, 그들이 살고 있는 땅을 음울하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곳으로 그리는 그의 묘사를 바라보면서 변방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되는지를 알게 된다.

 

  우리가 변방을 규정하고 바라보는 시선의 작동 방식은 대개 이렇다. 나와 타자를 구분한다. 그리고 타자를 적으로 간주한다. 나는 중심이고, 적으로 간주된 타자는 변방이다. 그리고 그 변방은 세련되지 못하고, 문화도 없고, 무엇이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야만인들이다. 흔히 야만인을 지칭하는 바바리안이라는 말자체가 가지는 의미도 그런 말이 아닌가? 타키투스의 이런 시각은 오랜 세월을 두고 재생산되었다. 타키투스가 바바리안이라고 불렀던, 무식한 사람들이라고 취급했던 변방의 민족인 게르만 족에 대한 책 게르마니아는 이런 과정을 거쳐서 아이러니하게도 2차대전 당시 히틀러가 애독하는 책이 되었다. 강대한 국가 로마 조차도 무너뜨리지 못하고 오히려 로마를 무너뜨린 게르만 민족의 후예가 독일임을 앞세우면서 히틀러는 또 다른 변방을 만들어 냈고, 타키투스와 같은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취급했다.

 

  히틀러만 그랬겠는가? 같은 민족 안에서도, 같은 국가 안에도 이러한 변방의 작동 방식은 계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좌빨과 우꼴이라는 논리도 그렇고, 오늘날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개돼지 논쟁도 같은 맥락이다. 단어만 변방 혹은 야만으로 바꾸어 놓으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작동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게르만이라는 한 민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 시대를 바라보는 하나의 좋은 도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부담이 없는 분량과 깔끔한 번역은 책을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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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 이야기 9 - 원교근공 춘추전국이야기 (역사의아침) 9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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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버스터 정국 때문에 묻히긴 했지만 테러방지법과 함께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였고, 문제이고, 문제일 것인 아이텐이 하나 있다. 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사드)이다. 눈치가 빠른 모 작가는 과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남북의 핵개발에 대한 소설을 썼던 것처럼 이번에는 사드에 대해서 썼다.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작가인지라 소설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 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소설가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아이템을 가지고 소설을 썼다는 것은 그것이 꽤나 민감하여서 팔릴만한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주장하지만, 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있어서 북한의 발사 실험은 대목임에 분명하다. 물론 인공위성의 발사체 기술이 탄도 미사일의 발사체로 사용될 위험이 있다는데에는 십본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핵무기 위협 운운하는 것은 잘못 짚어도 한참은 잘못 짚은 것이라고 하겠다. 게다가 이를 위한 대비책으로 사드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은 조건반사처럼 "이뭐병"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사드가 왜 문제인가? 왜 중국에서는 그렇게 강경한 어조로 사드 문제에 대해서 경고하고 있는가? 초고단파 레이저가 어떻구 저떻구하는 문제는 내가 군사 전문가가 아니니 뒤로 미루어 두자. 물론 국방부 대변인 브리핑에서 밀덕인 모 기자분께서 국방부 대변인을 와그작 씹어 드셨던 사건이 있기는 하지만 이건 좀더 전문적인 수준의 이야기이고, 상식 수준에서 파단을 해보다.

 

  사드(THAAD)라는 말은 위에서 이야기한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의 약자이다. 유식한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혹은 밀덕들이 좋아하는 말은 뒤로 미뤄두고 이를 한국말로 번역하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이다. 이 또한 이해하기 쉬운 말은 아니기에 좀 더 쉽게 말해보자면, 미사일을 격추시키는 미사일 방어체계라고 알면 된다. 이라크전 근처에 우리 나라에 배치된 패트리어트와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상대방이 미사일을 쏘면 우리도 미사일을 발사하여 그 미사일을 맞춘다는 의미인데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가성비를 따져본다면 패트리어트는 그다지 경제적이지 않다. 패트리어드 미사일 4개와 발사대가 1개의 유닛으로 대략 8억(대충 8천억 정도? 여튼 무지 비싸다), 게다가 요격 시간은 2분 13초(pac-2의 경우, 개량형인 pac-3로 비슷하거나 약간 짧음), 요격율은 부시가 100%라고 사기를 쳤지만 대략 20%정도라고 한다. 쉽게 말해서 어마 무시한 가격을 자랑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다지 효율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북한의 그 수많은 장사정포를 어떻게 다 격추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사드는 어떤가? 한개 포대당 2조원이 들며 미사일 한발당 120-150억 정도라고 한다. 1기당 8발이 장착되고 1개 포대당 6기이니 미사일이 48발, 미사일만 5760(120억으로 잡을 때)이다. 게다가 한국에 필요한 사드 포대가 2개라고 하니 대략 4조쯤 된다. 2015년 한국 국방비 예산이 37조 4560억이라고 하니 국방비의 1/10이 넘는 금액을 사드 포대에 쏟아 부어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이 그냥 주지 않는다. 한국에서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 국방비는 육해공 모두 포함하는 금액이고, 인건비와 FX 사업 같은 굵직한 사업도 모두 포함하는 금액이다. 가성비 꽝이라는 결론이 내려진다.

 

  게다가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점에서는 패트이어트와 같지만 다른 점은 미사일을 고고도에서 요격한다는 말이다. 낮은 위치에서는 요격을 해도 후폭풍에 휘말리기에 아군도 타격을 입는다. 그렇기 때문에 타격을 주지 않는 높은 곳에서 미사일을 격추한다는 개념인데 배드맨 vs 슈퍼맨을 본 사람이라면 핵무기를 슈퍼맨이 잡고 있는 둠스데이에게 폭격한 이유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지상에 영향이 없기 때문에 핵무기를 사용해도 된다는 명령을 내렸는데 사드가 이 개념이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은 인공위성처럼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폭격 지점 근처에 이르면 다시 지상으로 내려와서 폭격하게 된다. 내려오게 되는 시점을 계산하여 요격하겠다는 개념이다. 개념 자체는 틀린 것이 아닌데 여기서부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한다. 그렇다면 그 미사일이 성층권을 뚫고 올라갔다가 타격 지점에 수직으로 떨어지겠는가? 가끔 스포를 하고 자기가 특등 사수인줄 착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마치 포트리스를 하면서 자신이 훌륭한 포수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포트리스는 게임이라 그렇게 고각으로 쏘지만 미사일을 굳이 고각으로 쏠 필요가 있는가? 게다가 노동 미사일을 쏠 필요도 없이 장사정포면 서울이 박살나는데 굳이 비싼 미사일을 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북한은 장사정포로 공격하는데 우리는 태생부터 장사정포를 요격할 수 없는 사드를 그것도 한발에 수백만원도 안되는 포탄을 맞추기 위하여 100억이 넘는 미사일을 쏜다는 말인가. 8발이 한세트면 어림잡아도 800-900억이나 되는 돈을 쏜다는 것인가?

 

  바로 여기에 중국이 발끈하는 이유가 있다. 중국은 사드를 자신들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본다는 것이다. 사드 2기면 최대한 중국의 많은 부분을 감시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렇다. 레이더를 바꾸는 것은 채 30분도 걸리지 않는 다고 하는데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원교근공을 이야기하면 왜 사드 이야기를 하는가? 말 그대로 미국과 친하고 중국을 견제하자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중국을 견제하기에 앞서서 우리에게는 북한이라는 당면한 과제가 있고 이렇게 본다면 북한을 견제하기 위하여 중국과 친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진나라가 원교근공이라는 외교정책으로 정책의 방향을 선회한 것은 천하통일이라는 큰 그림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진은 자기의 강력함만 믿고 좌충우돌했다. 물론 그 막강한 힘 때문에 조금씩 국경을 확장시켜가기는 하지만 효율적인 측면에서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진이 원교근공으로 정책을 선회하면서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큰 그림에 맞추어서 외교정책과 전쟁을 수행한다. 사람은 바뀌어 정책은 꾸준하게 유지한다. 그리고 이때문에 진이 전국시대를 통일하는 국가가 된 것이다. 내가 원교근공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면서 사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정부의 외교 정책에는 과연 큰 그림이 있는가? 국민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외교적인 큰 틀과 계획이 있는가라는 점을 묻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없다. 오히려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원교근공 정책 이전의 진나라처럼 좌충우돌하면서 사방에 적을 만들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북한이 우리 나라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북한을 견제하기 위하여 북한의 배후에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가져가야 할 것인 아닌가? 중국과의 긴밀한 협조없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자금을 동결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 중국이 압록강 너머로 물자를 대주고 있는데 말이다. 우리나라 외교라인들이 최소한의 상식과 지혜를 가지고 외교 정책을 이끌어가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판국에 중국을 자극하는 사드를 들여오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더군다가 그것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도 되지 않으면서 말이다. 아무리 한류에 역풍을 맞을 것이 두려워서 쯔이를 질타해봐야 무슨 소용인가? 쯔이는 한류에 역풍을 주지만 사드는 대중국 관계에 역풍을 불러오는데 말이다. 사드는 좌충우돌하는 우리 나라 외교 정책의 실책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제발 외교라인들이 영어 공부, 중국어 공부만 하지 말고 역사 공부도 좀 했으면 좋겠다.

 

*테러 방지법 이후로 이런 글을 쓰는 것도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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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4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4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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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황우여 의원을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 선진화법이 위헌이라면서 헌재에 소를 제기했다는 기사다. 그 기사를 읽는 순간 내가 느낀 심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뜨악"이다. 내가 알기로 당시 국회 선진화법은 여야가 합의한 것이며, 그 안을 처음으로 제기한 사람이 당시 원내대표였던 황우여 의원을 포함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당시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에서 찬성표를 던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궁금한 사람들은 조금만 키보드를 만지작 거리는 수고를 하면 당시 어떤 맥락에서 누가 참여하였고,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과거처럼 종이 신문을 다 뒤져야 하는 수고를 인터넷이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과거에 자신들의 행동을 잡아 뗄 수 없어서 곤혹스러워 하는 정치인들이 꽤 많이 있다. 비단 이뿐이랴. 경남 새누리당 의원들이 너도나도 무상급식을 공략으로 들고 나오고 있는데 그들이 과거에 무상급식에 줄기차게 반대해왔던 것 또한 약간의 수고를 통하여 자세하게 알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욕을 먹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기가 말을 해 놓고 아닌척 뒤집어 엎어 버리는 태도 때문에 욕을 먹고 있는 것이다.

 

  이즈음에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카 선생의 말을 주절대면서 어려운 말을 떠들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냥 직관적으로 역사란 무엇이며,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주절거리고 싶을 뿐이다. 역사란 무엇인가? 기록이고 기억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역사e 4권은 이 사실에 대해서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기억해야할 역사, 잊혀져간 역사, 기록되어진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우리의 과거 모습 가운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것들, 잊혀져 갔지만 다시 기억해 내야할 것들, 그리고 잊지 않기 위해서 투철한 기록 정신으로 임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이 책은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새롭게 배우는 것들도 많이 있고, 지식e처럼 이 책이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만족감을 얻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의미심장한 것은 유체이탈 화법의 달인인 두 통치자의 시대를 지나가면서 기억과 기록으로서의 역사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 나왔다는 점이다. EBS가 은근히 안티요 종북좌빨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장 일어나서 이 책을 불온도서로 지목해야한다고 시위를 해야하지만 전혀 그런 움직임은 없다. 그들은 이 책도 자신들의 기억처럼 엄청난 휘발성을 자랑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이 꽤 많이 팔린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사라들이 이 책을 읽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인문학책치고는 읽기가 부담스럽지 않고, 내용이 그렇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고등학생들에게 권장 도서로 많이 읽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바보같은 정치인들은 우리가 이 책을 읽음으로 인해서 기억과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서 자각하게 되고, 키보드를 만지는 약간의 수고를 할 것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상상력마저도 없는 것 같다.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만으로도 나는 이 책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하여 기억과 기록의로서의 역사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자각했으며 좋겠다는 지극히 불온한 생각을 해본다.

 

  이 책에 대한 한마디 평을 하자면...

 

  "돈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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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스 제국의 눈물 - 알렉산드로스의 죽음과 제국의 왕관을 놓고 벌이는 살아남은 자들의 전쟁
제임스 롬 지음, 정영목 옮김 / 섬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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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산더가 죽었다.

 

  대왕이라는 칭호를 받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정복군주 알렉산더가 죽었다. 그것도 상당히 젊은 나이에. 살아 생전에 거의 신격화 되었던 알렉산더의 사후 그는 그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진짜로 신이 되었다. 그리스인들은 물론 마케도니아 사람들의 시선으로는 상당히 어색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이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젊은 나이에 그가 죽었는데 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그의 죽음에 대한 것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다. 동시에 그가 품었던 세 대륙을 아우르는 대제국에 대한 이상마저도 신성불가침의 것이 되었다. 그 구상에 대해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물론 모든 사람들의 그의 이상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살아 생전 그의 이상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했던 사람들도 많이 있었지만, 일단 그가 죽자 그의 존재는 물론 이상마저도 신성 불가침의 영역이 되어 버렸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들은 그의 후계자가 되기에는 모자라다.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니 실력을 보여준 것도 아니고, 혈통이 순수한 마케도니아 왕족도 아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천자처럼 제후들이 호령하기에 좋은 도구일 뿐이다.

 

  그의 부하들이라고 온전하게 알렉산더의 후계자를 자처할 수도 없다. 그릇과 명성, 실력, 혈통, 그 어느 것으로도 그의 뒤를 이을만한 사람이 없었다. 실력은 있으나 혈통이 안되는 사람, 명성이 안되는 사람, 혈통은 되지만 실력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사람 등 딱히 우월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물론 그의 부하들 가운데 다른 사람들보다 우위를 점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상대방을 압도할만큼은 아니다. 당연히 그의 제국은 사분오열되었다. 그리고 많은 내전을 거치면서 그의 제국은 오늘날 우리가 잘 아는 몇 개의 왕조로 분할되었다. 애굽을 중심으로 하는 프톨레미 왕조, 아시아의 대부분을 집어 삼킨 안티고노스 왕조, 시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셀류코스 왕조 등 그의 나라는 몇 조각으로 분열되었다.

 

  이 책은 알렉산더 사후 그의 나라가 완전히 분열되기 이전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아직 셀류코스 왕조가 등장하기 전에 등장했다가 사라진 왕조부터 안티고노스의 왕조가 성립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데, 꽤나 신선하다. 아마도 주로 마케도니아의 이야기는 알렉산더에 집중하기 때문이었으리라.

 

  역사적인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더 재미있는 것은 알렉산더가 어떻게 마케도니아에서 신화가 되고 정치 권력의 선전과 정당화의 도구가 되어가고 있는지를 살펴 보는 것은 더 재미있다. 알렉산더의 이름을 박정희라는 이름으로 그의 부하들의 이름을 전두환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로 치환하여 읽어도 크게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은 더 놀라우면서도 속쓰린 이야기일 것이다.

 

  박정희가 죽었다. 군사력으로 모든 것을 다 집어 삼켰던 전제 군주가 죽었다. 그가 꿈꾸었던 이상과 권력은 이미 신성불가침의 신화가 되었다. 감히 박정희의 이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종북이 되고, 좌파가 되었다. 박정희는 이미 반신반인의 존재가 되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대물림되고 있다. 이만큼 살만한 것이 박정희의 공로라는 말로 모든 의문을 근본부터 차단해 버린다. 이후의 권력자들은 그의 신화화되고 박제화된 권력에 기대어 자신이 그의 진정한 후예라면서 정통성을 주장한다. 그와 같은 세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아무런 의심없이 박정희라는 이름 앞에 35%의 지지율을 몰아 준다.

 

  알렉산더와 박정희의 차이는 딱 하나다. 그의 핏줄이 성장해서 정통성을 주장하면서 권력을 잡았느냐 아니냐의 차이 뿐이다. 이로 인해 박정희는 죽어 신화로 남겨진 알렉산더와는 달리 무덤에서 살아나 이 땅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만약 그가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면 어땠을까? 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부질없는 것들이라고 하지만 아마도 신화가 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그의 가장 큰 복은 그가 비명에 죽었다는 것, 과가 나타나기 전에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본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비극적으로 맞이한 죽음이 그들에게는 복이 아니었을까?

 

  역사를 통하여 현실을 보게 된다는 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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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 이야기 8 - 합종연횡 춘추전국이야기 (역사의아침) 8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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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시대의 중심축은 누가 뭐래도 진(秦: 중원의 晉이 조,한,위로 분열되었기 때문에 향후 진은 秦을 말한다)이다. 소련이 붕괴하고 한동안 미국이 세계의 넘버 원이었던 상황과 비슷하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제나 초와 같은 강대국들도, 조위한과 같은 준강대국들도, 연과 송같은 약소국들도 진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에 따라 자국의 미래 기울기도 하고 성하기도 하며 국제 정세의 판도가 복잡하게 되기 때문에 진과의 외교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 비교적 냉철하게 접근하는 현군이 있는가 하면, 감정과 욕심에 충실한 암군도 있었다.

 

  현실이 이렇기 때문일까? 외교에 대한 전문가 집단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중 대표적인 주자가 우리가 잘아는 소진과 장의다. 소진은 진을 배제하고 6국이 동맹을 맺는 합종을, 장의는 개별 국가가 진과 1대1로 동맹을 맺는 연횡을 주장했다. 소진은 진에 대한 6국의 두려움을 기반으로 합종을 성사시켰으며, 장의는 각국이 가지는 욕망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합종을 깨고 연횡을 성사시켰다. 결과적으로는 장의의 연회이 합종을 깨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이는 연횡이 합종보다 우위에 선 정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외교정책적으로 본다면 합종이 연횡보다는 완성도가 높다고 하겠다. 다만 합종이 너무 개별 국가의 이익에 대한 부분을 감안하지 않았고, 냉철하고 합리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기에, 음모와 사기, 적절한 음험함으로 무장한 장의를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전국 시대는 결국 압도적인 무력과 시황제라는 냉혹한 군주의 결합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본 진에 의해서 종말을 고하고, 중국은 진이라는 하나의 나라로 통일된다. 그러나 진이 중국을 통일한 것이 결코 압도적인 무력과 냉혹한 군주와 법령 때문만은 아니다. 장의와 그 뒤를 잇는 외교가들의 치열한 암투와 그곳에서의 승리가 뒷받침 해주었기 때문이다. 만일 장의의 연횡책이 소진의 합종책을 깨뜨리지 못했다면 진이 함곡관 밖으로 나와 중원을 도모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설령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1-2백년은 더 전국 시대가 유지된 다음에나 가능하지 않았을까?

 

  흔히 우리는 합종연횡이라는 말은 두고 자기 욕심에 기반하여 정당들이 이합집산을 반복할 때 사용한다. 그렇지만 합종연횡은 이런 단순한 차원의 개념이 아니다. 욕망과 두려움, 자국의 안보라는 복잡한 셈법이 그 안에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열강으로 둘러싸여 있는 분단국가는, 매일 육자회담을 운운해야 하는 대한민국으로서는 이 복잡한 셈법에 대해서 깊이 연구하고 적용하기 위해서 애를 써야 한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이산화가스를 연구하신(?) 공대 출신이시라서인지 몰라도 이 부분에 대한 감이 전혀 없다.

 

  그분에게 외교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합종, 연횡? 이명박 대통령처럼 사기이긴 하지만 자원외교라는 그럴듯한 말이라도 하든지. 이도저도 아니다. 오죽하면 언론들이 대통령이 무슨 옷을 입었는지를 연일 보도하면서, 패션외교하는 말을 하고 있겠는가? 외교에 패션이 무엇이 중요한가?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이 장의의 혀와 같다는 말인가? 장의처럼 아무리 맞아도 혀만 무사하다면 무엇이든 못하겠는가라는 생각으로 패션만 있다면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생각하고 있으신 것인지? 대통령은 영부인과는 다르다. 과거 영부인을 대신하여 외국 사절을 대접한 경험을 가지고 그것이 외교의 전부하고 생각한다면 그는 외교 점수는 빵점이다.

 

  아무리 언론이 그럴듯하게 포장한다고 할지라도 내용이 없으면 한계가 드러난다. 요즘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의 실체를 보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 무리한 F-35 기종 선전으로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으면서 유럽을 물먹였다. THAAD 배치를 언급하면서 미국과 맞장뜨려고 하는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의 열병식 참석을 통해 영원한 우방, 혈맹이라고 보수집단들이 믿고 있는 미국을 자극했다. 그뿐이랴 대북정책은 정책이라고 말하기에 민망할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무슨 진도 아니고 그렇게 여러 나라와 트러블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전국 시대 진도 두 세 나라만 연합해도 급히 사과하고 전쟁을 멈추곤 했는데, 무슨 깡으로 좌충우돌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도 그냥 하는 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북한을 자극한다.

 

  대한민국은 분단국가다. 게다가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이 평범한 나라들이 아니다. 미국, 러시아, 중국(순서대로 세계 군사력 1,2,3위 국가), 일본(9위, 사실 이 부분이 이해가 잘 안된다), 북한(36위, 참고로 한국은 7위인데 어떻게 그렇게 매일 진다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이다. 게다가 세 나라는 핵 보유국이고,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핵을 만들 수 있는 나라라고 하고, 북한은 미국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했다. 이렇게 한발만 잘못 내디디면 전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그정도까지 아니더라고, 최소한 한반도는 초토화될 수 있는 복잡한 정세 속에서 갈지자 횡보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의 외교정책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저 한심스러울 뿐이다. 속이고, 사기를 치라는 말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서 전략적으로 유연한 사고 방식이 필요한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한국을 제외한 각국의 나라들은 자기들의 이익에 맞추어 합조연횡을 하고 있다. 이 속에서 우리나라를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할 것인가? 진의 입장에서 초나 위, 한을 압박하는 정책은 절대 아니다.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는 진의 위치가 될 수는 없다. 아무리 많이 쳐줘야 조, 위, 한이다. 내 포지션과 상대방의 포지션을 제대로 파악하고 관계를 맺는 것 이것이 외교의 기본이고, 우리나라 정부에게 가장 절실한 덕목이다. 갈지자 횡보는 염상섭만으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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