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가는 연습 - 경제빙하기의 새로운 생존 패러다임
유영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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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변방에 말을 잘 기르는 노인이 한 명있다. 이 노인에게는 애마가 한 마리 있는데 이 말이 어느날 집을 나갔다. 마을 사람들의 위로에 노인은 대수롭지 않게 그런 날도 있지요라고 응수했다. 얼마후 집을 나갔던 말은 다른 말들을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축하해주러 온 사람들에게 이번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노인의 아들이 이 말을 타가다 떨어져 다리를 저는 불구가 되었다. 위로해 주러 온 사람들에게 노인은 역시 그런 날도 있지요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쯤 되니 마을 사람들도 노인이 감정도 없는 사람이라고 욕을 하기 시작했지만 노인은 이에 대하여 일절의 대꾸도 없었다. 머지않아 그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고 많은 젊은이들이 전쟁터에 끌려갔지만 노인의 아들은 다리 때문에 끌려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길흉화복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우리의 삶을 가리켜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경제 빙하기의 새로운 생존 패러다임"이라는 부제를 읽으면서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떠올리게 되었다. 아시아의 떠오르는 4대용으로 불리던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이젠 IMF라는 위기를 겪었으며, 지금은 IMF보다 더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매년 7%이상식 오르던 고성장의 희망은 사라져 버리고 3%의 성장률을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아니 물가 상승률까지 반영한다면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인가? 한나당과 보수층의 말처럼 지난 10년 동안 좌파 정권이 성장동력을 다깎아 버렸기 때문인가? 아니면 진보층의 말처럼 정권과 기업의 지저분한 결탁때문에 경제정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부가 편중되에 분배되고 있기 때문인가? 일견 모두 옳은 말 같지만 이 책에서 오늘 우리가 경제 빙하기를 맞이한 이유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 특히 내려가야 하는 경제 빙하기를 고성장 시기에 미리 준비하지 못한데에서 오는 오만함의 결과라고 말한다. 상당부분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한국은 승자독식이라는 말이 정말 잘 지켜지는 나라이다. 이긴 사람이 다 갖는다. 점수는 무조건 100점을 맞아야 한다. 무조건 1등급을 해야하고, 1등을 해야한다. 엄친아가 되기 위해 기를 쓰는 대한민국을 어떤 사람은 개미지옥으로 표현했었다.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은 모두 죽는 개미지옥이 한국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그 사람의 말에 십분 동의한다. 우리는 정말 높은 곳을 바라보면서 올라가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러다 겅쟁에서 빌려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채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다. 올라가든지, 사라져버리든지 우리에게는 둘 사이의 선택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올라가면 끝이라 생각하고 어떻게해서든 올라가려 애쓰는데 올라가면 올라간만큼 내려와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주문한다. 등산을 해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올라가는 것이 끝이 아니라 올라간 만큼 내려와야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내려오는 길이 더 힘들고 위험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책이 내려가는 연습으로 책의 제목을 삼은 것은 경제위기나, 인생의 위기도 등산과 마찬가지로 올라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오게 되어 있음을, 즉 인간만새 새옹지마임을 기억하고 미리 준비하라는 의미이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들이 흔히 그렇듯이 성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는 자기 계발서들을 잘 읽지 않는다. 긍정의 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같은 자기 계발서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을 돈주고 사봐야 하는가라는 우습지도 않은 자존심때문이여, 이렇게만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황당무계함 때문이다. 이 책ㄷ 비슷하겠거니 생각해서 읽지 않으려 했지만 순전히 책 제목 때문에 읽게 되었다. 기독교 서적 가운데 내려놓음이라는 책이 있는데 혹시 비슷한 내용이 아닐까라는 생각때문이다. 책을 한장씩 넘겨가면서 재미읽게 있었고 곳곳에는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었다.  

  이 책은 성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책은 철저하게 생존을 이야기한다. 살아남아야 성공을 굼꿀 수 있는 것이라 말한다. 그래서일까 손해를 보더라도 철저하게 생존하는 것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로스 컷을 미련한 행동이 아니라 과감한 용기라고 표현한다. 저자는 철저하게 내려가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올라가기만 생각하는데 올라간다는 것은 곧 내려옴을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내려오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밀려나면 내려옴이 아니라 추락이다. 자신의 의지로 내려와야 착륙이다. 한발 앞으로 내딛기 위하여 잔뜩 몸을 움츠리라고 주문한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각광을 받는 곳에는 가지도 말라고 한다. 곧 거품이 터질 것이기 때문이란다. 사랑이 남아 있다면 모든 것을 다 잃어도 좋다. 결코 실패한 것이 아니니 다시 일어서도록 노력하라. 이런 주장들은 너무 당연해 보인다. 돈을 주고 이런 책을 사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돈을 주고 이런 책을 사보는 이유는 이렇게 당연한 말들을 도무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취업을 앞두었거나 미래에 대해 계획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내려가는 연습을 해라. 내려가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듯이 그냥 밀려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 획득하는 것이다. 우아하게 내려가는 연습을 해라.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은 생존과 재기, 그리고 성공이 철저하게 개인에 의해서 좌우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자기 계발서가 지닌 한계이겠지만 이미 대한민국은 저하나 잘났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인맥과 가진 자본에 의하여 이미 저만치 앞서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는 곳이다. 자기 계발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서 베스트셀러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것이 자기계발서라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오랜만에 괜찮은 자기 계발서를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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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집쟁이들
박종인 글.사진 / 나무생각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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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인터넷으로 재미있는 뉴스를 보았다. 정확한 내용은 생각이 안나는데 네덜란드인가 노르웨이에서 고등학생들이 단체로 쉬위를 벌였단다. 시위의 주된 내용은 1050교육 정책이었다. 학생들은 하루에 8시간씩 1년에 1050시간을 의무적으로 학교에서 보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조화인지 모르겟다. 한국에서는 이미 1년에 3000시간이 넘는 긴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있으며 그것만으로도 부족해서 학원에서 밤 늦도록 공부에 시달리는 우리 나라 학생들의 모습에 비하면 천국에 살고 있는 이들이 투정 부리는 것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도 고등학생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 학생들이 겪고 있는 그 일들이 전혀 이상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다만 아쉽다면 교약이 아니라 대학 입시를 위한 지식에 너무 편중되어 있다는 것 정도일까? 이니 나에게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 귀에 못박히도록 들어 온 이야기는 공부잘 하라는 것이다.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납이 되었다. 공부만 잘하면 약간은 품행이 불량해도 이해가 되었다. 공부 잘하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면 돈 많이 벌고, 돈 많이 벌면 행복하다는 것이 우리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다. 좋은 대학에 가야, 소위 말하는 SKY에 가야 내 인생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SKY를주문처럼 외우고 살았다. 나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랬으며 오늘에도 여전히 그러하다.

  이렇게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부자라는 것에 올인하는 대한민국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딴 나라 이야기이다. 동생 집에서 한국의 고집쟁이들이라는 범상치 않은 제목을 보고 책을 집어 왔다. 집어 온 책을 앉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몇 시간만에 다 읽었다. 짧은 기사들을 모아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용이 짧다고 해서 감동이 짧은 것은 아니다. 어느 사연은 마음 한구석에 뭉클한 감동을 주고, 어떤 사연은 눈물 짓게 만든다. 어느 사연을 읽으면 웃음이 나오고 어떤 사연은 내 마음을 숭고하게 만든다. 자세를 고쳐잡기를 몇번이던가? 도를 닦는 마음으로 접했던 책을 아쉬운 마음으로, 그러나 만족하면서 내려 놓는다.

  세상이 어두운 곳을 밝히는 불시 한 자락으로 고집스레 살다간 사람들, 스스로 천직을 선택해서 전통 복원과 유지에 힘을 쏟는 사람들, 세상이 뭐라고 해도 자신의 신념을 따라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면서 전진하는 사람들, 이들의 이야기는 고집스럽지만 숭고한 이야기다. 그들의 삶에서는 인간 냄새가 솔솔난다. 사람 사는 이야기인데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는 것이 무에 대수라 생각하겠지만 요즘 사람 사는 곳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돈냄새, 쓰레기 냄새, 이기적인 냄새가 가득하다. 그렇기 때문에 욕심인 줄 할면서도 나는 이 책에 눈毒을 들인다. 그것이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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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트렌드 - 세상의 룰을 바꾸는 특별한 1%의 법칙
마크 펜, 킨니 잘레스니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해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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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는 지금 다양성으로 나아가고 있다. Mega-trend는 이미 지나가고 세상은 Microtrends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다수를 위하여 소수가 희생해야 한다는 말이 당연하게 들렸다면 이제는 다수를 위하여 소수가 희생하면 안되는 시기가 되었다. 각자의 생각과 이익에 맞추어 갈갈이 쪼개어지는 것이 전세계적인 추세이다. 메가 트렌드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 이 시대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메가 트렌드라면 "이 시대는 마이크로 트렌드"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는 정도일 것이다. 우리 주위에 이런 모습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

  전통적인 가족이 붕괴한다. 예전에 가족이란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일상적인 가정의 모습이었지만 요즘은 아이들이 없는 딩크족을 비롯하여 결혼하고도 여전히 따로사는 LAT족, 동성으로 이루어진 가족 등 무수히 많은 가족의 혀애가 등장한다. 취미도 달라지고, 애국심이라는 것도 퇴색하여 버렸다. 대량 생산의 대명사인 포드 주의는 이미 쇠퇴하여 버렸고 그 뒤를 도요타 주의가 있다. DIY족이 등장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의학계에도 DIY족이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우리가 가지고 있던 많은 생각들이 철저하게 부정되고 소수의 취향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는 혼란한 세대가 되었다. 어찌보면 혼란이라고도 부를 수 있지만 어찌 보면 자유의 확산이라도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분명이 이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75가지의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생소한 이야기들이 아니라 분명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일들인데 저자는 이것들이 대수롭지 않은 것이 아니라 대수로운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을 어떻게 공략하는가에 따라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마이크로 트렌드만 해도 머리가 복잡한데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세상은 마이크로 트렌드를 넘어 나노 트렌드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노 트렌드만으로도 충분히 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멸망시킬 수도 있음을 알카에다를 비롯한 테러 조직을 예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의 시각으로 세상을 읽을 수 없다는 저자의 말에는 공감한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돌아본다. 세계는 마이크로 트렌드로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과연 마이크로 트렌드로 나아가고 있는가? 여전히 색깔론에 머물러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아니던가? 수없이 많은 생각과 정책들이 그 이유와 결과에 의해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좌우라는 색깔론에 입각하여 판단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셰계는마이크로 트렌드로 나아가지만 세계화를 외치는 우리는, 특히 정치권은 색깔론이라는 메가 트렌드에 안주해 버리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경색된 사회에서 어찌 창의력이 나오고 경쟁력이 나온단 말인가?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마이크로 트렌드를 원하는 국민들을 반공이라는 메가 트렌드로 억지로 붙잡아 놓고 있는 형국이 아니던가? 애국, 국방, 반공, 한민족, 경제라는 과거 독재 정권의 메가 트렌드가 여전히 영향력을 드리우고 있는 대한 민국이 세계화로 나아간다는 것은, 그것도 우리의 고유성을 지키면서 나아간다는 것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저자의 생각에 많은 공감을 한다. 그러나 저자의 관심이 정치와 경제에만 가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경영서적의 한계이겠지만 모든 챕터를 마무리지으면서 여기에서 어떻게 지지자를 이글어 내어 권력을 습득할 것이며, 이러한 변화들이 어떻게 시장을 형성할 것인가에 몰두하고 있다. 당장 눈 앞에 잡히는 권력과 돈이라는 실익에 집중한 나머지 책의 격이 떨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 나아가 실용과 경제, 당장 돈이 되는 것에 몰두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단면을 보는 것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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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전사들의 '이기는 기술'
프랭크 맥린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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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의 신 중에 야누스라는 신이 있다. 옆의 그림에 나오는 신이 바로 야누스인데 야누스는 두 얼굴을 가진 신으로 유명하다. 1월을 January라고 부르는데 이는 바로 Janus라는 신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1년의 시작이자 끝과 같은 양면의 큭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나? 두 얼굴의 사람을 가리킬 때 우리는 야누스 같은 사람이라고도 부른다. 로마 사람들은 갈림길에 서 있는 이정표에 야누스 신을 조각해 놓길 즐겨했단다. 또 야누스 신은 종종 아테네 여신과 함께 조각되기도 하는데 이 또한 심상치 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아테네 여신은 지혜의 여신이자 전쟁의 여신이기도 하다. 용기를 가지고 나가는 고대 그리스의 영웅들을 수호하는 여신으로 유명하다. 헤라클레스, 페르세우스, 테세우스 등 유명한 영웅들은 대개 아테네 여시의 수호를 받으며 그 여신으로부터 지혜를 얻어 훌륭한 영웅이 되었다. 이러 ㄴ아테네 여신과 두 얼굴의 신 야누스가 같이 조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대 그리스 로마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영웅은 야누스같은 존재로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전사들,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전사들의 이기는 기술"이라는 책 제목이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아 살가 망설였던 책이다. 기이하게도 우리 나라에는 자기 개발서가 넘쳐난다. 서점에 가보라. 왠만한 것은 거의 다 자기 개발서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스티브 코비의 책이 우리 나라에서 얼마나 많이 팔렸으며, "긍정의 힘"이라는 책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 안다면 이상하리만치 뜨거운 우리나라의 자기 개발에 대한 열망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을 사지 않으려고 했지만 다루고 있는 등장 인물들이-스파르타쿠스, 코르테스, 도쿠가와 이에야스, 아틸라, 사자왕 리차드, 나폴레옹-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도무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 사람들을(심지어는 영웅이라고 부를 수 없는 코르테스를 포함하여) 어떻게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단 말인가? 순전히 이런 궁금증에서부터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한페이지씩 읽어가면서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책 제목을 왜 전사라고 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차라리 책 제목을 전사라는 의역이 아니라 원제를 그대로 번역하는 것이 월씬 낫지 않았을까? 솔직하게 "영웅 그리고 악당"이라고 말이다.

  "영웅 그리고 악당"이라는 원제에 맞게 이 책에 나오는 이들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는 점에서는 영웅들이다. 대제국 로마에 반기를 들었던 검투사 스파르타쿠스, 그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예술적인 영감을 제공해 주었다. 예술가적인 영감을 떠나서 당시 노예의 신분으로 로마에 맞장을 떴던 그의 용맹함은 높이 존경할만하다. 아즈텍 문명을 멸망시킨 코르테스, 그는 영웅이라기보다는 정말 비열한 사기꾼이다. 그러나 그는 아즈텍 문명을 무너뜨리고 백인들에게 멕시코를 가져다 준 무자비한 강도였다. 비열하고 음흉하기라면 코르테스와 상벽을 이룰만한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2인자의 자리에서 칼을 갈고 있었다. 시간이 마치 자기편인 것처럼 말이다. 결국 그의 경쟁자들이 사라져가고 제일 약했던 그가 천하의 대권을 차지 했다. 다케다 신게, 우에스기 겐신, 오다 노부나가, 이마가와, 호조,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 이에야스보다 더 쟁쟁하게 이름을 날리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갔지만 그는 결국 살아남았다. 그리고 천하를 차지했다. 유럽인들에게 오늘날까지 악명높은 아틸라, 여전히 유럽 사람들에게는 공포의 대명사이다. 비열하고, 음흉하고, 무자비한 존재 아틸라는 독일민족의 대서사시 니벨룽겐의 반지에도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군테르 왕과 브룬힐트 왕비에게 복수하기 위하여 지그프리트의 아내 크림힐트가 청혼한 사람이 바로 핀족의 아틸라이다. 아마도 이 모티브는 훈족의 왕 아틸라가 서로마 황제 발렌티아누스의 누이 유스타 그라나 호노리아로부터 청혼받은 사실에서 따온 듯 하다. 스릴을 즐기고 남자 다운 그리고 당시 최고의 전사라고 칭함받던 사자왕 리차드, 그에 대해서는 온갖 유명한 전설들이 많다. 그러나 그는 순수한 전사로 머물러 있을 때 가장 빛나는 사람이었다. 왕으로 태어난 것이 그 인생의 가장 큰 실수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프랑스의 나폴레옹,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철저하게 자기의 욕망을 위해서 살았던 독재자이지만 그는 평생을 프랑스 국민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사람이다.

  저자는 6사람의 인생에 관하여 그들의 약점과 장점을 동시에 살펴본다. 한편으로 추켜 올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깎아 내리지도 않는다. 심지어는 강도같은 코르테스와 마피아같은 아틸라조차 그들의 인생에 영웅적인 모습들이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추켜 올리지도 않는다. 영국 사람이어서 그런지 사자왕 리차드에 대해서는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그에 대해서도 무조건 추켜 세우지만은 않는다. 이 책이 역사책이 아니라 자기 개발서로 읽힐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저자는 역사의 페이지를 장식하고 떠난 영웅은 영웅의 모습과 악당의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들은 장점과 동시에 약점 또한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악당의 모습을 영웅의 모습으로 가릴 수 있는 이유는 그 약점에 구애받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영웅의 모습을 마지막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장점을 마지막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자기의 약점에 매몰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에게 있어서 영웅와 악당은 한 끝차이요, 야누스같은 존재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도나 그림 자료가 너무 없다는 것이다. 400페이지에 이르는 책 중에 지도는 딱 한번만 나왔다. 아무리 자세하게 그린다고 할지라도 그림이나 지도가 한 컷 들어가 있는 것에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두번째는 책이 너무 두껍다는 것이다. 글씨가 조금 큰 것 같기도 하고 조금만 더 얇게 만들었다면(내 생각에는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고 본다.) 가방에 넣고 다니기도 쉬웠을 것이고, 책값도 조금은 싸지지 않았을까? 18000원이라는 책값은 책의 내용에 비해서 조금은 비싼 듯 느껴진다. 하드커버도 불필요하지 않았을가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다보면 중언부언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어느 순간에는 이야기의 흐름을 끊을 정도로 심해지기도 한다. 세 가지가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이지만 그런대로 만족할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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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칼집
한홍 지음 / 두란노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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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합도라는 검술이 있다. 검술의 한 분파로 쉽게 말해서 발도술이라고도 불리운다. 검집에 들어 있는 검을 뽑음과 동시에 공격을 가하는 초스피드의 검술이다. 이 발도술이 가능하려면 가장 중요한 요건은 검이 검집 안에 들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발도술의 요체이다. 만일 발도술의 대가와 겨루기를 할 때에 검이 이미 검집 밖으로 나와 있다면 최소 30%는 이기고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거합도에 있어서 검집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검이 더 위력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정말 잘 벼려진 칼이란 칼집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칼집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칼집의 역할이란 단순하게 칼을 가지고 다니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칼을 보관하고, 보호하며,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칼에 칼집이 없다는 것은 둘 중의 하나이다. 칼로서의 가치가 그리 크지 않다든지, 칼을 사용하는 사람이 목숨을 버릴 정도로 막장을 생각한다든지. 어느쪽이 되든간에 칼집이 없다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사람을 칼에 비유해 본다면 마찬가지로 사람이 가장 빛나는 것은 그 사람에게 정말 제대로 된 칼집이 있을 때이다. 사람에게 잘 맞는 칼집이라 함은 절제력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아무리 대단한 실력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절제력이 없다면 이미 그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헤픈 사람, 실없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고수들은 함부로 자신의 실력을 남에게 보여 주지 않는다. 어설프게 초단을 딴 입문자들이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내 보이고 싶을 뿐이지, 진정한 실력자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 친구들 가운데에도 그런 친구가 있다. 태권도가 4단이다. 승단 심사에서 5단으로 승단한 친구이다. 나중에 밥벌어 먹고 살 것이 없다면 태권도장 차린다고 농담할 정도로 실력이 있는 친구인데 도장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지 않는다. 시비가 붙고 화가 날 때에도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지 않는다. 겁이 난다고 하더라. 잘못 때리면 어떻게 될까봐 겁이 난다고 하더라. 이게 진정한 실력자들의 모습이다.

  진짜 리더는, 진짜 실력이 있는 사람은 자기에 대하여 끔찍할 정도로 엄격하다.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지만 자신에게 대해서만은 엄격하다. 자신을 한자루의 잘 벼려진 칼로 만들고 있지만 결코 함부로 내보이지 않는다. 자기 절제라는 칼집안에 자신을 담아 두고 있다. 그러다가 꼭 필요한 순간에 자신을 드러내서 그 문제를 해결한다. 이것이 진짜 리더의 모습이요, 진짜 실력자의 모습일 것이다.

  세상에서 진짜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 음식도 진짜로 만드는 음식점은 망해가고 있다. 명품도 이미 짝퉁이 판을 치는 시대이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이다. 진짜 실력자들이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빈수레가 판을 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빈수레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굴러가고 있는 시대에 조용히 자신을 갈고 닦으며 절제라는 칼집 안에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진짜배기들은 어디에 있을가? 언제나 진짜 배기들이 대접받는 시대가 올까? 실력 지상 주의 시대에 성품과 절제라는 아름다운 칼집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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