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이란의 역사 - 신비한 천일야화의 탄생지 생각하는 힘 : 세계사컬렉션 6
최승아 지음 / 살림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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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비교적 마이너한 나라의 역사에 대해서 알고 싶을 때 무엇을 읽어야 할지 고민이 될 때가 있다. 물론 여기서 마이너하다는 이야기는 그 나라가 발전했느냐 아니냐, 역사가 오래 되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전적으로 한국에 그 역사가 잘 알려져 있는 나라인가 아닌가에 따라 판단한다.

 

  페르시아, 이란은 이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매우 마이너한 나라이다. 아마도 페르시아와 이란이 동일한 지역에 세워졌던 나라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페르시아 하면 그냥 "나는 관대하다" 정도로만 알고 있지 않을까? 그것도 이상한 모습으로만 기억할 것이다. 조금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2차 그리스 전쟁인 페르시아 전쟁과 영화 300의 배경이 되는 테르모필레 전투, 300 2편의 배경이 되는 살라미스 해전 정도로 기억할 것이다. 그렇지만 의외로 페르시아는 우리나라와 오래전 부터 교류가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교류가 원나라를 통한 교류인데, 원나라 시대에 "색목인" 계층이 대체로 서아시아에서 온 사람들로 이 중에 페르시아 민족들이 있었다. 무협지나 환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색목인이라고 등장하는데 이 사람들이 페르시아 쪽 사람이다.

 

  이에 비해 이란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축구로, 그리고 미국에 대항하는 깡패국가로 많이 알려져 있으며,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하여 심심히 않게 등장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호르무즈 해협을 파병을 두고 미국의 요청이다, 아니다 독자 파병이다 등등 말이 많은데 바로 이곳이 이란이다. 참고로 얼마전 국방부에서 소위말하는 뻘짓을 했다. 청해부대의 작전 지역을 표기하면서 "아라비아 페르시아만"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가 "페르시아만의 역사적인 명칭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사실에 대한 상호 존중과 수용이 문명국가 간 관계의 기본"이라는 항의를 받았다. 이 지역의 명칭에 대해서, 이란과 이란에 적대적인 나라들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있다. 한국에서 동해와 일본해라는 명칭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본해라는 표현이 기분이 나쁘다면 당연히 아라비아만이라고 지칭해서는 안된다. 결국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만을 병기하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지만, 이를 통해서도 알게 되는 것이 이 지역 역사에 대해서 많이 무지하다는 것이다.

 

  페르시아와 이란이라는 두 나라의 역사에 대해서(같은 나라이긴 하지만 서로 다른 나라. 우리로 치면 고려와 한국 정도?) 개괄적이나마 역사서가 나왔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긴하다. 그렇지만 개괄서인데다가, 책이 너무 얇다. 그러다 보니 그저 교과서 정도의 수준? 어떻게 보면 교과서보다 내용이 더 성기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싶어서 읽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는 세계사 교과서에 다루고 있는 개괄 수준에 미치니 많이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조만간 이란의 역사에 대해서 조금더 깊이 있게 다루는 책이 출판되기를 기대해 본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청소년에게 입문서로 읽히기에 적당한 수준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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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0-02-14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사실 이란이 페르시아란 사실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죠.이란은 천일야화가 탄생한 지역이지만 요즘은 과격한 이슬람 원리주의 탓에 좀 배척받는 분위기지만 팔레비 왕조시절만 하더라고 한국과 매우 친밀했는데 그래서 한국에는 테헤란로 테헤란에는 서울로가 있을 정도입니다.
뭐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란인들이 최고의 문학작품이라고 스스로 여기고 있는 샤나메나 국내에 번역되었으면 좋겠습니다^3^

saint236 2020-02-17 14:25   좋아요 0 | URL
예 서울에 테헤란로가 있다는 점은 알지만 테헤란에 서울로가 있다는 점은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기는 하네요.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 - 인류 역사상 최초 39가지
새뮤얼 노아 크레이머 지음, 박성식 옮김 / 가람기획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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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메르!

 

  우리에게는 너무나 낯선 문명이다. 그렇지만 의외로 우리와 친숙한 문명이기도 하다. 수메르라는 이름을 잘 모를 뿐이지 우리가 어릴 적 머릿 속에 꾸역꾸역 집어 넣었던 메소포타미아 문명(티그리스-유프라테스 문명)이 수메르 문명을 가리킨다. 수메르라고 이름을 하지만 실제로 수메르라는 국가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여러 도시 국가들의 연합체를 수메르라고 부른다. 고대 그리스에 그리스라는 나라가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수메르 문명은 베일에 가려져 있던 문명이다. 아주 오래전에 존재했었던 문명이고, 주변의 다른 국가들이 수메르에 대해 기록할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멸망과 동시에 잊혀졌던 문명이라고 하겠다. 그러다가 고대 바벨론 문명을 발굴하던 중에 우연히 발견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도 바벨론 유물을 발굴하던 중에 딸려 나온 유물, 바벨론의 아카드 어와 쐐기 문자로 해독할 수 없는 점토판들이 그 안에 섞여서 발견 되면서 의문을 자아내다가 수메르-아카드어 사전 역할을 하던 점토판이 발견되면서 수메르의 존재가 알려 지게 되었다.

 

  이렇게 생소한 수메르 문명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수메르 자체의 문명이라기보다는 기독교와의 관계 때문에 그렇다. 구약 성서에 기록된 사건들과 비슷한 내용들이 수메르 신화에서도 발견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 유명한 것으로 이야기하자면 노아의 홍수와 바벨탑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홍수는 수메르 신화에서, 바벨탑은 앗수르 유적에서 발견되는 지구라트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라고 하지만 말이다.

 

  역사상 잊혀진 문명, 그러나 문자를 남김으로 자기의 존재를 수천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드러내는 것을 보면서 문자와 역사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또한 이렇게 잊혀진 문자를 다시 복원해서 고대의 기록을 해독한다는 것도 왠만한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면서 수메르 역사에 평생을 바친 학자들과 이 책의 저자에게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 곳곳에 떨어져 있는 점토판의 사본을 만들어서 그것들을 하나 하나 이어 붙이면서 문맥을 찾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어렴풋이나마 알기에 이 책이 있게 해준 저자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다만 이 책이 출간된지 오래 되었고, 심지어는 책의 저자도 죽었기 때문에 저자 사후의, 혹은 그가 저작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노쇠한 이후의 연구는 반영되지 않았기에 그 점이 아쉬울 뿐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이다.

 

  그러나 역사가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은 수메르에서부터 모든 역사가 퍼져 나간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역사가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은 수메르 덕후인 저자가 수메르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며, 수메르 문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지 그것을 실제로 믿으면 안된다는 이야기이다. 세계 문명을 뒤져보면 얼마나 비슷한 것들이 많이 있는가? 당장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모티브로 구약에, 그리스 신화에, 그리고 한국의 전래 동화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디테일한 면에서 차이가 나는데 이러한 부분들을 무시하면서 이것은 원래 한 저작물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고, 이것이 오래된 것이니 당연이 여기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꽤나 위험하고 성급한 발상이다.

 

  여튼 저자는 평생을 수메르 연구에 바쳤던 사람답게 수메르빠돌이다. 모든 것을 다 수메르와 연관시킨다. 최초의 교육, 최초의 성서, 최초의 아가서, 최초의 성 조지 신화 등등. 그렇지만 이는 수메르 역사를 재미있게 읽게 하기 위해서 유명한 사건들을 가져다가 여기에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앞 뒤를 바꿔서 이것이 영향을 끼쳐서 이런 것이 탄생되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가끔 저자도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확실이 이 책이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들에 대한 반론들도 요즘은 꽤 많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각설하고 수메르 신화에 대해서 알아본다는 점에서는 정말 의미가 있는 책이다. 수메르어에 정통한 사람답게 수메르 점토판에 기록된 내용들도 기록하고 있고, 고고학자 답게 생략된 부분들은 상상력으로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생략된 그대로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수메르 문명이 가지는 특징과 어떤 모습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윤곽을 알게 되기에 꽤나 유용하다. 다만 재미는 없다. 연구하는 능력과 글을 재미있게 쓰는 능력은 다른데 저자에게 글을 쓰는 능력은 부족한 듯 보인다. 책 뒤표지에 저자는 재미있게 글을 쓰는 어쩌구 저쩌구는 정말 립서비스다. 이 말을 보고 이 책을 재미있게 읽겠다는 생각으로 집어든다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역덕과 신화덕인 나도 정말 초월적인 인내심으로 버텼다. 저자의 문제인지 번역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미는 있지만 재미는 없는 책" 이것이 이 책에 대한 한 줄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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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가방 2020-02-11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볼 책 목록에 있었는데.. 재미는 심히 없었나 보네요. ㅎ

saint236 2020-02-12 11:17   좋아요 0 | URL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GIGA 2022-11-11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저는 무지하게 재미있었어요.

다니엘 2023-07-2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메르어 ˝수˝라도 이해할 능력이 없다면 함부로 자신의 아마추어 덕후수준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무례하다 생각되는군요.

saint236 2023-07-21 13:04   좋아요 0 | URL
무례라...본인이 읽은 느낌 그대로를 적는 것에 대해서 무례라고 말하는 것이 더 무례가 아닐까요? 여긴 제가 책 읽고 제 느낌을 끄적 거리는 곳인데 그것마저 검열받고 그래야 하는 건가요?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사토 겐타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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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보기 전에 먼저 일본 냄새가 나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세계 몇 대"라는 식의 타이틀을 붙이기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의 특성을 잘 알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계 몇 대 불가사의, 건축물 등과 같은 것들을 뽑아 놓은 것이 일본 사람들의 작품임을 알기 때문에 그렇다. 아니나 다를까 제약회사에서 일하던 일본 사람의 저작이다. 책 내용과는 상관없이 세계 몇 대를 꼽기를 즐기는 일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귀엽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에서 꼽고 있는 약들은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너무나 친숙해서, 이것이 이렇게 대단한 것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흔한 것들이다. 일례로 비타민 C를 꼽을 수 있다. 비타민 C야 요즘 너무 흔한 약들이고, 집에 한 두 종류씩은 두고 챙겨 먹는 것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비타민 C가 세계사를 바꾸었다니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비타민 C가 개발된 역사적인 맥락을 살펴본다면 충분히 세계사를 바꾸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비타민 C가 없었다면 대항해 시대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만약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그로 인한 피해는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갈만큼 대단히 충격적일 것이다.


  비타민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가 어린 시절의 경험이 떠올랐다. 한참 대항해 시대를 즑즐기던 학창시절 오랜 항해를 하면 꼭 발생하는 이벤트가 있었다. 괴혈병이다. 세계 지도를 완성하겠다는 일념으로 배에 식량을 꽉꽉 채우고 지도 위를 달리다 보면 30~40일쯤 지났을 때 괴혈병이 꼭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 라임열매라는 아이템을 아이템 상점에서 넉넉히 사두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왜 그래야 하는 지 몰랐다. 그냥 괴혈병은 라임열매로 치료하나보다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다가 이것이 비타민 C 때문에 발생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라임열매가 비타민 C를 제공해 준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깜짝 놀랐던지. 게다가 괴혋혈병 치유를 위해 사용된 음식이 코울슬로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경이로움이란...


  이 책에는 인류가 부딪히는 여러가지 질병을 막기 위해서 발명된 약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에이즈 치료제와 같이 완전히 발명되지 않은 약들도 기록되어 있지만 저자는 새로운 질병이라는 위기 앞에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진 약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이야기하면서 그 약들을 개발한 사람들의 에에피소드와 노력을 소개한다. 그래서 흔하지만 위대한 약, 세계사를 바꾼 약이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비타민, 키니네, 몰핀, 아스피린 등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그 영향만큼은 무시할 수 없는 약들을 열거하면서 우리에게 머지 않은 시간 속에서 인류는 다시 한번 새로운 약이라는 방패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이 변종 바이러스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의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기에 독서의 재미는 물론 약간의 위안을 얻는 것이 이 책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유익이다.


  이 책이 가지는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하자면 읽기가 쉽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시간을 내 독서에 열중하기 부담이 되는 사람이라면 머리 맡에 두고 하루에 한편씩 읽으면 열흘 정도에 책을 다 읽을 수 있다. 내용 자체도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독성도 좋다. 다만 그러다 보니 깊이가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또한 중간 중간에 제시하는 약들의 화학 도식은 나처럼 전형적인 문과생에게는 생소한 것이고,불필요한 것이다. 이 책이 대체로 공대생이 아니라 문과생들에게, 제약과는 상관 없는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굳이 기록하지 않아도 됐을 것 같다. 몰핀 하나를 제외하고는 굳이 기록할 필요를 못느낀다. 


  여튼 머리 맡에 두고 하나하나 읽어가는 정말 독서를 쉼으로 생각하는 사람들게는 꽤나 유용한 책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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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9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20-02-17 14:24   좋아요 0 | URL
예 재미는 확실히 있습니다.
 
백년전쟁 1337~1453 - 중세의 역사를 바꾼 영국-프랑스 간의 백년전쟁 이야기
데즈먼드 수어드 지음, 최파일 옮김 / 미지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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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 보며

유관순 누나를 생각합니다.

옥 속에 갇혔어도 만세 부르다

푸른 하늘 그리며 숨이 졌대요.


국민학교 시절에 한번쯤은 불렀을 노래다. 언젠가 TV 광고를 보다가 "에이 오바다"라고 했던 적이 있다. 아마도 교과서에 대한 공익 광고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난 당신을 모릅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유관순 사진이 나왔던 적이 있다. 아무리 국정 교과서를 밀어 붙이려고 해도 저건 오바라고 생각했다. 유관순을 모를 리가 있나? 맞다. 아무리 역사에 관심이 없어도 유관순 누나를 모를리는 없다. 위의 노래와 함께 우리의 머리 속에 각인된 유관순 누나를 모를 수는 없다. 당연하다. 어린 시절 내 머릿 속에 독립 운동하면 김구보다 유관순이 먼저 떠올랐고, 반공하면 이승복이 떠올랐다. 병천 아우내 장터와 서대문 형무소는 우리에게 유관순을 잊을 수 없는 존재로 각인시켜 놓았다. 


그런데 요즘들어 유관순이 논란이 되었다. 유관순의 훈장 서훈의 등급을 높였다는 것인데, 그 논란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가 된다. 아무리 유관순이 대단하다고 해도 신흥 무관학교를 세우기 위하여 사재를 턴 이회영이나, 김구, 약산 김원봉과 같은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거기에다가 당시 독립운동을 한 여인이 과연 유관순만 있었겠는가? 그런데 유관순이 이렇게 유명해 진 이유에는 김활란과 모윤숙이 있다. 자신들의 친일을 가리기 위하여 이화 출신의 유관순을 발굴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유관순과 비슷하게 애국의 아이콘으로 발굴된 사람이 있다. 잔 다르크이다.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 전쟁 시 프랑스에게 애국과 승리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사람이 잔 다르크이다. 그녀가 아무리 전략을 짜봐야 얼마나 대단했겠는가? 그저 기울어 가는 프랑스를 일으키는데 소비되고 버려진 아이콘일 뿐이다. 잔 다르크의 비참한 말로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들의 실책과 부족함을 커버하기 위하여 발굴되었고, 그리고 쓸모가 없어지자 용도 폐기 된 것이 잔 다르크가 아니겠는가? 백년 전쟁에서 프랑스가 승기를 잡아가는 시기와 잔 다르크의 출현, 그리고 그가 받은 신탁은 그녀로 하여금 프랑스 국민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물론 마스코트로 그녀가 발굴된 것을 가지고 그녀가 가지는 의미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녀가 모든 것을 뒤짚을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인물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유관순의 위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태생부터 친일이었던 정권, 그리고 자신의 친일 행각을 가리기 위한 사회회 지도층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유관순은 독립 운동의 마스코트가 되었고, 점점 잊혀져 갔다. 그러다가 국정 교과서를 밀어 붙이기 위해 다시 소환 당한 것이며, 이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정권을 깎아 내리기 위하여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그녀의 서훈을 높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지만 그녀의 서훈을 높이는 것은 그녀보다 더 치열한 독립 운동을 했던 이들의 서훈을 높이는 것과 그들의 공적을 재평가하는 것과 함께 가야 한다. 그저 여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어린 소녀였다는 이유로 그녀만 원 포인트로 찍어서 서훈을 높이는 것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백년 전쟁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영국과 프랑스가 왜 그렇게 앙숙이었는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 이에 대한 내용이야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봐도 알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적지 않는다. 물론 읽은지 오래 되어서 그것을 다시 떠 올리는 것이 쉽지 않은 닷도 있다. 리뷰를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도 게으른 탓에 지나왔던 것도 한 몫할 것이다. 그러다가 유관순 논란을 보고 비슷한 잔 다르크를 떠올리게 되었다. 


유관순이 잔 다르크처럼 소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두서 없이 끄적여 본다. 3.1운동 100년을 맞이하였지만 여전히 친일 청산이 되지 않은 우리의 현실을 보면서 모 의원을 나베라고 부르는 것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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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이야기 3 - 동서융합의 세계제국을 향한 웅비 그리스인 이야기 3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 / 살림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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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영원히 살 수 없다. 아무리 대단한 것을 이룬 사람이라고 해도 반드시 종말은 찾아온다. 죽음은 모든 것들을 삼키는 가장 강력한 존재이다. 그런데 이러한 죽음마저도 굴복시키지 못할 것이 있으니 후계자를 세워 그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다.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복왕으로 칭송받는 알렉산드로스!


  물론 악렉산드로스보다 더 대단한 정복자들이 있다. 칭기스칸이 정복한 영토는 알렉산드로스가 정복한 곳보다 더 넓은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렉산드로스를 가장 위대한 정복자로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그가 서양 문화의 태동지인 그리스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마케도니아를 그리스라고 보는 것도 우습지만 여튼 그가 속한 곳이 서양인 것은 분명하니 그가 서양 학자들에 의해서 위대한 정복자라고 인정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위대한 정복자로 인정을 받는 것은 그가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 그 일을 이루었고,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갑작스럽게 퇴장했기 때문이 아닐까? 즉 후계자를 남기지 못하고 혼자서 대단한 일을 이루고 퇴장했으니 더 위대해 보이는 일종의 착시 효과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착시 효과라는 말을 사용한다고 해서 그의 업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가 죽은 후에 그의 나라는 언제 그랬던 적이 있었냐는 듯이 갈갈이 쪼개지고 갈라져서 쇠퇴하다가 로마에 의해서 멸망을 맞게 된다. 그의 삶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그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위대한 사람이다, 동서양의 문명을 융화시키려던 선각자였다 말을 한다. 나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그렇게 대단한 업적을 이룬 선각자로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가 한 일이 대단하기를 하지만 그는 마지막 방점을 제대로 찍지 못한 안타까운 사람으로 말하고 싶다. 마지막 방점이 무엇인가? 후계자 선정이다. 그가 아무리 대단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이루어갈 후계자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생각은 역사상 해프닝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물론 그가 아직 죽음을 생각하지 못하는 젊은이였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는 변명은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계자를 세우지 못한 것으로 인하여 그의 생각과 야망이 사라져 버렸음은 부인할 수 없다.


  3권을 읽으면서 알렉산드로스에 대한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자 문득 그가 생각났다. 제 2인자를 세우지 않았던 아버지와 딸 말이다. 자신의 권력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후계자를 세우지 않고 견제하다가 결국은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지 않았던가? 물론 이러한 그들의 대처가 우리에게는 다행이지만 말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것도, 나라를 이끌어 가는 것도, 하다 못해 작은 조직을 이끌어 가는 것도 가장 중요한 것은 후계자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일을 이룬 창업자들이라도 후계자 문제로 인하여 가지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았는가? 멀리 중국에는 유표와 원소가 있었고, 가까이 한국에는 정주영이 있지 않은가? 그 대단하던 현대가 후계자 문제로 소위 말하는 왕자의 난을 겪고 그렇게 쇠퇴하여 아직도 뻘짓을 하고 있지 않은가?


  진보정치 20년을 말한다. 나라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진보 진영에서 20년을 집권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수 진영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을 이야기하면서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과거에 주장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뭐하나? 후계자 하나 제대로 못세워서 자유한국당은 황교안이 1위로 당대표가 되지 않았던가? 입당한지 4달도 안되어서 당대표가 되는 우스운 정당이 되어버리지 않았는가? 진보 진영도 마찬가지다. 지금 진보 진영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은 반사 이익을 얻는 것이지 준비를 시키고, 혹은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은 아니다. 


  최고의 전략은 후계자를 세우는 것일텐데 북한만도 못한 현실을 보면서 씁쓸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최소한 김정은은 김정일의 노선을 제대로 파악하고 수정할 것과 계승할 것을 분명히하면서 트럼프와 밀당을 하고 있는데 그들을 깔보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글로벌 호구처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시오노 나나미 여사가 마지막 책을 알렉산드로스로 했다는 것이다. 그는 누군가를 후계자로 세웠다는 판단 때문일까, 아니면 로마인 이야기와 같이 황제라는 걸출한 인물을 선망하는 일본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여튼 시오노 나나미 여사가 그동안 수고가 많았음은 우리가 인정하고 감사해야할 것이다.


  *알렉산드로수 사후의 이야기가 너무 간략하다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역사적인 사건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지점들이 있다. 읽은지 오래 되어서 분명하게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혹은 웃으면서, 혹은 과거에 읽었던 책과 비교하면서 읽었던 부분이 있었음은 분명하다. "알렉산드로스 제국의 눈물"이라는 책과 비교해서 읽으면 더 자세하게 이 시대를 알 수 있을 것이다.(http://blog.aladin.co.kr/759552125/8233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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