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브 - KI 신서 412
켄 블랜차드.셀든 보울즈 지음, 조천제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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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집단 지성이라는 말이 있다. 두산백과는 집단 지성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한다.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을 통하여 얻게 된 지적 능력의 결과로 얻어진 집단적 능력을 일컫는 용어"

 

  대표적인 예로 위키피디아가 있다. 지금까지와의 백과사전과는 달리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사용자 참여의 온라인 백과사전으로 2001년 1월 15일 시작되었다. 비영리 단체인 위키미디어재단이 운영하며 전세계 200여 개 언어로 만들어 가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2002년 10월부터 시작되었다. 과거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과거 국민학교 시절 외판원을 하시던 사촌 형을 도와주기 위하여 아버지께서 동아 백과사전을 한질 사주셨다. 당시 우리 집안 가정 형편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이었지만 책을 사는 일에는 아깝게 여기지 않으셨던 아버지셨기에 불만이 많으셨던 어머니도 승락하셨다. 물론 어머니께 먼저 승락을 받지 않고 일을 저지르셨기 때문에 추후 승인이었지만 말이다. 덕분에 겨울방학 내내 우리 남매에게는 결코 심심하지 않은 일거리가 생겼다. 지금 생각하면 참 황당한 일이지만 집에 있을 때 한권씩 꺼내서 읽었던 것이다.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사전인데 그 사전을 1권부터 마지막권까지 차례로 읽어간다고 생각을 해보라. 덕분에 잡스러운 지식들이 많이 생겼고, 백과사전을 집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도 커져만 갔다. 이건 정말 종이 다른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구나 싶었다. 백과사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날 위키피디아가 등장했다. 처음에는 위키피디아가 일반적인 백과사전인줄 알았다. 내용도 전문적인 백과사전에 비하여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물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 없지는 않다. 실례로 우리는 미켈란젤로 바이러스가 최초로 발견된 시기가 1991년 2월에서 1991년 4월로 고쳐졌던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수정이 된 다음 안철수 교수에 대한 거짓말 논란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생각한다.

 

  이야기가 다른 길로 빠지긴 했지만 집단지성은 우리가 개인이었을 때 도저히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드 컴퓨터 시스템도 그 한예라도 하겠다. 개개인의 PC를 네트워크로 묶어 슈퍼컴퓨터가 하는 일을 분산처리하는 이 시스템은 외계 생명체와 같은 고도로 복잡하고 광범위한 계산을 해야하는 작업을 가능하게 했다. SNS도 마찬가지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실과 내용들을 네트워크화하여 어떠한 현실로 일구어 내는 것! 개인이던 시절에는 불가능하던 일들이다.

 

  시대는 영웅이나 강한 개별적인 존재보다는 약하지만 끈끈한 집단을 선호하는 시기가 되었다. 공룡같은 초인 대신 개미와 같은 협력체제가 시대를 이끌어 감에 따라 멤버쉽이라는 말은 매우 중요한 단어가 되었다. 너도나도 MT(멤버쉽 트레이닝)를 떠나고, 너도나도 팀을 강조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팀보다는 개인을 선호한다. 입으로는 팀을 말하지만, 마음과 행동으로는 각개전투를 벌인다. 어릴 적에 축구, 야구와 같은 단체 스포츠를 시키는 이유는 그들에게 협력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단체 경기마저도 한 두사람의 스타플레이어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 결과가 오늘 우리가 처한 승자독식, 나만 아니면 돼와 같은 지극히 이기적인 모습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팀웍의 중요함에 대해서 설명해 준다. 자기 밖에 모르는 아이스하키팀의 어린선수들이 하나의 팀으로 뭉켜가면서 놀라운 일을 해 내는 과정은 공동 프로젝트를 해내야 하는 우리들에게 깊은 깨달음을 준다. PUCK으로 명명되는 팀웍의 기본 정신은 지금 내게 너무나도 필요하고 소중한 것들이다. 앞으로 두고두고 몇번이나 이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을 적어본다.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현명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None of us is as smart as all of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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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9-19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하게 읽었어요~ 교육의 문제가 무엇인지 확인했고요.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가르치지 않는 세상~ㅠ
물론 말로는 가르치지만 삶에서 보여주지 않는....

saint236 2012-09-19 10:15   좋아요 0 | URL
그런 이야기가 생각이 나요. 혀 짧은 훈장님이 빠담풍 하면서 너희들은 바람풍 하라던...
 
비전으로 가슴을 뛰게 하라
케네스 블랜차드 외 지음, 조천제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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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자리가 바뀐지 3달이 되어간다. 이사나 이직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겠지만 적응하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다. 그러다보니 삶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살면서 이런 과정을 수도 없이 겪어야 하는데 아직 초반이라 쉽지가 않다. 마음이 분주하고, 그렇다고 무엇인가 목표를 위해서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도 받지 못하던 어느날! 난 종로에 있는 알라딘에 갔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편으로 책을 사자고 그래도 가격이 저렴한 중고서점을 찾은 것이다. 켄 블렌차드의 "하이파이브"라는 책을 사고 싶어서 예전부터 보관함에 담아 두었었는데, 마침 알라딘에 중고로 여러권이 나와있었다. 하이파이브를 집어서 나오려는데 그 옆에 켄 블렌차드의 책이 여러권 꽂혀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책도 있었고, 내가 처음 보는 책도 있었다. 그중에 몇권을 골라서 가져왔다. 왜냐구? 그냥, 내 자신을 위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난 자계서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내 서재에는 자계서가 생각보다 꽤 꽂혀 있다. 청년들에게 선물해 주기 위해서 사서 읽어본 책들도 있고, 궁금해서 읽어본 책도 있고, 내 자신을 위로하고 싶어서 읽어본 책도 있다. 이번에는 전적으로 3번째 이유에서 블렌차드의 책을 샀다. 힘들고 지칠 때, 그냥 위로받고 싶을 때 자계서를 보는 것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자기 위로의 방법이다. 자계서의 특징은 어렵지 않다는 것, 고로 머리를 복잡하게 굴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자계서를 읽고나면 무엇인가 다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마치 요즘 젊은 사람들이 복용하는 에너지 드링크 같다고 할까? 비록 그 후유증이 크기는 하지만, 후유증을 감안하여 잘 사용한다면 가끔은 삶에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블렌차들의 책은 이런 역할에 딱이다. 딱딱하게 이러이러해야 한다 말하지도 않고, 그냥 동화책을 보듯이 읽어보면 되기 때문이다. 그 안의 내용을 기억해도 좋고, 기억하지 못해도 좋다.

 

  비전으로 가슴을 뛰게 하라.

 

  언제 내 가슴이 뛰었던가? 단언컨대 요즘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래서 더 슬프다. 사람을 움직이는 동력인 왜, 어떻게라는 언제부터인가 이런 것들을 잊어버리고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은 같지만 공허함과 허탈함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울때가 많다. 가슴 뛴다는 것이 젊음의 특권은 아닐텐데, 어느새 무덤덤한 내 마음을 나이가 들어감의 증거로 받아들이고 있다. 비전이라는 말조차 그저그런 말, 혹은 한때 중요했지만 이젠 나에겐 유통기한이 지난 말로 생각하지는 않았던가?

 

  공허한 요즘 유투브에서 동영상을 발견했다. 내가 좋아하던 울랄라세션의 공연 영상이다. "누구나 마음 속에 한 가지 소원이 있죠?"로 시작하는 이승환의 덩크슛이다.

 

 

  가장 울랄라세션다운 무대였고, 그래서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내가 그들의 무대에서 눈을 뗄 수가 없는 이유,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 흥이 있어서기도 하지만, 그들이 지금가지 가지고 왔던 삶의 태도때문이다. 비전을 품고 여기까지 달려왔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미래를 꿈꾸었고, 그 비전이 이루어진 지금에도 결코 멈추지 않고 계속적으로 앞으로 향해 달려가는 에너지가 그들을 통해 느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 비전에 대해 묻는다면, 난 울라라세션의 무대를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책을 읽고 머릿 속에 남는 내용들 솔직하게 거의 없다. 그저 그런 내용들, 누구나 다 한번은 생각했을 법한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가지 "비전으로 가슴을 뛰게하라"는 말은 내 머릿 속에 깊이 각인되어 사라지지 않는다. 가슴이 뛴다. 참 부러운 말이다. 다시한번 가슴이 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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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9-19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꿈을 갖고 가슴 뛰는 삶을 사는 젊은이도 흔치 않을 듯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꿈을 간직하고 열심히 가슴 뛰는 삶을 살겠지요. 우리도 가슴 뛰는 삶을 살아봐요~ ^^

saint236 2012-09-19 10:16   좋아요 0 | URL
꿈 때문에 가슴이 뛴다는 말처럼 부러운 이야기가 없겠죠? 어제 프랑스 유학을 떠날 녀석을 만났는데 부럽더군요...꿈을 향해 조금씩이지만 달려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엽전의 처세술
딩 위옌 스 지음, 장연 옮김 / 김영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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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엽전의 처세술!

 

  제목에서부터 오해를 불러 살만한 책이다. 엽전은 과거에 사용되던 금속 화폐를 일컫는 말이다. 그렇지만 다른 의미로도 사용되곤 한다. 다음 어학 사전에는 엽전에 대하여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봉건적 인습에서 아직 탈피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 사람이 스스로를 얕잡아 이르는 말.

 

  굳이 영어를 좋아하는 요즘 표현으로 옮기자면 루저정도라고 할까? 내 기억에 엽전이라는 말이 화폐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다른 의미로 사용된 첫번째는 신중현과 엽전들이라는 그룹 이름에서였다. 컬투쇼를 듣다보면 "엽전 열닷냥"이라는 노래 가사가 나와서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서 찾아보니 한복남 씨의 노래 제목이란다. 여하튼 엘신님의 서재에서 이 책을 분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으로 떠올렸던 뜻은 루저라는 개념이었다. 게다가 처세술이라는 말까지 붙으니 스스로를 엽전이라고 부르는 평범 이하의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적고 있는 책이라고 오해를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정작 책을 접하고 보니 순수하게 과거에 사용되었던 화폐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저자가 고향을 떠나 멀리 다른 지방으로 가게 되었을 때 누군가 저자에게 삶의 자세에 대하여 가르쳐 주기 위하여 주었던 선물이란다. 그 선물을 받고 저자가 깨달은 엽전의 처세술은 이런 것이다.

 

  그 엽전의 의미는 "밖으로는 둥굴게(圓), 안으로는 반듯하게(方)' 처신하라는 뜻이었다. '반듯하게'는 처세의 바탕을 이루는 올바른 기운으로서 갖가지 좋은 인품을 가리킨다. '둥글게'는 노련하고 원만하게 처세하라는 의미로서 삶에 기교가 필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예컨대 똑바로 걸어갈 수 없으면 빙 둘러서 가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반듯하면 쇠처럼 한번 구부러지면 곧 부러지고 만다. 한편 누구에게나 잘 보이기 위해서 너무 원만하게 지내면 다른 사람만 욕을 먹고 자신은 반사이익을 얻게 되지만, 그런 식으로 지낸다면 어느 누가 친해지려고 하겠는가? 이런 사람도 인생의 실패자가 되고 만다. 반드시 반듯하면서도 둥글게, 둥글면서도 반듯하게 처신해야 한다.

  즉 '밖으로는 둥글게, 안으로는 반듯하게'. 이는 확실히 좌우명으로 삼을 만한 경구이다. 이것이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p5~6)

 

  결론부터 말자하면 대인관계에서는 둥글게, 자신에 대해서는 반듯하게 처신하라는 말이다. 과거 대학원 수업 시간에 기독교 윤리 개론에 대해서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교수님이 예쑤의 윤리에 대해서 비슷한 말을 했었다. 예수의 윤리를 하나님 앞에서는 단독자로 서야하며, 대인관계에 대해서는 보편주의자로 처세해야 한다고 했다. 즉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때에는 철저하게 윤리적인 입장에서 자신을 다잡아야 하며, 대인관계에서는 인종이나 나이, 환경이나 조건에 의한 차별 없이 모든 이들을 현제로 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게 뒤바뀌게 된다면 기독교 윤리는 예수의 윤리를 배신하는 것이며,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해 버린다고도 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교수님들에게 배운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이 가르침만은 내 머릿 속에 확실하게 각인이 되었다. 단지 아쉬운 것은 그분도 그렇게 살지 못해서 왕따를 자처했다는 것이다. 엽전의 처세술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 가르침이 생각이 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밖으로 둥글게, 안으로 반듯하게! 대인관계에서는 굳이 상대방의 허물을 들추어낼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말로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하며,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원칙과 가치관을 세웠다면 아무리 손해를 본다고 할지라도 타협을 해서는 안된다. 이게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는 삶의 자세이다. 물론 어렵다. 이렇게 살려고 애쓸수록 소위 말하는 성공과는 멀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정의롭게, 인간답게 사는 길이다. 더군다나 언젠가는 하나님이라는 절대자 앞에 서게 될 것이라 믿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신실한 기독교인이고 싶어하는 나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요즘은 안과 밖이 뒤바뀌니 문제이다. 개인에 대해서는 최대한 관대하게, 그리고 타인에 대해서는 최대한 편협하게 산다. 약육강식이라는 무한경쟁의 법칙이 절대적 기준이 되어버린 세태 속에서 남보다 한발 앞서려고 발버둥친 결과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예수를 닮아간다고 말하는 기독교인들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아니 기독교인들은 더 철저하다. 성경과 기독교 신앙을 면죄부 삼아 자신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타인에 대해서는 한없이 편협하다. 나와 생각이 조금 다르면 이단이요, 없애버려야 할 적으로 간주한다.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한국의 특별한 상황은 이러한 문제를 더 심화시킨다. 나와 조금이라도 다르면 좌요 우며, 꼴통이요 체제를 뒤흔드는 빨갱이이다.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2012년 대산과 총선을 치르면서 편가르기는 더 심각해질 것이며, 이로 인해 우리가 지불해야할 대가도 꽤 클 것이다. 밖으로는 둥글게 안으로는 반듯하게라는 엽전의 처세술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ps. 중국 사람이 썼다는 특이함을 제외하고 내용은 그저 그렇다. 여타 자기 계발서와 다를 것이 없다. 한마디로 평하자면 자기 계발서의 백과사전이라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책을 보내 주신 엘신님에게 감사한다. 나머지 책도 빨리 읽고 끄적거리는 것이 엘신님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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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1-14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뜻깊은 의미를 담고있는 표현입니다.
타인을 대할 때는 너그럽고 인자하게 대하되
자신에게는 엄격하라는 뜻이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되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참으로 뜻깊은 지혜를 배우고 갑니다.
평생 잊지 말고 살아가야 할 말입니다.
잊지 말아야 하는데...

좋은 글 자주써주시고 잊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saint236 2012-01-14 15:50   좋아요 0 | URL
저도 엽전의 처세술이라는 말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배웠습니다.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
아이라 바이오크 지음, 곽명단 옮김 / 물푸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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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 후 잠실로 이사를 와서 가지 못하지만 과거엔 인사동에 자주 갔다. 머리가 복잡하면 가고, 실연을 당했을 때도 가고, 외로울 때도 갔으며,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갔다. 스무 살 인사동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지라 인사동 찻집에 대해서는 남들보다 조금은 더 아는 편이었고, 항상 가던 곳이 정해져 있었다. 경인미술관, 오 자네 왔는가, 지대방, 귀천! 조금은 모던한 분위기를 원하면 경인미술관과 오 자네 왔는가를 갔고, 주로 지대방을 갔으며(그 덕에 사장님과 조금은 안면이 있다), 모과차가 마시고 싶으면 귀천을 갔다.(모르긴 해도 인사동에서 모과차를 제대로 만드는 곳은 이곳일 것이다.) 옛날 귀천과 분점 귀천의 분위기는 매우 다르지만 양쪽 모두에 걸려있던 시 한편이 있었다. 천상변 시인의 귀천이다.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이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어린 시절 멋모르고 외우고 다녔던 시였는데, 모과차 한잔과 함께 대하는 시는 너무나 달랐다. 歸天이라는 말 한마디에 담긴 천상병 시인의 인생과 철학,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단편적으로나 음미해 보면서 나도 그렇게 살고 그렇게 죽고 싶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다되면 돌아갈 때가 되었을 때 아름답게 살았노라고, 고마웠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을 살기를 원했고, 지금도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

 

  내가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48이라는 많지 않은 나이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1년 동안 투병 생활을 하시면서 입원을 반복하셨기 때문에 아버지와 함께 보낼 시간이 많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에도 학교에 있었던지라 곁에서 임종을 지키지도 못했다. 학교에 있다가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집에 돌아와서 사흘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지나갔다. 장례식이 끝나고 일가친척들이 모두 돌아간 그 순간부터 아버지의 부재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 시간들을 기댈 대상을 잃어버린 외로움과 아버지에 대한 죄송한 마음과의 길고 긴 싸움이었다. 왜 그리 길고 긴 시간들을 혼자서 그렇게 힘들어했고 외로워했을까? 내가 준비가 되기도 전에 아버지께서 떠나셨기 때문이었다.

 

  생일은 시원찮게 챙겨드려도 장례식만큼은 요란뻑적지근하게 치르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이다. 지금이야 장례문화가 많이 바뀌어서 장례식장에서, 최대한 조용하게 장례식을 치르지만 어릴 적 내가 목격했던 장례식은 동네잔치에 가까웠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다 달라붙어서 음식을 장만하는 것은 잔칫날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안에서는 곡을 하면서 조문객을 받지만 밖에서는 상여를 꺼내놓고 예행연습을 한다. 요령잡이의 소리가 얼마나 구슬픈지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소리가 상당히 구슬픈데도 묘하게 리듬감이 있어서 그냥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장례지낸 음식은 집안으로 들이지 말라는 옛말대로 온 동네 아이들과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그 음식을 먹고 떠난 사람을 기억하고, 남겨진 사람들을 위로했다. 떠난 이에게 미처 못한 말을 하고 들어주다보면 떠나보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던 사람도 마음의 준비가 된다. 죽은 사람을 묻는 예식이지만 철저하게 산 사람을 위한 예식이 바로 장례식이다.

 

  이 책에서 하는 말이 이것이다.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 얼마나 부하게 살았느냐, 성공했느냐, 무슨 일을 이루고 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후회를 남기지 않고 죽음을 준비했느냐를 묻는 말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사랑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용서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꼭 필요하지만 평소에 하지 못하고 있던 말들을 다 하라는 말도 “당신은 죽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라는 뜻이다. 천상병 시인의 말을 빌리려 표현하자면 소풍 끝나는 날 하늘로 돌아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냐는 의미다.

 

  사람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잘 살고 싶어한다. 잘 살기 위해서 공부하고, 돈을 모으고, 권력을 잡고 싶어한다. 잘 살기 위해서라면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다 동원한다. 그렇지만 단 한번도 잘 죽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당신은 잘 죽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물으면 그냥 살다가 죽으면 죽는 것이지 잘 죽기 위해 애쓸 필요까지 있느냐 반문한다. 맞는 말이다. 그냥 살다가 죽으면 죽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죽는 사람의 입장이고, 남겨진 자들의 입장에서는 다르다. 살아 있을 때는 그 사람으로부터 서운한 대접을 받은 것, 상처받은 것이 생각이 나는데 죽고 나면 왜 그렇게 못해준 것, 상처준 것이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보낼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리라. 이 책에서 소개된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전혀 다른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 칼라와 폴의 차이도 여기에 있다. 아버지와 함께 마지막 시간을 보내면서 “사랑한다. 고맙다. 용서한다.” 이런 말을 하면서 보낼 준비를 한 칼라와는 달리 준비도 없이 갑작스레 아버지의 죽음을 직면하게 된 동생 폴이 아직도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이 책을 통해 아름다운 죽음은 아름다운 삶으로 이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발견했다. 죽음을 준비하는 경험은 우리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풍요로움을 제공해 준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게 만들며, 평범한 것들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 잘 살려는 노력의 십분 지 일만 잘 죽으려는 노력으로 전환한다면 어떨까?

 

  2012년 가장 처음 읽은 책이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이다. 새해를 처음 시작하면서 읽게 된 책이 우연히도 인생의 마지막을 잘 준비했느냐는 책이라니. 몇 주 전 어머니와 말 그대로 대판 싸웠다. 개인적인 일도 산적해 있는데 장남으로서 집안일(주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생하는 일이지만)을 처리하자니 스트레스가 쌓인다. 꽤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께서는 당연하게 생각하신다. 항상 하시는 말씀이 “너는 장남이니까, 여동생은 출가외인이니까, 막내는 불쌍하다.”인데 이 말이 나와 여동생의 마음을 후벼 판다. 외삼촌들도 한번씩 전화하실 때마다 스트레스는 더 늘어간다. 내 나이에 감당하기 불가능한 것들을 요구하시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쌓였던 마음이 아주 작은 일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그 후로 약간은 냉전 중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냥 이대로 지나가면, 상처로 남겠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조만간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이 또한 이 책에 나에게 남겨준 작지만 중요한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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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1-06 0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천에 자주 들르셨군요. 때론 저도 들르던 곳입니다.
당시에는 천상병께서 생존에 계실때였죠.
천상병시인에게 시집에 손수 사인을 받 후, 신문을 통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돌아가신 후 한 번 더 방문했죠. 시인과 무언의 인사라도 나누고 싶었거든요. 안주인은 언제나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시인을 잃어버린 것 같아 서운했습니다.

소풍을 아름답게 끝내는 것은 아마도 인간의 도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saint236 2012-01-06 01:10   좋아요 0 | URL
전 돌아가신 다음에야 들렀습니다. 학교 선배가 처음으로 저를 데리고 갔던 인사동 찻집이 여기거든요. 감기로 고생하던 시절에 여기 모과차만한 것은 없다면서.

2012-01-06 0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6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관계의 심리학 - 마음을 읽어내는 관계의 기술
이철우 지음 / 경향미디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어릴 적 손님들이 오시면 꼭 가지고 오시던 선물이 있다. 

  "종합 선물 세트" 

  종합 선물 세트의 특징이 무엇이냐면 포장은 그럴 듯한데 내용물은 부실하다는 것이다. 이것저것 많이 들어 있지만 어린이의 입맛에 그다지 매력적인 것들은 아니다. 포장을 풀기 전까지는 한껏 기대감을 심어주지만 막상 뚜껑을 열면 그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변하게 되는 묘한 요술상자가 종합 선물 세트이다. 

  이 책이 딱 그렇다. 베스트셀러에 들어갔던 책이고 오랫동안 꾸준하게 판매된 책이다. 게다가 제목도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관계라는 말과 심리학이라는 말이 모두 들어 있는 관계의 심리학이다. 매일 그 속에 살아가지만 쉽지 않은 것이 인간관계인데 이것에 대한 무엇인가 대단한 비결을 제시해 줄 것 같은 기대감을 품게 한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반 값에 판매를 하니 금상첨화이다. 오랫동안 찜하던 책을 이 기회를 놓칠새라 구매하게 되었고, 잔뜩 고조된 기대감을 가지고 뚜껑을 열었는데, 젠장 실망이다. 어린 시절 종함 선물 세트를 열었을 때와 똑같은 배신감을 느낀다. 종합 선물 세트를 열고 실망해서 이 과자 저 과자 뒤적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먹었던 것처럼 이리저리 뒤적거리다가 특별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체념하고 앞장부터 읽기 시작한다.  

  억지로 먹으면 맛이 없듯이 억지로 읽기 시작하니 그다지 건질만한 것이 없다. 심리학에 대해서 조금이라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 봤음직한 심리학 실험들이 하나의 책에 종합 선물 세트처럼 모여져 있을 뿐이다. 거기에 약간의 코멘트를 달았을 뿐이다. 그 코멘트도 자기계발서식의 코멘트이다. 매 장이 시작할 때마다 엘레노어 루즈벨트의 말을 인용하여 놓은 부분에 이르러서는 이 책이 심리학이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절대로 심리학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된다.  

  한 가지 특징이라면 매 장의 후반부에 심리 검사 설문지를 부록으로 붙여 놓았다는 것인데,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 이 설문지가 얼마나 정확도가 높을 것이며 심리 상담에 정통한 사람들이 아닌 이상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감안하면 혈액형별 테스트, 혹은 심심풀이로 즐기는 심리 검사 정도의 흥미를 유발하는 차원에서 멈추지 않을까? 실제로 이 심리검사지를 활용하기를 원한다면 "진지하게 설문에 응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붙여 놓을 것이 아니라 심리 검사지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가이드 라인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심리학에 대한 종합 선물 세트! 딱 그정이다. 깊이를 원하지 말고 심심풀이로 읽는다면 적절한 수준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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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3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1-11-13 13: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살포시 보관함에 담아봅니다. 다음주 중에 보내 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