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로그 digilog - 선언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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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맛있다. 글이 이렇게 맛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책이다. 이 책이 분류상 경영이라니 경영으로 넣으면서도 뭔가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차라리 인문학 쪽이 아닐까? 여하튼 각설하고 책의 서평을 써보자. 

  우리는 지금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예전에 어느 CF에서 그랬던가? 디지털을 이야기하는 젊은이에게 좌판에서 물건을 파시던 할머니께서 "돼지털?"을 반문하셨따. 그때에는 그저 웃고 지나갔지만,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이게 세대차이라는 것이구나 느꼈다. 나도 젊은 세대이다. 컴퓨터를 필수품으로 여기고 살아가면, 학교 숙제도 아래한글로 작업해서 제출했던 세대이다. 원고지라고는 고등학교 이후로는 사용해 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쓸 때에도 초안을 잡고 그것을 다시 다듬어서 올리는 귀찮음을 감수하기는 만만치 않다. 대개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그것을 바로바로 한글로 표현해야 직성이 풀린다. 예전에 도대체 원고지에 어떻게 작업을 했는가 의심이 들 정도이다. 그런데 말이다. 가끔은 예전에 연습장에 글을 쓰고 수정을 한 다음 정성스럽게 한글자 한글자 옮겨쓰던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글쓰기가 어려워지고 맞춤법이 "막춤법"으로 변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대학 리포트와 시험 답안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코티콘을 적어 넣었던 후배를 보면서 황당하다 못해 기가 찰 지경이었던 경험까지 겪고 난 후에는 더욱 그렇다. 아직 내 안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남아 있어서 일까? 

  사람은 어릴적 접한 것에서 자유롭기가 어렵다는 교육철학적이고, 아동심리적인 이야기는 둘째치고 숫자로 표시되는 차가운 디지털보다는 물흐르듯이 끊임없이 흐르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여전히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일이다. 요즘나온 고가의 디지컬 카메라들은 하나같이 사진을 찍으 ㄹ때 셔터음이 들리도록 되어 있다. 디지털 사진기에 셔터음은 솔직하게 필요없다. 그러나 그 셔터음 하나로 인해, 찰칵하고 넘어가는 그 효과음 하나로 인해 사진을 찍는 맛이 달라진다. 그렇다. 아날로그는 이어령씨가 지적한대로 맛의 문제이다. 멋의 문제이다. 차가운 디지털적인 감성으로는 느낄 수 없는 인간미, 정, 따스함, 멋, 맛 이런 것들이 아날로그적인 요소가 아닐까? 한국의 먹거리와 식문화를 가지고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화를 이야기하는 이어령씨의 글을 읽으면서 참 글을 맛있게 쓰는구나? 이렇게 글을 쓸 수도 있구나하는 존경심이 절로 나온다. 

  이 책의 결론은 간단하다. 독불 장군은 없다는 것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사람들은 극과 극의 개념으로 양립이 불가능한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인들은 먹거리를 통하여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디지털의 효율성을 삶에서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의 효율성과 아날로그의 감성이 만나 디지로그를 이룰 때 그것들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물론 뻔한 결론이다. 누가 이런 것을 모르겠는가? 그렇지만 이 책을 정신없이 읽어내려갔던 이유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글을 쓰는 이어령씨의 감성 때문이다. 제멋대로 글을 쓰는 긔여니 세대에 이런 글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 아닐까? 진정한 글멋과 글맛에 대해서 할게 해준 이어령씨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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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 전망 2009
권순우.전영재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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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다사다난했던 2008년이었다. 총선과 대선,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출발은 2008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07년 말 SERI 전망 2008을 사서 읽었다. 한미FTA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2008년은 국내외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산업의 형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등등 2008년을 전망해보는 책을 읽어보면서 처음에는 난해하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생소한 경제 용어와 어려운 주직 관련 용어들은 내가 책을 읽어가는데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2008년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에 억지로 읽어 나갔다. 그리고 2008년을 살아오면서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았다. 대략적인 방향은 맞춘 것 같았다.  

  2008년은 정말 복잡했던 한해였던 것 같다. 이명박 정부의 출발과 동시에 일어난 광우병 파동, 촛불집회, 언론탑압, 사대강 정비 사업 등등 온갖 사건들이 일어났던 한해였다. 온통 복잡하고 어지러운 것 같은 2008년의 사건을 꿰뚫는 한마디는 신자유주의이다. 세계적인 대세가 되어 자유시장경제를 강요했던 신자유주의가 2008년 대한민국의 한 복판을 관통하는 이데올로기였다. 모든 것은 경제로 이야기 된다. “경제만 살린다면”이라는 비아냥이 그냥 나온 이야기가 아님을 대한민국 사람들은 모두 알 것이다. 효율성, 경제성, 자유주의, 자본주의 등 자본의 논리에 의하여 비정규직이 해고되고, 언론이 춤을 추고, 권력이 기업에게 면죄부를 심어 주었던 것이 2008년의 본모습이다. 경제가 어려워진다, 힘이 든다, 그러니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분담하자는 이야기는 그냥 말일뿐이다. 이 말에 속아 허리띠를 졸라맨 국민들만 바보가 된 것이다. 여전히 빈부의 격차는 넓어지고 있다.  

  과연 2009년은 어떻게 될 것인가? 2008년을 살아온 나에게 있어서 이것은 참 괴로운 질문이다.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오리무중(五里霧中), 딱 이 말이 들어맞는 한해가 될 것이다. 그래도 무엇인가 기대하는 마음으로 SERI 전망 2009를 샀다. 그런데 도무지 이놈이 읽혀지지가 않는다. 온통 어렵다는 이야기뿐이니, 위기라는 이야기뿐이니 읽혀질 턱이 있나? 그저 돈이 아깝다는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 내용이 가관이다. 도무지 깊이가 없다. SERI 전망 2008에 비하여 도무지 깊이가 없는 내용들이 실려있다. 그냥 힘들다는 이야기만 적혀 있고, 그러나 잘 될 것이라는 뜬 구름 잡는 식의 이야기가 실여 있을 뿐이다. 차라리 신문의 경제면을 보는 것이 더 나을 뻔 했다는 생각만 든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한 금융위기는 금융시스템을 근본에서부터 흔들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었다. 그 공포감은 사람들의 주머니를 움직였고, 숫자에 불과한 금융자본은 손에 잡히는 실물경제까지 위협하기 시작했다. 대출 이자율은 높아져갔으며 국가에서 시중에 돈을 풀지만 은행이 이 돈을 다시 국가에 반환하는 기묘한 핑퐁게임이 시작되었다. 환율은 1500원을 치고 올라갔으며, 베이징 올림픽 특수도 끝났다. 잔치가 끝나버린 것이다. 신문에서는 연일 고통분담을 하자고 국민들을 선동한다. 쓸데없이 켜두는 전깃불도 끄자, 물은 아껴쓰자라고 하면서 마치 80년대 분위기를 내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빈부의 격차가 더 심해지고 파산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직장에서 해고되는 비정규직들이 늘어난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100조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투자하지 않고, 직원들을 자르는 기업들을 보면서 과연 저들의 말대로 저들이 한국을 먹여살리고 있는가 의문을 품어보기도 한다. 

  이런 복잡한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SERI 전망 2009는 말한다. 다 좋아질 것이라고. 이제 안정되고 물가도 잡혀가고 있으니 좋아질 것이란다. 비론 전반기는 힘들겠지만 후반기에는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묻고 싶다. 근거가 무엇인지? 좋아질 것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그저 뜬 구름 잡는 식의 이야기를 써 놓으면서 다 좋아질 것이니 참고 견디라는 SERI의 이야기는 역시 삼성이라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환율도 안정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SERI의 이야기와는 달리 다시 1500원대에 육박하기 시작했다. 왠지 SERI 전망 2009를 보면서 맑스가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다. 지금 SERI의 역할이 꼭 이런 것은 아닐는지? SERI에 대한 실망감을 갖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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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연습 - 경제빙하기의 새로운 생존 패러다임
유영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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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변방에 말을 잘 기르는 노인이 한 명있다. 이 노인에게는 애마가 한 마리 있는데 이 말이 어느날 집을 나갔다. 마을 사람들의 위로에 노인은 대수롭지 않게 그런 날도 있지요라고 응수했다. 얼마후 집을 나갔던 말은 다른 말들을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축하해주러 온 사람들에게 이번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노인의 아들이 이 말을 타가다 떨어져 다리를 저는 불구가 되었다. 위로해 주러 온 사람들에게 노인은 역시 그런 날도 있지요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쯤 되니 마을 사람들도 노인이 감정도 없는 사람이라고 욕을 하기 시작했지만 노인은 이에 대하여 일절의 대꾸도 없었다. 머지않아 그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고 많은 젊은이들이 전쟁터에 끌려갔지만 노인의 아들은 다리 때문에 끌려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길흉화복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우리의 삶을 가리켜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경제 빙하기의 새로운 생존 패러다임"이라는 부제를 읽으면서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떠올리게 되었다. 아시아의 떠오르는 4대용으로 불리던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이젠 IMF라는 위기를 겪었으며, 지금은 IMF보다 더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매년 7%이상식 오르던 고성장의 희망은 사라져 버리고 3%의 성장률을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아니 물가 상승률까지 반영한다면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인가? 한나당과 보수층의 말처럼 지난 10년 동안 좌파 정권이 성장동력을 다깎아 버렸기 때문인가? 아니면 진보층의 말처럼 정권과 기업의 지저분한 결탁때문에 경제정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부가 편중되에 분배되고 있기 때문인가? 일견 모두 옳은 말 같지만 이 책에서 오늘 우리가 경제 빙하기를 맞이한 이유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 특히 내려가야 하는 경제 빙하기를 고성장 시기에 미리 준비하지 못한데에서 오는 오만함의 결과라고 말한다. 상당부분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한국은 승자독식이라는 말이 정말 잘 지켜지는 나라이다. 이긴 사람이 다 갖는다. 점수는 무조건 100점을 맞아야 한다. 무조건 1등급을 해야하고, 1등을 해야한다. 엄친아가 되기 위해 기를 쓰는 대한민국을 어떤 사람은 개미지옥으로 표현했었다.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은 모두 죽는 개미지옥이 한국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그 사람의 말에 십분 동의한다. 우리는 정말 높은 곳을 바라보면서 올라가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러다 겅쟁에서 빌려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채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다. 올라가든지, 사라져버리든지 우리에게는 둘 사이의 선택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올라가면 끝이라 생각하고 어떻게해서든 올라가려 애쓰는데 올라가면 올라간만큼 내려와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주문한다. 등산을 해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올라가는 것이 끝이 아니라 올라간 만큼 내려와야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내려오는 길이 더 힘들고 위험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책이 내려가는 연습으로 책의 제목을 삼은 것은 경제위기나, 인생의 위기도 등산과 마찬가지로 올라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오게 되어 있음을, 즉 인간만새 새옹지마임을 기억하고 미리 준비하라는 의미이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들이 흔히 그렇듯이 성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는 자기 계발서들을 잘 읽지 않는다. 긍정의 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같은 자기 계발서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을 돈주고 사봐야 하는가라는 우습지도 않은 자존심때문이여, 이렇게만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황당무계함 때문이다. 이 책ㄷ 비슷하겠거니 생각해서 읽지 않으려 했지만 순전히 책 제목 때문에 읽게 되었다. 기독교 서적 가운데 내려놓음이라는 책이 있는데 혹시 비슷한 내용이 아닐까라는 생각때문이다. 책을 한장씩 넘겨가면서 재미읽게 있었고 곳곳에는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었다.  

  이 책은 성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책은 철저하게 생존을 이야기한다. 살아남아야 성공을 굼꿀 수 있는 것이라 말한다. 그래서일까 손해를 보더라도 철저하게 생존하는 것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로스 컷을 미련한 행동이 아니라 과감한 용기라고 표현한다. 저자는 철저하게 내려가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올라가기만 생각하는데 올라간다는 것은 곧 내려옴을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내려오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밀려나면 내려옴이 아니라 추락이다. 자신의 의지로 내려와야 착륙이다. 한발 앞으로 내딛기 위하여 잔뜩 몸을 움츠리라고 주문한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각광을 받는 곳에는 가지도 말라고 한다. 곧 거품이 터질 것이기 때문이란다. 사랑이 남아 있다면 모든 것을 다 잃어도 좋다. 결코 실패한 것이 아니니 다시 일어서도록 노력하라. 이런 주장들은 너무 당연해 보인다. 돈을 주고 이런 책을 사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돈을 주고 이런 책을 사보는 이유는 이렇게 당연한 말들을 도무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취업을 앞두었거나 미래에 대해 계획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내려가는 연습을 해라. 내려가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듯이 그냥 밀려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 획득하는 것이다. 우아하게 내려가는 연습을 해라.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은 생존과 재기, 그리고 성공이 철저하게 개인에 의해서 좌우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자기 계발서가 지닌 한계이겠지만 이미 대한민국은 저하나 잘났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인맥과 가진 자본에 의하여 이미 저만치 앞서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는 곳이다. 자기 계발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서 베스트셀러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것이 자기계발서라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오랜만에 괜찮은 자기 계발서를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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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집쟁이들
박종인 글.사진 / 나무생각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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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인터넷으로 재미있는 뉴스를 보았다. 정확한 내용은 생각이 안나는데 네덜란드인가 노르웨이에서 고등학생들이 단체로 쉬위를 벌였단다. 시위의 주된 내용은 1050교육 정책이었다. 학생들은 하루에 8시간씩 1년에 1050시간을 의무적으로 학교에서 보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조화인지 모르겟다. 한국에서는 이미 1년에 3000시간이 넘는 긴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있으며 그것만으로도 부족해서 학원에서 밤 늦도록 공부에 시달리는 우리 나라 학생들의 모습에 비하면 천국에 살고 있는 이들이 투정 부리는 것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도 고등학생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 학생들이 겪고 있는 그 일들이 전혀 이상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다만 아쉽다면 교약이 아니라 대학 입시를 위한 지식에 너무 편중되어 있다는 것 정도일까? 이니 나에게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 귀에 못박히도록 들어 온 이야기는 공부잘 하라는 것이다.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납이 되었다. 공부만 잘하면 약간은 품행이 불량해도 이해가 되었다. 공부 잘하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면 돈 많이 벌고, 돈 많이 벌면 행복하다는 것이 우리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다. 좋은 대학에 가야, 소위 말하는 SKY에 가야 내 인생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SKY를주문처럼 외우고 살았다. 나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랬으며 오늘에도 여전히 그러하다.

  이렇게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부자라는 것에 올인하는 대한민국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딴 나라 이야기이다. 동생 집에서 한국의 고집쟁이들이라는 범상치 않은 제목을 보고 책을 집어 왔다. 집어 온 책을 앉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몇 시간만에 다 읽었다. 짧은 기사들을 모아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용이 짧다고 해서 감동이 짧은 것은 아니다. 어느 사연은 마음 한구석에 뭉클한 감동을 주고, 어떤 사연은 눈물 짓게 만든다. 어느 사연을 읽으면 웃음이 나오고 어떤 사연은 내 마음을 숭고하게 만든다. 자세를 고쳐잡기를 몇번이던가? 도를 닦는 마음으로 접했던 책을 아쉬운 마음으로, 그러나 만족하면서 내려 놓는다.

  세상이 어두운 곳을 밝히는 불시 한 자락으로 고집스레 살다간 사람들, 스스로 천직을 선택해서 전통 복원과 유지에 힘을 쏟는 사람들, 세상이 뭐라고 해도 자신의 신념을 따라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면서 전진하는 사람들, 이들의 이야기는 고집스럽지만 숭고한 이야기다. 그들의 삶에서는 인간 냄새가 솔솔난다. 사람 사는 이야기인데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는 것이 무에 대수라 생각하겠지만 요즘 사람 사는 곳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돈냄새, 쓰레기 냄새, 이기적인 냄새가 가득하다. 그렇기 때문에 욕심인 줄 할면서도 나는 이 책에 눈毒을 들인다. 그것이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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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트렌드 - 세상의 룰을 바꾸는 특별한 1%의 법칙
마크 펜, 킨니 잘레스니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해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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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는 지금 다양성으로 나아가고 있다. Mega-trend는 이미 지나가고 세상은 Microtrends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다수를 위하여 소수가 희생해야 한다는 말이 당연하게 들렸다면 이제는 다수를 위하여 소수가 희생하면 안되는 시기가 되었다. 각자의 생각과 이익에 맞추어 갈갈이 쪼개어지는 것이 전세계적인 추세이다. 메가 트렌드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 이 시대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메가 트렌드라면 "이 시대는 마이크로 트렌드"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는 정도일 것이다. 우리 주위에 이런 모습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

  전통적인 가족이 붕괴한다. 예전에 가족이란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일상적인 가정의 모습이었지만 요즘은 아이들이 없는 딩크족을 비롯하여 결혼하고도 여전히 따로사는 LAT족, 동성으로 이루어진 가족 등 무수히 많은 가족의 혀애가 등장한다. 취미도 달라지고, 애국심이라는 것도 퇴색하여 버렸다. 대량 생산의 대명사인 포드 주의는 이미 쇠퇴하여 버렸고 그 뒤를 도요타 주의가 있다. DIY족이 등장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의학계에도 DIY족이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우리가 가지고 있던 많은 생각들이 철저하게 부정되고 소수의 취향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는 혼란한 세대가 되었다. 어찌보면 혼란이라고도 부를 수 있지만 어찌 보면 자유의 확산이라도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분명이 이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75가지의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생소한 이야기들이 아니라 분명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일들인데 저자는 이것들이 대수롭지 않은 것이 아니라 대수로운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을 어떻게 공략하는가에 따라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마이크로 트렌드만 해도 머리가 복잡한데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세상은 마이크로 트렌드를 넘어 나노 트렌드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노 트렌드만으로도 충분히 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멸망시킬 수도 있음을 알카에다를 비롯한 테러 조직을 예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의 시각으로 세상을 읽을 수 없다는 저자의 말에는 공감한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돌아본다. 세계는 마이크로 트렌드로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과연 마이크로 트렌드로 나아가고 있는가? 여전히 색깔론에 머물러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아니던가? 수없이 많은 생각과 정책들이 그 이유와 결과에 의해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좌우라는 색깔론에 입각하여 판단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셰계는마이크로 트렌드로 나아가지만 세계화를 외치는 우리는, 특히 정치권은 색깔론이라는 메가 트렌드에 안주해 버리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경색된 사회에서 어찌 창의력이 나오고 경쟁력이 나온단 말인가?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마이크로 트렌드를 원하는 국민들을 반공이라는 메가 트렌드로 억지로 붙잡아 놓고 있는 형국이 아니던가? 애국, 국방, 반공, 한민족, 경제라는 과거 독재 정권의 메가 트렌드가 여전히 영향력을 드리우고 있는 대한 민국이 세계화로 나아간다는 것은, 그것도 우리의 고유성을 지키면서 나아간다는 것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저자의 생각에 많은 공감을 한다. 그러나 저자의 관심이 정치와 경제에만 가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경영서적의 한계이겠지만 모든 챕터를 마무리지으면서 여기에서 어떻게 지지자를 이글어 내어 권력을 습득할 것이며, 이러한 변화들이 어떻게 시장을 형성할 것인가에 몰두하고 있다. 당장 눈 앞에 잡히는 권력과 돈이라는 실익에 집중한 나머지 책의 격이 떨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 나아가 실용과 경제, 당장 돈이 되는 것에 몰두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단면을 보는 것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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