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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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행운+노력=아웃라이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12월 28~30일까지 읽었던 책인데 이제야 늦은 리뷰를 올린다. 리뷰를 늦게 올리는 이유를 대자면 끝이 없겠지만, 첫째는 알라딘 서재질을 하지 못할 정도로 바빴다는 것이고, 둘째는 게으름일 것이고, 셋째는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정신적으로는 여유가 없지만 더 미루면 그냥 잊혀질 것 같아서 어렵사리 시간을 내서 끄적거려 본다.  

  아웃 라이어라는 책도, 말컴 글래드웰이라는 사람도 잘 몰랐다. 그러다가 말콤 글래드웰을 알게 된 것은 "그 개는 무엇을 보았는가?"라는 책을 통해서 이다. 자주 놀러가는 L.Shin님 서재에서 이 책을 보았다. 아마 당시 L.Shin님은 경제 경영 신간 서평단을 하시고 계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탐을 내던 책이 몇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이 책이다. 그렇게 글래드웰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머릿 속에 집어 넣고 있던 중 우연한 기회를 통하여서 이 책을 소개 받게 되었다. 가격도 그렇게 부담이 되지 않는 편인지라(부담이 가는 책이라 함은 대략 5만원 선을 의미함. 그렇다고 내가 절대 갑부가 아니다. 그냥 심리적인 마지노선이 5만원이라고 하는 것이다.) 사게 되었다. 문제는 그 책을 거의 몇 달 동안 책꽂이에 쳐박아 두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내게 읽히지 못하 박혀 있는 책들이 한 두권이 아니다. 연말을 맞아 어렵사리 꺼내 읽게 된 책인데 내용이 생각보다 괜찮았던지 술술 넘어가게 되더라. 꽤 흥미있는 글들도 구석 구석에 보이고 해서 재미있게 읽었던 자기계발서 가운데 하나이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원래 수리 과학 용어인데 여기에서는 아주 특별할 정도로 대단하게 성공한 사람들을 가르키는 말이다.)는 천재여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과 성공, 그리고 그들이 가진 여러가지 조건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한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들이 그들만의 노력으로 성공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의 재력이라든지, 머리라든지, 아니면 주변의 인맥이나 환경이라든지 그들이 성공하는데 일조하는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래드웰은 이러한 환경을 행운이라고 부른다. 빌게이츠가 프로그램에만 푹 빠져 살 수 있도록, 그가 다닌 학교의 환경과 분위기, 그리고 부모님들의 용납이라는 행운이 없었다면 그는 절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잡스가 HP노동자들 가운데 섞여 살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기계 부품을 쉽게 얻고, 기술자들의 지식과 조언을 듣지 못했다면 애플의 잡스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 말한다. 주어진 상황이나 조건이나, 재력이나, 인맥이 다 다르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아웃라이어들이 그 분야에 푹 빠져 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들이 태어난 연도를 분석하여 아웃라이어들도 주기를 가지고 출현함을 지적한다. 물론 그가 점쟁이처럼 특별한 해에 하늘이 사람을 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산업이 출현해서 무르익어 열매를 딸 수 있는 그 때에 그 위치에 오를 수 있도록 너무 늦지도 그렇다고 너무 이르지도 않게 출생하는 것이 아웃라이들이 가지고 태어난 또 하나의 행운이라고 말한다. 글래드웰은 환경과 때를 행운이라고 표현하면서 이것이 아웃라이어들을 출현시킨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렇지만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들을 출현시킨 또 다른 중요한 축을 잊지 않고 말한다. 1만시간의 법칙이다. 무엇을 하든지 그 분야에 1만 시간을 투자하여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그 분야의 대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아웃라이어들은 아주 뛰어난 천재가 아니라 다만 우연히 얻게 된 행운 속에서 1만 시간을 투자하여 그 분야의 대가가 된 재수 좋은 노력가들이라는 것이 글래드웰의 결론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에 눈길이 멈추었다. 혹자는 1만권의 책을 읽으면 신과 필적한다는데 그정도는 아니더라도 옛 성현들의 말처럼 만권의 책이 있으면 그래도 괜찮은 사람은 될 수 있겠지? 이 또한 1만 시간의 법칙이 아니겠는가? 나느 과연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가?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 1만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가? 왠지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면서 새롭게 다짐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물론 요즘은 1만 시간의 법칮이 빛 좋은 개살구일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행운이 결정적인 요인이 되어 1만시간의 법칙마저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슬픈 모습들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아무리 거북이가 열심히 달려도, 아무리 토끼가 잠을 자도, 운전기사가 토끼를 결승점까지 차로 이동시켜주는데야 거북이의 끈질김 우직함이야 미련함 밖에 더 되겠는가? 그래도 안 하고 불평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혼자 위안을 해 본다.  

  비록 교과서적인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좋은 조건을 타고 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네 노력이 부족해서 안되는거야?"라고 비난 아닌 비난을 하는 것으로 오해를 살지 몰라도 한번쯤은 읽혀보고 싶은 책이다. 이 책 안에서 노력할 작은 이유나마 발견하길 바라면서 몇몇 청년들에게 이 책을 권했다. 어떻게 될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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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 밥
토드 홉킨스 외 지음, 신윤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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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도 한해가 다 지났다. 지난 한해 무얼하고 살았는지 뒤를 돌아본다. 그다지 해 놓은 것이 없는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다. 이대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뒤처지는 것 같아 초조하다. 지금 있는 곳이 내게 일하는 즐거움을 주지도 못하고, 때로는 나를 지치게 만드는데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가? 올해는 유달리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해이다. 이렇게 답답함을 느낄 때 아버지가 옆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생각이 많고 머리가 복잡할 때 고등학교 1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간절히 그리워진다. 아버지라면 무엇인가 나에게 지혜로운 충고를 해주셨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머리가 복잡해서일까? 알라딘에서 이런 저런 책들을 클릭해 본다. 그러다가 눈에 띈 책이 이 책이다. 너무 유명한데 아직 읽어보지 못했던 책, 그 책이 마침 반값 세일을 한다. 안살 이유가 없다. 세계의 모든 신화라는 다소 두꺼운 책을 읽고 쉬고 싶은 마음에 책을 들었다. 지금까지 이같은 부류의 책들을 꽤 읽었기 때문에 비슷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역시 이 책도 한번 잡는 순간 마지막 끝을 볼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뜨거운 여름날 시원한 얼음냉수 같이 내 마음의 갈증을 풀어 주었다.  

  이 책을 읽고 요즘 들어 많이 답답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답답한 이유는 “내가 이곳에서 인생을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가진 능력에 비하여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과연 이대로 여기에서 시간을 때우는(!) 것이 옳은가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니 답답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불평을 멈추고 기도하라, 소비하지 말고 투자하라.”는 말과 밥 아저씨의 삶의 방식이 내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게 만들었다.  

  왜 나는 내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올해 한 일이 없다고? 아니다. 눈에 띄는 일은 없지만 돌아보면 나름대로 내공을 쌓는 기회가 되었다. 신앙서적을 뺀 도서를 12월 23일 현재 101권 읽었고(이 책이 99권째 책이다.), 그 외 신앙 서적을 50권 이상 읽은 것 같다. 그에 따라 청년들에게 건네주는 책의 질도 많이 달라졌고, 내 말이라면 신뢰하고 따라와 줄 수 있는 사람들도 꽤 생겼는데 왜 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불평했던 것일까?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내게 부족한 것만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2010년의 마지막 달에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서 답답한 마음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심기일전해본다. 다음 글귀를 마음에 새기고 말이다. 2011년도 파이팅이다. 

  얼마나 오래 사는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죠. 내가 깨달은 지혜를 후대에 물려주는 삶... 그것만이 진정 가치 있는 삶입니다.(P.201) 

  2011년도 주변에 있는 청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1월의 책이다. 이미 7권 주문해서 나누어줄 기회를 잡고 있다. 선물한 책들이 읽혀지고 그들의 삶에 가르침을 주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기쁨이 책을 나누는 즐거움의 이유가 된다. 내년에도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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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2-24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나온 해에 엄청 베스트셀러였는데...
저는 슬쩍 읽고 말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굉장히 좋은가 보네요.

투자하라...... 아 그거예요 그거.
제가 요즘 저에게 하고픈 말이라니까요!

세인트님, 메리 크리스마스!

saint236 2010-12-24 10:04   좋아요 0 | URL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마중물 - 마음을 여는 신뢰의 물 위즈덤하우스 한국형 자기계발 시리즈 3
박현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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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내가 살던 동네는 깡촌이었다. 그래서일까? 남들이 하지 못한 경험을 많이 했다. 지금이야 아이들이 논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겠지만 그 시절 정말 원없이 놀았던 것 같다. 동네에 오락실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롤러장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롤러장이나 오락실은 한 시간에 한대씩 있는 버스를 타고 30분식 나가야 하는 깡촌인지라 노는 것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 시절 주로 하고 놀던 놀이는 봄에는 산에 가서 칡뿌리 캐기, 머루 다래, 으름 같은 산열매 따먹기, 여름이면 아직 익지 않은 파란 대추 따먹고 갓 익은 호두 까먹기, 동네 개울에서 물장구 치기, 가을이면 이것저것 먹을 것들이 많으니 손에 잡히는 것은 따먹기만 하면 되니 패스, 겨울이면 구슬치기와 자치기이다. 사시사철 즐겨하던 놀이는 공기, 비석치기, 딱지치기, 고무줄이다. 그렇게 한참을 놀다가 마당에 있는 샘에 가서 수돗물로 목을 축이고 다시 논다. 그런데 동네에 모든 집이 수도가 놓여졌던 것은 아니다. 집 안이야 수도가 있겠지만 샘에는 펌프가 있는 집이 10에 5은 있었다. 무더운 여름 놀다가 물 한바가지를 펌프에 넣고 펌프질은 하면 시원한 물이 콸콸 나왔고, 이 물에 등목을 하는 기분은 어린 나에도 무척이나 좋았다. 펌프에서 물을 퍼 올리기 위하여 퍼붓는 한바가지의 물을 마중물이라고 한다. 나중에야 이것이 마중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 그렇지만 마중물이라는 용어를 몰랐을 뿐이지 마중물이 무엇인지, 그리고 마중무링 없으면 펌프에서 물을 퍼올릴 수 없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득했던 것이다. 

  이런 삶은 중학생이 되어서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어차피 중학교도 시골에 있는 중학교이니 그다지 다를 것이 무엇인가? 한시간 걸어가야 한다는 것만 빼고는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가 고등학생이 되었고, 고등학교는 시내에 있는지라 버스를 타고 통학을 했다. 물론 나는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3년을 지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 버스를 타고 통학하는 것이 전부였다. 아마 그때부터 내 삶이 바뀐 것 같다. 공부에 그다지 묙심이 없어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고 놀았다. 33살의 젊은이가 세시풍속이라고 책에서 보던 거의 대부분의 것들을 해봤다면 요즘 누가 믿을 것인가? 같이 어울려 놀던 친구들은 어느새 경쟁의 대상이 되었고, 밤낮없이 기숙사에 박혀서 공부를 했다. 그래도 체육대회가 되면 잠시 경쟁을 멈추고 밤을 새면서 플랭카드를 만들기도 하고, 선도부로 있으면서 규율을 어기고 대들던 후배 때문에 고3이 수업도 째고 서넛이 둘러 앉아서 대책 마련에 골몰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내 얼굴에 금칠하는 것 같지만 성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전교 10위 안에 드는 사람들이 모여서 수업 한 시간 제끼고 대책 회의를 한다고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우리는 그야말로 학교의 꿈나무였기 때문이다.(물론 그 당시 같이 놀던 친구들, 수업 배먹고 대책 회의를 했던 녀석들은 거의 대부분 서울의 상위권 학교에 진학했다.) 

  그래서일까 경쟁이 있었지만 아직도 내게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은 즐겁고도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전교조 활동을 하시던 선생님을 중학생 대 만났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민족 사관이라는 새로운 것을 배웠고 물적 토대로 역사를 해석하는 방법도 배웠다. 국어 수업 시간에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쟁가와 민중가요를 배웠고, 노래마을 사람들, 노찾사의 노래를 접한 것이 이미 중학생 때였다. 당시 선생님들이 우리에게 가르쳤던 것은 물론 공부이기는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사회생활에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상생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경쟁, 상생, 승자독식이라는 세련된 말을 배운 것은 아니지만 기본 사고는 여기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살아온 내가 교회에서 젊은이들을 가르치게 되었고 그들을 보면서 가장 아쉬운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나에 비하여 영어도 잘한다. 나는 그 흔한 토익 토플 시험을 본 일도 없고, 공부를 해본 적도 없다. 영어보다는 국어를 먼저 배워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국어가 문학이 더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랐어도 결코 도태되지 않았고, 지금은 사회에서 내가 맡은 일을 비교적 잘 해내고 있다. 그런데 지금 내가 가르치고 있는 청년들은 스펙이라는 것에 열중한다. 강남이라는 입지적인 조건 때문일까 그 경쟁은 더 치열하다. 그런데 그렇게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그들이 나보다 좋은 학교에 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도 아니다. 내가 맡고 있는 청년들이 다른 사람에 비하여 더 도덕적으로 살기 위해 애스고 있음에도 그들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폭을 넓히기 위하여 수시로 책을 선물하고 빌려 주면서 나도 책을 더 읽게 되었다. 최소한 무슨 내용인지는 알고 권하자는 생각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러던 차에 접하게 된 책이다. 경청과 배려를 워낙 재미있게 읽었고 얻은 것도 많았던지라 이 책이 그 시리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주저 없이 택했다. 제목이 마중물이라는 것도 냐게 큰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책을 열심히 읽던 중 내 마음을 확 뚫어주는 대목을 접했다. 의사가 주인공에게 하는 대사로 여기에 그대로 옮겨본다.  

  "요즘은 모두 스펙 쌓기에 골몰하고 있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뒤질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는 색다른 의미에서 스펙 쌓기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협력을 통해 어떤 일들을 성취했는가? 나 자신의 이익보다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한 행동을 얼마나 해봤는가? 그런 경험의 축적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이현은 남과는 다른, 자기만의 모럴 스펙을 쌓아가고 있는 셈이지요"(P.141 ~ 142) 

  스펙이라는 말에 알러지를 일으키던 내가 스펙이라는 말을 이렇게도 사용할 수 있구나 하면서 고개를 그떡이게 만든 것은 모럴 스펙이라는 말이다. 여러가지 스펙을 쌓고 살지만 그것이 결국은 신외지물인 이유는 그 스펙이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노력해서 샇았지만 그것이 내 영혼을 풍요롭게 만들고 내 삶을 더 나아지게 하지 못한다. 쌓으면 쌓을수록 삶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개인간의 군비경쟁인 까닭이다.  

  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여러가지 스펙을 쌓는 열정을 조금만 돌려서 모럴 스펙을 쌓는데 썼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마중물, 모럴 스펙도 결국은 상생의 의미가 아니던가? 사회는 더 치열해지고, 더 살벌해진다. 정글의 법칙이 난무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럴 스펙, 상생을 포기해 버린다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사람의 이성이나 감성이 아닌 동물의 본능과 투쟁만이 남지 않을까? 그리고 언젠가는 그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지 않겠는가? 아니다. 어저면 지금 이미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중물의 정신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체득하는 교육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간만에 책 읽는 즐거움에 빠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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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 살림과 육아, 맞벌이 때문에 덮어둔 나의 꿈을 되살리는 가슴 뛰는 메시지
김미경 지음 / 명진출판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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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들었던 노래 중에 김국환 아저씨의 "우리도 접시를 깨자"라는 노래가 있다. 아마 연식이 오래되신 분들은 기억하는 노래일 것이다.  

우리도 접시를 깨자 - 김국환  

자 그녀에게 (그녀에게) 시간을 주자 (시간을 주자)
저야 놀든쉬든 (놀던쉬든) 잠자든 상관말고
거울 볼 시간 (볼시간) 시간을 주자 (시간을 주자)
그녀에게도 (그녀에게도) 시간은 필요하지 앞치마를 질끈 동여매고
부엌으로 가서 놀자 아항 그건 바로 내 사랑의 장점
그녀의 일을 나도 하는 것 필수감각 아니겠어 그거야
자 이제부터 (이제부터) 접시를 깨자 (접시를 깨자)
접시 깬다고 (접시깬다고) 세상이 깨어지나
자 이제부터 (이제부터) 접시를 깨뜨리자 접시를 깨뜨리자  

  중학생 때 나온 노래 같다. 당시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노래였는데, 나에게는 무척 불온한 노래로 비쳤다. 남자는 하면 좋은 것이지만 여자는 꼭 해야 하는 일이 살림이요, 주방일이라고 생각하는 고지식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만약 나중에 내가 결혼했는데 노래 가사처럼 반란(?)을 일으킨다면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던 노래였다. 그런데 가요를 별로 좋아하시지 않으시던 어머니께서도 이 노래만큼은 즐겨 들으셨다. 텔레비전에서 이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르지는 못하셔도 집중해서 들으신다는 것을 내가 느꼈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한참 시간이 지나 내가 결혼을 하고, 연년생 두 아이의 아빠가 되고 나서야 어머니께서 왜 그 노래를 그렇게 좋아하셨는지, 당시 아주머니들께서 왜 그렇게 이 노래를 좋아하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고등학교 때인가?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어머니께서 혼자 우리 삼남매를 키우시던 때에 여동생이 어머니께 물었던 적이 있었다. "엄마는 뭐 하고 싶은거 없었어? 꿈이 뭐였어?" "공부도 하고 싶었고, 글도 쓰고 싶었지." 집에 어머니께서 소장하고 계시던 한국단편 소설집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글은 아무나 써요? 공부 잘하셨으면 장학금 받고 학교 다니면 됐는데, 왜 중학교만 나오셨어요?"라고 철없는 소리를 했다. 마침 곁에 계셨던 외삼촌께서 "엄마가 공부 잘했지. 중학교 석차가 전교 10위에서 왔다갓다 했어." 그런데 공부 안하셨던 것이, 그리고 갓 스물이 넘어 9살 차이나는 아버지와 결혼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머니가 그냥 그렇게 이야기하시는 줄 알았다. 그러다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았다. 공부를 더 하고 싶었고, 장학금을 주겠다고 고등학교에서 진학 권유를 받았지만 없는 살림에 그럴 용기가 없었던 거였다. 일찍 홀로되신 외할머니, 가장 노릇을 하는 외삼촌, 열심히 집안 일을 돕는 이모들을 도울 수밖에 없었던 거였다. 밑으로 외삼촌 둘이 더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까지 사회 생활을 일찍 하신 덕분에 외삼촌 한분은 지방 국립대지만 진학하여 은행원이 되셨고, 지금도 열심히 근무하고 계시며, 막내 외삼촌도 고등학교는 졸업하셨다. 어머니에게도 꿈이 있었지만 집안 살림과 결혼, 그리고 육아 때문에 자신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거였다. 

  아내와 결혼한지 1년만에 큰 애를 갖고, 바로 둘째를 가졌다. 원래 둘만 낳을 생각이었는데, 그 둘을 너무 발리 갖게 된 것이다. 내가 출근하고 나면 아내는 하루 종일 집에서 두 아이와 씨름한다. 게다가 이 두녀석 모두 입이 짧다. 그래서 밥을 먹이면 보통 한시간씩 걸린다. 가끔 아내가 투정부리듯이 이야기한다. 직장 생활을 하라고 해도 애들 때문에 못하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직장생활하던 때가 그립다고 말이다. 아내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직장 생활을 했기 때문에 사회 생활한 경력이 꽤 된다. 그런 경력을 다 포기하고 나와 결혼해서 하루 종일 집안에서 싸름하는 아내를 볼 때마다 미안하다. 뭐하도 해줘야 할텐데, 고민하다가 어느날 알라딘에 올라와 있던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아내에게 사다 주니 저자를 텔레비전에서 봤다고 말하면서 틈틈이 읽는다.  

  하루는 책꽂이에 꽂혀 있던 책을 보고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한번 읽어보자하고 책을 폈는데 내용이 쉬워서그런지, 아니면 원래 이런 종류의 자기 계발서가 가진 특징인지 술술 읽히는것이 몇 시간만에 다 읽었다. 다 읽고 나서 아내에게 참 미안한 생각이 든다. 아내가 힘들다고, 가끔은 밖에 나가서 바람을 쐬고 싶다고 할 때마다 그래도 애들 키워야지 어쩌겠냐고 하면서 지나왔는데, 어지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아내에게도 꿈이 있고, 그것을 포기한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님에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아내에게 "아이들이 조금만 더 커서 어린이집 다닐 정도가 되면 내 사무실로 아이들이 와서 기다리면 되니까 뭐라도 해볼래? 배우고 싶은 거 있어?"라고 물었더니 뭔가 하고 싶은 것이 있는 눈치다. 그런 아내가 유난히 예뻐 보였다.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맞벌이다, 여성 인력을 잘 사용해야 나라가 발전한다 등등 말은 많지만 실제로 아내들에게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자리를 남편들이 마련해 주지 못하고 무심하게 지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접시를 깨자는 말을 불온한 선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내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끼며, 조금은 더 신경을 쓰자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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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 화폐전쟁 1
쑹훙빙 지음, 차혜정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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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책이고 여전히 화제인 책이다. 한때 베스트셀러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던 책이다. 2권이 나오고 난 다음에는 두 권을 한세트로 묶어서 판매하고 있다.  

  오늘날 지구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에 의하여 얼마 전에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전쟁이 벌어져 여전히 지안이 불안한 상태이다. 그뿐이랴, 아프리카는 누가 정부군이고 반군인지 모를 정도로 혼란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것만 전쟁이겠는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니 그것은 경제 주도권에 대한 쟁탈전이요, 자기 통화를 기축통화로 밀어 올리고자 하는 치열한 싸움이다. 저자는 이것을 화폐전쟁이라 표현하며, 이것이 가장 중요한 전쟁이라고 주장한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갔다. 한국도 그 영향을 받아 IMF 때보다 더 살기 어렵다고 한다. 미국 증시와 달러의 가치에 따라 우리나라 화폐의 가치는 널뛰기를 시작했고, 그 가운데 환율 방어 실패로 인하여 외환 보유액을 공중으로 날려 버린 강만수라는 스타를 만들어 냈다. 국민들의 지탄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고 꼬장꼬장했떤 그는 "강만수 불사"라는 신화를 남기기도 했다. 이야기가 잠시 샛길로 빠졌지만 이러한 사태를 지켜보면서 확실하게 알게 된 것 하나가 있다. 우리나라 화폐는 세계 경제 무대에서 확실한 약자라는 것이다. 달러의 유동성에 의해서도, 위안화의 평가 절상에 의해서도 값어치가 널뛰기를 할 수밖에 없는 약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위안화는 어떤가? 달러에 대하여 강자는 아니더라도 대등한 존재일까? 저자는 그렇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달러의 가치가 과거에 비하여 불안정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위완화, 엔화, 달러, 유로화 등 몇가지로 분산해 놓기는 하지만 여전히 주는 달러화이다. 자본주의의 발상지이자 유럽의 강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들의 파운드화, 프랑화, 마르크화, 자원 강국인 러시아의 루블화도 결국 달러에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하나로 통합한 것이 유로화가 아닌가? 야심차게 출발한 유로화지만 달러에 대항하여 독보적인 혹은 대등한 기축동화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과거 일본 경제의 황금기의 엔화 정도가 달러화에 거의 근접한 것이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달러를 갚을 수 없는 국채의 성향을 가지기 때문에 결국 파산할 수밖에 없는 불안한 화폐라는 말, 금태환을 포기한 순간부터 더 불안정해졌다는 말, 금을 많이 보유하여 달러의 침략에 대항하여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경제 성장을 통해 갖게 된 자신감일까, 아니면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는 멍청함일까? 

  이 책을 읽은 후배와 한참을 싸우고도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후배는 저자의 말에 혹하여 금본위로 돌아가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금본위로 돌아가지는 않는다고 해도 최소한 그와 비슷한 장치는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금 보유량을 늘려야 한다는 말은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금본위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미 세계에 사용되는 통화의 양은 금과 은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하다. 통화로도 커버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전자 화폐를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실생활에서 마음만 먹으면 현금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이유도 신용카드라는 전자화폐 때문이 아닌가? 이미 우리 경제 규모는 금본주의나 은본주의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 국가가 지불을 보증하는 신용을 기반으로 하는 현재의 화폐체계가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체계이다. 

  금융시장에서 닳고 닳은 저자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왜 그렇게 금본주의를 강조하는가? 사실 저자에게 금태환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달러가 가진 불안정성 때문에 기축통화로서는 자격이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일까?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가치를 흔들어 그 자리에 위안화를 올려 놓고 싶은 것이 저자의 본심이 아닐까 한다. 수없이 많은 사실을 근거로 씌여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경제계의 다빈치 코드라고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안화를 세계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하여 음모론에 입각하여 작성된 작전계획서? 이것이 이 책에 대한 나의 평가이다.  

  혹 이 책을 읽어보는 사람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바란다. 역사적인 사실과 음모론이 적절하게 혼합되어 있어서 읽기에는 재미가 있다. 그렇지만 이 책에 몰입되어 이것이 진실이라고 믿지는 말아라. 다빈치 코드를 읽고서 예수의 후손이 프랑스 메로빙거 왕조이며 성당 기사단과 시온 기사단의 보호를 받는다고 믿으며 기독교를 공격하는 것만큼이나 웃기는 일이니 말이다. 어느 분이 서평을 기록하면서 기억에 남는 평가를 했는데 거기에 동의한다. 

  본문보다 부록이 더 잘씌여진 책! 

  부록은 꼼꼼이 읽어보길 권한다. 책값이 덜 아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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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10-07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한테 빌려서 조금 읽다가 아직 손도 못대고 있는 책입니다.
읽은 책은 많은 데 여건은 허락되지 않으니.......
어쩌면 핑계꺼리를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ㅠㅠ

saint236 2010-10-07 10:11   좋아요 0 | URL
사실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책이긴 합니다.^^

마녀고양이 2010-10-07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본위로 돌아가자고 하시는 분들 가끔 봅니다.
아고라에서 열심히 주장하시는 분들도 있지요. ^^
요즘 금값 장난 아니던데요?
달러를 대체할 수단이 나타날거 같기는 한데, 어느 방향인지 어렵네요.

그런데,, 돈놀이들 다양하게 합니다, 사람들 머리 참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saint236 2010-10-07 11:26   좋아요 0 | URL
왜 그런 머리를 정책에는 사용하지 못할까요? 참 미스테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