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이야기 2 - 민주주의의 빛과 그림자 그리스인 이야기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 / 살림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민주주의의 가장 위험한 점은 잘못하면 포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에 대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황금기를 구가했던 아테네가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이에 대한 실례라고 할 수 있겠다. 분명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대중들을 이끌어 가야 하는 것이 위정자들의 행위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하게 되었을때, 대중적인 인기를 너무 의식하게 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잘 보옂여준다고 하겠다.


  페리클레스 사후 아무런 능력도 없으면서 대중의 인기에 영햡하기 위하여 지도자에게 딴지를 걸던 클레온, 능력은 있으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대중을 선동했던 알키비아데스 모두 결은 다르지만 포퓰리즘 정치인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 대한 내용이야 다른 사람들이 잘 요약을 했을테니 제쳐 두고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을 적어보려고 한다.


  나라가 온통 혼란스럽다. 곳곳에서 못살겠다는 말을 한다. 경제가 어렵다는 말이 없었던 적이 있었는가? 아마도 인류가 이 땅에 생기고 교환을 한 이후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이것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들어 더 시끄러운 이유가 무엇인가? 뚜렷한 목표 의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국가의 정책에 대한 청사진도 불분명하고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다. 얼마전 있었던 5.18에 대한 망언이라든지, 남자 3호 김준교의 발언이라든지를 보면서 이에 대한 내 생각이 더욱 굳어진다. 그들은 뚜렷한 정책 없이 그저 떠들어 댈 뿐이다. 청년이 살기 어렵다. 누가 모르는가? 그렇지만 그에 대한 답이 없다. 보수의 가치를 지키겠다고 하는데 정책은 실종도되었다. 그저 문재인 대통통령 안티들을 모아놓은 당에서 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그들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한다. 통일을 외치던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미국은 우리의 우방이라고 하면서 통일을 반대하는 것을 보면서 이들이 생각이 있는가 싶다.


  그저 누군가의 지지와 인기만 있으면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생명 연장의 꿈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들이 이를 모를리가 없다. 그래도 정치인이라면, 이 바닥에서 굴렀던 사람이라면 이에 대한 생각이 없을리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러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그들이 그렇게 함으로 얻게 되는 분명한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득이 무엇이겠는가? 지지와 인기가 아니겠는가? 과연 이들에게 권력을 쥐어주어야 하는가?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한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아무리 대단한 정치 체제라고 해도 완성도가 높은 정치 체제라고 해도 완전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이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어 하는 사이에 정말 그지 같은 사람들이 나를 지배하고 있는 서글프고 아찔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제2의 클레온 제3의 클레온이 등장할 것이고, 알키비아데스같이 무모한 사람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중우 정치와 민주 주의는 정말 한끗차이다. 어떤 사람에게 권력을 맡길 것이가 조금 더 고민하게 되고, 투표도 조금더 신중하게 된다. 황금기는 아니지만 우리 나라는 지금 매우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 길에서 어떤 선택을 택할지는 우리의 몫이고, 그로 인한 결과를 감당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이를 기억하고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혀현명하나 선택을 해야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스인 이야기 1 - 민주주의가 태동하는 순간의 산고 그리스인 이야기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 / 살림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리스인 이야기는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작은 고대의 그리스를 있게 만든 1차 페르시아 전쟁과 2차 페르시아 전쟁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우리는 그리스에 대해서 민주주의, 델로스 동맹, 펠레폰네소스 동맬 정도만 알고 있다. 그들이 페르시아의 침략을 막아낸 것에만 집중하지 이러한 일이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음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가운데 초반부에 속해 있는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부제를 떠 올리게 만드는 책이다. 우리가 역사 책으로 배워 왔던 고대 그리스의 정치 체제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자신들의 정치 체제를 가장 먼저 이루어낸 스파르타가 아니라 비교적 후발주자인 아테네가 그리스의 패권국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나타난 것일까? 창업자의 선견지명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흔히 창업자란 가장 먼저 시작한 사람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렇지만 창업이라는 것은 일을 시작하는 사람 정도로만 생각하지만 그 일이나 시스템을 시대에 맞게 개조하는 것도 창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개조가 거의 개혁 수준의 변화라면 이 또한 창업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바뀌지 않는 스파르타와 시대에 맞춰서 새로운 창업자들이 나타나서 국가 체제를 거의 개혁에 준하는 수준으로 바꾸는 것의 유무가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차이를 만들었다.


  솔론, 페이시스트라토스, 클레이스테네스, 테미스토클레스를 거치는 시대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는 1권은 이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각 사람들이 창업자라고 불려도 무방한 사람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선견지명을 가지고 공동체를 마땅히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이끌어간 아테네는 그런 점에서 본다면 축복받은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그들이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준 전임자들의 시스템 개조의 덕이다. 법을 종교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창업자의 유훈을 절대적인 가치로 만들어 버린 스파르타가 시대의 흐름에 뒤쳐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고대 아테네의 정치체제에 대한 여러가지 의견들이 있겠기에 나는 여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느냐 부재하느냐에 대해서 말하면서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싶을 뿐이다. 한때 이건희 회장이 주장했던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는 말이 있었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는 강박관념이 우리 사회를 사로잡았다. 그런데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했다. 삼성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어고, 한국 사회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말은 변화를 외치지지만 그 변화를 이끌어 내고 정착시킬 수 있는 시스템은 부재했기에 강박관념에 사로잡혔지만 바뀐 것은 없다. 바뀐 것이라곤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열가지 편법이다. 말은 아테네를 지향하지만 행동은 스파르타를 지향했던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그러니 변화가 있을리가 없다.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일들만 수도없이 발생했을 뿐이다.


  이 사회가 정말로 변화하고 싶다면,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자신을 적용시키고 싶다면 변화를 위해 애쓰는 이들을 격리시키고 추방하는 습성부터 버려야 할 것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창업은 변화라는 아이러니한 말이 이 시대의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말이다. 얼마나 우리 사회가 변화를 향해 나갈지, 그리고 그 변화를 시스템으로 만들어낼 지 두고 봐야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명과 바다 - 바다에서 만들어진 근대
주경철 지음 / 산처럼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히 쐐기를 박는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쐐기는 나무 못을 의미한다. 나무와 나무를 연결할 때 못이 아니라 나무를 가지고 못을 만들어 박는다. 그러면 나무가 물에 불어도 나무 못이 같이 불기 때문에 풀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쐐기는 바위를 쪼갤 때도 사용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만들 때 돌을 깨기 위해서 쐐기를 박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일정한 간격으로 바위에 구멍을 뚫고 여기에 쐐기를 박는다. 그리고 물을 뿌려 주면 나무가 물에 불면서 바위를 쪼갰다고 한다. 특별히 중국이나 우리나라처럼 계절의 변화가 있는 곳에서는 이러한 방법이 더 유용하게 사용되었다고 한다. 겨울이 되면서 쐐기가 물에 부는 것은 물론 단단하게 얼면서 팽창하기 때문이다. 아무런 힘도 없고 연약한 나무가 단단한 바위를 깨는 것은 경이롭기까지 하고, 이러한 방법을 고안한 고대 인류들의 지혜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문명과 바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떠올린 것이 바로 이 쐐기이다. 우리는 대항해 시대라는 것을 상당히 낭만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개인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코에이의 대항해 시대라는 게임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대항해 시대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이 시기에 대한 낭만과 동경이 크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 시기의 문명의 전파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천지가 개벽하는 역사의 변동이 일어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대항해 시대가 전 지구적인 문명의 변화에 쐐기와 같은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유럽에 의한 아메리카의 지배라는 것도 영토적인 개념보다는 항로의 개척, 혹은 거점을 중심으로 한 지배일 뿐이지 영토의 확장이라는 의미에서 식민지배는 근대에 발생했다는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렇다고 대항해 시대의 영향에 대해서 과소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대항해 시대가 가지는 중요한 의미가 무엇인가? 견고한 문명의 벽에 쐐기를 박아 균열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바다라는 문명의 벽을 건너서 다른 문명에 유렵의 문명이라는 쐐기를 박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세계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변화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항해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그리고 인류의 모험심으로 인하여, 또한 무엇보다도 금전적인 동력으로 인하여 시작된 움직임은 당시 강고하던 세계 질서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이러한 점에 대해서 다방면에서 다루고 있다. 물론 신문에 연재되었던 내용들을 책으로 모은 것이기 때문에 깊이에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던 내용들에 대해서, 그리고 간과했던 내용들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은 의외의 소득이고 즐거움이다. 은이 중국으로 빨려 들어간 이유에 대해서 환차익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매우 신선한 접근이었고, 고고려 인삼과 북아메리카의 인삼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것 또한 소소한 재미를 준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시기에 우리나라가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있다는 것이다. 쇄국 정책 때문이라면 그것대로, 기록을 남기지 않아서라면 그 또한 그것대로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매 한가지다. 


  이 책과 더불어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 페르낭 브로델의 지중해 시리즈이다. 1권을 읽고 아직 2권과 3권을 읽지 않았는데 이 책과 더불어 읽는다면 왜 그렇게 유럽에서 신대륙을 찾기에 목을 매었는지를 더 입체적으로 알게 된다. 여튼 저자는 개인적으로 판단하자면 바다덕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과 한 시대를 살면서 그의 책을 지속적으로 접하는 것은 꽤나 유쾌한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읽는 터키사 처음 읽는 세계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터키하면 생각 나는 것은? 

  터번, 콧수염, 이스탄불, 2002 월드컵 3위, 갈라타사라이, 그리고 이을용? 맞다. 6.25참전국. 칸카르데시, 코레가지. 이 중에서도 절반 이상은 최근에야 알게 된 것들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터키는 유럽에 속한 팀으로, 아시아에 속한 사우디 아라비아나 이란, 이라크보다 더 먼 나라이다. 알고 있는 것도 거의 없고, 터키를 형제국가라고 부를 때 왜 그렇게 부르는지도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셀주크 투르크, 오스만 투르크, 메메드2세, 콘스탄티노플 함락, 슐레이만 대제같은 민족, 인물,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서도 이것들이 전부 터키 역사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으니 더 이상 말해 무엇하겠는가? 

  국사도 선택으로 가르치는 마당이니 세계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드물고, 세계사라고해도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세계사에서 번두리 역사로 취급받는 터키사에 대한 입문 소개서가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간혹 터키사를 소개한다고 해도 딱딱한 학술 서적이나, 이슬람 역사처럼 중동과 이집트, 그리고 터키를 뭉뚱그려 한꺼번에 다루고 있는 책들이 대부분이니 터키사라는 말자체가 낯선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던 차에 나온 처음 읽는 터키사는 내 시선에 포착되기 딱 좋았다.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다른 책들을 주문하면서 같이 끼워서 주문했다. 이미 주문한 로마제국 쇠망사와 갈리아 전쟁기, 내전기와 함께 읽으며 로마의 세계에 흠뻑 빠지리라 작정을 했다. 시간상으로는 가장 나중에 읽어야 하는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은 것은 순전히 쉽기 때문이다. "처음 읽는"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정말 쉽게 풀어 쓴 책이다. 혹 세계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특히 터키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터키사에 입문하기 전에 애피타이저로 읽어보기를 권한다. 중고등학생들이 읽어도 무방하고, 초등학교 5~6학년이 읽어도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15000원의 가격으로 출판된 책이지만 일반 교양 도서라는 느낌보다는 교과서같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각 단원을 편성하고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터키사를 풀고 있다. 그렇지만 1400여년이라는 긴 시간을 채 300페이지가 안되는(후주와 연표를 제외하고 순수한 내용만을 계산했을 때) 적은 분량에 그것도 그림까지 곁들여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주마간산식이 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이 때문에 조금 자세한 교과서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책의 가치는 철저하게 "처음 읽는"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이것을 기억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쌍화점에 나오는 회회상인들이 터키계 사람이라는 것도, 돌궐이 사실을 투르크라는 그들의 이름을 얕잡아 본 중국식 명칭이라는 것도, 애거서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도 실은 터키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위에서도 밝혔듯이 주어진 분량에 비해 너무 긴 세월을 다루기 때문에 설명이 간략하다는 점(물론 교과서에 비하면 엄청나게 자세한 것이겠지만)과 터키사를 너무 미화했다는 점이다. 첫번째 예는 십자군의 예루살렘 정복과 살라딘의 예루살렘 회복이다. 단 몇줄로 표시되어 있지만 예루살렘 정복은 1차 십자군 원정의 결과이고 살라딘의 예루살렘 회복은 3차 십자군 전쟁의 결과이다. 시간상으로 100년의 차이가 나는데 이것을 단 몇줄로 표시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는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장구한 시간을 300페이지에 담으려 하다 보니 발생한 문제이나 연표를 더 자세하게 기록해 주었다면 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서구 중심의 세계사관에서 벗어나 터키를 중심으로 쓰다 보니 그들이 벌인 정복 전쟁의 잔인함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십자군이 터키군에 대하여 한 것만큼 터키군도 십자군에 대하여, 그리고 유럽인에 대하여 잔인한 행동을 취했다. 터키에 대항하던 성요한 기사단의 모토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였음을 기억한다면 터키 또한 호락호락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넓은 포용력을 보였다고 말하지만 이교도에 대하여 특별 인두세를 물렸다는 사실은 포용력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석연치 않다. 예니체리 군단 또한 마찬가지다. 예니체리 군단이라는 것 자체가 기독교도 소년들을 부모로부터 강제로 떼어내어 개종시킨 것임을 기억한다면 터키사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이 없기 때문에 자칫 오해할 소지가 있음이 이 책을 보면서 느기는 또 다른 아쉬움이다. 

  어찌 되었던 읽기는 재미있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혹은 화장실에서, 혹은 짬짬이 시간을 내서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에, 딱 그 정도의 분량이다.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꼭 한번 읽어 볼 것을 권한다.  

 ps. 43페이지 바울에 관한 설명 중 "십자가형을 받고 순교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실수이다. 교회사에 의하면(그래봐야 전설이겠지만) 바울은 로마 시민권을 가졌기 때문에 십자가형이 아니라 목이 잘리는 단두형을 받았다. 십자가 형을 받은 것은 또 다른 사도인 베드로라는 것이 교회 전통에 따른 설명이다. 아마도 바울과 베드로를 혼동하여 생긴 실수인 것 같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19-01-05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aint236님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saint236 2019-01-12 18:58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도 잘지내시죠?

ㅇㅇ 2019-01-23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십자군 전쟁이 잘 소개가 안된 이유는 살라딘은 당시 오스만제국의 지방 군벌이었고, 딱히 중요한 정계인사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십자군전쟁은 오스만제국 입장에서는 지방군벌이 중앙정계에 진출하기위해서 서양 침략자와 별 중요하지 않은 지역을 두고 싸우는 것으로 판단했죠. 호들갑떨고 성전이다 하면서 유럽만 난리친거죠.
 
처음 읽는 인도사 처음 읽는 세계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도하면 떠오르는 대로 10가지만 대답해 보자.

 

   1. 마힌드라 - 쌍용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꽤나 친숙한 이름이다. 나도 쌍용에 관심이

                      꽤나 있기 때문에 인도라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랐다.

 

  2. 카스트제도 -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로 분류되는 카스트 제도는

                        인도할 때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항목이다.

 

  3. 신도버린 사람들 - 아웃 오브 카스트! 달리트에 관한 책으로 저자 또한 달리트이다.

 

  4. 발리우드 - 할리우드에 비견되어 성장한 인도의 영화를 지칭하는 말이다.

 

  5. 힌두교 - 인도의 대표적인 종교이다.

 

  6. 소 - 인도사람들이 소를 숭배하고,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은 꽤 유명한 이야기이다.

 

  7. 마하트마 간디 - 인도에 관해서 이 사람을 빼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8. 갠지스강 - 인도인들이 신성시하는 강!

 

  9. 굽타 왕조 - 인도의 고대 왕국 중에 가장 유명한 왕조이다. 마우리아 왕조로 불리우며,

                      왕조의 창건자 찬드라 굽타의 이름을 따서 굽타 왕조라고 부르기도 한다.

 

  10. 깊은강  - 일본 작가 엔토 슈사쿠의 책! 이 책을 통해서 인도를 처음 저밯게 되었는데

                    결론은 깜깜하다는 것이다.

 

  인도에 대해서 생각나는 것들을 10가지 뽑아 보았다. 간단하게 설명을 달았는데 어느 것은 알면서 간단한 설명을 단 것도 있지만 어느 것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 이상 설명을 할 수 없어서 저 정도만 기록해 놓은 것도 있다. 한번 종이를 펴 놓고 시도해 보길 바란다. 당신은 도대체 인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당신이 기록한 인도에 관한 10가지는 무엇인가? 아마도 저기에 BRICS가 들어가지 않겠는가? "깊은 강"을 떠 올리는 사람은 거의 드물 것이며, 세계사를 착실하게 배운 사람은 아마도 세포이 항쟁이나, 영국의 식민지 정도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현재의 인도에 대해서 많은 부분들이 생각이 날지도 모르겠다. 중국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2위의 인구 대국, 세계에서 수위로 꼽는 IT 강국, 파키스탄과의 신경전 같은 것들 말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보라면 말문이 막힌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 일본에 대해서는 청산유수로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인도에 대해서만큼은 이렇다고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분명 아시아에 속해 있는 나라이고, 한국의 쌍용차를 인수할 정도로 가까이 들어와 있는 나라인데 정작 우리는 그 가까이 들어와 있는 인도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인도를 흔히 신화의 나라, 신비한 나라라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겠는가?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록 잘 알지 못하니 여전히 신화로, 신비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설령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저 세계사 시간에 한번 배우고 지나가는 세계의 국가 가운데 하나 정도로만 알고 있지 않은가? 아마 물리적인 거리가 아니라 마음의 거리라면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보다는 인도가 훨씬 더 멀지 않겠는가?

 

  이 책은 이러한 인도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인도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 있다. 처음 읽는 역사 시리즈의 특성상 자세하게 기록할 수 없기 때문에(수준과 양의 한계 때문에) 간략하게 넘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인도에 관한 책 중에 이만한 책을 찾아볼 수 없으니 다행이라고나 할까? 인도를 막 여행하고 온 다음에 이 책을 기록했다고 하니, 책의 내용이 의외로 디테일한 면이 있는 것도, 생생한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한다. 게다가 이 책은 흔히 지나가기 쉬운 근현대사를 꽤나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어떤 운동들이 있었으며, 마하트마 간디 외에 어떤 지도자들이 있었고, 어떤 당들이 어떤 정치적인 이해를 통하여 결합하였는지에 대해서도 적고 있으니 오늘날의 인도를 이해하는데 꽤나 도움이 될 것이다.

 

  중고등학생들, 혹은 인도를 여행해야 하는데 시간상 자세하게 공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읽어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혹은 나처럼 자신의 잉력(인력이 아니라 잉력이다. 잉여의 힘!)을 역사에 쏟아붓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음으로 처음 읽는 일본사를 타겟으로 삼아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