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
스티브 도나휴 지음, 고상숙 옮김 / 김영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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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이혼한 선배 누나를 만났다. 부부가 모두 동아리 선배인지만 둘 모두 알고 있던 나에게 두 사람의 이혼은 상당히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둘 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고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던 두 사람이었는데 이혼을 한다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들려온 이혼의 사유도 충격적이었다. 형이 도박을 했던 것이다. 그것도 장난으로 혹은 이제 막 시작을 하는 단계가 아니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의 중증이었다. 쓴 소리를 하던 누나에게 같이 한번 가보면 자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까지 말을 했다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여자 문제면 자신에게도 원인이 있으니 고쳐보려고 했지만 도박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아이들이 힘들어지기 전에 결혼을 끝내기로 했다고 한다. 물론 그러한 결심을 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비한인드 스토리들이 있었던 것을 나중에 누나를 만나서야 듣게 되었다. 둘 다 상당히 친했던지라 선배 형에게도, 그렇다고 선배 누나에게도 전화를 하지 못하고 망설이기를 몇 번이나 했을까? 몇 번의 망설임 끝에 누나가 더 힘들겠다 싶어서 전화를 했고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꽤 먼 거리를 가서 만난 누나는 내 예상과는 달리 행복해 보였다. 지금까지 지고 왔던 짐들을 모두 훌훌 털어버렸기 때문일까? “좋아 보여요!”라는 말에 나쁘지는 않다는 말로 대답한다. 앉아서 이야기를 하던 가운데 어찌어찌하여 책 이야기로 넘어갔다. 요즘 들어 박노자의 책을 읽고 있는데 참 대단한 양반이라는 말에 맞장구를 치던 누나가 나에게 권한 책이 이 책이다. 제목은 들어 본 책이었는데 누나가 강력하게 권하는 책인지라 조만간 읽어봐야지 하다가 스스로에게 주는 생일선물 목록에 이 책을 얹었다.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때문일까? 생각보다 나에게는 와 닿지 않았다. 많은 자기 계발서 가운데 한 종류로 받아들여질 법한 그냥 그런 책이었다. 이런 책을 누나가 왜 권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누나의 상황이 꼭 이런 상황이겠다 싶은 생각이 들자, 누나가 이 책을 그렇게 열심히 읽은 것이 이해가 됐다. 한편으로는 이 책이 나오지 좀 된 책인데 이 책을 그 동안 몇 번이나 읽었을까, 그러면서 얼마나 힘들어 했을까 라는 생각이 미치자 누나가 이 책을 나에게 권해 준 마음 씀씀이가 정말 고마웠다. 내가 뭐야라면서 읽은 책이 인생의 황량한 사막을 건너고 있을 누나에게 이 책은 마음의 나침반이요, 오아시스 같은 소중한 책이었던 것이다. 

  역자의 말대로 우리는 인생을 산으로 비유하는 것이 친숙한 문화권에 살고 있다. 목표를 정하고, 단계별로 진행하는 인생 설계서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언젠가 이병진씨가 방송에서 북한산을 오르면서 인생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깨달았다고 했었는데,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혹은 당연하게 들리는 문화권에서 살다보니 인생을 사막의 황량함에 빗대는 것이 낯설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다시한번 생각해 보면 인생은 목표를 정하고 단계를 밟아가는 산보다는 어디로 가야하나 방향도, 길도 잡지 못해서 막막해 하는 사막이 더 잘 어울린다. 때론 좌절도 하고, 어려움도 만나고, 그렇다고 뾰족한 수도, 확실한 돌파구도 없는 답답한 인생길. 그게 우리가 매일 걸어가고 있는 사막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사막을 건너면서 깨달았던 저자의 가르침이 전혀 엉뚱하지만은 않으리라. 혹 우리가 책을 읽다가 너무한다 싶은 생각이 든다면(가령 모래를 만나면 타이어의 공기를 빼라는 식의 이야기들) 그것은 전부 저자의 탓은 아니다. 사막이라는 것에 대해 무지한 우리들의 책임도 일정부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한다 싶은 내용이 곳곳에 눈에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책을 읽어가다가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내 눈을 확 잡아끄는 구절이 있었다. 같이 사막 여행을 했던, 이제는 암에 걸려 인생을 정리하고 있는 친구를 집에 데려다 주면서 느꼈던 감상을 글로 옮겨 놓은 부분이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나는 신기하게도 슬픔과 행복을 동시에 느꼈다. 나는 슬픔은 저쪽으로 몰아내고 행복에만 매달리고 싶었다. 차에 시동을 걸고 엔진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한동안 그냥 앉아있었다. 스티브 탤리스와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서로 가까워졌는데 그는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내가 해변과 사막에 동시에 떨어져 있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내가 원하는 곳에 있었고 동시에 내가 멀리 도망치고 싶은 그런 곳의 한가운데 서있었다.
  이런 게 살아 있다는 느낌일까? 이런 여정을 우리가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우린 이런 길을 걸어왔다. 나는 마음이 아팠지만 슬픔으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무엇인가가 열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내 감정으로부터 도망치지지도, 또 얽매이지도 않으리라 결심했다. 오히려 내 모든 것을 감싸 안기로 했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살아 있는 느낌일지도 모른다.(P.212 ~ 213) 

  그렇다 우리는 살면서 슬픔은 멀리하고 행복을 추구하지만 이상하게도 행복한 그 자리에 슬픔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슬픔의 그 자리에 행복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 이것이 삶의 아이러니요, 그것을 있는 그대로 감싸 안는 것이 바로 충실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도망치고 싶고, 외면하고 싶은 삶의 그 자리를 도망치지도 않고 외면하지도 않으면서 당당하게 감싸 안고 살아가는 그 누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누나의 그 용기가 한없이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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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 꼭 이루고 싶은 자신과의 약속
강창균.유영만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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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rfe diem! 

  Sieze the day! 

  죽은 시인의 사회를 유달리 좋아했기 때문에 위의 두 마디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기억하고 다녔다. 미니홈피의 이름도 한 때는 "Carfe Diem"으로 해 놓았었다. 지금은 "책질"이지만... 오늘을 잡는다, 오늘을 즐긴다? 막연히 열심히 살아라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만 버팃 리스트라는 영화를 통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워낙 좋아하는 배우들인 모건 프리먼(무슨 말이 필요한가?)과 잭 니콜슨(사랑할 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에서 나오는 그 능글맞은 아저씨!!)이 나오는 영화라 선택을 했는데 흥행에 실패한 이유를 알겠다.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꽤 드물다. 여하튼 그 영화를 통해서 현실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어느날 이와 같은 제목의 책이 나온 것이다. 살까 말까 고민을 하던 중에 외국에 어학 연수를 떠나는 녀석에게 선물할 책을 고르다가 같이 샀다. 그리고 열심히 읽어가면서 왜 진작 이 책을 보지 않았을까 하며 후회를 했다. 만약 이 책을 먼저 봤다면 이지성 씨의 책을 주는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았을테니 말이다. 

  여타 개발서들이 그렇듯이 이 책은 한 가지의 스토리를 가지고 재미있게 풀어가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이 써 있지만 그래도 내가 다른 사람들에 추천하는 자기계발서 가운데 하나이다. 이 책의 최고의 장점은 다른 것이 아니라 실제로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보게 안내를 한다는 것이다. 무책임하게 좋은 말을 잔뜩 늘어놓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실제로 작성하는 과정을 제시하기 때문에 내용을 곱씹으면서 읽는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실제로 내가 선물해 준 이 책을 받고서 중반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멈추어서 있는 녀석도 있다. 진짜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생각만 가득한데 그 중에서 무엇인가 골라내는 일이란 수월치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특한 것은 대충 넘어갈 수 있는데 그렇지 않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이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선물하는 재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을 즐기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것이 아니겠는가? 언젠가 CF에서 들었던 노래 중에 기억에 남는 노래가 있다. "네가 진자로 원하는게 뭐야? 그 나이를 처먹고도 그걸 하나 몰라?" 그렇다. 이 나이를 먹고도 때로는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가장 하고 싶은 것을 고르고 그 중에서 내가 지금 곡 해야 할 것들을 실천 가능한 것부터 골라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때론 장기적인 목표도 있고, 때론 단기적인 목표도 있는데 이렇게 작성된 리스트가 버킷 리스트가 아니겠는가? 혹 인생의 비전이나 진로를 찾는 사람이라면 한번은 읽어보면 꽤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교회에서 가르치고 있는 청년들과 리스트를 작성해 봤다. 작성해 온 사람도 있고, 안해온 사람도 있고, 때론 리스트가 정말 별 것 아닌 경우도 있지만(예를 들어 긴 머리를 꼭 자른다라든지) 그래소 리스트를 작성한 사람은 그 다음 주에 그 일을 했다는 것이다.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이러한 일이 아니겠는가? 참고로 내가 작성한 리스트는 이것이다. 

  1. 컴패션으로 후원하는 아이에게 3월 중으로 편지쓰기(아이가 한번 바뀌어서, 바뀐 아이에게 내일 중으로 작성하려고 한다.)

  2. 10년 내에 제주도를 3박 4일 동안 자전거로 여행하기

  3. 10년 내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능숙하게 타기.(아직 엄두도 못낸다.아이가 어린지라...)

  4. 올해 중으로 100권의 책을 읽기(18권째 읽고 있다. 페이스 업이 필요하다.)

  5. 20~30년 내에 아프리카에 우물 파기(조금씩이라도 돈을 모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적어 놓고 보니 귀찮음으로, 혹은 여러가지 핑계를 대면서 미루고 있는 일들도 있는데, 당장 1번은 내일 하려고 한다. 나머지도 열심히 해야 리스트가 리스트로 끝나지 않을텐데....아자!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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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4-27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두 있어요. 제주도 3박4일 자전거로 가족 여행하기.
그런데 굉장히 힘들다는 말이 들려서, 하루만 하고 나머지는 차로? 하면서
고민 중이랍니다. 저는 제주도에서 한달 살기도 있는데....
세인트님, 올해 안으로 100권 읽기라,,, 우아. 그리고....
아프리카에 우물 파기. 꼭 이루시기 바랍니다!

saint236 2011-04-27 13:11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도 제주도 여행 꼭 이루시기 바랍니다.
 
생각 버리기 연습 생각 버리기 연습 1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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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33살 먹은 녀석이 뜬금없이 묻는다. 나랑 나이 차이도 많이 나지 않지만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편인지라 그 녀석도 나에게 고민 거리가 있으면 스스럼없이 말하는 편이다. 음악 치료사라는 특이한 직업의 문제로 항상 학기가 시작할 때마다 취업의 문제로, 그리고 나이가 나이인지라 결혼의 문제로, 거기에다가 교회 청년부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아서 여러가지로 고민거리가 많다. 자연히 생각이 많을 수밖에.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어느날 서점에 갔더니 베스트셀러 중에 하나가 눈에 확 띄더란다. 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생각 버리기 연습" 

  요즘들어 더 생각이 많아져 골치가 아프던 차에 제목에 확 꽂혔다고 한다. 며칠 뒤 교회에서 나를 만난 그녀석이 "생각 버리기 연습"이라는 책을 읽어 봤냐고 물었다. 알고는 있지만 보지는 않았다고 했더니 그 책을 사려다가 말았다면서 지금이라도 당장 사려고 한다. 그런데 그 녀석은 이 책이 불교식 마음 수련 방법임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읽어보고 이야기해 주겠다 달랜 후 읽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이런 식으로 읽게 되는 책들이 꽤 있다.  

  역시 종교가 다르다 보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최대한 쉽게 풀어 썼다지만 어릴 때부터 기독교라는 배경에서 자라서 불교에 문외한인 나에게 이 책을 깊이 이해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학 다닐 때 세계의 종교라는 과목을 들었을 때 불교에 대하여 약간이란 공부한 풍월, 그리고 동양 철학을 공부하면서 인도 철학과 불교 철학에 대하여 병아리 눈꼽만큼 배운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아주 얇고도 얕은 지식으로 이 책을 읽어가면서 얻은 결론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한마디다. 과거 실연의 아픔으로 힘들어하던 나에게 친구가 보내준 한마디의 문자가 바로 이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이 많은 것은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에 잡념이 일기 때문이요, 이로 인해 평상심을 잃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하여 저자가 제안한 훈련 방법은 팔정도이다. 말하기, 듣기, 보기, 쓰기와 읽기, 먹기, 버리기, 접촉하기, 기르기라는 항목들도 결국은 팔정도를 기본으로 수행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에 문외한이 사람이 그 내용을 깊이 깨달아 알이에는 어려운 것이다. 그렇지만 마음이라는 것이 어디 내 뜻대로 되던가? 아무리 훈련하고 노력하고 연습한다고 해도 내 뜻대로 하기 어려운 것이 마음이 아닌가? 일체유심조라는 말만큼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말이 어디 그렇게 많겠는가? 그래서 책을 읽고 나서 명쾌하기 보다는 오히려 생각이 더 많아진 것일 게다.

  현대인은 생각이 너무 많은 생각병에 걸려 있다는 저자의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거기로부터 한발 물러서서 객관화하라는 저자의 말은 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불교적인 수행에 맹렬 정진하려는 독실한 불교도가 아니라면 객관화라는 것이 조용한 산사로 떠나 거기에서 며칠 수행하는 템플 스테이 수준에 머무르지 않을까?

 자기의 감정이 움직이는 모든 것을 慢(만)이라는 번뇌로부터 유래하는 것이기에 이것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은 왠지 나에게 강박증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선한 욕심이라는 것도 결국 욕심이기에 이것은 치졸한 것이며 버려야 할 것으로 이야기하는 저자의 말에는 왠지 인간미마저 없어진 것 같아서 갑갑하다. 無를 의식하는 無는 진정한 無일 수 없듯이 잡념을 버리려는 생각 또한 잡념의 하나가 되지 않겠는가? 분명히 저자는 이 부분을 경고하면서 이러한 잘못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어디 그런가? 게다가 기껏 잡념을 버리고 마음을 안정시켜 놓은 마음을 자극하는 자극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한 자칫 잘못하면 우리는 생각 버리기 연습이라는 또 하나의 생각에 지배되어 살아가지 않겠는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연습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기준은 너무 높은 곳에 잡고 있고, 그것을 강요하는 것 같다는 말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김남준 목사님의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끼는 답답함을 느꼈다면 쉽게 이해가 되려나? 

  마지막으로 12,000원이라는 책 값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 먹고 읽으면 2~3시간 내에 읽을 정도로 글씨도 크고 여백도 많은데 이 정도의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폭리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비싸게 받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 책에 대해 물어 본 녀석이 읽고 싶다면 빌려주겠지만 내가 나서서 권하고 싶지는 않다. 괜히 그 녀석의 마음에 또 다른 잡념만 심어줄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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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4-07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이랑 겉표지 보고서는 혹 했었는데...
실제로 평점은 다들 박하시네요~^^

saint236 2011-04-08 10:30   좋아요 0 | URL
혹하시면....박해집니다.
 
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 - 빛나는 20대, 너의 눈부신 꿈을 이루기 위한 청춘지침서
이지성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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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다가 어느 영화 포스터의 카피가 생각이 났다.  

  "맛있는 불량식품" 

  그렇다. 자기계발서에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아니다. 자기 계발서라기보다는 이 책에 딱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까? 깔끔한 디자인, 왠지 도전적인 제목, 손에 들기 딱 좋은 크기. 이런 이유로 읽어보지도 않고 호주로 가는 청년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비록 읽어보고 선물하지는 못했지만 선물한 책은 나도 무슨 내용인지 읽어보는 편인지라 같은 책을 두 권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첫장을 펴면서부터 "이런 젠장"이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다음으로 드는 생각은 "큰일났다."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간절히 바라기는 이 책을 선물로 받은 그 녀석이 책의 내용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으면 하는 것이다. 

  자기계발서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지, 그리고 왜 유달리 책을 좋아하는 책쟁이들에게 관심을 끌지 못하는지 그 이유는 명확하다. 자기 계발서라는 것이 어떻게 하면 성공할 것인가에 대하여 말하지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살 것인가에 대하여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말을 가져다 붙인다고 할지라도 성공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은 베스트 셀러가 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너무 노골적으로 그렇게 쓰면 소위 말하는 책의 격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자기 계발서는 이 경계선을 아주 모호하게 흐린다. 가끔 자기 계발서에서 탁월한 인생의 지혜를 얻는 것도 이러한 모호함에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너무 명료하다. 이렇게 솔직하고 노골적인 책을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언젠가 자주 가는 서재에서 "리딩으로 리드하라"라는 책에 대하여 혹평을 보았는데 그 정도인가 싶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충분히 그런 혹평을 받을 수 있겠다 싶다. 책이 너무 솔직하다. 젊은 여성들에게 던지는 그저그런 자기 계발서식의 이야기들은 제껴놓고, 나로 하여금 이런 젠장이라는 말을 연발하게 만든 것은 "여자여, 힘을 가져라, 능력을 가져라, 성공해라, 제발 구질구질 쪽팔리게 살지마라."는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설적인 어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초등학교 선생님이어서 그런지(아직도 초등학교 선생님인지는 잘 모르겟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훈계를 늘어 놓는다. 그것도 상대방을 깔아 뭉개면서, 쪽을 주면서. 게다가 "좋은 대학 가면 맘껏 놀 수 있어?"라고 우리를 꼬셨던 고3 선생님들처럼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하면 성공할 수 있어, 세상에 최고는 성공이고, 힘이고, 능력이야?"라면서 스무살들을 부추긴다. 저자가 말한대로라면 성공은 할 수 있겠지만, 능력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그 사람의 인생에서 무엇이 남을까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대한민국은 상위 1%가 움직이는 웃기는 나라라고 말하면서도, 비판하면서도 너는 그 1%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을 위해서 지금부터 자기 계발서를 하루에 한권씩 읽고 강좌를 찾아다니고 자기에게 투자하라고 한다. 그런데 난 왜 그 말이 귀에 거슬리는 것일까? 혹시나 해서 리뷰를 다 뒤져보았으나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다. 모두 좋은 책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한다. 내가 너무 과민반응하는 것일까?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한 권씩 1년동안 365권의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말은 정말 가~관이다.(그렇게 자기 계발서만 읽으면 소는 누가 키워~~)

  난 왜 이 책이 불량식품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입에는 정말 단데, 맛있는데 먹으면 먹을 수록 건강을 해치는 불량식품처럼, 입에는 달고, 당장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지, 성공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명확하게 가르쳐 주지만, 인생에 대한 고민과 삶의 풍성함에는 정말 좋지 않은 맛있는 불량식품과 같은 책이 아닐까? 그가 썼다는 다른 책들(예전에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이라는 책을 들었다 놨다 한적이 있는데 사지 않기를 잘했다)에 대한 흥미가 갑자기 사라진다.  

  불량식품을 먹었을 때 깨끗한 물로 입을 헹구고 진짜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하듯이, 며칠간은 인문한 서적을 파야겠다. 사놓은 지식e 시즌 6과 공감의 시대를 읽어야겠다. 이 정도는 읽어야 내 마음에 낀 불량식품의 싼 맛이 사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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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3-23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자기 계발서는 잘 안 읽게 돼요.
특히 이지성, 이분이 쓴 건 뭐랄까...님이 말씀하시는 그런 이유들 때문에 재미없더라구요.
그래도 종종 이렇게 올려주시는 리뷰 동냥하는 재미는 쏠쏠해요.
잘 지내시죠?^^

saint236 2011-03-23 10:34   좋아요 0 | URL
저도 그다지 읽고 싶지는 않은데 교회 청년들 때문에 꽤 읽게 되는 편입니다. 와서 그 책 어대요 물어보면 일주일 뒤에 다시 오라고 하고 열심히 읽죠^^
 
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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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강의!  

  어찌보면 참 하찮고, 어찌보면 매우 중요하고, 또 어찌보면 그저그런 말이 아닐까 싶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으로 술렁술렁 교단을 지켜온 사람에게도 마지막 강의는 있고, 목숨 걸고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도 마지막 강의는 있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도 아닌 이 책이 왜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끌었을까? 이 책 밑에 달린 수많은 서평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열광한 것일까? 나는 왜 그렇게 많은 서평 중에 또 하나의 서평을 덧붙이고 있는 것일까? 솔직하게 말해서 이 책이 내게 준 느낌은 그저 그렇다. 그럼에도 나는 왜 서평을 쓰는 것일까? 자기만족? 그렇수도 있다. 추천을 바라는 얇팍한 생각?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부정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내가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쓰는 이유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냥 랜디 포시의 삶이 행복하지 않았나 하는 부러움때문이다. 

  시간은 당신이 가진 전부다. 그리고 당신은 언젠가,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p152) 

  포시의 말대로 시간은 우리가 가진 전부이다. 그런데 그 시간이란 것이 참 묘해서 많이 남아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다가 끝이 보이고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아까워서 어쩔줄 모르게 된다. 이렇게 안달할 것이면 많이 남았을 때 했으면 좋았을 것을, 왜 그때 그렇게 허송세월했는지 후회가 된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그 순간에도 여전히 허송세월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내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를 자학하거나 후회로 남은 시간을 탕진한다. 그러나 포시는 대신 가족들과 더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을, 그리고 남겨진 삶에 충실할 수 있는 태도를 택한다. 거스름돈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되돌아가서 그것을 항의하고 돌려 받아오는 것보다는 남겨진 시간이 더 소중하기에 그것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삶의 태도!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다. 만약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나도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포시의 인생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불행한 삶이기 쉽다. 어린 자녀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떠나는 중년 남성의 삶이 얼마나 슬프겠는가? 이제 막 행복이 시작되는데 그것들을 뒤로 하고 떠나는 발걸음이 얼마나 무겁겠는가? 그렇지만 그는 그 모든 무거움들을 뒤로하고 인생을 정리해보게 된다. 많은 사진들을 추려내면서 강의를 준비하듯이 인생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추려내고 꼭 필요한 것들만 남기는 작업을 언제 이렇게 충실하게 해볼 수 있겠는가? 내가 포시에게 부러운 것이 이것이요, 그의 인생이 행복한 인생이라 평가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가끔은 멈추어 서서 우리 인생이 어떻게 지내왔는지, 어디쯤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점검해 보고 방향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비록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이러한 과정을 충실히 거친 포시의 삶이 한없이 부러운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ps.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이 왠지 생각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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