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전의 처세술
딩 위옌 스 지음, 장연 옮김 / 김영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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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엽전의 처세술!

 

  제목에서부터 오해를 불러 살만한 책이다. 엽전은 과거에 사용되던 금속 화폐를 일컫는 말이다. 그렇지만 다른 의미로도 사용되곤 한다. 다음 어학 사전에는 엽전에 대하여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봉건적 인습에서 아직 탈피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 사람이 스스로를 얕잡아 이르는 말.

 

  굳이 영어를 좋아하는 요즘 표현으로 옮기자면 루저정도라고 할까? 내 기억에 엽전이라는 말이 화폐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다른 의미로 사용된 첫번째는 신중현과 엽전들이라는 그룹 이름에서였다. 컬투쇼를 듣다보면 "엽전 열닷냥"이라는 노래 가사가 나와서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서 찾아보니 한복남 씨의 노래 제목이란다. 여하튼 엘신님의 서재에서 이 책을 분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으로 떠올렸던 뜻은 루저라는 개념이었다. 게다가 처세술이라는 말까지 붙으니 스스로를 엽전이라고 부르는 평범 이하의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적고 있는 책이라고 오해를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정작 책을 접하고 보니 순수하게 과거에 사용되었던 화폐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저자가 고향을 떠나 멀리 다른 지방으로 가게 되었을 때 누군가 저자에게 삶의 자세에 대하여 가르쳐 주기 위하여 주었던 선물이란다. 그 선물을 받고 저자가 깨달은 엽전의 처세술은 이런 것이다.

 

  그 엽전의 의미는 "밖으로는 둥굴게(圓), 안으로는 반듯하게(方)' 처신하라는 뜻이었다. '반듯하게'는 처세의 바탕을 이루는 올바른 기운으로서 갖가지 좋은 인품을 가리킨다. '둥글게'는 노련하고 원만하게 처세하라는 의미로서 삶에 기교가 필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예컨대 똑바로 걸어갈 수 없으면 빙 둘러서 가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반듯하면 쇠처럼 한번 구부러지면 곧 부러지고 만다. 한편 누구에게나 잘 보이기 위해서 너무 원만하게 지내면 다른 사람만 욕을 먹고 자신은 반사이익을 얻게 되지만, 그런 식으로 지낸다면 어느 누가 친해지려고 하겠는가? 이런 사람도 인생의 실패자가 되고 만다. 반드시 반듯하면서도 둥글게, 둥글면서도 반듯하게 처신해야 한다.

  즉 '밖으로는 둥글게, 안으로는 반듯하게'. 이는 확실히 좌우명으로 삼을 만한 경구이다. 이것이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p5~6)

 

  결론부터 말자하면 대인관계에서는 둥글게, 자신에 대해서는 반듯하게 처신하라는 말이다. 과거 대학원 수업 시간에 기독교 윤리 개론에 대해서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교수님이 예쑤의 윤리에 대해서 비슷한 말을 했었다. 예수의 윤리를 하나님 앞에서는 단독자로 서야하며, 대인관계에 대해서는 보편주의자로 처세해야 한다고 했다. 즉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때에는 철저하게 윤리적인 입장에서 자신을 다잡아야 하며, 대인관계에서는 인종이나 나이, 환경이나 조건에 의한 차별 없이 모든 이들을 현제로 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게 뒤바뀌게 된다면 기독교 윤리는 예수의 윤리를 배신하는 것이며,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해 버린다고도 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교수님들에게 배운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이 가르침만은 내 머릿 속에 확실하게 각인이 되었다. 단지 아쉬운 것은 그분도 그렇게 살지 못해서 왕따를 자처했다는 것이다. 엽전의 처세술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 가르침이 생각이 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밖으로 둥글게, 안으로 반듯하게! 대인관계에서는 굳이 상대방의 허물을 들추어낼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말로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하며,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원칙과 가치관을 세웠다면 아무리 손해를 본다고 할지라도 타협을 해서는 안된다. 이게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는 삶의 자세이다. 물론 어렵다. 이렇게 살려고 애쓸수록 소위 말하는 성공과는 멀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정의롭게, 인간답게 사는 길이다. 더군다나 언젠가는 하나님이라는 절대자 앞에 서게 될 것이라 믿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신실한 기독교인이고 싶어하는 나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요즘은 안과 밖이 뒤바뀌니 문제이다. 개인에 대해서는 최대한 관대하게, 그리고 타인에 대해서는 최대한 편협하게 산다. 약육강식이라는 무한경쟁의 법칙이 절대적 기준이 되어버린 세태 속에서 남보다 한발 앞서려고 발버둥친 결과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예수를 닮아간다고 말하는 기독교인들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아니 기독교인들은 더 철저하다. 성경과 기독교 신앙을 면죄부 삼아 자신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타인에 대해서는 한없이 편협하다. 나와 생각이 조금 다르면 이단이요, 없애버려야 할 적으로 간주한다.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한국의 특별한 상황은 이러한 문제를 더 심화시킨다. 나와 조금이라도 다르면 좌요 우며, 꼴통이요 체제를 뒤흔드는 빨갱이이다.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2012년 대산과 총선을 치르면서 편가르기는 더 심각해질 것이며, 이로 인해 우리가 지불해야할 대가도 꽤 클 것이다. 밖으로는 둥글게 안으로는 반듯하게라는 엽전의 처세술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ps. 중국 사람이 썼다는 특이함을 제외하고 내용은 그저 그렇다. 여타 자기 계발서와 다를 것이 없다. 한마디로 평하자면 자기 계발서의 백과사전이라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책을 보내 주신 엘신님에게 감사한다. 나머지 책도 빨리 읽고 끄적거리는 것이 엘신님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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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1-14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뜻깊은 의미를 담고있는 표현입니다.
타인을 대할 때는 너그럽고 인자하게 대하되
자신에게는 엄격하라는 뜻이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되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참으로 뜻깊은 지혜를 배우고 갑니다.
평생 잊지 말고 살아가야 할 말입니다.
잊지 말아야 하는데...

좋은 글 자주써주시고 잊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saint236 2012-01-14 15:50   좋아요 0 | URL
저도 엽전의 처세술이라는 말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배웠습니다.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
아이라 바이오크 지음, 곽명단 옮김 / 물푸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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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 후 잠실로 이사를 와서 가지 못하지만 과거엔 인사동에 자주 갔다. 머리가 복잡하면 가고, 실연을 당했을 때도 가고, 외로울 때도 갔으며,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갔다. 스무 살 인사동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지라 인사동 찻집에 대해서는 남들보다 조금은 더 아는 편이었고, 항상 가던 곳이 정해져 있었다. 경인미술관, 오 자네 왔는가, 지대방, 귀천! 조금은 모던한 분위기를 원하면 경인미술관과 오 자네 왔는가를 갔고, 주로 지대방을 갔으며(그 덕에 사장님과 조금은 안면이 있다), 모과차가 마시고 싶으면 귀천을 갔다.(모르긴 해도 인사동에서 모과차를 제대로 만드는 곳은 이곳일 것이다.) 옛날 귀천과 분점 귀천의 분위기는 매우 다르지만 양쪽 모두에 걸려있던 시 한편이 있었다. 천상변 시인의 귀천이다.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이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어린 시절 멋모르고 외우고 다녔던 시였는데, 모과차 한잔과 함께 대하는 시는 너무나 달랐다. 歸天이라는 말 한마디에 담긴 천상병 시인의 인생과 철학,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단편적으로나 음미해 보면서 나도 그렇게 살고 그렇게 죽고 싶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다되면 돌아갈 때가 되었을 때 아름답게 살았노라고, 고마웠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을 살기를 원했고, 지금도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

 

  내가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48이라는 많지 않은 나이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1년 동안 투병 생활을 하시면서 입원을 반복하셨기 때문에 아버지와 함께 보낼 시간이 많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에도 학교에 있었던지라 곁에서 임종을 지키지도 못했다. 학교에 있다가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집에 돌아와서 사흘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지나갔다. 장례식이 끝나고 일가친척들이 모두 돌아간 그 순간부터 아버지의 부재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 시간들을 기댈 대상을 잃어버린 외로움과 아버지에 대한 죄송한 마음과의 길고 긴 싸움이었다. 왜 그리 길고 긴 시간들을 혼자서 그렇게 힘들어했고 외로워했을까? 내가 준비가 되기도 전에 아버지께서 떠나셨기 때문이었다.

 

  생일은 시원찮게 챙겨드려도 장례식만큼은 요란뻑적지근하게 치르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이다. 지금이야 장례문화가 많이 바뀌어서 장례식장에서, 최대한 조용하게 장례식을 치르지만 어릴 적 내가 목격했던 장례식은 동네잔치에 가까웠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다 달라붙어서 음식을 장만하는 것은 잔칫날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안에서는 곡을 하면서 조문객을 받지만 밖에서는 상여를 꺼내놓고 예행연습을 한다. 요령잡이의 소리가 얼마나 구슬픈지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소리가 상당히 구슬픈데도 묘하게 리듬감이 있어서 그냥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장례지낸 음식은 집안으로 들이지 말라는 옛말대로 온 동네 아이들과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그 음식을 먹고 떠난 사람을 기억하고, 남겨진 사람들을 위로했다. 떠난 이에게 미처 못한 말을 하고 들어주다보면 떠나보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던 사람도 마음의 준비가 된다. 죽은 사람을 묻는 예식이지만 철저하게 산 사람을 위한 예식이 바로 장례식이다.

 

  이 책에서 하는 말이 이것이다.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 얼마나 부하게 살았느냐, 성공했느냐, 무슨 일을 이루고 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후회를 남기지 않고 죽음을 준비했느냐를 묻는 말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사랑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용서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꼭 필요하지만 평소에 하지 못하고 있던 말들을 다 하라는 말도 “당신은 죽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라는 뜻이다. 천상병 시인의 말을 빌리려 표현하자면 소풍 끝나는 날 하늘로 돌아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냐는 의미다.

 

  사람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잘 살고 싶어한다. 잘 살기 위해서 공부하고, 돈을 모으고, 권력을 잡고 싶어한다. 잘 살기 위해서라면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다 동원한다. 그렇지만 단 한번도 잘 죽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당신은 잘 죽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물으면 그냥 살다가 죽으면 죽는 것이지 잘 죽기 위해 애쓸 필요까지 있느냐 반문한다. 맞는 말이다. 그냥 살다가 죽으면 죽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죽는 사람의 입장이고, 남겨진 자들의 입장에서는 다르다. 살아 있을 때는 그 사람으로부터 서운한 대접을 받은 것, 상처받은 것이 생각이 나는데 죽고 나면 왜 그렇게 못해준 것, 상처준 것이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보낼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리라. 이 책에서 소개된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전혀 다른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 칼라와 폴의 차이도 여기에 있다. 아버지와 함께 마지막 시간을 보내면서 “사랑한다. 고맙다. 용서한다.” 이런 말을 하면서 보낼 준비를 한 칼라와는 달리 준비도 없이 갑작스레 아버지의 죽음을 직면하게 된 동생 폴이 아직도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이 책을 통해 아름다운 죽음은 아름다운 삶으로 이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발견했다. 죽음을 준비하는 경험은 우리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풍요로움을 제공해 준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게 만들며, 평범한 것들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 잘 살려는 노력의 십분 지 일만 잘 죽으려는 노력으로 전환한다면 어떨까?

 

  2012년 가장 처음 읽은 책이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이다. 새해를 처음 시작하면서 읽게 된 책이 우연히도 인생의 마지막을 잘 준비했느냐는 책이라니. 몇 주 전 어머니와 말 그대로 대판 싸웠다. 개인적인 일도 산적해 있는데 장남으로서 집안일(주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생하는 일이지만)을 처리하자니 스트레스가 쌓인다. 꽤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께서는 당연하게 생각하신다. 항상 하시는 말씀이 “너는 장남이니까, 여동생은 출가외인이니까, 막내는 불쌍하다.”인데 이 말이 나와 여동생의 마음을 후벼 판다. 외삼촌들도 한번씩 전화하실 때마다 스트레스는 더 늘어간다. 내 나이에 감당하기 불가능한 것들을 요구하시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쌓였던 마음이 아주 작은 일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그 후로 약간은 냉전 중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냥 이대로 지나가면, 상처로 남겠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조만간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이 또한 이 책에 나에게 남겨준 작지만 중요한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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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1-06 0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천에 자주 들르셨군요. 때론 저도 들르던 곳입니다.
당시에는 천상병께서 생존에 계실때였죠.
천상병시인에게 시집에 손수 사인을 받 후, 신문을 통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돌아가신 후 한 번 더 방문했죠. 시인과 무언의 인사라도 나누고 싶었거든요. 안주인은 언제나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시인을 잃어버린 것 같아 서운했습니다.

소풍을 아름답게 끝내는 것은 아마도 인간의 도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saint236 2012-01-06 01:10   좋아요 0 | URL
전 돌아가신 다음에야 들렀습니다. 학교 선배가 처음으로 저를 데리고 갔던 인사동 찻집이 여기거든요. 감기로 고생하던 시절에 여기 모과차만한 것은 없다면서.

2012-01-06 0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6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관계의 심리학 - 마음을 읽어내는 관계의 기술
이철우 지음 / 경향미디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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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손님들이 오시면 꼭 가지고 오시던 선물이 있다. 

  "종합 선물 세트" 

  종합 선물 세트의 특징이 무엇이냐면 포장은 그럴 듯한데 내용물은 부실하다는 것이다. 이것저것 많이 들어 있지만 어린이의 입맛에 그다지 매력적인 것들은 아니다. 포장을 풀기 전까지는 한껏 기대감을 심어주지만 막상 뚜껑을 열면 그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변하게 되는 묘한 요술상자가 종합 선물 세트이다. 

  이 책이 딱 그렇다. 베스트셀러에 들어갔던 책이고 오랫동안 꾸준하게 판매된 책이다. 게다가 제목도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관계라는 말과 심리학이라는 말이 모두 들어 있는 관계의 심리학이다. 매일 그 속에 살아가지만 쉽지 않은 것이 인간관계인데 이것에 대한 무엇인가 대단한 비결을 제시해 줄 것 같은 기대감을 품게 한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반 값에 판매를 하니 금상첨화이다. 오랫동안 찜하던 책을 이 기회를 놓칠새라 구매하게 되었고, 잔뜩 고조된 기대감을 가지고 뚜껑을 열었는데, 젠장 실망이다. 어린 시절 종함 선물 세트를 열었을 때와 똑같은 배신감을 느낀다. 종합 선물 세트를 열고 실망해서 이 과자 저 과자 뒤적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먹었던 것처럼 이리저리 뒤적거리다가 특별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체념하고 앞장부터 읽기 시작한다.  

  억지로 먹으면 맛이 없듯이 억지로 읽기 시작하니 그다지 건질만한 것이 없다. 심리학에 대해서 조금이라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 봤음직한 심리학 실험들이 하나의 책에 종합 선물 세트처럼 모여져 있을 뿐이다. 거기에 약간의 코멘트를 달았을 뿐이다. 그 코멘트도 자기계발서식의 코멘트이다. 매 장이 시작할 때마다 엘레노어 루즈벨트의 말을 인용하여 놓은 부분에 이르러서는 이 책이 심리학이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절대로 심리학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된다.  

  한 가지 특징이라면 매 장의 후반부에 심리 검사 설문지를 부록으로 붙여 놓았다는 것인데,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 이 설문지가 얼마나 정확도가 높을 것이며 심리 상담에 정통한 사람들이 아닌 이상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감안하면 혈액형별 테스트, 혹은 심심풀이로 즐기는 심리 검사 정도의 흥미를 유발하는 차원에서 멈추지 않을까? 실제로 이 심리검사지를 활용하기를 원한다면 "진지하게 설문에 응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붙여 놓을 것이 아니라 심리 검사지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가이드 라인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심리학에 대한 종합 선물 세트! 딱 그정이다. 깊이를 원하지 말고 심심풀이로 읽는다면 적절한 수준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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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3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1-11-13 13: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살포시 보관함에 담아봅니다. 다음주 중에 보내 드릴께요.
 
차이의 전략 - 명품 인재를 만드는 퍼스널 브랜딩의 모든 것
윌리엄 아루다.커스틴 딕슨 지음, 김현정 옮김 / 아고라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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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PR의 시대라고 한다. 과거처럼 묵묵히 자기 맡은 일을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는 말이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겸손을 떠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열심히 일한만큼 자기를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이 이 시대의 삶의 방식이라고 한다. 그래서일지 몰라도 곳곳에서 자기가 얼마만큼 대단한 사람인지 나타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개념을 전파하고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이야기하는 저자들에게 이런 세태가 당연한 것이요, 바람직한 삶의 방법이겠지만 왠지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좀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익숙하지 않다기보다 거부감이 생긴다로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가령 블로그를 예로 들어보면 이렇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어느 블로그에 들어갔는데 글이 정말로 죽여준다. 대단하다라고 밖에 표현할 말이 없다. "와 어떻게 이런 사람이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지?"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횡재한 것 같아서 기분이 한없이 좋아진다. 당장 즐겨찾기에 추가하고 그 사람의 블로그를 정기적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말이다. 만약에 아무리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저 하나하나 글을 쓰다보니 그 내공이 축적된 것이 아니라 자꾸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해서 알려진다면 정이 잘 안간다. 왠지 그렇게 글을 쓰는 자체도 다른 사람들에 자신을 알리려는 하나의 도구로 전락해 버리는 것 같아서 말이다. 묵묵하게 내공을 쌓다가 인정을 받는 것과 아예 처음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 둘이 주는 감동의 차이는 확연하다. (다음에 시사 정치 분야의 글을 꾸준히 올리시는 아이앰피터님의 블로그를 전자의 예로 들 수 있다. http://impeter.tistory.com/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일자리의 유동성"에 그 원인이 있다는 저자의 분석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물론 일자리의 유동성이 당연한 사회 현상이요 나아가 바람직한 모습이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말이다. 일자리의 유동성! 우리가 더 잘아는 말로 바꾸면, 고용 유연성 즉 비정규직이라는 말이다.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말이 사라진 요즘같은 시대에 묵묵하게 맡은 자리에서 일하는 것은 상당히 미련한 일이요 개인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라는 말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개인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라는 말은 차별화를 통하여 자신의 중요성을 어필하라는 말인데, 요즘 나오는 자기 계발서들이 하나같이 이런 주장을 펼친다. 대표적인 예를 꼽자면 이지성씨의 자기 계발서들이 그런 부류이다. 능력이 없으니 사람들이 무시하는 것이다, 그러니 능력을 키워라 뭐 대체로 이런 말이다. 이렇게 각박한 세상 속에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 때문이다. 무한경쟁의 현실 속에 살아가는 이 시대의 현대인들에게 금과옥조같은 말이지만 나는 "무한경쟁의 현실"이라는 말에 태클을 걸고 싶다. 그게 바람직한 사회냐는 것이다. 그것이 바람직한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성공으로 가는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뜬 구름 잡는 식의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 자기 브랜드를 구축하는 방법에 대하여 상당히 구체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혹 자기 브랜드화가 절실한 사람들이라면 꼭 사서 달달 외울 정도로 읽기를 권한다. 그러나 만약 자기 브랜드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왜냐고? 깊은 실망과 절망 속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요지는 간단한다.  

  "자신을 팔만한 상품으로 만들라.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만들라. 그러면 구매자들이 알아서 올 것이다." 

  나를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상품으로 잘 포장하라는 말이다. 그렇게 포장한다면 구매하고 싶은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온다는 말이다.  

  "프렌즈 위드 베네핏"이라는 영화가 있다. 로맨틱 코메디인데 이 영화에 정확하게 나오는 것이 이 책의 저자들이 주장하는 것이다. 잘나가는 아트 디렉터인 남자 주인공을 헤드헌터인 여자 주인공이 찾아내어 GQ에 입사시킨다. 물론 이 둘이 처음부터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남자 주인공의 홈페이지, 블로그, 회사의 홈페이지를 통하여 알게 되었고, 그 사람을 천거한다. 물론 GQ도 인터넷을 통하여 남자 주인공의 능력과 일처림에 대해서 뒷조사가 들어갔을 것이다. LA에서 태어나 한번도 그곳을 벗어나본 적도 없고, 벗어날 생각도 없는 그가 어떻게 GQ의 책임자로 스카웃되었는가? 퍼스런 브랜딩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자신을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이다.  

  저자의 글에 한편으로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한 사람의 인간을, 그것도 타인이 아닌 자신을 철저하게 팔릴만한 상품으로 만들라는 경제논리 때문이다. 차별화를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차별화가 정당한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 책이다. 

ps.승자독식사회<로버트 프랭크/웅진지식하우스>와 함께 읽어보면 꽤 재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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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3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메모의 기술 -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양장본)
사카토 켄지 지음, 고은진 옮김 / 해바라기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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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하기 위하여가 아니라 잊기 위하여 메모하라. 신선한 말이다. 보통은 기억하기 위하여 메모를 하는데 메모된 것은 메모를 확인하기만 하면 되는데 왜 외우느냐 그냥 잊어버리라는 저자의 말이 허를 찌른다. 맞는 말이다. 메모한 것은 외우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외우는가? 메모한 것을 다시 들춰보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 생활하면서 가장 낭패를 당할 때가 언제냐면 매우 중요한 일을 까맣게 잊고 지나갔을 때일 것이다. 혹은 아내의, 남편의 생일을 잊어먹고 지나가서 서운하게 한 적도 있을 것이다.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어느 순간 메모를 게을리하게 된 덕이다. 예전에는 다이어리에 꼼꼼하게 적고 다녔는데 요즘은 다이어리를 사용하지 않고 휴대폰의 일정 관리를 사용하다보니까 더 그렇다. 열심히 적은 일정관리도 때론 다시 들춰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다시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 책상 한 켠에 항상 포스트 잇을 구비해두고 일이 생길 때마다 기록해서 무조건 붙여두기 시작했다. 한결 일을 하기가 수월해진다. 까먹고 지나가는 것들도 많이 줄어들고.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여기서 더 넘어가면 그것은 메모가 아니라 또 다른 일이 되어서 나를 짓누른다. 예전에 한번씩은 해봤을 것이다. 다이어리를 예쁘게 꾸민다고 스티커를 사다 붙이고 색연필로 칠하고..남자인 나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다이어리 작성에 꽤 많은 공을 들였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엄청난 부담이 되어 다이어리 자체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사회 초년생들을 위해서 메모하는 방법에 대해서 가르쳐 준다. 메모를 왜 하는가? 메모는 어떻게 하는가?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메모를 해야 하는가? 기획서 작성을 위해서는 어떻게 메모해야 하는가? 여러가지 실용적인 팁들을 제시해준다. 분명히 귀담아 들을 말이 있다. 그렇지만 딱 거기까지에서 멈추었으면 좋았을 뻔했다. 저자가 말하는대로 하다보면 메모가 아니라 또 다른 일이 될 것 같다. 저자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와서 그것이 편할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방법에 숙달되지 않은 일반적인 사람의 시각에서 보면 일을 돕기 위한 메모가 아니라 메모라는 또 다른 일에 부딪치게 된다. 

  가령 일상 생활에서의 메모도 여러가지 상황으로 나눈다. 전화할 때의 메모, 가족 생일이나 기념일을 잘 챙기기 위한 메모, 잡지를 위한 메모, 꿈 메모 등등 온통 메모가 넘쳐난다. 책을 읽으면서 머릿 속에 맴도는 이미지는 정확하게 어느 영화인지는 생각이 안나는데 무엇인가 적혀 있는 "포스트 잇"이 방안 가득 들어 차 있던, 심지어는 강아지에게까지 포스트 잇이 붙어 있었던 영화의 장면이 생각난다. 이 정도면 메모하는 것도 중독이다, 일이겠다 싶다. 

  분명 읽고 몸에 익히면 도움이 될법한 이야기들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인 특유의 과도한 친절함 때문에 책에 대한 부담감이 먼저 생긴다. 게다가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은 읽어볼만한 가치는 있을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슥슥 말이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책 내지가 너무 빤질거려서 불빛 밑에서 읽기에는 불편하다. 괜히 책의 가격만 놓이려는 꼼수는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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