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헤르메스가 산다 1 - 현대의 최첨단 문명과 생활 속에 살아 숨 쉬는 그리스 신화 탐색 기행
한호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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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그리스로마 신화를 상당히 좋아한다. 그래서 시중에 나와 있는 그리스로마 신화 관련 책들은 거의 사보는 수준이다. 어느날 무슨 책을 살까 알라딘을 뒤적거리던 중에 발견한 책이 이 책이다. 마침 그때는 도서 정가제가 막 시작된다고 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무수히 많은 알라디너들이 당장 읽지는 않는다고 할지라도 사고 싶은 책들을 사재ㅔ기하던 시기였다. 그때 2권 세트로 되어 있는 책을 샀다. 조만간 읽겠다는 다짐도 하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어찌 사람의 일이 마음대로 되던가? 그렇게 사놓고 오랫동안 서재에 방치를 했다. 그러다가 이사를 오게 되었고 이런 책을 샀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간이 되니 읽어보자면 독서를 시작했다. 게다가 글들이 길게 장편으로 이어지지 않고 2-30쪽 내외의 단편 글을 주제에 맞추어서 썼기 때문에 읽기도 무난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찰진 글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적당히 가벼우면서도 흐름을 놓치지 않고, 게다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저자의 내공이 대단했다. 군대 시절 내내 그리스 로마 신화만 팠다는 저자의 말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같은 내용을 쓰면서도 문체에 따라서,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과 태도에 따라서 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것은 덕질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스 로마가 무엇인지 잘 모르던 시절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접하게 된 저자는 좀더 이해하기 위하여 박물관을 비롯하여 곳곳에 다니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책의 곳곳에 실려있는 사진들의 대부분은 저자가 실제로 찍은 사진이라니 그리스 로마 신화를 향한 그의 마음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된다. 그렇게 하나식 배워가다가 어느날 우리 주변에 그리스 로마 신화로부터 차용된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유명한 건물 곳곳에 있는 조각상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들, 매일 접하는 음식들, 심지어는 니케와 박카스와 같은 유명한 브랜드들도 그리스 로마 신화로부터 빌려 온 것임을 알게 된 순간 저자는 유레카를 외쳤다고 한다. 

  저자는 단정적으로 말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알아가는 것은 그 사회의 인문 교양을 키우는 한 방법이라는 것을. 미술 작품을, 문학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그리스 로마 신화의 배경이 있어야 하며, 물건들, 브랜드들, 심지어는 무기의 이름과 그 의미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도 그리스 로마 신화적인 배경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말의 의미는 분명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알아가는 것은 사회를 좀더 깊이 바라보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그런데 어떤가? 요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아이들에게 읽히려는 사람들이 많다. 이를 위해서 올림포스 가디언이라는 애니메이션도 나왔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내용으로 한 만화책들도 많이 나왔다. 그런데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히는 의도가 불순하다. 신화란 인문학이란 스펙을 쌓기 위한 도구가 아닌데 사람들은 스펙을 쌓기 위한 도구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용한다. 누군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고 논술 공부를 했고 성적이 좋았다는 말은 들으면 누구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다. 과거 내가 학생 시저레 삼국지를 많이 읽혔던 부모들의 태도가 이렇다.

  책에 대한 서평을 쓰다가 문득 인문학에 대한 생각까지 나가게 되었다. 요즘 시대에 인문학이 열풍이란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의도가 불순하다는데 있다. 인문학을 왜 공부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 솔직하게 탁 까놓고 이야기를 하자면 기업이 원하니까가 되어버리지 않았는가? 고대 신화들도 자본에 의해서, 기업에 의해서 팔려지는 시대에 이 책은 그와는 상관없는 재미를 준다. 글이 정말 찰 지다. 내용을 그냥 늘어 놓지도 않고, 한호림이라는 사람의 문체로 글을 재미있게 풀어 놓았다. 중간 중간에 들어가 있는 삽화도 재미있고, 무엇보다도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은 우리가 교과서로 보는 것과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작품의 이미지를 전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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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 이야기 - 소금, 모피, 보석, 향신료 그리고 석유
홍익희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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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곳곳에서 블랙 프라이데이 마케팅 열풍이다. 미국의 소비가 집중된다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본따서 코리안 블랙 프라이데이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름만 거창하지 대단할 것도 없다. 오히려 눈가리고 아웅식의 얄팍한 상술로 인해 소비자들의 비웃음을 사고 있는 형편이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을 해도 해외 직구 방법이 아주 자세하게 적혀 있는 시대에 기업들의 마인드는 여전히 해외 여행이 금지되었던 박정히 대통령 시절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내수가 살아날 리가 있는가? 물론 내수라고 부를만한 건덕지도 없는 한국의 현실 속에서 살아나는 것은 언강생심이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지켜보면서 역시 우리는 "소비가 미덕인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 어릴때만 해도 돈벌어서 저축해야 한다, 그것이 애국하는 일이다라고 교육을 받았지만, 요즘은 소비하는 것이 내수 경길르 진작시키는 일이니 돈을 많이 써라 권한다. 얼마전 안상수 씨가 시장으로 있는 창원시에서 10만원 더 쓰기 캠페인이 진행되었다.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용은 이런 것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한 세대당 10만원씩 더 쓰자는 내용이다. 살다살다 저금하자는 운동이 아니라 돈을 더 쓰자는 운동을 보기는 처음이다. 이렇게 소비를 권하는 사회를 살아가다 보니 얼리아답터라는 신인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파워블로거와 파워 블로거지라는 이들도 등장했다.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다른 측면들이 있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하나로 모아진다. 사람들에게 지름신이 강림하도록 뽐뿌질을 한다는 것이다. 창원시의 논리에 따르면 이들은 진정한 애국자이리라...

 

  소비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의 생리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소비를 통하여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인간의 한계이고, 원죄이리라. 살아가기 위해서 다른 동물을 잡아먹고 살아가는 것은 인간이 피치못할 소비이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특이한 소비 패턴이 한 가지 더 있다. 꼭 필요하지 않지만 편하기 위해서, 혹은 효율이나, 즐거움을 위해서 소비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사치품으로 시작된 소비들도 시간이 지나가고 사회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필수불가결한 소비로 인식되곤 한다. 오늘날 스마트폰을 2G폰으로 바꾼다는 상상을 해보라. 젊은이들이 이런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겠는가? 젊은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숨을 쉬듯 당연한 것이다. 이것들은 소비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대상이 아니라 아이폰으로 갈 것인가 안드로이드로 갈 것인가의 대상이다.

 

  이렇게 소비는 사치품에서 일반화의 과정을 거쳐서 필수품으로 그리고 미덕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이 책에는 소금과 모피같이 필수품에서 시작한 상품들도 있고, 보석과 향신료와 같이 사치품으로 시작하여 필수품으로 그리고 미덕의 대상으로까지 발전된 상품도 있으며, 기술의 발달과 함께 가치가 재발견된 석유도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처음부터 필수품으로 시작한 소금과 모피는 현재에는 가치가 많이 하락되었고, 보석과 향신료는 절정에서 약간 내려온 정도이며, 석유는 절정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소비재도 수명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비록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 소비가 계급을 확인시켜 주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소비재들은 인류의 역사를 크게 뒤흔들어 놓았다. 향신료가 신대륙 발견의 직접적인 원이이 되었고, 석유가 중동의 근현대사를 결정했으며, 서방에 대한 특히 미국에 대한 이슬람의 뿌리 깊은 적개심, IS의 근원이 되었다는 점들을 살펴보면 소비 패턴과 소비의 대상이 인류의 문명을 얼마나 크게 바꾸어 놓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세상을 바꾼"이라는 제목은 적절한 것이다. 다만 저자가 말한대로 다섯가지 상품은 선택에는 논란이 있겠지만 말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아쉬운 것은 유대인에 대한 저자의 평가이다. 저자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 모든 것들은 유대인들이 만들어 놓은 판이라는 느낌을 준다. 소금과 모피에서는 뜬금없이 고구려를 말하면서 한국이 고대에 패자가 되었던 이야기를 하더니, 보석과 향신료, 석유로 들어가서는 이 모든 일의 큰 손들은 유대인들이며, 그들이 이렇게 큰 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유대인들의 역사적인 고난에 기인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덧붙인다. 아마도 그가 유대인 이야기나, 세 종교 이야기같은 책을 썼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몰라도 새로운 상품을 언급할 때마다 유대인 이야기가 등장하고 그것을 읽고 있는 나는 프리메이슨류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착각에 빠질 때가 많다.

 

  가볍게 심심풀이로 읽어볼만한 책이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인문학적으로 대단한 소양을 얻을 거라는 기대는 버리고 읽는다면 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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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 세상을 마주하는 시간
김진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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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삼사관학교에서 훈련을 받을 때의 일이다. 아침 기상 나팔이 울리면 5분 후에 사열대 앞으로 집합하라는 방송이 나온다. 처음 전투복을 입는 처지에 5분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고작 5분으로 무엇을 하라고 그러는가라는 불평이 가득하다. 5분은 모포를 개고, 전투복을 입고, 전투화 끈을 조이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그런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그렇게나 실감되었던 적도 없다. 일주일이 지나자 그 5분이 정말 길게 느껴진다. 기상 나팔이 울림과 동시에 일어나서 2인 1조로 모포를 개고, 전투복을 입고, 전투화를 신는다. 여기까지 채 3분이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침대에 잠시 누웠다가 어슬렁 거리면서 사열대 앞으로 집합한다. 훈육장교가 매일 하던 5분이면 지구를 한바퀴 돌 수 있다는 뻥이 꽤나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아마도 그때부터일 것이다. 5분의 가치에 대해서 인식하고 살아온 것이.

 

  저자는 지식채널 e의 제작자였다. 내가 꽤 감동받았던 시리즈들을 만들었던 사람이다. 그 사람이 자리를 옮겨서 뉴스타파에서 5분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뉴스타파를 보면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여전히 그는 5분을 위해서 23시간 55분을 투자한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인문학적인 부분들을 다루던 것들이 이제는 주로 사회적이고 정책적인 주제를 다루지만 5분의 중요함에 대한 그의 생각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의 그 치열함이 이렇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라 생각하니 그의 삶이 존경스러워진다. 다만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들이 아닌 일부에게만 알려져 있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우리가 아침에 출근하면서 보내는 5분, 개찰구에 카드를 찍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 시간보다 짧은 그 5분이 우리의 세상을 바꾸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회를 알기 위해서 고민하고 노력하기 보다는 그저 주어진 정보만을 진실이라 생각하고,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우리들에게 그는 심각한 도전을 던진다. 지금 당신이 헛되이 보내는 시간이, 상당히 짧다고 생각하는 그 5분이 사실을 세상을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을 당신을 인식하고 살아가는가?

 

  이 도전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저자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만들어낸 5분이라는 결과물 앞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최소한 그의 말과 견해가 옳은지 그른지를 파악하기 위하여 애는 써야 하지 않을까? 저자의 의견에 대해서 연구하고, 고민해서 내린 결론이 반대라면 이해를 하겠지만 듣지 않기 위해서 애를 쓰면서,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당신은 이 사람만큼 5분을 위해서 치열하게 투쟁하고 고민하고 있는가를 묻고 싶다.

 

  세상이 바뀌기를 원한다면 너무 거창한 것들만 생각하지 말고, 지금 내게 주어진 5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5분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온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 것도 아닌 5분이라면,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5분이라면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 위해, 그것도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하는 그의 말을 듣기 위해서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가치가 있지 않을까?

 

  쓸데없이 황금펀치나 썰전 같은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 그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는 그의 말을 듣기 위해 애쓴다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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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들
레나타 살레츨 지음, 박광호 옮김 / 후마니타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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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한 남자를 만났다. 그 사람은 존 내쉬다!

 

  처음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러셀 크로우다. 막시무스로 출연했던 글래디에이터를 본 후에 그의 연기에 푹 빠졌다. 올 곧은 충성심, 자기 가족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 뛰어난 지도력, 그에 합당한 검술 실력! 막시무스로 분한 러셀 크로우는 간만에 보는 연기파 배우였다. 그런 그가 드라마류의 영화에 등장한다는 것이 꽤나 흥미로운 일이었다.

 

  러셀 크로우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갔던 나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막시무스가 사라지고, 존 내쉬가 살아 숨쉬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위의 사진이 등장하는 장면으로, 그가 불안과 두려움이 극에 달했던 순간이다.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불안과 두려움과 싸우면서 어렵게 모교로 돌아온 장면이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뷰티풀 마인드를 다시 보았다. 이 책의 내용이 이 영화에 그대로 들어 있기 때문에 영화를 살펴보고 넘어간다.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불안의 시대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눈을 감는 순간까지 수없이 많은 불안들과 싸우며 살아간다. 불안으로 인한 질병들도 많이 생겼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사회적인 비용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도 이런 현실에 대응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불안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거나 치료를 받는 사람을 그저 미친 사람 취급하고 있는 것이 우리 시대의 속살이다. 불안에 빠지는 것은 약자들이기 때문이며, 그들은 낙오자 취급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일까? 수없이 많은 정신과 질병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남몰래 눈물을 흘린다. 약간이나마 그들에게 인정을 베푸는 사람들도 그저 약물 치료만이 해답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한쪽만 바라보는 무지하고 야만적인 시각이다.

 

  불안과 싸우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 저자가 그리고 역자가 말하는대로 불안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역자는 오히려 불안이 없는 사회가 더 문제가 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불안의 유무가 아니라 그 불안을 건강하게 끌어 안는 것이다. 뷰티풀 마인들에서 존 내쉬가 진정 위대한 학자로 거듭나는 대목도 그가 가지고 있는 불안을 끌어안는 순간이다. 영화의 대사 중에서 내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것은 "지금도 보여. 아마도 이들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지 몰라. 아마 그들은 악몽이었을지도 몰라.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를 은근히 바라는..."이다. 그렇다.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모습도 이러한 모습일 것이다. 불안에 사로잡힌 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불안을 있는 그대로 끌어 안는 것!

 

  오늘도 난 불안을 끌어 안아 보려고 한다. 그것이 힘들고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그것만이 이 시대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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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inside (지식e DVD 포함)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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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가수가 노래했다.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지 음~ 알게 되지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깊을수록 말 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 안은 채 느긋하게 정 들어 가는 지를 으음~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 본 사람은 알게 되지 음~ 알게 되지
  그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 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 눈을 닫고
  우렁 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누가 뭐래도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 누가 뭐래도 (누가 뭐래도)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의 온길 품고 사는 바로 그대 바로 당신
  바로 우리 우린 참 사랑 Hea~ Hea~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 본 사람은 알게 되지 음~ 알게 되지
  그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 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 눈을 닫고
  우렁 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 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누가 뭐래도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
  누가 뭐래도 (누가 뭐래도)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의 온길 품고 사는 바로 그대 바로 당신 바로 우리 우린 참 사랑

  누가 뭐래도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의 온길 품고 사는 바로 그대 바로 당신 바로 우리 우린 참 사랑

 

  새파랗던 스무살 선배들의 손에 이끌려 얼결에 들어간 동아리! 소위말하는 빨간 동아리였다. 자본론과 변유, 사유, 소비에트 연방, 사구체 등을 읽으면서 "무슨 소리고"라는 짜증과 "일학년이 뭘 알겠어 아메바인데"라는 꼰대짓하는 선배들의 갈굼 속에서 내 20대의 전반기가 지나갔다. 당시 선배들에게 갈굼을 당하면서도 기타치면서 노래부르던 자리가 좋아서 열심히 동방에 갔다. 당시 불렀던 노래들이 김광석, 안치환, 윤밴 등이다. 그중에 미친듯이, 정말 뜻도 모르고 미친듯이 불렀던 노래가 위의 노래다. 내용이 가지는 무게는 알지도 못한 채 그저 외치는 것이 좋았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가사에 끌려서 수십번도 더 불렀다. 그런데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는 것이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고,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것은 정말 녹록치 않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까로 바뀌었고, 어느덧 나는 현실에 적응해 가기 시작했다. 하나둘 선배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했지만, 변한 것은 선배들만이 아니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어느덧 나도 현실과 타협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느꼈던 체념과 슬픔이 얼마나 내 마음을 눌렀는지 모른다.

 

  지식e를 내가 끊임없이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전혀 고민하지 않고 이 책을 구매하고 몇 번이나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채 이루지 못했던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의 길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나에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준 지식e가 어느덧 10년이 된단다. 5분을 위해서 23시간 55분을 투자했다는 그도 어느덧 자리를 옮겨서 뉴스타파에서 5분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물론 여전히 그는 5분을 위해서 23시간 55분을 투자하고 있다. 그 뒤를 이은 또 다른 사람도 5분을 위해서 삶의 전부를 투자하고 있다. 그 뒤를 이은 또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들의 노력이 모여서 지식e 인사이드가 탄생했다. 지금까지 보았던 스토리 중에서 골랐기 때문에 이미 다른 책에 수록되었던 것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다시 꽃보다 아름다운 30명의 사람들로 묶어 놓으니 감회가 새롭다.

 

  공감, 공생, 공존이라는 키워드로 묶여있고, 이 키워드는 그들의 인생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 그리고 그들이 꽃보다 아름답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발견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너도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고, 삶의 방식을 약간만 바꾸면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참 쉽지가 않다. "공"이라는 말이 共보다는 空으로 그리고 攻으로 바뀐 세상 속에서 그들의 초대에 응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사회가, 그리고 우리가 나갈 길이 그 길임을 부정할 수 없다. 여러모로 나에게 부끄럼움과 부러움과, 고민과 갈등을 던져주는 지식e로 인해 그래도 인생이 약간은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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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5-07-19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내용이랑 살짝 비껴나간 얘기일수도 있는데, 사람리 꽃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걸이야 말로... 지극히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이기주의인것 같아요. 실상 꽃들은 저들끼리 어울려 꽃을 피울뿐이고 그렇게 그렇게 아름다울뿐인데 말이죠. 오랫만이신거 맞죠~?^^ 그동안 님의 글이 고팠나봐요. 이렇게 주절거리는걸 보면...ㅋ~.

saint236 2015-07-20 13:58   좋아요 0 | URL
사람이나 꽃이나 비교할 수는 없지요 그렇지만 꽃처럼 아릅답고 싶다는 욕심을 탓할 수는 없겠지요